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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봉당] 춘추(春秋) 제11부
부루단군 14년, 인흥 12년 정월, 군대를 충무위까지 조직 시킨 왕은 비로소 오군(五軍) 체제로 굳힐 뜻을 밝히고 오위도총관으로 하여금 다섯 부대를 통솔하여 군사훈련 시키도록 명했다. 3월, 가재서의 아들 가문서(佳文瑞)를 광휘대부(廣徽大夫)에 봉하였다. 가문서는 내관으로 봉직하고 있었다. 4월, 벡두봉의 행장록을 작성하도록 명했다. 그가 서해도의 관리로 있으면서 서해도 백성들을 구휼하였을 뿐만 아니라, 가장 낮은 사람들을 포용하여 사사로이 얻은 서해도의 농지들을 골고루 나누어 주어 농사를 짓도록 장려했다는 것이 그 내용이었다. 왕이 이를 겸허히 받아들여 백두봉의 행장록을 인정하였으며 의정부 대신들로 하여금 뭇 관리들의 모범으로 받아들여 도성 안에 백두봉을 신주(神主)로 삼아 사당을 건립하도록 명하였다. 이후 사당이 건립되니 이름을 건덕사당(建德祠堂)이라 하였다. 5월, 중추부의 인사를 명했다. 추문산의 아들들 추원사(秋元思)와 추삼덕(秋三德)을 각각 영중추부사와 판중추부사에, 안천의 아들 안인귀(安仁貴)를 지중추부사에, 길중의 아들 길윤상(吉潤相)을 동지중추부사에, 성질을 첨지중추부사에, 서상안을 중추부경력에, 조인을 중추부도사에 명했다. 이들 중 추원사와 추삼덕, 안인귀와 길윤상은 모두 내관으로 봉직하였다. 6월, 연국안의 딸 연율을 상의로 삼았다. 7월, 영의정 가운이 세상을 떠나자 왕이 좌의정 봉인호에게 대임을 맡겼다. 8월에 폐위된 돈안대비가 세상을 떠났다. 이에 왕이 안덕황태후의 명에 따라 왕후의 예로서 장사를 지내게 하였으며, 시호로서 돈안왕후로 복위하게 했다. 돈안궁을 관리하는 사람을 하나 두게 하여 돈안궁직(敦安宮職)이라고 하였다. 세간에서는 안덕황태후가 내인으로 하여금 독살시켰다는 소문이 도성 백성들 사이에 퍼졌다. 9월, 상의 연씨에게서 왕자가 태어났다. 이에 왕이 소출군(蘇出君)이라 봉했다. 10월, 문치왕후의 장남인 소출원군을 창소원군(昌昭院君)으로 바꾸어 부르도록 명했다. 11월, 마월태황태후가 하세하였다. 이에 왕이 보름 동안 폐조(廢朝)하였으며 삼년상을 치르도록 명하였다. 이에 일부 내관들이 전례에 없는 법도라며 반대하는 상소를 올렸으나 왕이 이를 묵살하였다. 이후의 치세가 태평성대였다. 부루단군 15년, 인흥 13년 정월에 향임이 세상을 떠났다. 향임은 죽은 돈안왕후의 아버지니 장사를 후히 지내게 했으며, 향임의 자손들은 모두 조정에 나가지 않고 전라도 청암도에 터를 잡아 세거(世居)하여 대대손손 향반으로 살게 되었다고 한다. 2월, 좌의정 봉인호가 세상을 떠나자 왕이 우의정 궁봉에게 대임을 맡겼다. 3월, 최우도와 최현이 병환을 이유로 각각 좌찬성과 우찬성의 직임에 사임하고자 청하니 왕이 이를 수락했다. 이에 좌찬성에 노조성을, 우찬성에 윤온을 명했다. 4월, 우의정 궁봉이 세상을 떠나자 좌찬성 노조성으로 하여금 대임을 맡겼다. 궁봉의 자손들은 모두 조정에 나아가기를 사양하여 경기도 중림도 땅에 세거하여 대대손손 향반으로 살게 되었다고 한다. 5월, 포천현감(抱川縣監)에 곡순을 명하였다. 양주목을 다스리기 매우 어려우므로 구획(區劃)을 왕명에 따라 따로 정하여 목민관을 파견했다. 6월, 강화도호부사(江華都護府使)에 채재를 명하였다. 김포현을 다스리기 매우 어려우므로 구획을 왕명에 따라 따로 정하여 목민관을 파견했다. 7월, 조덕을 경기도관찰사(京畿道觀察使)에 명하였다. 경기도의 행정 공백을 우려한 왕의 뜻이었다. 8월, 조성을 개성부유수(開城府留守)에 명하였다. 개성부의 행정 공백을 우려한 왕의 뜻이었다. 9월, 문치왕후가 병을 자주 앓는지라, 중궁의 명으로 명부의 실권을 상의 연씨에게 일임하였다. 뒤이어 안덕황태후의 명에 따라, 옥성의 딸과 구민오의 딸로 하여금 왕후에 봉하도록 하니, 옥씨에게는 신숭왕비(信崇王妃)에, 구씨를 영실왕비(英實王妃)에 봉하였다. 이후의 치세가 태평성대였다. 부루단군 16년, 인흥 14년 정월에 신숭왕비가 아들을 낳자, 왕이 안수대군(安水大君)이라 봉하였다. 설덕수로 하여금 주나라에 사절단으로 가도록 명하여 보내었다. 3월에 영실왕비가 딸을 낳자, 왕이 보진공주(寶進公主)에 봉하였다. 4월에 설덕수가 돌아왔다. 설덕수가 돌아오는데, 주왕이 답례로 죽간(竹簡) 오백칠십오 권과 농구 칠천오백 개를 받아오니 왕이 이에 기뻐하여 설덕수에게 개성부의 토지 오백이십 결을 하사했다. 다른 한편으로 두 왕비가 연이어 아이를 낳자 연씨가 후환이 두려운 나머지 공공연히 투기를 일삼았다. 두 왕비의 얼굴을 그려 벽에 붙이고 칼로 북북 찔렀을 뿐만 아니라 내인들을 시켜다 독살시키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이를 보다 못한 안덕황태후가 상의 연씨를 폐출(廢黜)하도록 왕에게 간청하였다. 그러나 왕이 이를 받아들이기를 주저하니 “차라리 나를 죽이시오!” 하며 으름장을 놓으며 천륜(天倫)을 저버리도록 윽박질렀다. 이에 보다 못한 왕의 당숙인 온서와 온남이 금상에게 몸소 말하길 “폐하께서 주저하시니 왕실의 종묘사직이 위태롭사옵니다. 하루속히 연씨를 폐출시키시옵소서.” 하였다. 왕이 이를 받아들여 연씨를 폐출하였다. 그러나 그 어버이가 되는 연국안과 경안부인의 직첩을 거두지 않았다. 안덕황태후가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5월에 연씨를 폐빈(廢嬪)으로 격하시켰으며 흥덕궁에 유폐하도록 명했다. 그로부터 보름 뒤에 왕자를 낳자, 안덕황태후가 왕명으로 말미암아 대궐로 불러들여 소출군과 함께 문치왕후의 보살핌을 받도록 명하였다. 왕이 부선군(富宣君)이라 봉하였다. 이후의 치세가 태평성대였다. 부루단군 17년, 인흥 15년 정월에 안덕황태후가 반성의 기미(機微)를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폐빈 연씨를 사사하게 하여 죽였다. 이때 신숭왕비와 영실왕비가 안덕황태후와 합세하여 폐빈을 죽이는 공모를 짜냈다는 소문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2월, 왕일공주가 세상을 떠났다. 왕이 그 아들인 도복길로 하여금 장사를 후히 지내도록 명했다. 3월, 환송공주가 세상을 떠났다. 왕이 그 아들인 신교빈으로 하여금 장사를 후히 지내도록 명했다. 4월, 정백이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전조의 직제인 증태정대신(贈太政大臣)으로 추서(追敍)하였다. 5월, 승순황태후가 세상을 떠났다. 왕이 이에 장사를 이년 상으로 치르도록 명하니, 신하들이 모두 왕실의 재정이 궁핍할까 우려하였다. 6월, 좌찬성 노조성이 세상을 떠났다. 왕이 이에 장사를 후히 치르도록 명했다. 뒤이어 우찬성 윤온에게 일임하도록 명했다. 7월, 윤온의 아들이자 내관인 윤기진(尹起晉)을 보국사성전에 명하였으며, 윤온의 딸 호영(皓永)을 내인으로 보냈다. 이후의 치세가 태평성대였다. 부루단군 31년, 인흥 29년 정월에 윤 내인을 상궁으로 승급(昇級)했다. 이는 안덕황태후의 명에 따른 것이며 왕의 승은을 입지 않았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후 윤 상궁은 왕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찰하는 업무를 맡았다. 2월, 우찬성 윤온이 세상을 떠났다. 왕이 장사를 후히 치르도록 명하고 좌참찬 초학으로 하여금 일임하도록 명했다. 이후의 치세가 태평성대였다. 부루단군 32년, 인흥 30년 정월에 좌참찬 초학이 세상을 떠났다. 왕이 이에 장사를 후히 치르도록 명했다. 우참찬 초경으로 하여금 일임하도록 명했다. 4월에 신숭왕비에게서 왕자가 태어났다. 왕이 이에 도수대군(道水大君)이라 봉하였다. 이후의 치세가 태평성대였다. 부루단군 33년, 인흥 31년 정월에 우참찬 초경이 세상을 떠났다. 왕이 이에 장사를 후히 치르도록 명했다. 의정부사인 채형으로 하여금 일임하도록 명했다. 이후의 치세가 태평성대였다. 부루단군 34년, 인흥 32년 3월에 의정부사인 채형이 세상을 떠났다. 왕이 이에 장사를 후히 치르도록 명하고, 의정부검상 동방표로 하여금 일임하도록 명했다. 이후의 치세가 태평성대였다. 부루단군 35년, 인흥 33년 정월에 의정부검상 동방표가 세상을 떠났다. 왕이 이에 장사를 후히 치르도록 명하고, 의정부사록 온동으로 하여금 일임하도록 명했다. 동방표는 동방비의 아들이자 내관으로서 역대 왕들을 보좌하는데 헌신하였다. 동방비의 집안을 제외하고 다른 동방씨의 일족들은 모두 강릉 인근에 은거하여 조정에 출사하지 않았으며 이후 은거하여 자자손손 향반으로 지냈다고 한다. 그 이후의 치세가 태평성대였다. 부루단군 36년, 인흥 34년 의정부사록 온동이 세상을 떠났다. 안덕황태후의 아버지니 왕이 장사를 후히 치르도록 명하였다. 왕이 외숙(外叔)인 온동의 자손들을 중용(重用)할 뜻을 밝혔으나 안덕황태후가 “외척이 정사(政事)에 나서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만약 내 오라비들을 조정에 한 발자국이라도 들이게 하는 날에는, 내 삼족(三族)을 멸할 것이다!” 하며 엄포를 놓으니 온동의 자손들이 겸허하게 벼슬을 버리고 충청도 연원도에 은거하였는데, 훗날 온씨를 박해하는 일이 벌어졌으나 화(禍)를 면하였다. 그리하여 그곳에 터를 잡다가 일부 자손들이 성환도로 옮겨 기거하여 그곳에 세거하였다. 이후 대대손손 향반으로 살게 되었다고 한다. 부루단군 37년, 인흥 35년 정월에 폐빈의 소생인 부선군이 세상을 떠나자 왕이 매우 애석해하였다. 이에 폐빈의 무덤 근처에 장지를 정하여 그곳에 묻게 하였다. 정확한 위치는 알려지지 않았다. 4월에 비빈(妃嬪)들의 소생들 가운데 폐빈의 소생인 소출군으로 하여금 태자로 책봉하였다. 소출군의 태자 책봉 소식에 안덕황태후가 “천한 핏줄을 태자로 책봉하다니 인정(人情)에 끌리셔서.” 하며 낙담하였다고 한다. 소출군의 생모까지 죽음으로 이끈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훗날 패륜(悖倫)으로 이어지는 화근의 씨앗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왕이 안덕황태후에게 간곡히 청하였기에 이를 마지못하여 받아들였다. 5월에 의정부의 인사를 명했다. 영의정에 송순, 좌의정에 추문산, 우의정에 향보서, 좌찬성에 안천, 우찬성에 길중, 좌참찬에 호성기, 우참찬에 호빈, 의정부사인에 허안, 의정부검상에 성질, 의정부사록에 서상안을 명했다. 이번 인사를 두고 추씨와 안씨가 의정부와 중추부의 인사를 좌지우지했다는 소문이 도성 안팎에 나돌았다. 6월에 대문의 아들 대심원(大心愿)을 보신대부(保信大夫)에 봉하였다. 도정에 힘쓴 공로를 인정한 까닭이다. 그에게 충청도 성환 땅에 오십만 결의 토지를 하사하였다. 이후의 치세가 태평성대였다. 부루단군 38년, 인흥 36년 정월에 영의정 송순이 세상을 떠났다. 이에 왕이 장사를 후히 치르도록 명하고, 좌의정 추문산으로 하여금 일임하도록 명하였다. 4월에 왕이 병석에 몸져누움에 따라 태자를 대리청정(代理聽政)하도록 명하여 조정 대신들과 정사를 일임하도록 명했다. 5월에 충무위호군 옥민의 딸을 태자비로 삼았다. 이후의 치세가 태평성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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