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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강의] 제451강 : 국어의미론 제5강
* 의미의 본질 의미의 본질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의미와 기호의 상관성, 의미 파악의 원리를 통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의미와 기호의 상관성에서 ‘기호’는 외적인 형식과 내적인 의미로 관계를 맺는데 기호는 관찰자의 경험 속에서 명시될 수 있으므로, 보통 물리적 실체를 갖게 된다. 이것이 기호의 형식이며 그 형식 속에는 기호의 존재 의의를 결정하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기호에는 크게 자연적 기호와 관습적 기호가 있다. 자연적 기호는 앞선 사건과 뒤따른 결과로부터 의미가 부여되므로, 그 해석에는 자연계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며, 그 지식에는 모든 관찰자에게 유사성을 띠게 된다. 이에 비하여 관습적 기호는 인간의 관습에 의해서 의미가 부여되므로 그 해석에는 특별한 학습이 요구되며 사용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언어는 일종의 관습적 기호 체계로서 그 음운구조어휘구조문법구조의 모든 국면은 의미 전달을 위하여 존재한다. 이 특별한 표현력은 자의성과 불연속성의 속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기호의 유형적 차이로서 상적 기호(상기호)와 자의적 기호를 구별하는 일이 필요하다. 상적 기호는 기호의 형태와 기호가 지칭하는 대상이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닮아있는데, 실제 지형을 축소한 지도나 ⅠⅡⅢ과 같은 로마숫자, 一 二 三과 같은 한자 숫자, 日 川 山과 같은 상형한자가 그 예이다. 결국 자의성은 기호의 능률에 관한 문제로서 제한된 기호로 포착해 준다. 언어 기호의 자의성에 대한 증거로는 우리말의 ‘개’가 다른 언어에서는 ‘犬, dog, …’ 로 실현되는 것에서나 낱말의 형태 및 의미의 변화, 동음어와 다의어의 존재 등을 들 수 있다. * 기호의 의미 기능 어휘소는 개념을 고정화하고 전달하는 기능을 갖는다. 우리는 감각 기관을 통해서 온갖 사물의 존재, 양태, 운행뿐만 아니라 자신의 감정에 대한 인식을 가지며 타인의 감정에 대해서도 추정과 이해를 하게 된다. 언어 기호로서의 어휘소는 개념을 확정하고 정밀화하는 기능을 갖는다. 개념을 어휘소로써 고정시켜 놓아 우리는 일차적으로 의지나 감정을 전달하게 되며, 다시 어휘소로써 정리되고 체계화된 개념을 발판으로 하여 유개념, 종개념과 같은 다양한 개념의 체계를 만들고, 개념의 추상화를 이룰 수 있게 된다. * 의미의 고정성과 불명확성 - 고정된 의미 가설 심리학자 티체노르의 견해로서 ‘소’(牛)에서처럼 모든 낱말에 고정된 정신적 영상이 있다고 주장하여 이후 심리학자들이 순간 촬영 사진과 점검표 이론으로써 고정된 의미 가설을 지지하였다. 순간 촬영 사진 가설의 경우, 어떤 낱말은 사진첩 속에서 특정한 사진을 상기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김승옥의 <무진기행>의 예와 같이, 서울에서 출발한 기차 같은 교통수단을 통해 목적지인 무진이라는 곳을 기억하듯 낱말을 통해 특정 사건이나 사물을 기억하는 것은 낱말의 의미가 순간 촬영 사진이 찍히는 것처럼 고정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수많은 영상을 어느 하나로 포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점검표 이론에서의 경우, 철학자들의 견해로써 어떤 낱말의 의미를 포착하기 위해 필요 충분 조건을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예로 정사각형을 ‘닫힌 도형일 것, 네 개의 변을 가질 것, 변의 길이 및 각이 동일할 것’이라고 하는 ‘기준 조건’ 또는 ‘기준 속성’을 갖추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이론은 각 낱말에 대해 필수적인 속성의 목록을 우리 마음 속에 지니고 있는데, 화자는 그 속성을 잠재의식적으로 점검하여 기준적 속성에 부합될 때 ‘정사각형’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 것이다. 그러나 한계점으로 지적하고 있는 점은 첫째, 어떤 속성이 목록에 들어가는지 결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독신 남자’에 내포하는 의미의 폭이 넓다. 둘째, 사물에 어떤 필수 조건도 찾기 어려울 때 점검표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셋째, 낱말이 고정되고 명확한 의미를 갖고 있더라도 몇몇 전문가들이 알 뿐이며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다는 것이다. - 불명확한 의미 가설 불명확한 가장자리 : 라보프가 학생들에게 그릇 모양의 그림을 보여주고 ‘컵’ ‘꽃병’ ‘주발’로 이름을 붙여 실험하였다. 이때 학생들은 손잡이가 없는 높다랗고 얇은 그릇을 꽃병으로, 낮고 평평한 것에는 주발이라는 의견의 일치를 보였다. 그러나 꽃병과 주발 사이의 그림을 보고 당황하고 <그림 1>과 같이 꽃병 모양과 주발 모양에 손잡이를 붙였을 경우에 서로 다른 경우를 보였다.  가족 닮음 증후군 : 이 증후군에서는 가족들 사이에 ‘체격, 용모, 눈 색깔, 걸음걸이, 기질’ 등 다양한 증후군을 지닌다. 비트겐슈타인은 이 원리를 ‘게임’에 빗대어 놓았는데, ‘보드게임, 카드 게임, 볼 게임, 올림픽 게임’ 등에서 전체적 유사성을 띠지만 모두 연결 짓는 요소 없이 ‘겹치고 교차하는 유사성의 복잡한 망’에 부딪치게 된다고 보았다. 낱말의 경우 고립되고 특별한 것이 아닌 가족 닮음 증후군과 공통점을 갖고 있다. * 의미의 원형 이론 사람들이 낱말을 사용할 때 더 원형적인 보기를 발견하고 낱말의 의미를 이해한다는 견해이다. 이를 통해 의미 이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여 줌으로써 낱말이 단순히 고정된 의미를 갖지도 않고 가질 수 없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로쉬는 200명 이상의 심리학도들에게 ‘새’ 가운데 더 새답고, ‘채소’ 가운데 더 채소다운 어떤 것을 검증하는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범주 명칭에 대해 더 원형적이라고 여기는지에 대한 실험을 수행했다.  첫째, ‘가구, 과일, 차, 무기, 식물, 목수의 연장, 새, 운동, 장난감, 의류’ 등 10개의 범주 밑에 50~60개 정도의 보기 목록을 통해 각 요소들이 그 범주에 얼마나 좋은 보기인지 7개의 점으로 된 척도에서 등급을 매기도록 하였다. 원형 이론의 문제점으로 첫째, 원형 이론을 구성하는 특성의 다양성이라는 점. 둘째, 원형의 특성 간에 우선순위를 매기는 일의 어려움. 셋째, 원형의 특성을 어디까지로 한정하는가의 어려움이다. 원형 이론의 유용성으로 첫째, 사람들이 비원형적인 범주를 어떻게 다루느냐 하는 것을 설명하는데 유용하다. 둘째, 원형 이론은 사람들이 손상된 보기를 어떻게 다루느냐를 설명해 줄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날개가 하나뿐이어서 날 수 없는 참새나 다리가 세 개인 호랑이는 비록 원형적인 새나 호랑이는 아니지만 여전히 새나 호랑이가 될 수 있는 까닭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셋째, 원형 이론은 언어 습득에 나타나는 과대 확장의 까닭을 밝혀준다. 그러므로 의미의 본질과 관련한 원형 이론은 의미의 저장과 이해의 신비를 밝혀주는 매우 설득력 있는 접근법으로 유용하다. 참고자료 임지룡(1992), 『국어의미론』, 탑출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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