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銳刀] 11월 18일 오프 후기(故 임랑 作)

이번 주말에도 또한번 오프가 열릴 예정인지라, 오프 참여 멤버 중 그나마 사조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적극적으로 오프에 참여하신다는 이유만으로 오프 후기를 3주 연속 예도님께 전담하기가 미안한 마음도 있고 하여 이번 오프 후기는 제가 남깁니다. 물론 원래부터 후기를 남기기로 작심한게 아니었기 때문에 불행히도(?) 사진은 없습니다.

이번 오프는 귤림옹(이혜님) 선생님께서 볼일이 있으셔서 약 2년 만에 서울에 상경하시게 되었다는 소식에 자발적으로 몇몇 아현문중과 죽돌세가의 멤버들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토요일엔 일을 보시고 일요일날 오후 3시에 광화문 교보에서 만나기로 하였습니다. 물론 그 전에 청서님(한유찬님)과 예도님과 선생님은 점심 때부터 만나신 것 같았구요. 저 같은 경우는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서 1시간 좀 늦은 4시에 경복궁 고궁 박물관 내에 카페테리아인 고궁뜨락에서 선생님, 이벽손님, 청서님, 예도님과 만났습니다. (원래는 3호선 경복궁역에서 내렸으면 바로 출구와 카페테리아가 이어져서 편했을텐데, 1시간이나 늦으면서도 광화문 교보에 들리겠다는 호기(?!)로 5호선 광화문 역에서 내린 것이 화근이었네요. 그런데 정작 선생님들께서는 이미 고궁박물관까지 다 둘러보시고 카페테리아에서 대기 중이시라고 하셔서 광화문 교보는 들리지도 못하고 뛰어갔습니다. 여담으로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을 볼 때마다 왠지모르게 도끼들고 꿇어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되네요.

고궁뜨락에서 카페모카를 시켰고 계속 담소는 이어졌습니다.  정말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가서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사조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야구이야기, 정치이야기, 교육이야기, 개인 사생활 근황 이야기 등등. 정말 광범위한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그와중에 정말 깨알같았던건 사조제일미·다따랑 드립(?!). 워낙 몰아가기의 귀재들이 모이신 덕분에 카페모카에 띄워진 하트문양의 아트라떼만으로도 저는 순식간에 카페테리아 바리스타 분들의 고백을 받아버리는 그런 멋진(?) 여자가 되어있었습니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어장관리(?)까지 하는 여자가 되어버렸더군요. 실제로는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인데 말이죠. 그리고 또하나 강렬히 기억에 남았던 것은 이벽손님의 증명사진이었습니다. 비록 몇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으며 과학기술의 영향을 받긴 했지만 정말 사조제일미남, 죽돌세가의 간판미남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매우매우 준수하신 용안이었습니다. 헤헤...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 6시가 좀 넘어서 청서님께서는 일이 있으셔서 자리를 먼저 떠나셨습니다. 떠나실 때까지도 박공행님을 보고파 하셨는데 결국은 이루지 못하셨습니다. 그리고 나서 박공행님과 정준하님이 도착하셨고 자리에서 일어나 저녁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너무 많이 떠들어서 그런지 상당히 배가 고프더군요. ^^; 어디로 가야 할까 고민하다가 종로쪽으로 나갔습니다. 뭔가 2년 전 '소곱창 사건'의 데자뷰가 들만큼 익숙한 길이기도 했고 그것 말고도 예전에 오프에서 치맥을 했을때의 그 길인 것도 같더군요. 여러 종류의 음식점이 있었는데 이 중에서 오늘 오프의 주인공께서는 순대국집을 간택하셨습니다. 어머니 말씀만 믿고 옷을 얇게 입고 나와서 조금은 덜덜 떨었던 저에게는 정말 좋은 메뉴였습니다. 한 가지 안타까웠던 것과 다행이었던 점은 제가 내장은 먹지 못한다는 것이었고 다행이었던 점은 순대탕이라고 순대국이랑은 똑같은데 내장만 뺀 메뉴가 따로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각자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들깨가루를 너무나도 사랑했던 박공행님께서는 순대탕이 들깨가루탕이 되도록 들깨를 뿌리셨던게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제 막 먹으려고 했는데 아주머니께서 남자 분께 드릴 용으로 많이 주셨다며 제 꺼를 바꿔 주시더군요. ^^; 제 위를 너무 과소평가 하셨나봅니다. (오프를 파하고 헤어질 즈음 되자 제 배는 배고픔에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음식점에서도 이야기꽃은 계속되었습니다. 마침 TV에서 런닝맨이 하자 런닝맨 이야기며 무한도전이며 라스며 예능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갔고 더 나아가 최근의 사회 이슈인 정치-대선에 관해서도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박근혜가 당선될 것인가, 야권단일화 후보가 될 것이냐는 저희 오프 참여자들 사이에서도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각자 현금을 내시고 현금이 없이 카드만 있던 제가 몰아서 계산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제와서 밝히는 것은... 누군가 현금을 1,000원을 더 낸 것 같다는 것입니다. 분명 제가 먹은 순대탕은 6,000원이었는데 모아진 현금은 32,000원이었고 저희가 주문한 음식의 총가격은 37,000원이었다는 것이죠. 어...떻게 된걸까요? 미스테리합니다.

식사 후 원래 선생님께서 상경하시기 전 부터 계획했던 '와인파티'를 위해 장소를 물색했습니다. 원래 계획은 선생님께서 숙소로 잡으시는 방에서 근처 마트에서 와인과 치즈를 간단히 구매하여 마실 생각이었습니다. 지난 인사동 오프 후기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개인적으로 요즘 와인을 마시고 싶었던 탓에, 와인파티를 자못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아무튼 인사동 쪽으로 나와서 승님이 추천해주신 제법 외관은 좋은 세림호텔인가요? 그곳으로 선생님을 안내해드렸고 선생님께서 방을 알아보러 들어가시고 나머지 사람들은 밖에서 대기하며 러브호텔(?)이야기, 일본 이야기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습니다. 이윽고 선생님께서 나오셨고, 방 한 개를 잡고 와인파티 하는 거야 상관은 없는데 여자 멤버가 있기 때문에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하였습니다. 왠지 죄송하더군요. 이에 임랑 비구니 드립도 나오긴 했지만 안되는 걸 어쩔 수 없지요. 선생님께서는 숙소에 짐을 내려놓으시고 와인파티가 불발되었기에 그냥 근처 찻집에서 조용히 담소나 나누는 것으로 계획이 변경되었습니다. (오프가 끝난 후 저는 생각할 수록 이 호텔사건?이 너무 웃겨서 친구들에게 자초지종을 말했더니 '여자친구랑 갔냐?' 라며 놀리더군요. 헤헤.. 정말 좋은 친구들입니다.)

저희들이 도착한 찻집은 그 유명한 <귀천>이었습니다. 저도 가끔 인사동에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인사동 찻집은 너무 비싸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귀천>은 싸면서도 맛좋고 분위기도 아늑하고 좋은 찻집이죠. <귀천>이 장소이전하기 전에는 자주 들렸었는데 생각해보니 이전한 후에는 들리지 못했네요. 아무튼 들어가서 메뉴판을 보고, 멤버들은 예전 오프의 '커피 곱빼기 주문 사건'에서와 마찬가지로 다시한번 똘끼(?)를 발휘하여 왠지 특이한 메뉴들을 주문하고 싶어했고 그 중에 단연 눈에 띄는 팥빙수를 주문하자고 하며 팥빙수가 되는지 여쭤보았고 당연히(!) 주문은 되지 못하였습니다. 그 후 수정과, 금귤차.....등등 해서 각자 주문을 하였고 여기서도 여러가지 이야기가 오고갔는데 워낙 대화 주제와 내용이 방대하여 다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은 함정. (하지만 그 와중에 또렷이 기억에 남는 건 선생님의 대화 속에서 자주 언급된 김코인 교수님과 대학원 학생회 회장이라는 그 개념없으신 5급 공무원 분) 그 와중에 저는 화장실을 가려고 했는데 주인 아주머니 설명에 따라 건물 밖으로 나갔음에도 화장실이 보이지 않아서 그냥 다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이 때 친절하신 우리 이벽손님께서 에스코트를 ㅠㅠ 해주셨습니다. 폭풍감동이 진하게 몰려왔습니다.

이야기 꽃을 열심히 피우다가 가게 문 닫을 시간이라고 해서 자리를 떠야 했고, 계산은 선생님께서 해주셨습니다. (1월 말에 제주도 가서 제가 꼭 보은하도록 하겠습니다. 소곱창 사건때 까지 합쳐서 제 몫만 ^^; )

오프를 파하고 지하철로 다들 헤어졌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저희를 지하철 역까지 바래다 주셨습니다. 저희들은 다음 오프를 기약하며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오프 후기 끄 ~ 읕

ps 故 임랑님이 작성하신 오프 후기 입니다.

-銳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