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암서원(淸巖書院)

ㆍ작성자	홍봉한
ㆍ작성일	개국631(2022)년 9월 24일 (토) 20:09 [술시(戌時):초경(初更)]
ㆍ문서분류	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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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제546강 : 개화사무와 군국기무를 모두 다스려라.

통리기무아문2. 개화사무와 군국기무를 모두 다스려라.

1876년 조일수호조규(강화도 조약)를 체결하고 본격적으로 근대 문물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형성된 개화의 의식은 많은 반발을 불러왔지만 그 흐름을 거스를 순 없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개화를 추진하기 위하여 새로운 기구를 설치합니다.

1. 개화추진기구 '통리기무아문'을 설치하다.

고종은 개화에 많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는 개화를 추진하기 위한 기구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일련의 과정을 거쳐 개화추진기구를 설치하기에 이릅니다. 1880년 12월 17일 의정부에 어명을 내려 '아문설치절목'을 마련하라고 지시하였으며, 20일 삼군부 청사를 새 아문의 청사로 사용하도록 하였으며, 21일 의정부에서 아문설치절목을 올려 새 관청을 설치하니 바로 '통리기무아문(統理機務衙門)이었습니다.

첫 구성된 통리기무아문의 편제(고종17.12.21)는 아래와 같습니다.

1. 호칭 : 통리기무아문

2. 정1품 아문(의정부와 동급)

3. 관원 구성 : 총리대신 1, 당상 10, 낭청 18 (문관, 음관, 무관에 구애받지 않고 차임)

4. 속아문

가. 사대사 : 사대문서와 중국사신 접대, 군무변정대신 차송 등

(겸)교린사 : 외교문서와 왕래하는 사신 맞이 및 전송 등

나. 군무사 : 중앙과 지방의 군사 통솔 등

(겸)변정사 : 변장의 사무와 이웃 나라의 동정 염탐 등

다. 통상사 : 중국 및 이웃나라와의 통상에 관한 일 등

라. 군물사 : 병기의 제조 등

(겸)기계사 : 각종 기계의 제조에 관한 일 등

마. 선함사 : 서울과 지방의 각종 선박의 제조 및 통솔 등

(겸)기연사 : 연해 포구에 왕래하는 선박의 순시에 관한 일 등

바. 전선사 : 인재를 선발하여 각사에 등용하는 일

(겸)어학사 : 역학, 각국의 언어문자 등

사. 이용사 : 재정 등

아직 전통적인 외교관계의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였습니다. 바로 '사대교린'이라는 외교정책이 고스란히 통리기무아문에 담당부서로 설치되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예조에서 총괄하던 외교 업무를 사대사와 교린사, 그리고 통상사로 나누어 편제하였습니다. 사신/외교문서 업무와 통상의 업무를 별도 분리한 것입니다. '통상'이란 것은 조선에게 있어서 새로운 외국과의 무역, 관계를 의미했기 때문에 사신접대 등의 부서와 별도로 설치된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일본은 물론 서양 각국과의 접촉이 급증함에 따라 전선사를 따로 설치해 각국의 언어를 습득하는 부서를 통리기무아문 휘하에 두었습니다. 기존 조선중앙관제도에 따르면 외국어와 관련된 부서는 '사역원'으로 예조 속아문 정3품아문이었습니다. 군물사와 기계사, 선함사는 아무래도 병인양요, 신미양요, 운요호사건 등을 통해 서양의 군함 및 무기의 위력이 월등하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였기 때문에, 그리고 기계를 들여와 배우고 들여와 깨우치자는 취지로 설치된 것으로 보입니다.

2. 통리기무아문의 인사 구성

다음날 고종은 통리기무아문에 대한 인사를 조치(고종17.12.22)합니다. 통리기무아문의 총리대신은 영의정을 삼았으며, 경기감사 김보현, 지사 민겸호, 상호군 조영하, 대호군 신정희, 행호군 민영익, 동지돈녕부사 이재긍, 예조참판 김홍집 등을 통리기무아문 당상으로 삼았습니다. 한달 뒤에 심순택과 민치상을 통리기무아문의 당상으로 추가 임명(고종18.1.16)합니다.

개화추진기구 치고 인선된 인사들을 보면 다소 갸우뚱할 수도 있습니다. 김보현과 민겸호는 우리가 알다시피 백성의 고혈을 쥐어짜는 대표적인 부패관리로 임오군란 때 피살되는 인물들이며, 민영익은 중전 민씨의 조카, 이재긍은 흥선대원군의 형은 이최응의 아들, 조대비의 친족인 조영하 등 왕실과 외척의 인물들까지 고루 통리기무아문의 당상을 맡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개화파 관리들인 신정희, 김홍집 등이 같이하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개혁 성과를 거두기란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통리기무아문의 총리대신은 한달 조금 넘은 시점에 교체(고종18.1.28)됩니다. 총리대신에 좌의정 김병국이 임명되고 판돈녕부사 이재면을 당상이 되었습니다. 김병국은 안동 김씨의 대표적 인물이었으며, 이재면은 고종의 형, 즉 대원군의 장남이었습니다.

제도는 지속적으로 개편, 수정을 거듭합니다. 1881년 1월 낭청을 주사와 부주사로 나누어 칭하도록 하였으며, 의정부의 규례대로 도상(都相, 도제조)을 두고 시임대신(현직관리)과 원임대신(전직관리)이 겸하게 하였습니다. 또한 통리기무아문을 대궐 안에도 설치하고 '내아문'으로 부르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통리기무아문에서 '본 아문은 기밀을 취급하는 중요한 곳'이며 '각종 사무를 통틀어 관할하여 장악하지 않을 수 없으니' 서울과 팔도와 사도 즉, 조선 전역에서 벌어지는 대소사무를 막론하여 일일이 보고받아야한다고 아뢰자 고종은 이를 승낙해줍니다. 통리기무 내아문의 처소는 내병조와 전설사 근처로 하고 당상을 매일 입직하게 합니다. 지금은 남아 있지 않지만 고종이 친히 현판까지 직접 써서 내릴 정도였으니 그 관심과 당시 기대하는 바가 매우 중하고 컸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박시백(2012),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9, 휴머니스트.

육군군사연구소(2014), 청일전쟁, 육군군사연구소.

최병옥(2000), 개화기의 군사정책연구, 경인문화사.

조선왕조실록, http://sillok.history.go.kr

김남신(1987), 한말개화추진기구의 설치와 변천: 통리기무아문을 중심으로, 조선대학교대학원 사학과 석사학위논문.

김봉주(2001), 개화기 서구 과학기술 도입정책의 전개와 특성, 고려대학교 대학원 과학학협동과정.

이광린(1987), 대한민국학술원논문집26권: 통리기무아문의 조직과 기능, 대한민국학술원.

한승연(2015), 한국정치학회보 49집 1호 「행정개혁기구의 성공 조건 : 통리기무아문과 그 후속기구의 인사행정을 중심으로」, 한국정치학회.

개국631년 9월 24일

청암서원 원장 겸 훈장 홍봉한

http://www.1392.org/bbs?laed11:1561

장지용 631('22)-09-24 21:14	일단 사대교린이라는 잔재는 점점 근대식 외교 시스템으로 전환될 것 같네요. 그리고 당시 조선의 외교 인식은 요즘으로 치면 정치/군사 외교와 경제분야 외교를 분할해서 생각한 것 같네요!

이운 631('22)-09-25 19:41	강의 잘 들었습니다. 통리기무아문에 대한 설명을 보니 비변사의 역할이 확대된 것으로 보입니다. 군국기무를 통할하는 업무에 시대의 흐름에 발 맞춘 개화사무가 더해진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