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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학당 강의 공간
작성자 정병욱
작성일 개국630(2021)년 10월 11일 (월) 16:14  [신시(申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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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제378강 : 악장(樂章) (2)

국문악장은 각종 연회에서 주로 당악과 향악으로 불려진 노래의 우리말 가사로서 한문악장에 비하면 작품 수에 있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적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조선 건국과 더불어 일찍부터 창작되기 시작했고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와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과 같은 방대한 장편이 창작된 사실에 비추어본다면 비중은 결코 가볍지만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국문악장의 대표적 작품을 열거하면 아래의 표와 같습니다.

작품작가연대장수수록문헌
신도가정도전태조 때단연악장가사
신도형승곡하륜태종 14년(1414)8장가사부전(태종실록)
도인도송곡하륜태종 14년(1414)8장가사부전(태종실록)
유림가작자 미상세종 24년(1443) 이전6장악장가사
감군은작자 미상세종 24년(1443) 이전4장악장가사
용비어천가정인지 등세종 27년(1447)125장용비어천가
월인천강지곡세종세종 29년(1449)경580여장월인천강지곡
월인석보
불우헌가정극인성종 3년(1472)단연불우헌집

비록 예외가 있지만, 국문악장 역시 연장형식과 분절형식이 지배적인 구조화 원리로서 작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 형식이 크게 두 가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으므로 장르 형식의 과정을 살피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비교적 앞 시기의 작품인 <신도가><유림가><감군은>의 형식은 앞 시대의 장르인 고려속요의 형식과 일치합니다.

10장 이내의 연장형식(<신도가>는 단연 형식)은 물론, 일정한 수의 행을 기조로 하여 이에 후렴구(또는 낙구)를 덧붙이는 연 구성방식은 속요의 분절현상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화산별곡>과 같은 경기체가 형식을 취하는 이 시기의 작품들이 경기체가로서의 장르적 성격을 그대로 지키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으로, 속요의 형식을 수용하여 새로운 장르로 변용시켜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후기의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용비어천가>와 <월인천강지곡>에 오면서 또 다른 국면에 접어듭니다. 구조화의 원리를 같은 연장형식과 분절형식에 두면서도 속요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전혀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10장 이내의 연장형식이 여기에 이르러 100여 장을 훨씬 넘겨 장편화의 현상을 보입니다.

분절형식에 있어서도 뒷절이 후렴구나 낙구의 성격을 완전히 벗어나 앞절과 대등한 자격으로까지 상승합니다. 그리하여 각 3행의 앞 뒤 두 절이 대등한 자격으로까지 상승하기에 이릅니다. 그리하여 각 3행의 앞뒤 두 절이 대등한 자격으로 철저히 병치되는 형식을 취합니다. 악장은 비로소 그 자체의 독자적인 형식을 갖추게 됩니다. 형식의 예가 이러합니다.

狄人ㅅ 서리예 가샤/狄人이 외어늘/岐山 올샴도 하 디시니
野人ㅅ 서리예 가샤/野人이 외어늘/德源 올샴도 하 디시니
<용비어천가> 제4장

현토악장은 형식상 한문악장과 국문악장의 중간적 성격을 지니는 특이한 위치에 있는 악장입니다. 기존의 작품(한시)에 우리말로 토를 달아서 얼마든지 만들어 쓸 수 있으므로, 작품세계가 보이는 독자성보다 한시를 국문시가화하는 형태적 이행의 과정이 더욱 주목됩니다. 현토악장의 대표적 작품으로 아래의 표와 같습니다.

작품작가연대장수기조형식비고
문덕곡정도전태조 2년(1393)4장7언 6구분절형식(낙구)
납씨가정도전태조 2년(1393)4장5언 4구분절형식(낙구)
정동방곡정도전태조 2년(1393)5장3언 4구(6언 2구)분절형식(후렴구)
봉황음윤회세종 때단연7언분절형식(후렴구)
북전(신사)작자미상세종 때단연7언분절형식(후렴구)
경근곡예조세조 때9장5언 4구분절형식(낙구)

세종 때의 <봉황음>과 <북전>은 7언시로 꼭 맞아떨어지지 않음에 비춰 처음부터 현토악장으로 창작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종 이전 정도전의 <문덕곡><납씨가><정동방곡>은 원래 한문악장으로 창작되었던 것을 현토악장으로 바뀐 작품들입니다. 이로 볼 때 현토악장은 훈민정음의 창제와 더불어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두보의 7언절구인 <증화경>을 현토하여 1장으로 만든 <횡살문(橫殺門)>이나 고려시대부터 있었던 <관음찬(觀音讚)>이 현토화된 것도 이때부터라고 본다면, 훈민정음의 창제가 악장의 장르 형성에 끼친 영향은 대단히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덕곡><경근곡><횡살문> 같은 작품들은 원사를 현토악장으로 바꾸는 중요한 형식 변용의 원리를 전통적인 분절형식에 두어 주목을 끕니다.

4구나 6구로 된 원사에 낙구나 후렴구를 덧붙이는 방식에 의해 현토악장을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문덕곡>의 개언로(開言路) 장은 7언 6구체의 한문악장을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현토화시킵니다.


法宮有嚴深九重 法宮이 有嚴深九重니
一日萬機紛其叢 一日萬機 紛其叢샷다
君王要得民政通 君王이 要得民政通샤
大開言路達四聰 大開言路 達四聰시다
開言路臣所見 開言路 臣所見가
我后之德與舜同 我后之德이 與舜同샷다
아으 我后之德이 與舜同샷다
<태조실록> 권4 <악학궤범> 권5

물론 이러한 형식 변용은 음악적인 해명이 있어야 그 실상을 완전히 헤쳐낼 수 있습니다. 국문악장이나 일부의 한문악장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그 형식적 원리를 연장형식과 분절형식에 두고 있음으로써 추론해내는데 지장이 없습니다. 따라서 음악적 의미에서 조선 초기의 악장은 그 형식적 전통을 여러 갈래에 두고 있어 어느 하나로 묶어내는데 불가능하나, 국문시가의 장르로서는 어느 정도까지 묶어낼 수 있습니다.

* 장르 형성의 과정과 <용비어천가>

그러나 이를 근거로 이들 작품군의 형성 자체가 악장이 곧 장르로서의 성격을 굳힌 것으로 단정하기에 아직 미진한 문제들이 남아 있습니다. 그것은 주로 이들 형식적 전통의 맥이 고려속요에 너무 밀착되어 있다는 데서 제기되는 문제들입니다. 이들의 형식은 속요의 형식적인 틀을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에, 새로운 장르 형성에 합당할만한 통일성의 근거로 삼기에 미약합니다. 표현에 있어서의 장중함과 외경의 토운이 이를 보상할 수 있다더라도 장르로서의 독자성을 얻기에는 부족합니다. 결과적으로 악장이 장르로서의 성격을 확립되는 현상이라기보다 형성의 과정에 남아 있는 중간 성격의 현상입니다.

그러므로 이들 현상은 악장이 장르로서의 성격을 비교적 명확히 확립하게 되는 것이 <용비어천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악장의 장르 형성에 있어 <용비어천가>가 지는 작품적 위치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조선의 건국 초기부터 국문시가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일련의 통합과정이 최종적으로 완결된 귀착점이 바로 <용비어천가>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양상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살필 수 있습니다. 하나는 국문시가의 형식적 전통이 확산되는 일련의 과정이 <용비어천가>에서 완결되면서 하나의 새로운 형식을 완성해낸 점, 다른 하나는 악장으로서 장르의 성격이 <용비어천가>에 와서 비로소 통합되면서 비교적 구체성을 띤 모습으로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토악장에서 터놓은 한시를 국문시가로 끌어들일 수 있는 길을 더욱 적극적으로 발전시켜, 한문악장을 국문악장 쪽으로 통합시키는 데까지 이름으로써 얻어낸 결과입니다. <용비어천가>는 조선왕조의 창업을 이룩한 태조와 태종의 영웅적 행적과 덕성을 기리면서 왕조창업의 당위성을 드러내려는 서사시적 성격의 악장입니다.

비단 <용비어천가>에서 뿐만 아니라, 건국 초기부터 악장문학 전체에 이미 두루 나타나고 있습니다. 태조태종과 그 조상의 영웅상을 찬양하고 기리는 내용은 제향에 쓰이는 종묘악장들, 연향에 쓰이는 정도전의 <몽금척(夢金尺)><수보록(受寶)><납씨가(納氏歌)><정동방곡(靖東方曲)>, 하륜의 <수명명(受明命)><근천정(覲天庭)><보동방(保東方)>, 정인지 등의 <문명지곡(文明之曲)>과 <무열지곡(武烈之曲)>, 기타 많은 단편악장들에 번번히 다루어지고 있는 것들이며 다른 소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곧 한문악장을 국문악장으로 통합시키는 하나의 구체적인 증거가 됩니다.

이러한 통합으로 말미암아 중요한 변화로는 여러 단편악장들을 하나의 체계 속에 통합하여 장편화함으로써 일어나는 양식적 성격의 변화입니다. 이들이 지니고 있는 교술적 성격은 그대로 지속되고 있으나 단편악장으로서 보이던 서정적 경향은 <용비어천가>에 통합되면서 서사시적 성격 속에 포괄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용비어천가>의 구조가 장 단위로 완결되는 단시적 성격을 보임에 따라 여전히 서정시적 속성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여민락(與民樂)취풍형(醉亨)치화평(致和平)과 같이 부분적으로 떼어서 악곡화할 수 있는 구성상의 독립성을 용인하고 있는 등 단편악장적인 흔적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처럼 장르 형성과정이 <용비어천가>에 와서 완결된다는 사실은 악장의 장르적 특수성을 이해하는데, 대단히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독자적 형식의 완성과 서사시로서의 송도적 성격 구축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 악장이 도달한 최종적인 장르적 성격의 정립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용비어천가>에서 확보한 표현 논리를 <월인천강지곡>에 그대로 적용하여 장르의 정착과 확대를 꾀하고 있는 데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악장은 장르로서의 성격을 확고히 구축하는데 도달했으나 이를 정착발전시켜 일반화시키는데까지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악장은 어떤 의미에서 미완의 장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남아 있는 모든 악장 작품들은 장르로 확립된 후의 작품이라기보다는 장르로 형성되어 가는 과정에서 창작된 작품입니다. 그러한 최종 정점에 <용비어천가>와 <월인천강지곡>이 놓여 있는 것입니다.

참고자료

국문학편찬위원회, <국문학신강>, 새문사,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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