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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학당 강의 공간
작성자 정병욱
작성일 개국630(2021)년 9월 27일 (월) 08:11  [진시(辰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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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제374강 : 속요 (2)

* 속요의 구조와 표현기교

고려속요는 전하는 작품에 비해 형식이 각양각색일 뿐만 아니라 내용이 다채롭다. 딱 잘라 분류하기 어렵지만, 대체로 그 형식에 따라 두어 부류로 갈라 볼 수 있다. 그 하나는 비교적 짧은 노래로 노랫말의 뜻이 일관된 통일성을 유지하는 것으로서, <사모곡><유구곡><귀호곡><상저가><정읍사><정과정><이상곡> 등이 여기에 속하고 다른 한 부류는 대체로 긴 연시로 매 연마다 후렴이 붙거나, 유사한 사설이 잡다하게 합성편집된 듯한 노래로 오늘날의 잡가처럼 얼마든지 길게 이어질 수 있는 노래와 원노래에 다른 사설이 첨가 부연되어서 무악이나 가극 구성의 필요에 따라 후대에 재편성된 것이 있다. 원노래의 모습에서 크게 변모한 것들인데 여기에 해당 되는 것으로 <청산별곡><서경별곡><쌍화점><만전춘별사><정석가><동동><처용가> 등이 있다.

우러라/우러라/새여
자고니러/우러라/새여
널라와/시름한/나도
자고니러/우니/노라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청산별곡> 제2연

정월(正月)ㅅ/나릿/므른
아으/어져녹져/논
누릿/가온/나곤
몸하/올로/널셔
아으 동동(動動)다리
<동동> 정월령
(메모 동동(動動) → 명령. 매월마다 시를 지을 것을 명령)

畸竪방해나/디히히얘
게우즌/바비나/지히얘
아바님/어마님/받고
히야해
남거시든/내 머고리
히야해 히야해
<상저가> 전문

가시리/가시리/잇고 나
리고/가시리/잇고 나
위 증즐가 대평성대(大平盛代)
날러는/엇디/살라고
리고/가시리/잇고 나
위 증즐가 대평성대(大平盛代)
<가시리> 전반부

삭삭기/셰몰애/별헤나
구은밤/닷되를/심고이다
그바미/우미도다/삭나거시아
유덕신님/여와/지이다
<정석가> 본사 제1연

서경(西京)이/셔울/마르는
닷곤/쇼셩경/고마른
여희므론/질삼뵈/리시고
괴시란/우러곰/좃니노이다
<서경별곡> 제1연

위 작품들에서는 연시이거나 비연시이건 상관없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대체로 유의어 4구로 한 노래(한 연)가 완성된다는 점, 둘째, 대체로 3음보 1행이라는 점, 셋째, 후렴구나 여음을 가졌다는 점이 그것이다.

현대의 민요 <아리랑>이나 <도라지타령>에 이르기까지 지속되는 우리 민요의 원형적 구조이다. 일반민요의 보편적 표현기교로서 흔히 반복과 병렬을 드는데 고려속요도 예외가 아니며, 특히 앞의 <가시리>나 <청산별곡>에서 보는 바와 같이 AABA형의 반복 구조가 유형화되어 가는 것도 발견할 수 있다. 고려속요의 바탕은 틀림없이 민요라는 심중을 굳힐 수 있는 사례이다.

몇 가지 이질적인 형식도 눈에 띄기도 하는데 <정과정><이상곡>에서는 10구체 향가의 자취가 보이고, <정읍사><사모곡>과 <만전춘>에서는 광의의 시조형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마전춘>의 경우, 그 전대에 볼 수 없었던 정연한 4음보 율격이 드러나 있어, 이런 노래의 분절 독립으로 시조형이 형성되었거나 그렇지 않고 이 노래가 이미 있었던 독립된 몇 노래를 편집재구성한 것으로 본다면, 초기의 시조형이 이미 이 시대에 있었다고 할 수 있어 일찍 주목받았다.

하 노피곰 도샤 머리곰 비취오시라
전(全)져재 녀러신고요 즌 드욜세라
어느이다 노코시라 내 가논 졈그셰라
<정읍사> 전문

호도 히언마 낟티 들리도 업나이다
아바님도 어이어신마 어마님티 괴시리 업셰라
아소 님하 어마님티 괴시리 업셰라
<사모곡> 전문

경경(耿耿) 고침상(孤枕上)애 어느 미 오리오
서창(西窓)을 여러니 도화(桃花)ㅣ 발(發)두다
도화 시름업서 소춘풍(笑春風)다
<만전춘> 제2연

향가 <처용가>를 부연하여 희곡형식으로 재구성한 속요 <처용가>는 매우 특이한 형식이다.

(메모 : 동동 북을 치는 소리로 추정, 만전춘 질서적인 정의(남녀상열지사), 쌍화점 - (욕하고도 바라는 것이다))

그 밖의 표현기교로서는 탁월한 비유법(은유)과 상징, 유음과 유성음이 모음과의 조화로 이루어진 유포니의 해조, 압운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동음의 교묘한 규칙적 배치가 자아내는 운율미 등으로 그 표현기교의 우수성이 일찍 지적되기도 했다.

* 속요의 주제와 시정

내 님믈 그리와 우니다니
산(山)졉동새 난 이슷요이다
아니시며 거츠르신 아으
잔월효성(殘月曉星)이 아시리이다
<정과정> 앞 4구

사월(四月) 아니 니저
아으 오실셔 곳고리 새여
므슴다 녹사(錄事) 니믄
浜#58480; 닛고신뎌
아으 동동다리
<동동> 4월령

고려속요의 가장 보편적인 내용은 임의 노래이다. 모든 노래의 시적 자아는 숭고한 임을 그리워하고, 임을 기다리며 원망하고, 체념하기도 하며, 님과 이별을 그리워하고 몸부림치며, 임과의 달콤한 밤을 환상으로 그리며, 영원한 임과의 화합을 최고의 행복으로 기구하고 있다.

이런 외설에 가까운 애정행각과 함께 도덕률(道德律)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인간의 진솔한 정감은 조선 초기에 옛 음악을 정리하던 유학자들에 의해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로 지탄받기도 한다.

남녀의 사랑은 범세계적인 민요의 전형적인 주제이지만 고려 궁중에서 이런 노래가 선택되고 많이 수용된 데에는 잦은 내우외환(內憂外患)에 시달린 나머지 몽골 복속 후에는 지도이념을 상실하여 거의 자포자기로서 퇴폐적인 향락에 젖어 있던 왕실과 관료층의 의식구조와 생활상을 반영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 전통시가의 의미에 나타나는 의식구조를 시간적으로는 과거지향적이고, 공간적으로는 피안(彼岸:저쪽) 지향적이며, 대상과의 관계에서는 합일보다는 단절성이 우세함을 알 수 있다. 이 단절감의 극복을 위한 갈등은 부정(否定)의 미학을 형성함으로써 시적 정서는 자연히 애수와 한과 체념을 띠게 되었다. 고려속요는 역대 시가 중에서 이런 전통성을 가정 짙게 간직한 갈래로서, 모든 시가의 원천이요 원형이라 할 수 있는 민요의 본질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참고자료

국문학편찬위원회, <국문학신강>, 새문사,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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