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병욱
[보덕] 두 명의 여왕 제3편
유월에 허정대군이 하세하였다. 이에 왕이 의정부의 인사를 단행하니 영의정에 편선, 좌의정에 호선, 우의정에 봉학인, 좌찬성에 초도연, 우찬성에 전언대군, 좌참찬에 황슬군, 우참찬에 길돈, 의정부사인에 문길구, 의정부검상에 향랑, 의정부사록에 천위사를 명했다. 구월에 치른 과거에 영의정 편선의 아들 편상우(片尙祐)가 급제하였다. 왕이 그에게 선조성조고를 명했다. 시월에 진향황태후가 하세했다. 왕이 몸이 편치 않아 의정부로 하여금 장례를 후히 치르게 했다. 십이월에 왕후를 간택하지 않은 채 왕이 갑작스럽게 하세했다. 광해태황태후가 통곡하고, 왕실의 후사가 없음을 매우 근심하니 신하들이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에 선일대군을 후사로 잇고자 했으나 선일대군은 매우 병약하여 후사를 담당하기에는 매우 부족함을 들며 태황태후가 거절했다. 익종대왕의 후사들 가운데 두 명의 대왕 이외에도 공주들이 있었으나 이들 중 특출한 이가 원양공주였다. 이에 원양공주를 왕위에 올리고자 하니, 영의정 이하의 의정부 대신들이 반발했다. 그러나 궁여지책임을 들며 태황태후가 물러서지 않자 신하들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후 원양공주를 옥좌에 올리니 태황태후의 명에 의해 황하여왕(黃河女王)이라 했다. 황하여왕 1년 정월에 연호를 덕융(德融)이라 했다. 덕융 1년 2월에 영의정 편선이 세상을 떠났다. 이에 호선을 영의정에 명하고, 좌의정에 봉학인, 우의정에 초도연, 좌찬성에 전언대군, 우찬성에 황슬군, 좌참찬에 길돈, 우참찬에 문길구, 의정부사인에 향랑, 의정부검상에 천위사, 의정부사록에 길돈을 명했다. 뒤이어 여왕이 정사를 다스리기 어려움을 들어 태황태후에게 수렴청정(垂簾聽政)을 청하니 신하들이 이를 받아들였다. 이후 태황태후가 왕을 대신해 정사를 담당했다. 3월에 태황태후의 명으로 선왕의 시호를 대종덕인대왕(代宗德仁大王)이라 했다. 4월에 배달국왕이 여왕을 옹립했다는 소식을 듣고, 대노하여 본국 조정에 진위를 밝히기를 청하니 영의정이 직접 나서서 진상을 밝히고자 하였다. 그러나 좌의정이 영의정을 대신해 직접 해명하고자 청하니 태황태후가 이를 받아들여 배달국에 사신으로 보냈다. 5월에 배달국왕 안부련이 하세하여 태자 양운이 왕위에 올랐다. 여왕이 친히 배달국의 왕경에 찾아가 즉위식(卽位式)에 참석했다. 6월, 주나라 목왕이 세상을 떠나자 태자가 공왕(共王)으로 즉위했다. 여왕이 이 소식을 듣고 친히 뱃길로 주나라에 찾아가 즉위식에 참석했다. 여왕의 방문에 놀란 공왕이 배달국왕과는 다르게 융숭한 대접을 하였다. 보름동안 주나라에 머무르다 본국으로 귀국했다. 7월, 이각의 아들 이만원이 조정에서 나오기를 사양하였다. 왕은 그의 뜻을 받아들였다. 8월, 궁방에게 이조판서를, 강창훈에게 예조판서를 명했다. 9월, 배달국왕 양운이 선왕의 뒤를 이어 여왕의 옹립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였다. 이에 태황태후가 다시 난색을 표하여 영의정 이하의 대신들이 직접 배달국에 찾아가 다시 해명하였다. 그러나 공주가 여왕에 올랐다는 것에 대한 백성들의 반응도 좋지 않아 온 나라가 어수선했다. 하여 태황태후가 어두운 밤을 틈타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 세 대신을 은밀히 불러 새 왕의 옹립을 가지고 의논을 하였다. “배달국 임금이 우리 왕실을 핍박하는 모양입니다.” “……” 세 대신은 일제히 태황태후의 말에 경청한다. “아무래도 덕의여왕의 전례를 들며 받아들이지 않는 모양입니다.” “전번에 여왕폐하께서 직접 찾아가서 인사를 드리지 않았잖습니까.” “그건 형식을 차린 겁니다.” “……” “아무래도 잘못 선택한 모양입니다. 종실(宗室)에서 찾아내어 한 사람 추천해 왕위에 올리는 편이 나을 거 같습니다.” 세 대신이 놀란다. “네?” “내 밀지(密旨)를 내릴 테니 추천해서 올리도록 하세요.” 태황태후의 밀지는 태황태후가 왕실의 웃어른이면서도 동시에 임금의 지위보다 높기 때문에 아무리 임금의 영이라고 할지라도, 태황태후의 동의를 받지 않는 이상 통과하기 어려운 것이다. 때문에 여러 임금들은 이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오늘에 와서야 다시 부딪힌 것이다. 태황태후는 손수 밀지를 내려 세 대신에게 명을 내렸다. 할 수 없이 세 대신은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내가 부덕(不德)하여 생긴 것이니 내 손으로 거두어야지.’하며 태황태후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익종대왕의 두 아들이 옥좌에 올랐다고는 하나 모두들 치세를 이루지 않은 채 단명했다. 그것을 근심하던 차에 궁여지책으로 공주를 옹립했더니 배달국의 간섭을 받아야 하는 현실이 앞을 막을 줄 누가 알았을까. 한데 어찌된 일인지 여왕의 귀에까지 들렸다. “뭣이? 태황태후전에 삼정승이 찾아갔다고?” “네, 마마.” 주변치 향씨가 이를 아뢰었다. “어째서?” “배달국왕이 폐하의 왕위를 두고 왈가왈부하는지라.” “이런 발칙한.” 여왕이 대노하였다. “그래서?” 주변치의 말을 재촉하였다. “해서 어젯밤 태황태후전에 세 정승이 은밀히 들어가서 태황태후마마의 명에 따라 폐하를 옥좌에서 폐한 뒤 새 왕을 추대(推戴)하는 음모를 꾸몄습니다.” “뭐라구?” 여왕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이에 여왕은 세 정승을 은밀히 불러들였다. “폐하, 신들을 찾으셨습니까.” “경(卿)들은 어제 태황태후전에 찾아갔다지요?” 어떻게 알았을까 하며 세 정승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태황태후마마께서 어쩐 일로 경들을 찾으셨소?” “마마, 그것은.” “역모를 꿈꾸셨습니까?” 세 대신들은 더 말을 하지 않았다. 그 곁에 있던 주변치가 회심(會心)의 미소를 지었다. “그 밀지는 어디에 있소?” “마, 마마!” 영의정이 나섰으나 이미 물은 엎질러진 채였다. 여왕은 즉시 내금위장(內禁衛將)을 명해 세 대신들을 모두 감옥에 가두게 했다. 이는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여왕의 일은 곧 태황태후에게 전해졌다. 태황태후전에 있는 정 상궁에 의해서였다. “정 상궁, 그게 참인가?” “네, 마마.” 난색을 표하는 정 상궁을 태황태후는 아차! 하며 아찔함을 느꼈다. ‘어째서 일이 새어 나왔누. 낮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렇게 될 줄이야.’ 그날 밤.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 세 사람의 직첩(職牒)을 거두어 파직(罷職)시켰다.
|
http://www.1392.org/bbs?history23:336  
|
| 
|
| 창작 역사소설 최근 댓글 | ||||||||||||||||||||||||||||||||
|
정병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