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제528강 : 민사분쟁해결(7)

본래 '등기'란 여러 방면에서 쓰이지만 오늘 강의에서 배우는 등기는 부동산의 권리변동에 관한 사항을 다루는 '부동산등기'에 한정하는 것으로, <민법>과 <부동산등기법>등에서 등장합니다. 부동산의 소유권 등 물권변동은 원칙적으로 등기가 있어야 효력이 있습니다(민법 제186조). 예외적으로 상속, 공용징수 기타 법률규정에 의한 물권변동의 경우 등기 없이도 효력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민법 제187조). 등기부를 보시면 <표제부>, <갑구>, <을구>로 나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표제부는 그 부동산의 정보, 갑구는 소유권관계, 을구는 소유권을 제외한 물권관계를 표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누가 이 부동산의 현재 주인인지를 알려면 등기부의 갑구를 조사하면 되는 것입니다.

등기절차는 보통 원주인인 매도인과 주인이 되려는 매수인 사이에 협력의무가 있고 양자가 모두 등기소에 방문하여 서류를 갖추어 신고하는 것으로 등기이전하는 방식이지만 거래관계상 매도인이 필요서류와 위임장을 작성하여 주면 매수인이 등기소에 가서 등기이전절차를 밟게 됩니다. 따라서 보통 부동산의 매매계약은 계약금-중도금-잔금으로 3단계 분할지급을 하고, 분할지급 마지막 단계인 잔금과 등기이전을 위한 서류를 맞바꾸기로 하는 형태로 계약을 하지요. 이를 동시이행관계라고 하며 이 경우 상대방이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니 나도 아직 줄 수 없다는 '동시이행의 항변'을 할 수도 있습니다(민법 제536조). 그런데 대금 완납 이전에 미리 등기해주기로 하는 특약을 맺더라도 그것은 계약자유원칙상 유효하고, 이 경우 잔급지급과 동시이행을 주장할 수는 없게 됩니다(본인이 항변권을 포기한 것으로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허점을 이용하여 특약사항에 미리 등기이전해주기로 한다는 조항을 삽입하고 설명을 하지 않는다거나, 허위의 계약서를 이용하여 등기이전해가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상대방의 등기권리증 기타 등기서류를 위조하여 1부 마련하고 위임장 등도 백지보충하여(백지인쇄한 후 막 서명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등기소에 가서 등기이전하는 것입니다. 등기공무원은 신청된 서류가 요건에 맞으면 기계적으로 등기이전해주어야할 뿐 서류를 심사할 권한을 갖지 않으므로, 그것이 위조된 서류인지는 알지 못하는 상태로 등기이전해주게 됩니다. 등기는 효력상 <추정력>이라는 것을 가져서, 일단 등기가 마쳐진 이상 적법하게 등기절차를 밟아 등기한 것으로 추정되니 원주인은 속이 터지는 노릇입니다. 이 때 원주인은 법원에 그 등기는 무효의 등기이니 말소해달라는 청구를 내게 됩니다(무효등기말소청구의 소, 혹은 진정명의회복을 위한 이전등기청구의 소 등, 민법 제214조). 이에 위조서류를 내어 등기한 매수인은 1)이미 등기완료되었고 나는 그 부동산을 매수하기로 계약한 사람이며 잔금과 동시이행관계 없으므로, 제 자리 찾아간 등기(법률용어로 '실체관계에 부합하는 등기')라고 주장하고 2)설령 무효라도 이미 경료된 실체부합등기는 등기절차상 하자가 있더라도 무관하다고 주장합니다.

법원은 이에 대하여 이렇게 판단합니다.

" 위조 및 절취된 등기서류에 의해 경료(마쳐진)된 소유권이전등기는 그것이 실체관계에 부합하는 등기가 아닌 한 원인무효의 등기이고, 실체관계에 부합하는 등기란 등기절차상 어떤 하자가 있더라도 진실한 권리관계와 합치되는 등기를 말한다. 그 등기원인이 매매로서 아직 대금 완납 전이라면, 미리 이전등기해주기로 하는 특약이 없는 한 그 등기를 실체관계부합등기라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그 특약사항 없이 위조된 등기서류로 마친 등기는 원인무효가 됩니다. 원주인은 땅을 찾아올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오늘의 문제입니다. OX로 답하시면 됩니다.

1. 등기공무원은 등기서류의 요건만 심사할 뿐 등기서류의 적법성을 심사할 수 없다.

2. 위조서류로 마쳐진 등기라도 어차피 이전되어야할 실체관계가 있는 경우 유효한 등기로 될 수 있다.

3. 절취서류로 마친 등기의 경우, 등기양수인이 절도죄로 처벌되면 등기가 유효하다고 할 수 없다.

이상입니다.

개국630년 2월 28일

청암서원 훈장 김신

장지용

630('21)-02-28 16: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