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학당(嶺南學堂)

ㆍ작성자	정제두
ㆍ작성일	개국628(2019)년 6월 24일 (월) 22:40 [해시(亥時):이경(二更)]
ㆍ문서분류	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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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제338강 : 서주(西周)의 쇠퇴

○ 서주의 쇠퇴

주 무왕(武王)이 상나라를 멸한 이래 천하를 호령하던 서주는 점차 쇠퇴의 길을 걷습니다. 1대 무왕부터 이어진 서주 왕조는 12대인 유왕(幽王) 때에 견융【犬戎, 서융(西戎)의 일족인 이민족. 현재의 산시성(陝西省) 부근에 살았음.】의 침략으로 망하게 됩니다.

이 중요한 역사적 변화는 진나라에 큰 기회가 됩니다. 사실은 오늘 진나라가 제후가 된 이야기를 바로 이어나가려고 하였는데, 그에 앞서 서주의 쇠퇴 과정에 대하여 강의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진의 성장과 서주의 쇠퇴는 궤를 같이하기 때문이니까요. 앞으로도 진의 주변국가에 대한 보충 설명이 있을 때마다 1회차 이상의 강의를 편성하여 진행할 예정입니다.

서주의 쇠퇴는 몇 대에 걸쳐 느리게 진행된 요소도 있었겠지만, 특히 마지막 세 임금인 10대 여왕(厲王), 11대 선왕(宣王), 12대 유왕(幽王)에게 그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주 여왕【시호가 여왕(厲王)일 뿐, 여왕(女王)이 아닙니다.】에 대하여 살펴봅시다.

주 여왕은 크게 두 가지의 잘못을 저질렀는데, 첫 번째는 백성들과 이익 다툼을 한 것이고 두 번째는 언론을 탄압한 것입니다. 원래 산림이나 강물 같은 것은 모든 사람들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인데 여왕은 이런 것들을 모두 국유화하여 함부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이런 정책은 특히 국인【國人, 서주와 춘추 시대에 수도에 살았던 사람을 통칭하는 말. 반대의 개념은 야인(野人)】들의 이권을 침탈했습니다. 국인은 도성에 거주하는 사람으로서 비교적 계급이 높았고 일정한 권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군에 입대하거나 관리가 되는 일도 가능했죠. 여왕의 강압적인 정책은 국인들의 불만을 샀고 점점 왕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여왕은 이들의 불만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히려 정보원들을 침투시켜 국인들을 감시하게 하였습니다. 자신의 욕을 하는 사람은 가차 없이 모두 처형해 버렸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국인들은 감히 말을 하지 못하고 만나도 눈빛만 교환했다고 합니다.

비방은 줄어들었지만, 여왕의 악명 때문인지 제후들은 조회에 참석하러 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왕은 신경 쓰지 않았으며 오히려 침묵하는 백성들을 보며 스스로 도취한 상태였습니다. 여왕은 자신과 친한 대신인 소공(召公)을 불러 “과인이 비방을 막으니 감히 말을 하지 못한다.” 하며 자랑했습니다. 소공은 이 말을 듣고는 “백성들의 입을 막는 것은 강을 막는 것보다 더 위험합니다.” 하며 충심으로 직언합니다. 하지만 여왕은 이를 듣지 않고 폭정을 계속하죠.

○ 공화(共和) 시대

마침내 기원전 841년, 여왕 즉위 3년째에 사건이 터집니다. 막힌 강물이 터져 나오듯 백성들이 들고일어나 왕을 습격한 것이죠. 여왕은 수도인 호경【鎬京, 지금의 산시성 시안(西安)】을 버리고 체【綩, 지금의 산시성 휘(綩)현】라는 곳으로 도망갑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못하고 그곳에서 죽습니다.

여왕이 쫓겨난 해부터 여왕의 아들인 선왕이 즉위할 때까지의 기간을 공화(共和) 시대라고 부릅니다. 그 기간은 기원전 841년부터 기원은 828년으로 이 기간에는 유력한 제후 두 사람이었던 소공과 주공(周公)이 함께 나라를 통치하였습니다. 다른 설로는 이 시기에 소공과 주공이 통치한 것이 아니고 공백 화(和)【共伯, 공(共)나라 백작 화(和)】 가 통치하였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오늘날 공화국(Republic)이라는 단어에서 ‘공화’라는 말의 어원이 바로 이 공화 시대에서 따온 것입니다. 이는 중국인들이 서양의 단어 ‘Republic’을 번역하면서 역사 속에서 잠시나마라도 왕이 통치하지 않았던 시기를 상고해서 만든 단어입니다.

결과적으로 주 천자는 국인들에 의해 수도 밖으로 쫓겨났고 도망갔던 곳에서 객사했습니다. 천자의 권위와 체면은 완전히 땅에 떨어지게 되었죠. 이는 서주 왕조가 쇠락하게 된 확실한 원인이었습니다. 사소한 이익을 탐하고 언로를 막았다가 망하는 결과는 역사 속 암군(暗君)들이 자주 겪었던 일입니다.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할 역사적 교훈이죠.

다음 시간에는 쇠퇴하던 서주를 아예 멸망으로 끌고 간 왕을 알아볼 것이며 그 이후 진(秦)이 어떻게 제후로 책봉될 수 있었는지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자료]
왕리췬(2013). 진시황 강의. 김영사

개국628년 6월 24일
영남학당 훈장 정제두

http://www.1392.org/bbs?laed31:630

김지수

628('19)-06-24 23:29

문서작성자 정제두님이 채택하신 글입니다
잘 보고 갑니다. 민국의 모습이나 역사 속의 모습과도 맞물린 모습들을 심심찮게 보게 됐습니다. 다 비슷비슷한..


정제두	이 땅에 여왕같은 지도자가 또다시 나타나서는 안되겠죠.	06/25 19:11

장지용

628('19)-06-25 20:35

하긴 Republic을 뜻하는 한자 표현은 청나라 말에 번역된 단어다보니 공화시대에서 그 유사성을 찾았나봅니다.
현대 중국 대륙의 국호에도 '(중화인민)공화국' 이라는 단어가 남아있기는 하죠. (실질적으로 공화국이라 부르기엔 민망하지만)

(다만 대만은 Republic of China를 '중화민국', 즉 '민국'으로 번역하는 것이 독특하네요.)


정제두	일단 共和 한자 자체가 글자의 뜻이 괜찮죠. 역사성도 있고 괜찮은 번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도 생각해보면 한글 공식 국호는 대한민국이니, 백성 민(民)자를 넣은 민국이라는 표현도 한자 문화권에서 쓸 수 있는 표현 같습니다.	06/25 21:13

김일식

628('19)-06-25 22:50

사소한 이익을 탐한 일, 언로를 막는 일 등의 결과는 불보듯 뻔하여 역사 속 암군(暗君)들이 자주 겪었던 일이었다는 ,
오늘날 공화국(Republic)이라는 단어에서 ‘공화’라는 말의 어원이 바로 이 공화 시대에서 따온 것이라는 교훈과 함께 중요한 시사를 깨우치는 강의 였습니다.


정제두	청강에 감사드립니다. 다음 강의도 알찬 내용으로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06/26 1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