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학당(嶺南學堂)

ㆍ작성자	정제두
ㆍ작성일	개국628(2019)년 9월 2일 (월) 22:06 [해시(亥時):이경(二更)]
ㆍ문서분류	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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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제350강 : 원교근공

○ 위나라 출신 인재 범저

효공에게 상앙, 혜문왕에게 장의가 있었다면 소양왕에게는 범저(范雎)가 있었습니다. 범저 역시 상앙처럼 위나라 출신의 인물입니다. 이쯤 되면 위나라는 도대체 뭐하는 나라인지 모르겠습니다. 뛰어난 인재는 모두 진나라에 빼앗겨버리니 말입니다.

범저 역시 뛰어난 재능이 있었으나 위나라에서 빛을 보지 못한 채 위나라의 중대부인 수가(須賈)의 수행원으로 있었습니다. 어느 날 수가는 제나라에 사신으로 가면서 범저를 데리고 갔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범저는 제나라 양왕(襄王)으로부터 두둑한 선물을 받게 됩니다. 제나라에서 범저의 능력을 알아보고 포섭하려 한 것이죠.

문제는 정작 주인인 수가는 제나라 왕의 얼굴조차 보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제나라에서 범저에게 선물을 주었다는 일을 알게되자 몹시 화가 났죠. 위나라로 돌아온 수가는 범저가 적과 내통하였다고 모함합니다. 위나라 재상인 위제(魏齊)는 범저에게 곤장을 때리도록 합니다.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정말 죽이겠다는 의도로 때리죠. 죽음의 위기를 느낀 범저는 때려도 신음을 참고 죽은 척을 합니다.

위제는 범저를 멍석에 말아 측간에 버려두고 사람들을 시켜 시체에 소변을 누라고 시킵니다. 시체인줄 알았던 범저는 아직 살아있었습니다. 온갖 수모를 견딘 뒤 범저는 간수에게 살려달라고 사정합니다. 간수는 범저를 불쌍히 여겨 도망갈 수 있도록 도와주죠. 그리고 친구 정안평(鄭安平)의 도움으로 간신히 진나라로 도망가는 데 성공합니다. 범저는 이후 진나라 관리 왕계(王稽)라는 사람의 식객이 됩니다. 왕계는 범저가 인재임을 알아보고 소양왕에게 추천하지만 소양왕은 처음에는 범저에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나게 되었을까요?

○ 범저가 진나라 재상이 되고 원교근공책을 쓰다.

이 무렵까지도 양후 위염(魏冉)의 위세는 대단했습니다. 위염은 단순히 외척이어서 그 자리에 오른 것이 아니라 군공이 상당하였던 유능한 인물이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소양왕을 옹립한 인물이기도 하며 명장 백기(白起)를 천거해 수차례 6국을 격파하게 한 공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무렵에는 사리사욕을 챙기는 데 더 집중하였는지 위염은 뜬금없는 제안을 합니다. 위염은 진나라 국경 밖 멀리 떨어져 있는 제나라의 도【陶, 지금의 산둥성 딩타오】라는 곳에 자신의 봉토가 있었는데 이 땅을 넓힐 심산으로 제나라를 치자는 건의를 하였던 것이죠.

이때 범저가 나서서 위염을 비판하는 상소를 올리죠. 소양왕은 크게 관심을 보여 범저를 부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범저는 소양왕과의 첫 대면에서 공경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습니다. 소양왕을 호종하는 병사가 왜 대왕에게 예를 갖추지 않느냐고 묻자 범저는 대답하죠.

“진나라에 어디 대왕이 있다는 말인가? 진나라에는 태후와 양후 외에는 없지 않은가?”

소양왕에게 들으라고 한 말입니다. 소양왕은 주위를 물리고 범저에게 차분히 묻습니다. 고견이 있으면 조언을 해달라고요. 범저는 처음에 주저하는 척을 합니다. 소양왕이 무슨 말을 해도 괜찮으니 말하라고 하죠. 범저는 그제야 조심스럽게 진언을 올립니다.

범저는 진나라가 6국을 공격하는 일은 사냥개가 토끼를 쫓는 것처럼 쉬운 일인데 지금 양후가 그것을 방해하고 있다고 합니다. 천하 통일을 위해서는 가까운 나라를 공격하여 차근차근 영토를 넓혀야지 먼 나라를 치면 영토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하죠. 양후가 제나라를 치자는 것은 사리사욕을 위한 것일 뿐 진나라에는 도움이 안 된다고 말입니다.

범저가 말한 진언의 핵심은 바로 원교근공(遠交近攻)입니다. 먼 나라와 교류하고 가까운 나라를 친다는 것이죠. 연횡책에서 한 발 더 발전한 전략입니다. 이제 진나라는 가까운 나라와 연횡하여 맹약을 맺을 필요가 없으며 차근차근 공격하여 영토를 넓혀 나가면 된다는 것입니다.

범저의 말을 들은 소양왕은 즉시 태후의 권력을 빼앗습니다. 양후와 화양군, 고릉군, 경양군도 각각 도성을 떠나 봉지로 돌아가게 합니다. 그리고 범저는 진나라의 승상이 됩니다. 권력을 쥐게 된 범저는 개인적인 원한도 끝내 갚았습니다. 위나라에서 범저를 괴롭혔던 수가는 진나라에 사신으로 왔다가 호된 모욕을 겪고 쫓겨납니다. 그리고 위나라 재상 위제의 목을 바치지 않으면 위나라 수도 대량으로 진격하겠다고 협박하죠. 그러자 위제는 도망자의 처지가 되어 끝내 자결하고 맙니다.

범저의 원교근공 전략은 진나라의 천하 통일을 더욱 앞당기는 결과를 가져왔죠. 다음 시간에는 소양왕 시대의 명장 백기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자료]
왕리췬(2013). 진시황 강의. 김영사
위키문헌. 《사기(史記)》 - 진본기(秦本紀). [링크]

개국628년 9월 2일
영남학당 훈장 정제두

http://www.1392.org/bbs?laed31:642

김일식

628('19)-09-03 20:30

"""천하 통일을 위해서는 가까운 나라를 공격하여 차근차근 영토를 넓혀야지 먼 나라를 치면 영토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양후가 제나라를 치자는 것은 사리사욕을 위한 것일 뿐""""""

범저가 말한 진언의 핵심은 바로 원교근공(遠交近攻)입니다. 먼 나라와 교류하고 가까운 나라를 친다는 것이죠. 연횡책에서 한 발 더 발전한 전략입니다. 이제 진나라는 가까운 나라와 연횡하여 맹약을 맺을 필요가 없으며 차근차근 공격하여 영토를 넓혀 나가면 된다는 것입니다.
~~~천리길도 한걸음{{원교근공(遠交近攻)}}부터라는 속담이 생각 나게 합니다.


정제두	네, 뭐든지 차근차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09/05 21:06

장지용

628('19)-09-05 08:29

이제 천하통일로 가는 또 다른 길이 열린 셈이네요. 그만큼 진(秦)의 국력도 강해졌다는 의미이고요.


정제두	혜문왕 때에 촉땅을 얻은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봅니다.	09/05 2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