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학당 | 강당 · 학사 · 서각

ㆍ작성자 김시습 ㆍ작성일 개국622(2013)년 4월 18일 (목) 00:38  [자시(子時):삼경(三更)] ㆍ문서분류 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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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제295강 : 사자성어 - 지피지기(知彼知己) 오늘은 지피지기에 대하여 풀이하고자 합니다. "지피지기"는 춘추시대 제나라 사람인, 손무가 지은 <손자병법>의 (모공, 謀攻)편에 나오는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에서 취한 말입니다. 항간에서는 "지피지기 백전불패"라는 말로 응용해서 쓰기도 하는데, 굳이 <병서>에서 "백전불태"라고 한 이유는 적이 강할 경우에는 전쟁을 하지 말라는 내용 때문임을 유의하셔야 합니다. 적을 안다는 의미의 "지피"와 자신을 안다는 의미의 "지기"로 "지피지기"를 풀어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적의 상태나 형편을 아는 것이 "지피"의 전부가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피" 즉 적을 안다는 말을 적의 상태나 형편을 안다는 말로만 이해하고 해석하는데 이는 "지피"의 완전한 이해가 아닙니다. "지피"의 완전한 이해를 위해서는 반드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적의 입장에서 적의 형편이나 상태를 헤아려 알아내야 한다는 것이지요. 나의 기준과 입장에서 적의 형편이나 상황을 이해하고 알아낸다 한들, 그것은 온전한 적에 대한 정보가 될 수 없다는 말입니다. 자신의 입맛에 맞게 적의 정보나 형편이 재단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피"를 위한 작업에는 여러 단계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적의 정보를 수집하는 초보적인 단계의 과정과 수집된 정보를 취사 선택하는 과정, 그리고 선택된 정보의 심도있는 분석 과정 등 그 과정은 굉장히 세밀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첩자가 보고 들은 적에 대한 상황이나 자료만으로 "지피"했다고 해서는 곤란하다는 말이지요.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세밀한 과정의 맨 마지막 단계로는 "역지사지" 할 수 있는 적에 대한 전문가 집단의 검증입니다. 즉 적에 대하여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전문가 집단의 존재 여부가 "지피"의 질을 결정한다는 말입니다. 나를 안다는 뜻의 "지기"라는 말 또한 그렇게 단순하고 간단한 말이 아닙니다. 나에 대하여 "나"라는 당사자의 주관적 기준을 가지고 평가하였을 때, 온전한 "지기"가 과연 가능할까요? 자칫하면 우물안 개구리 내지는 하룻 강아지 신세를 면하지 못할 수 있는 위험이 있지는 않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지기'를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절대기준 이외에 상대기준을 동시에 세워야 합니다. 상대에 따라 자신의 형편을 조절할 수 있고, 자신의 형편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의 여부가 "지기"의 질을 좌우합니다. 단순히 나만 강하면 된다는 식의 절대기준에 의존하는 "지기"는 초보적인 "지기"에 지나지 않음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동시에 상대에 의해 평가되는 자신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나는 결코 어리석지 않은데 남이 나를 어리석다고 한다면, 기실 나는 어리석은 사람일 수 있는 것임을 인정할 줄 아는 용기와 지혜가 "지기"에서는 반드시 필요함을 이해하셔야만 완전한 "지기"를 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지피지기"라는 말이 단순히 적을 알고 나를 안다는 말로만 통용되고 있음으로 해서, 중요한 내용이 간과되고 있는 것 같아 노파심에 "지피"와 "지기"에 대한 설명을 먼저 했습니다. "지피지기"라는 말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 주는 선례가 있습니다. "배수진(背水陣)"이라는 말로 유명한 한나라 한신 장군과 조(趙)나라 진여의 전투가 바로 그것입니다. 한나라 유방이 아직 제위에 오르기 2년 전인 204년에, 유방은 한신으로 하여금 조나라를 공격하라는 명을 내립니다. 불과 3만의 병사로는 조나라 20만 대군을 막아내기에도 벅찬 병력인데, 거꾸로 공격해야 하는 한신에게는 병력의 문제보다 더한 고민이 있었습니다.사방이 산으로 둘러 쌓여 있어 접근조차 어려운 지형인데, 점입가경으로 조나라 수도로 가는 길은 좁고 협소해서 대군이 진격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는 것이 그것이었습니다. 지리적으로 천혜의 요새에 다름 아닌 조나라의 지형은 한신으로 하여금 공격 작전을 짜는데 가장 큰 난관이었습니다. 조나라 군대가 매복만 하고 있어도 전멸을 피할 수 없는 지형 탓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한신에게 희소식이 들려옵니다. 한신 못지 않은 조나라의 전략가인 이좌거의 매복책을 조나라의 재상인 진여가 받아 들이지 않을 거라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지요. 조나라의 진여는 장수로서의 전공에 목말라 있었기에, 적의 7배에 달하는 군사를 거느린 상태임에도 매복에 의한 궤멸책을 건의하는 이좌거의 작전이 탐탁치 않았던 것입니다. 정공책으로 한신의 군대를 격파하여 자신의 명성을 드높이고 싶었던 마음이 너무 강하였던 것이지요. 진여가 정공책으로 자신의 군대를 상대할거라는 정보를 입수한 한신은 바로 전략을 세웁니다. 이미 적의 병력이 20만 대군이라는 소리에 비록 지금은 주눅들어 있지만, 역전의 용사인 자신의 군사들에게 필사즉생의 계기를 만들어 주면 일당백의 무적인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던 한신은, 조나라 수도로 들어가는 길목에 세워진 누벽을 차지하는 것으로 전쟁의 승패가 갈릴 수 있음을 간파했습니다. 누벽을 수비하는 진여의 군사를 유인하여 그 방비를 허술하게 만들고, 적으로 하여금 경계심을 늦추게 하는 묘책이 바로 "배수진"이었습니다. 아울러 퇴로도 없는 곳에서의 전투는 틀림없이 자신의 병사들로 하여금 필사즉생의 각오를 불태울 수 있게 하기에 충분했으므로 "배수진"은 너무도 적절한 작전이었던 것이었습니다. 한신의 "배수진'에 대해 적장인 진여는 "병법도 모르는 애송이"로 치부하는 우를 범합니다. 진나라의 명장 장합을 격파한 한신에 대해 당대의 영웅인 항우조차 그를 인정하고 두려워 했는데도 말입니다. 장수가 이렇듯 적장을 애송이 취급하며 총진격을 명하니 조나라의 병사들은 전공을 세울 욕심에 한나라의 군대를 향해 돌진할 뿐이었습니다. 주력군이 한군을 향해 돌진하니 미리 누벽 배후에 매복해 있던 한의 기병 2천의 병사가 삽시간에 누벽을 점령해 버렸습니다. 누벽을 점령 당한 조나라 군사는 우왕좌왕하기 시작하고, 누벽 위에서 나부끼는 한의 깃발을 본 한군은 용기백배하여 진여의 조나라 군사를 일당백의 기세로 몰아치기 시작했습니다. "배수진"의 완벽한 성공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배수진"의 작전 수립 과정에는 중요한 참모가 있었습니다. "장이"라는 사람이 바로 그 참모입니다. 장이는 원래 조나라의 대장군을 지냈을 뿐만 아니라 진여와는 동고동락하던 벗이었으나 원수지간이 된 자로써, 누구보다도 진여의 성격이나 작전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조나라의 지형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음은 두말 할 필요도 없겠지요. 한신은 이미 적군에 대한 파악은 물론이요 아군에 대한 파악까지도 끝낸 상태에서 진여의 정공책이 불변의 작전임을 장이를 통하여, 즉 역지사지의 전문가를 통하여 확인하였기에 "배수진"이라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작전을 수립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역지사지"를 통한 "지피"로 "지피지기"의 정수를 보여 준 "배수진"은 한신을 당대 최고의 장수로서 인정 받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지피지기"라는 말을 설명하면서 절대 빠트릴 수 없는 말이 "역지사지"임을 강조했습니다. "역지사지"없는 "지피지기"는 공허한 말장난에 지나지 않음을 수강생들께서는 명심하셔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지피지기"라는 말은 "역지사지"를 보충 설명하는 말일 수도 있다는 말을 하면서 오늘의 강의를 마치겠습니다. 늘 부족한 강의이지만 관심과 애정을 갖고 읽어 주시는 수강생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개국622년 4월 18일, 정석학당 훈장 김시습.

http://www.1392.org/bbs?laed21:795

장지용 622('13)-04-18 20:20	지금 청와대와 백악관이 새겨들어야 할 성어군요. 그리고 극우파들도. 북한 위기땜에 말이 많은데, 북한의 매커니즘등을 읽어내지 못해서 지금 저 상황까지 온겁니다. 만약, 북한의 매커니즘을 읽어냈다면, 지금 이런 상황 없었을겁니다. 김시습 "지피"를 담당하는 부서가 잘 알고 있어야 할테지요^^ 그러나 분명히 잘 알고 있을 겁니다. 04/19 01:09 이강 불법단체에 매커니즘이 왠말 입니까? 04/26 08:36

성삼문 622('13)-04-19 11:50	문서작성자 김시습님이 채택하신 글입니다 역지사지와 지피지기가 연결되는 말인지는 몰랐는데, 새로운 사실을 알고 갑니다. 좋은 강의 감사드립니다^^ 김시습 역지사지를 행함에는 남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런 역지사지는 결국에는 자신을 성숙하고 현명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구요. 04/19 12:38

오덕성 622('13)-04-28 08:22	어떻게 보면 지피지기와 역지사지 모두 사람과의 관계맺기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인것 같기도 합니다. 쉽지는 않지만요^^ 강의 잘 들었습니다. 설명이 쏙쏙 들어오네요 김시습 한문학개론 강의를 속개하시면 밸런스가 맞을것 같은데요,ㅎㅎㅎ 설명이 잘 되었다고 하시니 감사합니다. ㅎㅎㅎㅎ 04/28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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