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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당
[朝休] 여느 날의 승정원일기 03화
○상(上)이 경복궁에 계시다. ○상(上)을 대원군(大院君)이 실은 깔보고 희롱하며 거의 잠자리에서 일까지 들춰내는 내용이나 다름 없는 말을 하니, 상이 속으로 화를 내셔 낯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혹자는 대원군(大院君)은 옹졸하기 짝이 없는 녀석이라는 뒷말도 서슴치 않았다. ○상(上)이 이초(李初)를 폐서인(廢庶人)할 것을 검토하라 명하셨다. ===== "종실이 이처럼 혼란스러운 건 과인의 부덕함 때문일세" 임금의 말을 도승지가 받았다. "부디 성심(聖心)의 노여움을 푸시고 긴 호흡으로 사안을 보시옵소서. 대원군은 말투가 그래서 그렇지 그리 악의(惡意)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초(初)는 상황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 하고 심성이 다소 거칠어졌을 뿐이옵니다. 비록 초(初)의 일은 안타깝지만 그게 어찌 전하(殿下)의 부덕함이겠나이까. 혈육(血肉)은 자신의 양면과도 같은 것이라 쉽지는 않사오나, 그리 노여워 하실 건 아니라 사료 되옵니다." 임금이 한숨을 내쉬었다. "도승지는 과인이 어찌하면 좋겠는가." 도승지가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차차 신용을 쌓아, 흉금을 터놓을 자들을 우군으로 만드는 것이 마땅하다 생각되옵니다. 만기(萬機)가 성상의 심기를 건드리니 그때마다 상께서 노여워하시어 마음에 문을 닫아버려 나랏일이 송구스럽게도 번번이 바퀴가 빠진 수레꼴이 되고 있나이다. 그러나 신용을 쌓고 그만큼 흉금을 터놓으신다면 개선의 방도가 될 것이나이다." 임금이 콧구멍에 새끼손가락을 넣고는 말했다. "잘 알았다. 대원군께는 당분간 과인을 찾지 마시라 일러라." 도승지가 세차례 절을 하였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도승지가 두손을 가지런히 모아 뒷걸음질치며 나가자 임금이 중얼거렸다. "한판 해보자는 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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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