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단어에 대한 이 같은 분석과 이해는 문법가들에서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의식하지 않을 뿐. 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구두닦이, 쌀장수’를 이와 같이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들 단어의 의미와 기능을 이해한다.

* 형태론의 정의

국어 단어에 대해 국어화자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지식은 분명히 우리의 언어능력의 일부이다. 언어능력의 규명을 목적으로 하는 언어학의 연구대상이 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지식, 곧 우리가 단어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을 주요 연구 대상으로 하는 언어학의 한 분야로 형태론이 있다.

형태론은 단어를 전제로 성립하나, 형태론 연구의 주요 대상은 단일한 단어가 아닌 복합적인 단어들, 곧 둘 이상의 부분으로 나뉘는 단어들이다. 그러나 복합적인 단어들만을 다룬다고 해서 무조건 형태론으로 단정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덮개’라는 단어가 있다. ‘덮개’라는 단어가 문장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단어 안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등 단어 그 자체를 하나의 단위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덮개’의 쓰임(기능)과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덮개’를 ‘덮’과 ‘-개’로 나눌 때에 비로소 형태소가 된다. 이렇듯 형태론은 단어 자체의 연구가 아닌 단어 내부에 대한 연구임과 더불어 단어의 내부 구조를 분석하여 단어에 대한 지식을 설명하는 언어학의 한 분야다.

한편 <한글맞춤법>에 따르면, ‘형태에 관한 것’이라는 단락을 통해 형태론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형태’는 바로 일정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문법 단위를 이르며, 문법 단위 가운데 최소의 단위를 형태소라고 정의하고 있다.

형태소는 단독으로 사용되는 자립형태소와 그렇지 못한 의존형태소로 나누기도 하며, 명사나 용언의 어근이나 어간과 같이 개념을 나타내는 어휘형태소(=실질형태소)와 조사나 접사, 용언의 어미 등과 같이 문법적인 관계를 나타내는 문법형태소(=형식형태소)로 구분하기도 한다.

체언은 문법상으로 변화되지 않는 말(=활용), 그리고 한 글월의 주어가 될 수 있는 말, 곧 명사대명사수사 등을 가리킨다. 다만 <한글맞춤법>에 사용된 체언이라는 말은 대체로 명사로 지칭하는 것이 특징이다. 조사는 주로 체언 뒤에 쓰여서 그 체언이 뒤에 오는 말과 같은 관계를 나타내는 단어이다.

이와 같이 조사는 대체로 의존해서 쓰이기 때문에 체언의 말음이나 조사의 두음 사이에는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러므로 여기서 그 관계를 맞춤법으로 규정한 것이다.

예) 떡이 떡을 떡에 떡도 떡만

손이 손을 손에 손도 손만

삶이 삶을 삶에 삶도 삶만

값이 값을 값에 값도 값만

체언에 조사를 어울려 쓸 경우에 체언과 조사를 구별하여 적는다는 말도 체언과 조사의 경계선을 분명하게 구별하여 적는다는 뜻이다. 이를테면 ‘떡이, 떡을, 떡에, 떡도, 떡만’을 ‘떠기, 떠글, 떠게, 떡도, 떡만’으로 적으면 체언과 조사 가운데 어느 편의 어형도 일정하게 보존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예시된 바와 같이 구별하여 적으면, 체언과 조사가 모두 일정한 형식으로 고정되어 표기되고, 문법적인 표기가 잘 되어 독서의 능률을 크게 높이게 된다.

어간과 어미는 ‘용언’에 대하여 쓰는 말로써 오늘날 문법상의 술어로는 ‘활용하는 말’을 뜻한다. 우리 국어의 용언으로는 동사형용사 들이 있고, 이들에 속하는 개개의 단어들을 음미해보면, 그 말이 여러 가지 형태로 활용할 때에 변화하는 부분이 있다.

이와 같이 어떠한 단어가 활용될 때에 변하는 부분을 변하지 않는 부분과 구분해서 어미라고 하고, 반대로 변하지 않는 부분을 어간이라고 한다.

예) 먹-다 앉-다

먹-고 앉-고

먹-어 앉-아

먹-으니 앉-으니

…… ……

위의 예들처럼 아무리 활용되어도 변하지 않는 부분인 ‘먹’과 ‘앉’은 어간의 예이고, 그 어간에 딸리어 활용되는 형태에 따라 변하는 부분인 ‘다, 고, 아/어, 으니, ……’ 들은 모두 어미이다. 그러므로 어간은 용언의 개념으로, 어미는 용언의 문법관계로 규정하고 있다. 큰 어간은 용언이 활용될 때에 변하지 않는 부분임과 동시 그 말의 실질적 관념, 곧 어떤 관념의 중추를 표시하는 부분이 된다. 다시 말하면 그 말뜻의 중심분자이다.

그리고 어미(활용부)라 하는 것은 언어의 형식 관념, 즉 어떤 관념의 직능(작용)을 표시하는 부분이다. 그리하여 그 말의 직능이 바뀔 때는 그 어미가 변하는 뜻이다. 아무리 그 말의 직능이 변하더라도 실질관념을 나타내는 어간이 변하지 않는 것이 우리말의 근본 성질이다. 이는 마치 사람이 생활할 때에 그 활동(작용)은 시시각각 변하지만, 그 사람의 본체는 조금도 변함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두 부분을 구별하여 적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들 수 있다,

(1) 실질 관념을 나타내는 어간은 언제든지 일정불변한 어형을 가졌으므로, 곧 말뜻을 파악할 수 있다.

(2) 동일한 직능을 표시하는 어미는 동일한 형식으로 통일되어, 어떠한 어간 밑에서든지 공통으로 쓰인다.

(3) 극히 소수의 변칙(불규칙) 용언을 제외하고는 모두 일목요연한 법칙에 통일되어, 문법을 정리하는데 지극히 편리하게 된다.

참고문헌

황화상(2013), 현대국어 형태론(개정판), 도서출판 지식과 교양.

이희승안병희한재영(2010), 증보 한글맞춤법 강의, 신구문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