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신(戰神) 백기(白起)
백기는 진나라의 전설적인 명장입니다. 백기는 일생동안 70여 차례의 전투에서 단 한차례도 패배하지 않았던 상승불패의 장군이었습니다. 그가 전쟁에서 죽인 적군의 목숨 수는 무려 165만이라고 추정됩니다.
이렇게 많은 적군을 죽이게 된 것은 백기의 전술적 특징과 연관이 있습니다. 백기는 공성하여 땅을 얻는 것보다 적의 역량인 병력에 타격을 입히는 섬멸전에 능하였기 때문에, 승리할 때는 항상 적군의 상당수를 사살할 수 있는 방식의 싸움을 하였습니다.
소양왕 14년(기원전 294년)에 백기는 군대를 이끌고 이궐(伊闕)이라는 지역에서 한, 위 연합군 24만을 섬멸합니다.
소양왕 15년(기원전 292년)에 백기는 위나라를 공격하여 61개 성을 빼앗습니다.
소양왕 28년(기원전 279년)에 백기는 초나라를 공격하기 시작하여 여러 성을 빼앗았고, 소양왕 29년(기원전 278년)에는 초나라 수도 영도(郢都)를 함락시킵니다. 이 과정에서 35만의 초나라 군사가 섬멸됩니다. 이 공으로 백기는 무안군(武安君)에 봉해집니다.
소양왕 34년(기원전 273년)에 백기는 위나라를 공격하여 위, 조, 한의 연합군을 대파하고 13만 명의 목을 벤 뒤, 조나라 군사 2만 명은 황하에 수장시킵니다.
소양왕 43년(기원전 264년)에 백기는 한나라를 공격해 5만 명의 머리를 베었습니다.
○ 장평대전(長平大戰)
소양왕 47년(기원전 260년)에 진나라가 한나라를 공격하여 한나라는 영토가 양분되는 바람에 북쪽의 상당 지방이 고립되어 버립니다. 상당 태수는 진나라에 투항하느니 차라리 조나라에 투항하겠다고 하여 상당 지역을 통째로 조나라에 바쳐버립니다. 조나라는 그 땅을 냉큼 받아먹었고 필연적으로 진나라와의 전쟁으로 이어지게 되었죠.
“소양왕 47년(기원전 260년), 진나라가 한나라의 상당(上黨)을 공격하자 상당이 조나라에 투항했다. 이 때문에 진나라는 조나라를 공격했다. 조나라가 군대를 내서 진나라를 공격하니 서로 대치했다. 진나라는 무안군 백기를 보내 공격하여 장평(長平)에서 조나라를 대파했다. 40여만 명을 모두 죽였다.”
- 《사기(史記)》, 진본기(秦本紀)
처음에 조나라 군대를 지휘한 사람은 명장 염파(廉頗)였습니다. 염파는 노련한 노장군으로 경험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염파는 진나라 군대와 싸워주지 않고 목책을 세워 방어에만 집중했죠. 염파의 수비 전술에 진나라군은 점점 초조해지고 돌파구를 찾지 못하게 됩니다.
답답해진 진나라 재상 범저는 조나라 효성왕과 염파의 사이의 관계를 이간질 하려고 합니다. 조나라에 첩자를 보내 염파가 곧 투항하려 한다는 헛소문을 냅니다. 효성왕도 마침 염파가 지나치게 수비만 한다고 여겨 의심하고 있던 도중이어서 계략에 속아 염파를 해임하고 젊은 장군인 조괄(趙括)을 임명합니다.
조괄은 조나라 명장 조사(趙奢)의 아들로서 병법에 매우 밝아 조사도 못 당해낼 정도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조사는 아들이 장군감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전쟁은 목숨이 오고가는 중대사인데 너무 가볍게 여긴다고요. 조괄의 어머니도 이 사실을 기억해 조괄을 총사령관으로 임명하려는 효성왕을 말립니다. 하지만 효성왕은 조언을 듣지 않고 조괄을 임명해 버립니다.
장평대전에서 원래 진나라 군을 지휘했던 이는 백기가 아니라 왕흘(王齕)이라는 장군이었는데, 답답함을 느낀 진나라에서는 백기를 몰래 파견합니다. 조나라에서는 여전히 왕흘이 총사령관인 줄 알고 있었죠. 승리할 자신이 넘쳤던 조괄은 염파의 수비 전략을 파기하고 공세로 나섭니다. 백기는 이에 일부러 패퇴하는 전략으로 적을 유인하죠.
백기는 일부의 군사로 굳건히 지키면서 2만 5천의 병사를 후방으로 돌려 조나라 군의 퇴로를 차단한 뒤 조나라 군대를 포위해 버립니다.
조나라 군대는 40만이나 되었지만 지형적으로 매우 불리한 위치였고 빠져 나오려면 좁은 길로 나와야 했기 때문에 꼼짝없이 포위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백기는 공격을 명하지 않고 포위만 해 놓은 채 적군이 굶어죽거나 투항하기만을 기다립니다. 조괄은 필사의 각오로 포위를 뚫기 위해 선봉에 서지만 화살을 맞고 전사하고 맙니다. 꼼짝없이 굶어 죽게 된 조나라 군은 결국 진나라에 투항합니다.
백기는 장평대전에서 대승을 거두었지만 막상 적군이 투항해오자 고민에 빠집니다. 염파와의 대치가 수개월 동안 지속되었던 터라 군량이 얼마 남아 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40만 명을 먹여살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돌려 보낼 수도 없었죠. 백기는 결국 15세가 안된 병사 240명만 돌려보낸 뒤 나머지 병사들은 모두 갱살(坑殺)해 버립니다.
장평대전의 결과로 조나라가 받은 타격은 어마어마했습니다. 나라 안에 남자는 노인과 어린 아이만 남아 있었다고 전해질 정도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죠.
○ 백기의 최후
학살의 대가를 치르게 된 것인지 장평대전 이후 백기는 실각합니다. 진나라 승상 범저는 백기의 공이 매우 커 자신보다 높은 위치에 오를까봐 염려했습니다. 진나라는 장평대전의 승리에 힘입어 조나라 수도인 한단을 쳤다가 대패하는데 이때 백기는 참여하지 않습니다. 다시 군대 지휘를 맡으라는 왕명도 따르지 않죠. 백기는 좌천되었다가 결국 소양왕으로부터 자결하라는 명을 받고 자결하여 생을 마감합니다. 소양왕 50년(기원전 257년)의 일입니다.
백기는 중국 역사상 손꼽히는 명장이지만 후세의 평가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전쟁을 치르는 능력은 최고라고 평가 받았지만 적군을 섬멸하는 데 뛰어났던 것 때문에 악명을 얻게 되었죠. 장평대전에서 적군 포로 40만 명을 갱살한 사건은 결정적이었습니다. 백기는 그 결과로 후대로부터 살신(殺神), 인도【人屠, 인간 백정】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백기의 활약 덕분에 진나라의 천하 통일은 앞당길 수 있었습니다. 영토 확장과 더불어 섬멸전으로 병력에 큰 타격을 입힌 까닭에 진나라의 대세를 더욱 굳혀 나갈 수 있었죠.
소양왕 56년(기원전 251년)에 소양왕이 사망합니다. 그리고 어찌된 일인지 불과 4년 뒤에 소양왕의 증손자인 진시황이 즉위합니다. 어떻게 된 일이었을까요? 다음 시간에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자료]
왕리췬(2013). 진시황 강의. 김영사
위키문헌. 《사기(史記)》 - 진본기(秦本紀). [링크]
개국628년 9월 5일
영남학당 훈장 정제두 | 
정제두
[강의] 제351강 : 전쟁의 신 백기(白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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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용 
정제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