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왕, 즉위 4년만에 급사하다.
혜문왕의 아들로서 왕으로 즉위한 무왕【武王, 기원전 311년 - 기원전 307년 재위】은 재위 기간이 4년으로 짧아서 별다른 업적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무왕은 주나라 왕실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어 하였습니다.
무왕은 주나라 수도인 낙양(洛陽)으로 가는 길을 뚫기 위해 전쟁을 일으켜 승리를 거둡니다. 이에 무왕은 낙양으로 입성하여 주나라 왕실 보물인 구정(九鼎)을 마주하게 되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죠. 평소 힘이 세기로 유명했던 무왕이 갑자기 무거운 구정을 드는 내기를 하였다가 사망하게 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무왕 4년(기원전 307년), 의양을 점령하고 6만 명의 머리를 베었다. 황하를 건너 무수(武遂)에 성을 쌓았다. 위나라 태자가 와서 조회했다. 무왕은 힘이 세어 힘겨루기를 좋아하여 역사(力士) 임비(任鄙), 오획(烏獲), 맹열(孟說)이 모두 큰 자리에 올랐다. 무왕이 맹열과 세발솥 정(鼎)을 들다가 정강이뼈가 부러졌다. 8월, 무왕이 죽자 맹열은 멸족당했다. 무왕은 위나라 여자를 왕후로 삼았지만 아들이 없었다.”
- 《사기(史記)》, 진본기(秦本紀)
○ 소양왕의 즉위
무왕이 차력쇼를 하다가 사망하자 진나라 왕실은 혼란에 빠집니다. 무왕은 후사가 없었기 때문에 그 동생들 중에서 왕위를 이어야 하는 상황이었죠. 결국 왕위는 이복동생이었던 영직(嬴稷)이 물려받습니다. 그가 바로 진나라 소양왕【昭壤王, 기원전 306년 ~ 기원전 251년】입니다. 소양왕의 재위기간은 무려 56년입니다. 그리고 그는 진시황의 증조할아버지입니다.
무왕이 사망할 당시 영직은 연나라에 인질로 가 있던 상태였습니다. 연횡책을 위해 왕자 신분으로서 희생을 한 것이었죠. 그런데 이때 진나라에는 영직의 외삼촌인 위염(魏冉)이 대권을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영직은 인질의 신분에서 벗어나 왕으로 즉위할 수 있었습니다.
“무왕의 이복동생이 즉위하니 이가 소양왕(昭襄王)이다. 소양왕의 어머니는 초나라 사람으로, 성은 미씨(羋氏)이며 선태후(宣太后)라고 불렀다. 무왕이 죽을 당시 소양왕은 연나라에 인질로 있었는데 연나라 사람이 돌려보내 즉위했다. ”
- 《사기(史記)》, 진본기(秦本紀)
무왕이 후사가 없이 급사하고 이복동생인 소양왕이 즉위한 뒤 진나라 왕실은 권력 다툼으로 인한 혼란을 겪습니다. 하지만 모두 진압되고 결국 미씨 남매가 대권을 장악합니다. 미씨는 선태후가 되고 위염【선태후, 미융과 위염은 어머니가 같고 아버지가 다름】은 양후(穰侯), 그리고 미씨의 다른 동생인 미융은 화양군(華陽君)으로 봉해졌습니다.
“소양왕 2년(기원전 305년), 서장 영장(嬴壯)과 대신, 제후, 공자 등이 반역하자 모두 죽였다. 함께 얽힌 혜문후(惠文后)도 모두 좋게 죽지 못했다. 죽은 무왕(武王)의 왕후는 위나라로 돌아갔다.”
- 《사기(史記)》, 진본기(秦本紀)
○ 중국사 최초의 여성 권력자 선태후
혜문왕의 왕후【무왕의 어머니】와 무왕의 왕후가 모두 축출되자 진나라에는 더 이상 미씨 남매를 막을 사람이 없었습니다.
선태후는 초나라 출신의 여인으로 성은 미씨인데, 초나라 왕족의 성이 미씨였으므로 그녀가 초나라 왕족 출신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선태후는 진나라로 건너와 팔자【八子, 진나라 후궁의 계급 중 하나】에 봉해졌고 혜문왕과의 사이에서 아들 영직을 낳았습니다.
아들인 영직이 왕위에 오르자 미씨는 선태후의 자리에 올라 권력을 한 손에 움켜쥐었습니다. 선태후는 선왕의 부인이자 임금의 모후 신분이었지만 사생활에 거리낌이 없었던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선태후에게는 고릉군(高陵君) 영불(嬴市)과 경양군(涇陽君) 영회(嬴悝)라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이들의 아버지는 누구인지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어쨌든 혜문왕은 아닙니다. 소양왕의 동생들 이지만 아버지가 다르죠. 또 진나라 북쪽에 있는 의거(義渠)라는 부족의 왕과 사통하여 또 두 아들을 낳습니다. 그런데 나중에는 의거를 완전히 멸망시켜 버리기 위해 의거왕을 유인하여 살해해 버립니다. 그리고 말년에는 위추부(魏醜夫)라는 남자와 사통하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당시의 성관념이 생각보다 개방적이었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태후로서 이토록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은 선태후의 권력이 그만큼 대단하였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습니다. 선태후와 외척들이 권력을 쥐고 있는 동안에도 진나라의 국력은 건재했습니다. 선태후는 자신과 사통하여 사이에서 두 아들을 두었던 의거왕을 한순간에 냉정하게 살해해 버릴 정도로 무서운 여인이었습니다. 국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혹함이 있었죠. 주변 나라에게 사기, 협박, 무력 등의 양아치 같은 수법을 써도 아무 탈이 없을 만큼 진나라는 이미 강해져 있었습니다.
선태후는 소양왕 42년(기원전 265년)에 사망합니다. 소양왕은 선태후가 사망하기 몇 년 전이 되어서야 온전히 국왕의 권력을 찾게 됩니다. 소양왕이 권력을 찾도록 도운 사람은 누구였을까요? 다음 시간에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자료]
왕리췬(2013). 진시황 강의. 김영사
위키문헌. 《사기(史記)》 - 진본기(秦本紀). [링크]
개국628년 8월 29일
영남학당 훈장 정제두 | 
[강의] 제349강 : 소양왕의 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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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용 
정제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