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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학당 강의 공간
작성자 박세당
작성일 개국627(2018)년 12월 9일 (일) 22:31  [해시(亥時):이경(二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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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제402강 : 흥부가(17)
안녕하십니까? 정석학당 훈장 박세당입니다.

오늘은 흥부가 박에서 나온 쌀로 밥을 지어 먹는 대목을 해설하여 드리겠습니다.

흥보가 의사를 내어, 허소(虛疎)한 집구석에, 선약을 혹 잃을까, 조그마한 오쟁이에 모두 넣어 꽉 동여서, 움막방 들보 위에, 씻나락 모양으로, 단단히 얹었구나. 동자를 보낸 후에,

"어허 괴이하다."

박적 속을 또 굽어보니, 목물(木物)들이 놓였는데, 하나는 반닫이 농만하고 하나는 벼룻집만한데, 주홍 외챌(倭漆)을 곱게 하고, 용 거북 자물쇠를, 단단히 채고서, 초록 당사 벌매듭에, 열쇠 달아 옆에 걸고, 둘 다 뚜껑 위에, 황금 정자가 쓰였는데, '박흥보 개탁(開坼)' 이라.

흥보가 보고 장담하여, 

 "내가 비록 산중에 사나, 이름은 멀리 났지. 봉래산 선동들도, 내 이름을 부르더니, 목물 위에 썼구나."

돌 다 열고 보니, 하나는 쌀이 가득, 하나는 돈이 가득, 부어 내고 되고 세니, 쌀 은 서 말 여덟되, 돈은 넉 냥 아홉돈, 온 집안이 대희하여,그 쌀로 밥을 짓고, 그 돈으로 반찬 사서 ,바로 먹기로 드는데, 흥보의 마누라가, 살림살이 약게 하나,양식 두고 먹었느냐. 부자 아씨 같으면, 식구가 스물 일곱, 모두 칠 홉을 낼지라도, 이필이 십사 칠칠은 사십구,말 여덟 되 구 홉이니, 채워 두 말 하였으면, 오죽 푼푼하련마는, 평생에 양식이 부족하여, 생긴 대로 다 먹는다. 부부가 품판 삯을, 양식으로 받으나, 돈으로 받아 오나, 한 돈어치 팔아 오나, 두 돈어치 서 돈어치, 사온대로 하여도, 모자라만 보았기로, 서 말 여덟 되를, 생긴 대로 다할 적에, 솥이 적어 할 수 있나. 쇠죽솥 그 중 큰 집을, 찾아가서 밥을 짓고, 넉냥 아홉 돈은, 쇠고기를 모두 사서, 반찬을 하려 할 제, 식칼 도마가 어디있나. 여러 자식놈들, 고기를 붙들고서, 낫으로 자를 적에, 고기 결을 알 수 있나.

가로 잘라 놓은 모양, 연목(椽木)머리 잘라 놓은 듯, 기둥 밑 잘라 놓은 듯, 건건이와 양념 등물, 별로 수가  많잖아,소금 흩고 맹물 쳐서, 토정(土鼎)에 삶아 내고, 그릇 없어 밥 푸겄나, 씻도 않은 헌 쇠죽통에, 밥 두 통을 퍼다 놓고, 숟가락은 근본에 없어, 있더라도 찾겄는가, 적연(的然) 물기 안 한 손으로 질통 가에 늘어앉아, 서로 주워먹을 적에, 이 여러 자식들이, 노상 밥이 부족하여, 서로 뺏어 먹었구나. 그리 많은 밥이로되, 큰놈 입에 넣는 것을, 작은 놈이 뺏어 훔쳐, 큰놈도 빼앗기고, 새로 지어 먹었으면, 싸움 아니하련마는 ,악을 쓰며 주먹 쥐어, 작은 놈 볼때기를, 이 빠지게 찧으면서 개 아들놈 쇠 아들놈, 밥통이 엎어지고, 살벌(殺伐)이 일어나되, 무지한 저 흥보는, 밥먹기에 윤기(倫紀) 잊어, 자식 몇 놈이 뒈져도, 살릴 생각은 아예 않고, 그 뜨거운 밥이로되, 두 손으로 서로 쥐어, 세죽(細竹) 방울 놀리는 양, 크나큰 밥덩이가 손에서 떨어지면, 목구멍을 바로 넘어, 턱도 별로 안 놀리고, 어깨춤 눈 번득여, 거의 한 말어치를, 처치한 연후에,왼편 팔 땅에 짚고, 두 다리 쭉 뻗치고, 오른편 손목으로,뱃가죽을 문지르며, 밥더러 농담하기로 들어,

"여봐라 밥아, 내가 하도 시장키에, 너를 조금 먹었으나, 네 소위를 생각하면, 대면할 것 아니지야. 세상 인심 간사하여, 추세(趨勢)를 한다 한들, 너같이 심히 하랴. 세도집과 부잣집만, 기어이 찾아가서, 먹다먹다 못다 먹어, 개를 주며 돝을 주며, 학 두루미 때거우를, 모두 다 먹이고도, 그래도 많이 남아, 쉬네 썩네 하는 것을 나와 무슨 원수 있어, 사흘 나흘 예상 굶어, 뱃가죽이 등에 붙고 갈빗대가 따로 나서 두 눈이 캄캄하고,두 귀가 먹먹하여, 누웠다 일어나면, 정신이 어질어질, 앉았다 일어서면, 다리가 벌렁벌렁, 말라 죽게 되었으되, 찾는 일 전혀 없고, 냄새도 안 맡히니, 그럴 도리가 있단 말인가. 예라, 이 괴이한 것, 그런 법이 없느니라."

아주 한참 준책(峻責)터니 ,도로 슬쩍 달래어,

"내가 그런다고 노여워 안 오려느냐. 어여뻐서 한 말이지, 미워 한 말 아니로다. 친고(親故)가 조만(早晩) 없어,정지후박(情地厚薄) 매였으니, 하상견지 만야(何相見之晩也)오, 원불상리(願不相離) 지내보세. 애겨애겨 내 밥이야, 옥을 주고 바꿀쏘냐, 금을 주고 바꿀쏘냐. 애겨애겨 내 밥이야."

밥이 더럭더럭 오도록, 새 정을 붙이려고, 이런 야단이 없구나.

풀어드립니다.

흥보가 뜻을 내어, 허전한 집구석에, 신선의 약을 혹 잃을까, 조그마한 오쟁이에 모두 넣어 꽉 동여서, 움막집 들보 위에, 볍씨의 모양으로, 단단히 얹었구나. 동자를 보낸 후에,

"어허 괴이하다."

박 바가지 속을 또 굽어보니, 나무 물건들이 놓였는데, 하나는 반닫이 장롱만하고 하나는 벼룻집만한데, 주홍색으로 칠을 곱게 하고, 용 거북 자물쇠를, 단단히 채고서, 초록 명주실 벌매듭에, 열쇠 달아 옆에 걸고, 둘 다 뚜껑 위에, 황금으로 또박또박 글자가 쓰였는데, '박흥보 열어보소'라.

흥보가 보고 장담하여,

 "내가 비록 산중에 사나, 이름은 멀리 났지. 봉래산 신선동자들도, 내 이름을 부르더니, 나무 위에 써있구나."

돌 다 열고 보니, 하나는 쌀이 가득, 하나는 돈이 가득, 부어 내고 되고 세니, 쌀은 서 말 여덟되, 돈은 넉 냥 아홉돈, 온 집안이 기뻐하여, 그 쌀로 밥을 짓고, 그 돈으로 반찬 사서, 바로 먹으려 드는데, 흥보의 마누라가, 살림살이 영리하게 하지만, 양식 쌓아두고 먹었느냐. 부자 아씨 같으면, 식구가 스물 일곱, 모두 칠 홉을 낼지라도, 이칠이 십사 칠칠은 사십구, 한 말 여덟 되 구 홉이니, 채워 두 말 하였으면, 오죽 넉넉하려마는, 평생에 양식이 부족하여, 생긴 대로 다 먹는다. 부부가 품판 삯을, 양식으로 받으나, 돈으로 받아 오나, 한 돈어치 팔아 오나, 두 돈어치 서 돈어치, 사온대로 하여도, 모자라만 보았기로, 서 말 여덟 되를, 생긴 대로 다할 적에, 솥이 적어 할 수 있나. 쇠죽솥 그 중 큰 집을, 찾아가서 밥을 짓고, 넉냥 아홉 돈은, 쇠고기를 모두 사서, 반찬을 하려 할 제, 식칼 도마가 어디있나. 여러 자식놈들, 고기를 붙들고서, 낫으로 자를 적에, 고기 결을 알 수 있나. 가로 잘라 놓은 모양, 서까래 쓰려고 잘라 놓은 듯, 기둥 밑 잘라 놓은 듯, 건건이와 양념 같은 반찬이, 별로 수가  많지 않아, 소금 흩고 맹물 쳐서, 흙솥에 삶아 내고, 그릇 없어 밥 푸겄나, 씻도 않은 헌 쇠죽통에, 밥 두 통을 퍼다 놓고, 숟가락은 근본에 없어, 있더라도 찾겄는가, 틀림없이 닦지도 않은 손으로 질통 가에 늘어앉아, 서로 주워먹을 적에, 이 여러 자식들이, 노상 밥이 부족하여, 서로 뺏어 먹었구나. 그리 많은 밥이로되, 큰놈 입에 넣는 것을, 작은 놈이 뺏어 훔쳐, 큰놈도 빼앗기고, 새로 지어 먹었으면, 싸움 아니하련마는 ,악을 쓰며 주먹 쥐어, 작은 놈 볼때기를, 이 빠지게 찧으면서 개 아들놈 쇠 아들놈, 밥통이 엎어지고, 서로 죽이고 들이치는데, 무지한 저 흥보는, 밥먹기에 집안 기강을 잊어, 자식 몇 놈이 뒈져도, 살릴 생각은 아예 않고, 그 뜨거운 밥이로되, 두 손으로 서로 쥐어, 화살대 방울 놀리는 양, 크나큰 밥덩이가 손에서 떨어지면, 목구멍을 바로 넘어, 턱도 별로 안 놀리고, 어깨춤 눈 번득여, 거의 한 말어치를, 처치한 연후에,왼편 팔 땅에 짚고, 두 다리 쭉 뻗치고, 오른편 손목으로,뱃가죽을 문지르며, 밥더러 농담하기로 들어, 

"여봐라 밥아, 내가 하도 시장하기에, 너를 조금 먹었으나, 네 하는 짓을 생각하면, 대면할 것 아니지. 세상 인심 간사하여, 권세만을 쫓는다 한들, 너같이 심히 하랴. 세도집과 부잣집만, 기어이 찾아가서, 먹다먹다 못다 먹어, 개를 주며 돝을 주며, 학 두루미 때거우를, 모두 다 먹이고도, 그래도 많이 남아, 쉬네 썩네 하는 것을 나와 무슨 원수 있어, 사흘 나흘 예상 굶어, 뱃가죽이 등에 붙고 갈빗대가 따로 나서 두 눈이 캄캄하고,두 귀가 먹먹하여, 누웠다 일어나면, 정신이 어질어질, 앉았다 일어서면, 다리가 벌렁벌렁, 말라 죽게 되었으되, 찾는 일 전혀 없고, 냄새도 안 맡히니, 그럴 도리가 있단 말인가. 예라, 이 괴이한 것, 그런 법이 없느니라."



아주 한참 준엄하게 꾸짖더니 ,도로 슬쩍 달래어,



"내가 그런다고 노여워 안 오려느냐. 어여뻐서 한 말이지, 미워 한 말 아니로다. 친구가 되는 것이 이르고 늦음에 관계 없어, 인정이 두터운 마음 둘 곳이 생겼으니, 서로의 만남이 이리도 늦은 것이 한탄스럽도다, 애겨애겨 내 밥이야, 옥을 주고 바꿀쏘냐, 금을 주고 바꿀쏘냐. 애겨애겨 내 밥이야."

밥이 빨리빨리 오도록, 새 정을 붙이려고, 이런 야단이 없구나.


굵은 글씨로 표시한 부분을 해설하여 드리겠습니다.
 
1) 식구가 스물일곱, 모두 칠 홉을 낼지라도, 이칠이 십사 칠칠은 사십구, 한 말 여덟 되 구 홉이니, : 흥부가의 수학 문제가 나오는군요. 열 홉이 한 되이고, 열 되가 한 말입니다. 27명 식구가 칠 홉을 먹으니 모두 27x7=189홉, 즉 한 말 여덟 되 구 홉이 정확합니다. '이칠이 십사~ 칠칠은 사십구~'하는 것이 조선시대에도 있었군요.

 
오늘은 여기에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굵은 글씨로 표시하고 밑줄친 부분을 읽고 느낀 점을 댓글로 서술하여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개국627년 12월 09일
정석학당 훈장 박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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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지수
627('18)-12-10 17:55
잘 봤습니다. 여러모로 풍족해졌으나 뭐가 필요한 지 생각할 틈없이 끼니부터 해결해야하는 모습, 지금 아니면 못먹을까봐 싸울 수 밖에 없고, 시비를 가린 적이 없어 방관자의 아버지가 될 수 밖에 없지 않았나 조심히 생각해봅니다. 안타까운 느낌 뿐입니다.
박세당 감사합니다. 12/11 09:30
   
[2] 김일식
627('18)-12-10 22:26
얼마나 굶었으면 딲지도 않은 손으로 서로 먹기에 바쁜지? 모자라도 싸우고 풍족해도 싸우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어쩔 수 없나 봅니다.흥부보소!, 배가 부르니 농을 칠 여유가 있나  봅니다. 저러고 사니 굶을 수밖에,,,
조선시대에도 수학이 밝았던 것 같내요.
박세당 감사합니다. 12/1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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