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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강의] 제363강 : 개화기 연극
개화기 연극은 신소설의 한계를 극복하는 취지로 시작되었습니다. 1915년경부터 퇴색되기 시작한 신소설을 한층 더 끌어올리려는 노력의 일환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 시기에 크게 6가지로 나누어 그 시절의 상황에 대해 알아보도록 합니다. ○ 고전극의 변화 판소리 사설 여섯 마당 개화기 연극은 여건 변화로부터 시작됩니다. 외연적 변화와 연극 내적 변화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외연적 변화는 주변 강대국들의 세력 확장에 따른 청국인과 일본인이 다량으로 들어와 살면서 청국과 일본의 연극이 각각 유입되어 우리의 고유 고전극의 변화가 일어난 점과 서양의 신문물이 유입됨에 따라 대중이 연극인에게 새로운 것을 요구한 것을 예로 듭니다. 연극 내적 변화는 공연 공간의 옥내화(屋內化)를 의미합니다. 고유 연극은 마당놀이적 성격을 지녔기 때문에 오랫동안 적어도 양식의 변화를 꾀하기는 힘들었습니다. 그 대책으로 마련한 극장연극이 생겼다는 것은 중대한 의미를 가집니다. 극장이 세워짐에 따라 첫째로 연극이 지금까지의 가면극과 꼭두각시 인형극, 판소리의 공연까지도 이제는 실내 무대에서 해야한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고, 전국에 산재된 배우들이 협률사에 모여들어 중앙집중화가 이룩되며, 연극이 전문화의 길로 접어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해준다는 점이 그 의미를 자아냅니다. 1906년을 전후하여 광무대, 단성사, 연흥사, 장안사 등의 사설 극장이 세워집니다. 1908년에는 최초의 국립극장인 원각사가 세워집니다. ○ 판소리에서 창극으로 판소리가 창극을 파생시킨 것은 신재효가 있어 가능했습니다. 그는 판소리가 창극으로 발전하게 된 것은 청나라 연극인 경극의 영향이 컸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새것' 만을 요구하는 대중의 요구에 맞추어서 창극은 더욱더 실행되었습니다. 뒤에 '은세계'라는 신소설을 창작창극으로 승화시키는 발판을 마련합니다. '은세계'의 공연 사태는 하나는 관중의 항의와 모델이 된 탐관오리 정감사 후손들의 상연 중지운동이었습니다. 이처럼 창극운동이 번번히 문제를 일으키자 연극인들은 우리 고유의 판소리, 민요, 고전 무용 쪽으로 관심을 돌립니다. 그럼에도 일제는 한국 연극을 탄압합니다. 극본검열이란 조치가 그것이라고 말합니다. 결국 위생경찰규칙을 제정하고 배우 단속법을 만드는가 하면 계속해 세금을 무겁게 매깁니다. 이러한 일제의 탄압이 우리 고유 연극을 위축시킨 것은 당연시되었습니다. ○ 신파극의 등장 신파극은 일본인 전용 극장에서 활개를 친 것과 맥락을 같이합니다. 그 첫 접촉은 상인 출신의 20대 청년인 임성구가 가졌습니다. 일인 전용극장에서 무대 일을 거들어 주며 신파극을 습득했던 그는 혁신단을 조직하여 '불효천벌'이라는 번안물로 창립 공연에 들어갔으나 대중에게 생소하고 배우들의 연기 미흡으로 실패합니다. 신파극은 임성구의 무지몽매한 청년들에게로 벗어나 윤백남, 조일제 등 동경유학까지 한 인텔리층에 의해 주도권이 쥐어집니다. 한국의 신파극은 일본의 신파극과 거의 궤를 같이 합니다. 정치극, 군사극, 탐정극, 가정극으로 변모해갔는데 가정 비극류가 주를 이룹니다. ○ 「장한몽(長恨夢)」 일본 작품을 많이 번안한 조일제가 번안하면서 원칙으로 삼은 것을 세 가지로 정의합니다. ⓐ 사건에 나오는 배경들은 순조선 냄새나게 할 것 ⓑ 인명도 조선 사람으로 개작할 것 ⓒ 플롯은 과히 상하지 않을 정도로 회화를 자유롭게 할 것 등입니다. 장한몽의 번안 예를 들으면, 尾崎紅葉의 금색야차(金色夜叉)를 번안한 것인데 총51장으로 되어 있는 작품을 34장으로 축소한 것도 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한몽은 이렇듯 성공한 신파극이었는데 위의 번안 원칙에 따라 한국식으로 씌어졌다는 점 이외에도 돈과 관련된 개인의 심리를 다루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연극적 공간으로 확대되어 속화되었다는 점도 지적되기도 합니다. ○ 「눈물」 이상협이 1913년 매일신보에 연재했던 소설을 각색, 가부장적 부부관계에 절대적으로 순응하고 있는 여주인공을 삼은 것입니다. 이 작품이 발표된 당시의 기생은 일본 신파에서처럼 비련의 주인공이 아닌 악인역 계모형으로 나온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때의 기생 주인공은 가면극의 소첩 덜머리집처럼 증오의 대상이 됩니다. ○ 신파극의 영화 수용 신파극이 공연되는 가운데에도 영화가 급속도로 대중을 사로잡습니다. 신파극의 영화수용은 두 가지로 나타납니다. 하나는 신파극이 영화에 부분적으로 끼어드는 방법으로 처음에 영화를 상영하고 그 뒤에 신파를 공연하는 것입니다. 이는 신파극이 영화에 기생하는 것으로서 연극의 타락을 보여준 경우입니다. 둘째는 다른 두 개의 예술양식을 혼합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이를 소위 연쇄극이라 불렀습니다. 이것은 당시 흥행사인 박승필의 복안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상업성을 짐작케 합니다. 이를테면 넓고 시원하면서도 연기로 해낼 수 없는 장면에서는 암전시켜 영사막에 영화를 비친 다음 다시 무대극으로 재빨리 옮겨가는 혼합극입니다. 그러나 1,2년 뒤에는 관객의 외면을 받습니다. 두 예술양식을 합해 급조적인데다가 내용까지 일본 풍물이 아니면 서양 생활이었기 때문입니다. 3·1운동을 겪고 나서야 개화기 연극은 낙후성을 벗어나 새로운 근대극으로 한 걸음 다가가게 됩니다. 참고도서 김윤식·김현, 한국문학사, 민음사, 20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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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