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급히 쫓고 보니 제비 새끼 여섯에서 다섯 먹고 하나 남아 혈혈히 아니 죽고 날기를 공부타가 대발틈에 발이 빠져 거의 죽게 되었거늘 흥보가 보고 대경하여 제비 새끼를 손에 놓고 무한히 탄식한다.

"가긍한 네 목숨 대망에게 안 죽기에 완명으로 알았더니 절각지환(折脚之患)이 웬일이냐 전생의 죄악이냐 잠시의 횡액이냐 삼백 우족(羽族) 많은 중에 죄 없는게 제비로다. 네 알이 아니던들 은나라가 없으렷다. 네 턱이 아니면은 만리봉후(萬里封侯) 어찌하리 백곡에 해가 없고 사람을 별로 따라 공량락연니(空梁落燕泥) 문장의 수단이요 연어조량만(燕語雕粱晩)은 정부의 수심이라. 네 경색이 가긍하니 기어이 살리리라."

칠산 조기 껍질 벗겨 두 다리를 돌돌 말고 오색 당사로 찬찬 감아 제 집에 넣었더니 십여일 지난 후에 양각이 완고하여 비거비래(飛去飛來) 노는 거동 보기가 장히 좋다. 구만 리 장공에 높이높이 날아 보고 일대 장천 맑은 물을 배로 씩 스쳐 보고 평판한 넓은 뜰에 아장아장 걸어 보고 길게 맨 빨랫줄에 한들한들 앉아 보고 바람에 떨어진 꽃 또기또기 차도 보고 세우에 젖은 날개 슬근슬근 다듬으며 아로새긴 들보 위에 고운 말로 하례하고 해당화 그늘 속에 오락가락 놀아 보니 흥보가 좋아라고 ,집안에 있을 제는 제비하고 소일하고 나갔다 돌아오면 제비 집을 보아 다정히 지내더니 칠월유화(七月流火) 팔월환위(八月환위) 이슬이 서리 되고 금풍이 삽삽하여 수의(授衣) 구월 되어 오니 동방(洞房)에 실솔이 울어 깊은 수심을 자아내고 장공에 홍안성은 먼데 소식 띄워 온다.

용산에서 술 마시고 망향대(望鄕臺)에 손 보낼 제 섭섭다 우리 제비 고향 강남에 가려 하고 하직을 하는구나. 흥보가 탄식하여 ,

"사랑옵다 우리 제비 날 버리고 가려느냐 강남이 멀다 하니 며칠이면 당도할꼬. 명춘에 돌아오거든 부디 내 집 찾아 오라."

급급히 쫓고 보니 제비 새끼 여섯에서 다섯 먹고 하나 남아 외로이 아니 죽고 날기를 배우다가 대발틈에 발이 빠져 거의 죽게 되었거늘 흥보가 보고 크게 놀라 제비 새끼를 손에 놓고 무한히 탄식한다.

"가엾은 네 목숨 구렁이에게 안 죽기에 모질은 목숨인 줄 알았더니 다리를 잘리는 게 웬일이냐. 전생의 죄악이냐, 잠시의 횡액이냐. 삼백 날짐승 많은 중에 죄 없는게 제비로다. 네 알이 아니던들 은나라가 없으렷다. 네 턱이 아니면은 만리 땅의 제후를 어찌하리. 곡식에 해가 없고 사람을 매우 따라 공량락연니는 문장의 수단이요 연어조량만은 정부의 수심이라. 네 모습이 불쌍하니 기어이 살리리라."

칠산 조기 껍질 벗겨 두 다리를 돌돌 말고 오색 명주로 찬찬 감아 제 집에 넣었더니 십 여일 지난 후에 두 다리가 튼튼해져 왔다갔다 나는 거동 보기가 장히 좋다. 구만 리 높은 하늘에 높이높이 날아 보고 긴 냇갈 맑은 물을 배로 씩 스쳐 보고 평판한 넓은 뜰에 아장아장 걸어 보고 길게 맨 빨랫줄에 한들한들 앉아 보고 바람에 떨어진 꽃 또기또기 차도 보고 가랑비에 젖은 날개 슬근슬근 다듬으며 아로새긴 들보 위에 고운 말로 하례하고 해당화 그늘 속에 오락가락 놀아 보니 흥보가 좋아라고, 집안에 있을 제는 제비하고 소일하고 나갔다 돌아오면 제비 집을 보아 다정히 지내더니 칠월유화 팔월환위 이슬이 서리 되고 가을바람 쌀쌀하여 음력 구월 되어 오니 방에 귀뚜라미가 울어 깊은 근심을 자아내고 하늘에 기러기 울음소리는 먼데 소식 띄워 온다.

용산에서 술 마시고 망향대에 손 보낼 제 섭섭다 우리 제비 고향 강남에 가려 하고 하직을 하는구나. 흥보가 탄식하여,

"사랑하는 우리 제비 날 버리고 가려느냐 강남이 멀다는데 며칠이면 당도할꼬. 내년 봄에 돌아오거든 부디 내 집 찾아 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