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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강의] 제360강 : 개화기 가사와 개화기 소설 (2)
○ 한중일의 신소설 일본에서는 1889년에 『新小說』이란 잡지가 창간된 바가 있고, 중국에서는 양계초가 1902년에 역시 잡지인 『신소설』지를 창간한 바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이 용어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金相萬書鋪(김상만서포)에서 1907년에 간행된 이인직의 「血(혈)의 漏(누)」 초판본에서입니다. 여기에 ‘신소설 혈의 루’라 되어 있어 판권란에서도 이렇게 기재되어 있습니다. 책이 나온 후에 광고에서는 ‘소설’이란 말이 있어도 ‘신소설’이라는 말은 없는 것으로 보아 이인직이 이 용어를 이용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 일본의 정치소설과 신소설 일본의 정치 소설은 메이지 초년(1867~1868)에 자유민권운동을 배경으로 성립된 소설인데 초기엔 인민의 정치적 계몽과 정당의 혁명적 선전 내지 투쟁의 보조적 무기로 이용됩니다. 그 중 대표적 작품으로 「佳人之寄遇」와 「經國美談」이 있는데, 앞의 작품에는 작자인 동해산사의 국권사상이라는 정치이념이 들어있습니다. 그리고 뒤의 작품은 희랍의 도시 테베 민정의 발흥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이천 년 전의 사실과 메이지 당년의 현상을 비교한 정치적 의미를 띤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용계 자신의 정치적 포부를 나타낸 소설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신소설은 일본의 정치소설과 같은 취지를 담아주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중국의 정치소설과 신소설 양계초는 세계 각국의 견문과 지식을 바탕으로 한 16권의 대하소설 『佳人之寄遇』 등 여러 권의 정치 소설을 번역한 사람이며, 일본문화를 번역 차원에서 집대성한 사람입니다. 그는 『신소설』의 발간사에서 “일국의 민을 새롭게 하려면 먼저 일국의 소설을 새롭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고, 소설을 새롭게 해야하는 이유를 소설에는 불가사의한 힘이 있어 인도를 지배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제시합니다. 그 힘이란 ⓐ 熏(좋은 감화를 받게 함) ⓑ 侵(침투) ⓒ 刺(자극) ⓓ 提(동화) 등이라고 했습니다. ○ 한국의 정치소설과 신소설 개화기 소설에 있어서 자주독립, 자주민권 등의 정치적 계몽을 강조한 소설들입니다. 일본에서는 메이지 개혁기에 정치소설이 큰 호응을 얻었고 우리나라 개화기 소설은 대개 정치적 계몽이 수반되었습니다. 대표적 작품으로 이해조의 『자유종』, 구연학의 『설중매』, 이인직의 『은세계』 등 입니다. 하지만 이것들은 민족개혁의 경륜을 드러내지는 못하였습니다. 그런데 한국 신소설의 기초적 모습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정치 소설을 떠나서는 그 작업이 어렵습니다. 1908년에 현공염이 번안한 『경국미담』, 구연학이 번역한 『설중매』 등이 일본 정치 소설의 대표작이고 『서사건국기』와 같은 번안물에 정치 소설이라는 명칭이 붙어 있습니다. 이인직의 <혈의 누>에는 주인공 구완서의 해외 유학 목적이 비스마르크가 이루었던 독일국과 같은 연방국을 세우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해조의 <화의 혈> 서문에 의하면 소설의 개념이 흥미, 부인 신사의 교양, 선악의 판단 등의 지극히 소극적 차원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래서 고대소설보다 더 기괴하고 추악한 축첩, 가족관계 쪽으로 후퇴합니다. 즉, 한국 신소설은 민족개혁의 경륜을 드러내지 못하고, 중·일의 정치소설과 신소설의 연관관계는 예를 들어 일본 작가의 작품인 정치소설 『설중매』, 『경국미담』을 구연학 역 「설중매」, 양계초 역 「경국미담」, 현공염 역 「경국미담」의 관계로 나타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의 과제입니다. 개화기 소설의 초기는 소위 '새 정신'을 담고 있으나 후기(1912~1915)에 갈수록 조선후기의 고대소설보다 더 후퇴된 내용을 담아놓고 있습니다. ⓐ 개화의식과 자주독립의식 다른 말로 표현하면 계몽주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해조의 <자유종>과 구연학의 <설중매>가 있습니다. <자유종>은 토론 소설이라는 딱지가 붙어있는 만큼 소설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개화문답서 내지 문답식에 가까운 신사상 계몽지도서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매경'이란 사람의 잔치에 모인 여성들이 시국을 논하고 국가의 장래를 논하는 연설조의 대화 교환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 내용은 여성도 남성과 같이 배우고 활동해야 하는 것, 국한문 절충론, 부패 관리에 대한 비판 등입니다. 뒤이어 정치소설이란 딱지가 붙은 <설중매>는 개화사상과 독립정신을 중요한 테마의 하나로 내세우고 있는데 이 작품에서 그것이 다만 정치 문제를 중심으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 선진문명사회와의 교류와 해외유학 이것은 개화의식과 자주독립 의식의 구체적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혈의 누의 구완서, 옥남, 김광일은 모두 미국 유학생이며 은세계의 옥순이와 옥남이도 미국 유학생입니다. 치악산의 백돌이도 일본 유학을 떠나며 추월색의 주인공들도 일본 유학생입니다. 이러한 유학생들은 나중에 고국에 돌아와 미개한 국민을 자극, 계몽, 개혁하는 일에 앞장섭니다. ⓒ 과학에 대한 경이와 보급 이해조의 번안소설인 <철세계>에서는 '좌선'이란 사람과 '인비'라는 두 부자가 등장합니다. 좌선은 그 돈으로 이상적인 장수촌을 건설하여 의학으로 인류의 생명을 연장시키고자 했고, 인비는 그 돈으로 과학적인 무기를 제조하여 인류를 멸망시키고자 했는데 인비는 그가 제조한 대포로 좌선의 장수촌을 포격하여 승리를 얻고자 했으나 사정거리 측량의 잘못으로 인비의 포격은 실패로 돌아가고 오히려 좌선이 승리한다는 내용을 담기고 있습니다. ⓓ 인습과 미신타파 과학에 대한 각성의 결과가 나타난 주제입니다. 혈의 누에서 목련이 부모가 강요하는 조혼을 반대하는 것이라든가, 귀의 성에서의 신분제도에 대한 비판, 자유종에서의 미신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은 그 예가 됩니다. ⓔ 봉건적인 요소의 상호 갈등 개화생활의 합리성을 강조하는 반면에 봉건적인 생활양식의 모순과 비함리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봉건적인 생활양식의 상호갈등이 드러낸 것입니다. 예를 들면, 정실과 첩실의 갈등, 첩과 전처 자식 간의 갈등 등이 그것입니다. 참고도서 김윤식·김현, 한국문학사, 민음사, 20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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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