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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학당 강의 공간
작성자 박세당
작성일 개국628(2019)년 1월 9일 (수) 17:41  [유시(酉時)]
문서분류 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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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제404강 : 흥부가(19)
안녕하십니까? 정석학당 훈장 박세당입니다.

오늘은 박 속에서 양귀비가 나오고 놀부가 흥부를 찾아오는 대목을 해설하여 드리겠습니다.

부득이하게 원문을 올리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게시글 용량이 초과되어 글이 등록되지 않는 관계로 오늘은 생략하오니 수강생 여러분의 너그러운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슬슬 탁 타 놓으니, 천만에 뜻밖에, 미인 하나 사랑스럽도록 아름다운 태도로 나오는데, 구름 같은 머리털로, 쪽머리를 곱게 하여, 한 쌍의 용을 새긴 호박 비녀, 느직하게 질렀으며, 매미머리 나비눈썹, 물결 같은 고운 눈동자, 흑백이 분명하고, 연지뺨 앵도 입술에, 박씨같이 고운 잇속, 꽃이삭 같은 두 손길, 가는버들 같이 가는 허리, 얼굴을 단장하고 비단옷을 곱게 차렸으며, 오이씨같이 고운 발씨, 발걸음마다 연꽃이 피어나듯이 걸어나오니, 해당화 조으는 듯, 모란화 말하는 듯. 옥을 깨뜨리듯이 아름다운 목소리로 묻는 말이,

 

"흥보 씨 댁이요?"

 

흥보가 깜짝 놀라,

 

"하 괴이하여, 당찮은 세간, 그리 많이 나올 적에, 수없이 의심하였더니, 임자 아씨 오셨구나."

 

납작 엎드려 절을 하며,

 

"박 좁은 박통 속에, 평안히 오시니까. 이 세간 임자의 것이라면, 모두 가져가십시오. 쌀 서 말 여덟 되와 돈 넉 냥 아홉 돈은, 한끼 잘 차려 먹었고, 몸에 감던 비단가지 도로 풀어 놓았으니, 한 가지 것 속였으면, 벗긴 쇠자식이요."

 

그 여인이 대답하되,

 

"놀라지 마옵시고, 내 말씀 들으시오. 당 명황 천보간, 회모일소백미생, 육궁분대무안색하던, 양귀비를 모르시오. 어양비고동지래라, 서촉으로 가옵다가, 완전아미마전사라, 마외역에 죽은 향혼, 천하를 떠돌며, 임자를 구하더니, 제비 편에 듣자온즉, 흥보 씨의 착한 일을 행해서, 부자가 되었다니, 천자 서방 나는 싫소. 황제의 군사라도 불러들일 수 없고 강남 제비 덕에 재물 많게 된 부자의 첩이 되어, 봄에는 봄놀이, 밤에는 밤놀이 하며 끝없이 즐겁게 살아 보세."

 

흥보가 제 아내의 소뿔같은 발톱과 검붉은 다리만 보았다가, 이런 일색을 보아 놓으니, 오죽 좋겄느냐. 손목을 덤벅 쥐다, 깜짝 놀라 탁 놓으며,

 

"어디 그것 다루겠냐, 살이 아니고 우무로다. 저런 것 한창 좋을 때, 잔뜩 안고 채겼으면, 뭉크러질 텐데 어찌할까."

 

서로 보며 농탕치니, 흥보의 마누라가, 좋은 보물 나올 줄로, 소리까지 메긴 것이, 못 볼 꼴을 보았구나. 부정 탄 손님같이, 불시에 틀리는데, 손가락을 입에 넣고, 고개를 외로 틀고, 뒤로 돌아앉으면서,

 

"저것들 지랄하지. 박통 속에서 나온 세간 누구 것인 줄 채 모르고, 양귀비와 농탕 치네. 당 현종은 천자로되, 양귀비에게 정신 놓아, 나라가 망했다는데, 박통 세간 무엇이냐. 나는 열 끼 곧 굶는다 해도 저 꼴은 못 보겠다. 나는 지금 곧 나가니, 양귀비와 잘 살아라."

 

흥보가 가난하여, 계집 손에 얻어먹어, 가장 값을 못 했으니, 호령이나 할 수 있나. 곧 빌어,

 

"여보소 아기 어멈. 이것이 웬일인가. 자네 방에 열흘 자면, 첩의 방에 하루 자지. 그렇다고 양귀비가 나 같은 사람 보려 하고, 만리타국에 나왔으니, 도로 쫓아 보내겄나."

 

처첩하고 수작할 때, 박통 속 우근우근, 무수한 사람들이 꾸역꾸역 나오는데, 남녀 종이 백여 명, 석수 목수 와수 토수, 각색장인 수백 명이, 각각 연장 짊어지고, 돌과 나무 기와들을, 수레에 싣고 썰매에 싣고, 소에 싣고 말에 싣고, 지게도 지고 더미로 메고, 줄로 끌며 지레로 밀며, 방아타령 산타령, 굿 치며 나오는데, 이런 야단이 있느냐.

 

마른담배 서너너덧 참, 뚝딱뚝딱 서둘더니, 기와집 수천 칸을, 골짜기 가득하게, 눈 깜짝할 새에 지어놓고, 참으로 이상하여, 벽 붙인 그 진흙을, 어느새에 다 말리어, 도배까지 하였구나. 원채에 본처 두고, 별당에 양귀비요. 안팎사랑 십여 채며, 사방 행랑의 노비가 있고 사랑 사랑 굽어보면, 손님들이 꽉 차 있고, 멋진 대나무가 가득하며, 시를 지으며 놀고, 곳간마다 열고 보면, 전곡이 가득가득, 남은 곡식은 쌓아놓고, 흥보는 심심하면, 양귀비 데리고서, 후원의 화초구경, 옥난간 위 밝은 달에, 둘이 마주 비껴 앉아, 예상우의곡을, 한가히 의논하니, 이러한 신선이, 어디에 있겠느냐. 흥보가, 졸부되었다는 말이, 사방에 퍼지니, 놀보가 듣고 생각하여,

 

'그것 모두 뺏어다가, 부익부를 하면 좋되, 이놈이 잘 안 주면, 어떻게 이 죄를 처단할꼬. 만일 아니 주걸랑, 흥보가 부자로서, 제 형을 박대한다고, 몹쓸 아전 뒤를 대어, 감영을 염탐하고, 불량배 단속하는 사람에게 돈 백 먹여, 시골에 통문을 보내고, 도회지에까지 부치면, 이놈의 살림살이, 단참에 떨어 엎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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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박세당
628('19)-01-09 17:42
* 굵게 표시한 부분을 해설하여 드리겠습니다.

1. 당 명황 천보간 : 당 명황은 곧 현종황제를 일컫는 말입니다. 보통 현종명황제라고 하지요. 천보는 그의 연호입니다.

2. 회모일소백미생, 육궁분대무안색 : 장한가(長恨歌)라는 노래가 있는데, 이 노래는 현종황제와 양귀비의 사랑을 주제로 하는 것입니다. 그 중 한 구절입니다. ‘눈동자를 굴리고 한 번 웃으면서 온갖 애교를 부리고, 궁 안에 단장한 모든 여자들이 차마 얼굴을 들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즉, 단장을 한 그 누구보다도 양귀비가 더 아름다웠다는 뜻이겠지요.

3. 어양비고동지래라, 서촉으로 가옵다가, 완전아미마전사라, 마외역에 죽은 향혼 : 어양비고동지래는 ‘어양 땅의 전쟁터에서 치는 북 소리로 땅이 뒤흔들리니’라는 뜻이고, 완전아미마전사는 ‘아름다운 여인이 아미산의 말 앞에서 죽었네’라는 뜻입니다. 당나라의 안록산이라는 사람이 난을 일으켜, 현종과 양귀비는 서쪽으로 피신하였는데 지친 병사들의 압력으로 인해서 마외역이라는 곳에서 양귀비와 일족들은 모두 살해되었습니다.

4. 예상우의곡을, 한가히 의논하니 : 예상우의곡 [霓裳羽衣曲]은 현종이, 신선들의 세계에 대해 지은 노래라고 합니다.

이상입니다. 감사합니다.

개국628년 01월 09일
정석학당 훈장 박세당
   
[2] 김지수
628('19)-01-09 18:49
잘 보고 갑니다.
박세당 감사합니다. 1/9 21:16
   
[3] 김일식
628('19)-01-09 21:54
그것 모두 뺏어다가,,,놀부 심보가 엿 보이는 대목 입니다. 사촌이 땅 사면 배 아픈 모양 입니다.
감사 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박세당 감사합니다. 1/9 22:15
   
[4] 김시습
628('19)-01-10 01:02
놀부의 못된 궁리가 지금 정상배나 불량자본가들의 수법과 별반 차이가 없네요. ㅎㅎㅎ
박세당 감사합니다. 1/10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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