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조기사] 업무 간소화 의견 적어

의정부에 의해서 발휘된 업무간소화 논의가 의견이 적어 의도와는 달리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월 31일 처음으로 진행된 업무간소화는 대부분 사인인 서양갑의 발의에 대한 관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으며 그 외의 의견으로는 강원도사 박지운이 녹봉과 관련하여 낸 의견이 전부이지만, 이 또한 이미 서 사인이 발의한 의견이어서 대부분 서 사인의 발의를 관원들의 의견 수렴으로 진행하고 있는 형편이다. (편집장)

[논설]
최근 조정 업무를 간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실 현 조정 업무가 이전과 비교해 여러 면에서 다양해지고 복잡해진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처음 관직에 나선 이들이 업무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업무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명분은 분명히 올바른 것이고 깊이 동의하게 된다. 하지만 어느 부분에서 간소화 시켜야 할 것인가는 좀 더 생각해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업무 간소화라는 명분 아래 업무를 아예 없애버리거나 대폭 축소하여 유명무실하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간소화라는 것은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이 복잡하거나 어려운 부분을 쉽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업무 몇 개를 없애버리더라도 기존 업무가 더 복잡해진다면 업무량은 오히려 가중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업무 자체를 폐지하기 보다는 해당 업무의 처리 절차를 단순화하는 것에서 해법을 찾아야 하겠다. 정말 필요하지 않은 업무라면 절차를 단순화하는 과정 이후에 폐지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논설위원)

[기고]
업무 간소화, 제3의 예송 논쟁인가.

의정부에서 야심차게 추진하는 업무 간소화가 제례절목의 축소 적용에 대한 논쟁과 맞물리면서 예법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우선 필자는 활동자들의 편의와 복지를 위해 업무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고자 하는 그 취지에는 깊이 동감하는 바이다. 각자의 할 일이 따로 있는 활동자들에게 너무 많은 업무 시간을 요구하는 지금의 제도는 분명 개선의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필자가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의정부의 논의 추진 과정에서 나타나는 의정부 사인의 이중적인 태도이다.

사인은 '예(禮)는 마음으로 갖추는 것이지 형식과 횟수로 갖추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며 제례절목의 축소가 예법의 파기가 아니며, 단지 실용적인 관점에서 접근한 것임을 분명히 하였다. 하지만 재밌는 것은 이어 윤대에서 저작 김민승이 대행대왕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을 트집잡아 '장종대왕의 시호를 서고를 보지 아니하고서 바로 말할 수 있는 자가 몇이나 되겠냐'고 하며 자신하는 사인의 모습이다. 예는 형식으로 갖추는 것이 아니라는 사인이 조그만 표현을 문제삼아 자신을 높이고 상대방을 깎아내리고 있으니, 예법에 대한 사인의 관점과 함께 업무 간소화 추진의 본의가 어디에 있는 것인지도 도저히 알 길이 없어진다. '빈청 논의를 조기에 파하고 의정부 단독으로 안건을 어전에 계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라는 대목에 이르면 더욱 그렇다.

말마따나 존경심은 아무래도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어야 자연스럽다. 피휘 건만 해도 그렇다. 피휘가 존경심의 표현이라지만, 사실 사이트의 분위기를 유지하려는 관성이 아니라면 우리가 이 사이트의 어느 누구에게도 일부러 존경심을 표현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예법은 조선의 시대상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일 수는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불합리한 전근대적, 반민주적 헤게모니까지 아무런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지경에 이르러서는 안 된다. 일방적인 사이트 분위기에 함몰되어 우리가 21세기를 살아가는 민주 시민이라는 자각을 일부러 잃어 줄 것까지는 없는 것이다. 제례 날짜를 굳이 음력을 고집할 필요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피휘에서도 비현실적이고 불합리하고 반민주적인 부분을 반드시 잘라낼 필요가 있다.

쉽게 말해서, 사인이 주장하는 소위 '예법'이라는 것은 존경심의 표현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 자신의 논리를 합리화하기 위해 실용적 관점과 근본적 관점을 넘나들 수 있는 편리한 방법에 불과한 것 같다. 현종조에 있었던 두 차례의 예송 논쟁은 송시열과 노론의 당리당략을 위해 예법을 이현령비현령했던 일종의 코메디였다. 그런데 21세기의 민주 한국에서 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것을 보니 실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익명기고)

[사설]
의정부에서 빈청에 참여하지 않은 관원에 대하여 명단을 작성하기로 하였다. 물론 의정부의 발의에 의하여 전하의 하교를 받은 사항이지만, 명단까지 작성하여 참여를 독촉하겠다는 것은 간찰을 보내 빈청참여를 강요하는 것보다 더 보기 좋지 않은 듯하다. 빈청의 논의는 조정의 공감대가 우선 나타나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굳이 참여할 이유가 없다. 지금 빈청의 논의 상황을 보아도 그러하다. 의견을 내 놓아 발의해야 하지만 최초의 새로운 발의는 모두 사인의 의견 뿐이고, 다른 관원들은 사인의 의견에 대한 댓글의견들 뿐이다. 다른 관원들이 독자적으로 새로운 의견을 제출된 적이 없다. 즉 업무간소화에 대한 중의가 마련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업무간소화에 대한 발의는 조금 지나친 면이 없지 않다. 차라리 의정부에서 업무를 간소화해야 할 관청에 공문을 통해 개별적으로 했었으면 좀더 적극적인 간소화가 진척되었을 것이다. 의정부의 업무에 대해서 아쉬운 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편집장)

[石仙] 난독증? 본조 모 언론사의 보도에서 나타난 몇가지 지적과 비판들이 순수한 언론기관으로서의 의도보다는 악의가 포함되어 있음에 당황스럽습니다. 지난 기사에서는 사헌부를 비판하는 기사가 절반 이번 기사에서는 의정부를 비판하는 기사가 절반을 넘는군요. '장종대왕의 시호를 서고를 보지 아니하고서 바로 말할 수 있는 자가 몇이나 되겠냐?' 이거요? 솔직히 시호도감에서 시호를 올렸던 저도 서고를 봐야 말할 수 있거든요. 피휘건은 예전에 사건이 대박으로 터진적이 있었죠. 연루된 사람이 바로 저였는데 당시에 피휘는 인습이니 폐해야 된다고 강력히 주청했던 접니다. 제가 저런걸 다 지켜야 된다는 의도로 언급했다고 파악하셨나요? 헌관들 순서지켜서 댓글 올리는건 종사에 큰 예라고 하시면서 저런거는 별로 지키려는 노력이 안보인다고 한거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심보로 이중적 태도를 보인거라고 하시면 그 어이없는 난독증에 뭐라 더 드릴 말씀이 없군요. 예조참의 박연님, 승문운저작 김민승님 참 좋으신 분들입니다. 성실하시고 착하십니다. 모든 관원이 그분들 같으면, 제례를 일년에 8번 치르든 100번을 치르든 뭔 걱정이겠습니까. 하지만 남들이 못따라와 준다면요? 그리고 본인들의 발언에 뒷따를 만큼 지켜야 하는 것들이 수 없이 많다면요? 예전엔 하빈군 대감이라는 큰 산이 무관의 선배이자 조정의 영수로서 있었기에 이런 관심과 성원(?) 실감하지 못했습니다만, 돌이켜보면 하빈군 대감께선 참 대단하신 분입니다. 그리고 그 분께서 왜 그리 많은 사직소를 올리고 또 전하께서 만류하시는 일이 되풀이 되었는지를 잘 알 수 있겠습니다. 솔직히 조정일 할 시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이번에 진행하는 일 급하고 투박하게 남 의견 다 수렴해가면서 진행못하는 이유의 하나이지만 뭐 욕먹어 가면서 괜히 더 일할 필요는 없겠죠. 곧 정리하겠습니다.

[의정부/사인] <차자> 청치사차(請致仕箚) 행의정부사인 신 서양갑, 삼가 치사를 청하는 상소를 올립니다. 이번 업무 간소화를 위한 여러 가지 사업을 진행하면서 느낀 것은 업무량이 예전보다 2배 가량 증가한 것이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현 관원들이 체감하는 업무량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다른 관원들은 업무에 큰 무리를 느끼지 않는데 유독 신 혼자만이 그것이 부당하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시국이 되었으니, 역시 세월이 많이 변한 까닭인 듯 합니다. 예전처럼 녹봉제도도 없고 또한 시전도 없고, 군졸도 없으며, 구 인사평정절목대로 병조가 운영되던 시절의 관원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을 한 두번 해본것이 아닙니다. 이번에 전하에서 업무 간소화에 관한 전권을 주셨을 때 강력히 대대적인 혁파를 주청드리려 했지만 반영되기 힘든 현실을 알기에, 또한 여러 관원들과 머리를 맞대면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여겼기에 그리하지 않았습니다만, 결국은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업무 간소화는 조정 관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신 자신을 위한 것이 되었습니다. 그들이 과중하다고 여기지 않는 일을 신은 과중하다고 느꼈고 신이 번거롭다고 느끼는 일들이 모두 그들에게는 당연한 일이 되어 버린 것은 역시 세월의 탓이겠습니다. 신은 이처럼 옛 향수에 젖어 새 조정을 이끌 힘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조정에 남아있는 신의 역할은 이제 없는 듯 하옵니다. 심신 또한 지쳐 이만 치사를 청하고 낙향하고자 하오니 윤허하여 주시기 바라옵니다. 아울러 의정부를 폐하시옵소서. 지난번 홍문관에서 의정부를 폐하는 차자를 올렸을 때 전하께서는 의정부 재개청 이래, 그간 변화된 조정 각 관청의 업무와 역할을 참작한 의정부 고유의 위상과 기능이 정립되지 못하였으니, 한 번 제대로 가동하고 나서 그 득실을 따져 존속 여부를 결정하여도 늦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세간의 평은 의정부는 중의를 제대로 모으지 못하고 독단적이며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하니, 이는 의정부의 위상이 세워지지는 커녕 땅바닥에 추락한 결과입니다. 모두 신이 부덕한 탓이겠으나, 실질적으로 의정부에 더 이상 기대할 수 있는 역할은 이제 없다고 생각됩니다. 이제 의정부를 폐하시고, 의정부에 쏟을 인력을 다른 관청에 쓰시옵소서. 전하께서 맡겨 주신 업무 간소화 사업에 대한 신의 마지막 방책은 이것이옵니다. 삼가 하교를 기다립니다. 개국619년 1월 11일 행의정부사인 신 서양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