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銳刀] 2013.08.31 종각 오프모임 (故 임랑)

모임일시 및 장소는 오후 4시 종각 영풍문고. 그러나 전날 사정이 있어 새벽 4시 넘어서 겨우 잠든 나는 당일 아침 매우 초췌해 있었다. 어쩐지 부스스하고 정리정돈이 안 되는 상황. 설상가상으로 심지어 살도 쪘는지 원래 맞던 바지가 낀다는 느낌이 들었다. 살을 우겨 넣으며(?) “아.. 내가 이렇게까지 해서 오프를 나가야 하나. 그냥 오프 나가지 말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다. 

대충 준비하고 집을 나섰는데 종각으로 가는 버스를 눈앞에서 놓쳤다. 10분마다 한 대 오는데 덕분에 나는 지각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버스 안에 나는 초조했고 3시 40분에 이미 종각에 도착했다는 예도님의 카톡. 거기다가 이미 도착해서 책을 보고 있었다는 벽님의 카톡은 나의 초조함을 더욱 고조시켰다. 

거기다가 마침 차 없는 거리? 때문인지 아니면 시위? 때문인지 내가 내려야 할 정류장을 거치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버스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버스기사 아저씨께 사정을 말씀드리고 나는 버스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 그냥 정처 없이 내렸다. 다행히 1호선 종각역이 보였고 지하로 들어가 5번 출구 쪽에 있는 영풍문고로 가려고 했다. 그런데 종각역 내부가 참으로 복잡하여 영풍문고로 나가는 쪽을 찾는 것이 참 어려웠다. 4시 7분에 종각 근처에서 내려서 벽님께 영풍문고에 계시냐고 전화로 물어보았었는데 영풍문고에 도착하니 시간은 4시 15분이었다. -_- 

도착해서 보니 승님은 아직 오지 않은 상태셨고 어디로 이동하기도 뭣한 상황이었기에 영풍문고 출구 쪽에서 수다를 떨며 승님을 기다렸다. 승님을 너무 보고 싶어 했던 벽님은 승님의 아우라에도 훨씬 못 미치던 사람들을 승님으로 착각하기 시작했고 예도님의 상사병도 점점 깊어져갔다. 잠시 뒤, 승님이 올 것이라고 우리가 예측하고 지켜보던 입구가 아닌 전혀 다른 방향에서 승님이 등장하셨다. 마침내 뭉친 네 명은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로 했다. 

종각역을 나오자 커핀그루나루(카페명)가 눈에 띄었다. 마침 4인 이상으로 지정된 비즈니스석이 자리가 났다. 원형으로 된 테이블이었는데 의자도 푹신푹신 쇼파 같았고 최소 4인이라고 되어 있었지만 8명 정도도 앉을 수 있을 것 같은 자리였다. 벽님은 미리 예약한 것이라고 농담을 던졌고 승님과 예도님은 그 말을 진짜로 믿었다. (단언컨데 나는 절대 안 넘어갔다.) 

나는 아이스아메리카노 레귤러 사이즈를 시켰다. (다른 분들은 뭘 시켰는지 기억이;;) 다들 각자 시킨 음료를 마시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무래도 나를 제외한 나머지 분들이 사조에 가입이 되어 있었고 최근 들어 사조에서 여러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야기 주제에는 사조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한 때 다들 빠져있었던 시티오브원더, 어떤 소녀시대 팬이 조조전을 각색해서 만든 소시전, 역전재판, LOL...등등의 게임 관련 이야기, 그리고 승님의 일본 답사 이야기 및 관련하여 한․일역사이야기, 이석기와 통합진보당 등과 관련하여 최근 정치 이슈들, 그리고 대학원 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이 쉴틈 없이 이어졌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승님은 교수님이 소환하시는 바람에 먼저 일어나보셔야 했고 따라서 우리는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이것은 카페에 들어 온지 약 3시간이 지난 저녁 7시 30분쯤의 일이었다. 

카페에서 나오자 비가 제법 굵게 내리고 있었다. 벽님을 제외한 나머지는 우산이 없었는데 승님은 비를 맞으며 가셨고 남은 우리들은 우산 하나에 의지하며 벽님이 미리 봐두었다는 등갈비집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손님이 제법 있었고 우리는 에어콘 바람을 직빵으로 맞는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등갈비 3인분에 소주는 참이슬fresh로 한 병 시켰다. 여기서도 정말 사조 이야기를 포함해서 최근 각자 근황에 관한 이야기 등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갔는데 왜 자세한 내용이 기억나질 않는지... 안타깝다. 다음부턴 녹음을 해야 하나? 

그 와중에 휘님으로부터 재미있게 놀고 계시냐는 카톡이 왔고 예도님과 나는 휘님께 보고 싶다는 카톡을 날렸다. 그러자 갑자기 휘님이 페이스타임을 갖자며... 잠시 내가 등갈비를 뜯는데 한 눈을 판 사이, 카톡방은 셀카사진들이 올라와 있었다. 휘님과 조찡의 날 것(?)이 올라와 있었다. 셀카를 찍어서 올려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간만에 술이 들어가 얼굴이 달아오른 이 몰골을 보여드릴 수는 없었기에 그냥 음식이 놓여있는 테이블 사진을 찍어서 올렸는데 휘님은 예리하게도 내 앞에 뼈가 가장 많이 있음을 지적하였다. 네.. 제가 가장 많이 먹었어요. 맛있더라고요. 나는 순순히 시인했다. 

세 명이서 열심히 수다를 떨며 약간의 반주를 곁들이고 있었는데 마침 생생정보통이라는 TV프로그램에서 이 등갈비집을 촬영하고 있었다. 돌아다니면서 카메라로 찍고 손님들에게 인터뷰 요청을 하는 등 자꾸 카메라에 신경이 쓰였다. 마침내 방송관계자가 우리 테이블로도 와서 인터뷰 좀 하나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벽님이나 예도님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별로 방송을 타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어서 극구 사양했다. 내가 거절해서 그랬는지 아니면 벽님이나 예도님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인터뷰를 거절하셨다. 

인터뷰를 거절하긴 했지만 자꾸 돌아가고 있는 카메라 렌즈가 신경이 쓰여서 더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다. 마침 등갈비도 추가로 2인분 한 것까지 다 먹었기 때문에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계산은 당연히 다 같이 적당히 나눠서 하고 싶었지만(게다가 난 등갈비를 제일 많이 먹었.....) 벽님께서 한사코 만류하시며 돈을 벌고 있는 본인이 내셔야 한다며 강력히 주장하시어 어쩔 수 없이 벽님이 모두 계산하시었고 나와 예도님은 다음 3차를 내기로 했다.

이때가 밤 9시 경의 일이었다. 

시간도 여유 있어서 가볍게 맥주 한 잔 하기로 하고 등갈비집을 나섰다. 나서자마자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아사히 생맥주 전문점인 아사칸이 눈에 띄었지만 아사히 맥주 제4공장이 후쿠시마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차마 갈 수가 없었다. 등갈비집 맞은편에 괜찮은 호프집이 있어서 거기로 들어갔다. 가게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가볍게 생맥주 500cc씩 시키고 안주는 이미 다들 고기로 저녁을 해서 배부른 상태였기 때문에 기름기가 없는 샐러드 쪽을 보았고 마침 연어샐러드가 눈에 띄어서 안주는 이것으로 하였다. 마침 가게 TV에서는 야구경기가 나오고 있어서 야구를 주제로 이야기를 하기도 했었고 이 자리에서도 역시나 사조, 특히 사조 중에도 조정의 이야기나 사조 현황보다는 죽돌에서 있었던 지난 오프들, 죽돌 내부에서 있었던 일들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왜 자꾸 안구가 습해지려 하던지...)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자세히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 와중에 우리는 500cc를 추가로 더 시켰고 예도님은 500cc를 한 잔 더 마신걸로 기억한다. 연어샐러드를 다 먹고 기본으로 나온 땅콩을 까먹으며 나는 영혼 없는 맞장구(?!)를 몇 번 치기도 했고 이런 맞장구에 예도님은 다소 서운해 하였으나 이미 합장까지 해서 끝난 마당에 뭘...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여차하면 합장 취소해달라고 부탁드릴까 싶기도 하였다. -_- 

<3차 후...> 

한참 분위기가 절정에 있었을 때 갑자기 가게 점원이 계산서를 ‘툭’ 테이블에 던지다 싶이 내려놓으면서 가게 마감시간 다되어 간다고 계산을 미리 해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시계를 보니 이미 11시를 훌쩍 넘겨있었다. 대중교통이 끊기면 안 되었기에 우리 셋은 아쉽지만 이만 자리에서 일어나기로 하였다. 지갑을 꺼내시는 벽님을 만류하며 예도님과 내가 계산을 했다. 가게에서 나오자마자 벽님은 종각역으로 가야하는 나와 예도님과는 반대방향으로 가셔야 했다. 

아쉬웠지만 벽님을 마저 보내드린 후, 나는 원래 타던 버스가 오늘은 종각 쪽으로 오지 않기에 차라리 헤매는 것보다는 지하철을 타고 좀 더 집에 가기 용이한 곳으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예도님은 1호선 종각에서 서울역으로 간 후 4호선으로 갈아타실 생각이셨고 나는 1호선 종각에서 시청으로 간 뒤 2호선으로 옮길 생각이었다. 종각 바로 다음 역이 시청이라 나는 거의 타자마자 내려야 했다. 

 그렇게 죽돌MT, 죽돌 주최 전체 오프를 기약하며 8월 31일 오프가 끝이 났다. 

 후기 끝.

박찬

622('13)-09-02 00:18

김시습

622('13)-09-02 01:57

정태수

622('13)-09-02 23:23

이운

622('13)-09-07 1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