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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학당 강의 공간
작성자 박세당
작성일 개국628(2019)년 2월 9일 (토) 22:08  [해시(亥時):이경(二更)]
문서분류 강당
ㆍ추천: 0  ㆍ열람: 164      
[강의] 제406강 : 흥부가(21)
안녕하십니까? 정석학당 훈장 박세당입니다.

오늘은 놀부가 제비의 다리를 부러뜨리고, 강남에 갔던 제비가 안 좋은 박씨를 물어오는 대목을 해설하여 드리겠습니다.

벼룻집 같은 궤를, 고운 비단보에 싸서, 제 손수 옆에 끼고 제 집으로 급히 가서 문 안에 들어서며, 종 불러 하는 말이,

 

"짚 다섯 묶음 급히 눅여, 돈꿰미 일천 발을, 어서어서 꼬아 오라."

 

안으로 들어가서, 제 계집께 자랑하여,

 

"여보소 흥보놈이, 참 부자가 되었거든. 그놈의 재산 밑천, 내가 여기 뺏어 왔네."

 

비단보를 풀어 놓으며,

 

"이것은 불에 타면, 더 고운 것이로세."

 

돈궤를 내놓으며,

 

"이것은 돈이 생겨, 비워 내면 또 생기지."

 

궤 문을 열어 놓으니, 돈은 얼마 없고, 몸뚱이는 옛날 돈을 꿴 듯 구부려 누운 길이, 넉냥 아홉 돈만한 샛누런 구렁이가, 고개를 꼿꼿이 들고, 긴 혀를 널름널름. 놀부 부부가 크게 놀라, 궤 문을 급히 닫고, 늙은 종을 바삐 불러,

 

"이것을 갖다가, 문 열어 보지 말고, 짚불에 바로 태워라."

 

놀보 계집이 말려,

 

"애고, 그것 태우지 맙쇼. 이제 그런 흉한 것들, 돈 나는 궤 주었다고 으스대면 어쩌게. 구렁이 쌌던 보를, 두어서 무엇 하게. 그 보로 도로 싸서, 빨리 돌려보내소."

 

놀보가 추어,

 

"자네 말이 똑 옳으네."

 

심부름꾼 불러다가 흥보 집에 돌려 보내, 흥보가 받아 열고 보니, 구렁이는 웬 구렁이, 돈이 하나 가득하지. 제 복이 아니면은, 할 수 없는 법이었다.

 

욕심 없는 놀보 놈이, 제비를 청하기로, 차비를 장만할 때, 이런 야단이 없구나. 신 잘 삼는 사람들을, 십여 명 골라다가, 삼시세끼와 술담배를, 착실히 대접하고, 소 기르는 외양간에, 신 삼을 찰벼 짚을, 여남은 짐 내어놓고, 제비집 수백 짐을, 밤낮으로 걸어 내어, 안채 사랑 행랑이며, 곳간 사당 뒷간채에, 앞되 처마 다 걸어놓고, 제 대가리 상투 밑에까지 걸으려고, 앞뒤로 갈라 꽂고, 제비 몰러 나갈 적에, 서리 맞은 잎이 봄꽃보다 더 붉다고 가을 산 돌길에 올라가고, 찬바람 불어오는 눈 내리는 겨울에, 전국의 산천을 다찾아도, 제비 소식 알 수 없다.

 

놀보가 제비에, 상사병이 달려들어, 길짐승 중에는 족제비를 사랑하고, 자리는 모제비(모퉁이)에만 앉고, 음식은 수제비만 하여 먹고, 행동은 간제비(간사한 사람) 짓을 하고, 화가 나면 목제비(목을 부러뜨림)를 하는구나. 그렇게 겨울이 지나가, 정월 이월 삼월 된, 강남에서 오는 제비, 각 집을 날아들 때, 신수가 불길한 제비 한 쌍이, 놀보 집에 들어 가니, 놀보가 제비 보고, 집짓기 힘들다며 제가 손수 흙을 이겨, 메주 덩이만씩 뭉쳐, 처마 안에 집을 짓고, 검불을 많이 긁어, 소 외양간 짚 깔 듯이, 담뿍 넣어 주었더니, 미친 제비 아니면은, 게다 알을 낳겄느냐.

 

집을 잘못 찾아 들어갔기로, 알 여섯을 낳았더니, 마음 바쁜 놀보놈이, 아침 점심 저녁 계속해서 만져 보아, 다섯은 곯고 하나 까서, 날기 공부 익힐 적에, 이 흉한 놀보 생각에, 구렁이가 먹으렬 때, 쫓았으면 저리 될까. 축문 지어 제사하되, 구렁이가 아니 와, 대발 틈에 다리를 부러뜨리면, 제가 동여 살려 줄까, 밤낮으로 빌되, 떨어지지도 아니하여, 날기 공부하느라고,제 집가에 발 붙이고, 날개를 발발 떨면, 놀보 놈이 밑에 앉아,

 

"떨어지소 떨어지소" 두손 싹싹 비비어도, 계속 아니 떨어지니, 그렁저렁 점점 커서, 날아가게 되었구나.

 

놀보가 바라던 일을 그르쳤으니, 혼자 다리 부러지기 기다리면, 놓치기가 뻔하니, 울려 놓고 달래리라, 제비 집에 손을 넣어, 제비 새끼 집어내어, 그 약한 두 다리를, 무릎에 대고 자끈 꺾어, 마룻바닥에 선뜻 놓고, 천연히 모르는 채, 뒷짐 지고 걸으면서, 목소리를 크게 내여, 풍월을 읊는구나.

 

"벽산에 뜬 달은 도읍을 허허로이 비추고, 오래된 나무는 모두 창오산 구름 속에 있다더라."

 

앞으로 돌아서며, 제비 새끼 얼른 보고, 마른침을 꿀떡 삼키며, 제 계집을 급히 불러,

 

"여보소 아이 어멈. 내가 아까 글 읊느라, 미처 보지 못했더니, 제비 새끼가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으니, 어찌 아니 불쌍한가. 어서 감아 살려 주세."

 

저 몹쓸 놀보 놈이, 제비 다리 감으렬 제, 흥보보다 더하려고, 큰 민어 껍질을 벗겨, 세 겹을 거듭 싸고, 당사실은 가늘다고, 당사실 여덟 가락으로, 단단히 동인 후에, 제 집에 도로 넣고, 행여나 바람 불까, 섶 두껍고 큰 누더기를, 서너 겹 둘렀더니, 놀보 망칠 제비여든, 죽을리가 있겄느냐. 십여 일이 지났더니, 부러진 다리가 다시 붙어, 이리저리 날면서 오가더니, 가을날에 떠나갈 때를 알아차려, 강남으로 들어갈 제, 놀보가 부탁하여,

 

"여봐라 제비야. 똑 죽을 네 목숨을, 내 재주로 살렸으니, 아무리 짐승인들, 살려준 덕을 잊겠느냐. 흥보 은혜 갚은 제비, 세 통 박씨를 주었으니, 너는 갑절 더 보태어, 여섯 통 열 박씨를, 부디 쉬이 물고 오라. 삼월까지 있지 말고, 간 즉시 구해서, 정월 이전에 당도하면, 기다리기 괴롭잖고, 오죽 좋겄느냐.”

 




이상입니다.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면 언제나 댓글로 적어주시기 바랍니다.

개국628년 02월 09일
정석학당 훈장 박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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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지수
628('19)-02-09 22:34
잘 보고 갑니다. 생각을 말아야지.. 잔인한..
박세당 수강 감사드립니다~! 2/9 22:35
   
[2] 김일식
628('19)-02-10 19:57
놀부 성격만 안 좋은게 아니라 못된 짓 골라 하며 급하기까지,,,,제비한테 독촉 하는 짓보소!~
박세당 감사합니다ㅎㅎ 2/10 20:57
   
[3] 장지용
628('19)-02-11 23:35
현대 마케팅에서도 노골적으로 이익을 바란다는 티가 나면 브랜딩이 잘 안 되서 매출이 안 오르는 것과 비슷합니다.
박세당 그렇습니다. 좋은 비유 감사합니다. 2/12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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