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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안] 종이꽃 제41편
―한 초시는 별안간 딸의 모습을 떠올리며 눈시울이 뜨겁게 느껴진 것을 알고 제풀에 깜짝 놀란다. “어허, 놀라기는 왜 놀래?” 송의원의 기척을 듣고서야 한 초시는 제정신을 차리는 것이다. 어느새 진해댁과 송의원이 한초시가 한눈 판 사이에 합의를 보았다. “자네, 여태껏 딸 생각했는가?” 송의원의 물음에 한 초시는 헛기침으로 대신 대답했다. “그나저나 회사에 취직하면 장가는 언제들꼬?” “베필이 있답니까?” 근심 걱정이 사라진 진해댁이 묻자 송의원은 초시를 곁눈질로 보며 “그렇다네.” “아이구, 황송해라. 어느 뉘댁 여식이기에 볼품없는 제 아들하고 맺습니까?” “저쪽 수정동에 사는 거 왜 자전거포 하는 이 서방이라고.” “네, 압지요.” “거기에 과년한 딸내미가 있다는 거야.” “나이는,” “스물다섯은 된다고 하더이.” “그럼 강숙이 말씀이어요?” 득의양양하게 끄덕이는 송의원. “그 애가 벌써 그렇게 되었다구요?” 내심 기대도 해보았지만 진해댁은 실망스러운 눈치다. 정 장가보내야만 한다면 돈이 있거나 부잣집에서 시집오는 걸 간절히 바라는 진해댁의 마음을 모르는 것 같아 아쉬운 눈치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은 한번 싹트면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는 법. 그걸 모르지 않는 진해댁이기에 잠자코 있는 것이다. 근처에 사는 딸들 정도라면 내심 좋았을 진해댁은 “에구, 다 글렀네.” 씁쓸해하며 부엌으로 향하는 것이다. 어쨌든 진해댁은 아들에 대한 짐을 하나 덜어낸 것에 내심 만족을 느낀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부으라는 말이 있다. 아마 이를 두고 하는 말 인가보다. 유석덕 영감의 삼우제(三虞祭)가 끝난 뒤에 굳은 땅에 단비가 내리는 것과 같이 진해댁에게 며느리가 생겼다. 자전거포 사장 이 서방의 딸 강숙이었다. 강숙은 학업은 고등교육을 마친 사람이었다. 배운 것도 깊지 않은 만큼 송 의원은 그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사람이었다. 뼈 빠지게 자식의 뒷바라지를 했던 것과는 다르게 명석한 머리를 가진 까닭에 서울에서 여자대학을 다니면서 어느 부잣집에 가정교사로 일하며 학비를 벌어댄 착한 딸이었다. 그런 딸내미를 시댁에 보내는 이 서방은 이내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아이고, 부모 가슴팍에 소금 뿌리지 않고, 속도 썩이지 않더니 싹싹하다고 소문난 유 영감네 아들을 장가보내니 이 얼마나 좋은 일고.” 이 서방 댁도 눈시울이 뜨겁기는 마찬가지였다. 부산 바닥에 오랫동안 터전을 잡은 이들 일가는 몰락한 양반집에 시집을 보내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과분하다면 과분한 처지였다. 어쨌든 진해댁은 아들 내외의 혼례식(婚禮式)을 치르는 모습을 지켜보며 저 멀리 떠나 간 영감이 이 광경을 보았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남기는 했지만 그건 잠시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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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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