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게는 아편전쟁(1839~1842/1856~1860). 가까이는 병인양요(1866), 신미양요(1873), 운요호사건(1875) 등을 거치며 서양의 신식 대포와 총포의 위력을 느낀 조선은 개화를 통해 강병을 이룩하기 위해 군사 근대화 정책을 수립해 나갑니다. 그런 차원에서 설치된 조선 최초의 근대식 군대가 바로교련병대(敎鍊兵隊)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별기군인데, 개화기 군사정책을 연구한 최병옥 교수는 별기의 명칭보다는 이 시기 설치된 신식 군대의 공식 명칭을 교련병대라고 명명하고 있습니다.

그의 조사에 따르면, 교련병대가 운영되었던 1881년 4월부터 1882년 6월까지 당시 관찬사료와 기타 관계 문헌에서는 '별기군'이란 명칭이 발견되지 않고, 이것을 교련병대 또는 기예병대라고 기록하고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별기군이란 명칭은 이미 그 전부터 조선 내에서 사용했던 용어로 순조8년인 1808년 발간된 만기요람군정편, 고종4년인 1853년 발간된 훈국총요 등에서도 그 예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간 별기군이란 명칭이 주로 사용된 것은 1910년 발행된 대한이년사, 황현의 매천야록, 1915년 박은식은 한국통사, 1937년 풍설한말비사, 1938년 조선사편수회에서 발간한 조선사 등지에 별기군이란 명칭이 사용되었으므로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때문에 기존 조선에서도 사용되었다는 점, 그리고 일재의 잔재라는 점에서도 임오군란의 배경이 되었던, 이 당시의 신식 군대와 차별을 두어야한다는 최병옥 교수는 명칭을 교련병대로 바로 잡고자 하였습니다.

1881년 4월 23일, 경리사 민겸호가 입시하여 아뢰길, "하나부사 요시타다가 편지를 보내왔는데 '군사를 뽑아 훈련시키는 것이 오늘날의 급선무이다. 육군 소위 호리모도 레이조를 추천하여 종사케 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이어 각영에서 건장한 병사를 뽑아 취하여, 따로 장령을 지정해 통솔케 하자는 의견을 보입니다. 즉, 일본인 교관을 중심으로 한 교련병대의 창설을 뜻하는 것이었습니다. 고종은 즉시 윤허하고 절목을 마련 시행토록 하였습니다.

5월 3일에 통리기무아문에서 어명을 받들어 절목을 마련하여 올렸는데 그 내용은 실록에 전해지지 않고 있어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더하여 무위소에서 교련병대의 급여와 복장을 지원하게 하였으며 7일 첨지중추부사 한성근을 통리기무아문 참획관겸 정령관에, 우범선을 참령관에 임명하였으며 교련병대를 통솔하게 하였습니다. 이어 좌부령에 이범진, 우부령에 정룡섭 등을 임명하였습니다.

창설당시에는 무위소에 속해 있던 교련병대는 통리기무아문 군무사로 이속되었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군무사 아래에 총무국, 교련국, 참모국이 존재하였고 교련국 산하에 교련병대를 두어 사관생도대, 기예병대로 운영하였습니다. 훈련 장소는 여러 곳을 거쳤으나 10월 경 훈련도감의 무기고인 하도감으로 이동하여 정착하였습니다.

교련병대가 처음 창설될 때는 그 규모가 80여 명 수준이었으나, 1882년 2월엔 장병 300명, 사관생도 140명 수준까지 증가하였습니다. 정확하게 어떠한 군사훈련을 했는지 전해지지는 않지만 당시 무기사용법이나 병법, 전술 등을 배웠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8월 27일 고종은 "교련병대가 아주 정예하다. 병대가 이와 같지 않다면 어찌 병대라고 말할 수 있는가"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교련병대의 설치 과정을 살펴보면, 물론 조선 스스로도 강병의 필요성을 느껴 군사 근대화 정책을 추진한 것도 있지만 일찍이 청나라에서도 조선에 군사근대화 정책을 해야한다는 이야기를 전했던 바, 영선사를 보냈던 일도 있거니와, 일 사신 하나부사 역시 조선에 군사 근대화를 종용했던 것도 적용을 하였습니다. 특히나 동아시아 삼국 중 문호를 가장 늦게 개방한 조선이기에, 조선은 일본이나 청의 도움이 필요했다고 판단되었을 것입니다.

하나부사는 조선의 교련병대 설치를 "진정한 개혁의 초보가 우리 육군사관의 손에 의하여 개시된 것으로"라는 표현을 하며 일종의 외교적 성과임을 내세웁니다. 그러나 그들이 진정으로 조선이 군사근대화를 이룩해 강병한 군대를 보유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청나라의 양계초는 월남망국사에서 "지금의 멸국함은 여우와 같아서 혹은 통상으로, 혹은 차관으로, 혹은 군사훈련을 대신하다가 멸하고, 혹은 도로를 통하다가, 당쟁을 선동하다 멸하고 … 일거에 그 나라를 바꾸고 그 지도의 색깔을 변하나니, 오호라, 서양 열강이 이 새로운 방법으로 약소국에 시행하기를 그 수를 알 수 없는 지라 …"라고 서양이 약소국을 식민지 삼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일본의 조선에 대한 군사 근대화 정책 권유는 이 시기 열강이 사용하면 제국주의 침략 정책 중 하나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교련병대는 고종과 조정, 그리고 일본 등의 지대한 관심을 받는 군대였습니다. 신식 무기로 무장하고 근대군사훈련을 받은 조선 최초의 근대식 군대였기 때문입니다. 1882년 6월 구식 군인들이 봉기를 일으킨 이른바 임오군란 때에, 왜별기라 멸시하던 교련병대 역시 화를 피할 수 없었고 구식 군인들의 습격을 받아 교관 호리모도가 살해되고 교련병대를 그대로 해산되었습니다. 그러나 완전히 해산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 군란이 진정된 후인 동년 8월 교련병대 소속 군인들이 다시 모여 훈련을 실시하였으며, 이후 군무사 예하 총융청으로 소속만 변경되어 계속 일본식 군사훈련을 실시하였습니다.

청나라는 조선 최초의 군사근대화 정책이 일본의 손을 빌려 시행되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임오군란은 청에게 좋은 명분이 되어주었습니다. 군란을 진압하는 동시에 청이 적극적으로 군사훈련에 개입하게 된 것입니다. 이에 설치된 군영이 친군좌우영이었으며 이는 조선에서 확장되는 일본의 영향력을 차단하고 종주국으로써의 영향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청나라의 대조선정책이 반영된 것이었습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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