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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상조 고사본말(今上朝故事本末)
형조정랑에서 외관직으로 체직을 신청하다.
체직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직을 청하다.
좌참찬 이휘(李輝), 대사간 이완(李浣) 등의 탄핵을 받다.
진사 이덕무(李德武)가 이휘, 이완 등을 비난하는 상소를 올리다.
이휘와 이완이 사직을 청하다.
상(上)이 상심하여 용퇴하겠다는 전교를 내리다.
상이 용퇴 어의를 거두고 처분을 내리다.
행형조정랑 서양갑(徐羊甲)이 외관직으로 체직하기를 청하였다. <613.05.31>
 [형조/정랑] <차자> 외직을 청하옵니다
형조 정랑 신 서양갑, 삼가 전하께 간절히 소청을 아뢰옵니다.
전하, 신이 처음 출사할 때 세웠던 작은 포부가 있었으니, 그것은 팔도의 지방관을 모두 다 역임해 보는 것이었사옵니다. 비록 지방의 말단 검률일지라도 조정의 청요직 보다는 나았고, 그저 지방 고을에서 백성들과 함께 사는 것이 신의 소박한 꿈이었사오나, 소박한 줄로만 알았던 그 꿈이 이제는 원대한 이상이 불과하게 되었으니, 어찌 참담한 마음을 감출 수 있겠사옵니까?
외관직 연임이 불가한 고로, 반드시 외직을 참상관, 당상관으로 오르는데 필요한 관직으로 여기지 아니하더라도, 관리들은 외직을 한 두번씩만 갔다오면 되는 것이 현실이옵니다. 그 후로는 외직에 가고 싶어도 이미 품계가 높아져 조정의 중임을 맡아 외직을 청하는 것이 여의치 않게 되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신이 감히 전하께 외직을 청하는 것은 결코 버릴 수 없는 신의 관리로서의 꿈을 이루기 위함이옵니다. 신이 그간의 관직 생활에서 기억에 남았던 때는 오직 평안도 찰방 시절과 함경도 갑산도호부사 시절 밖에 없사옵니다. 또한 그 시절에 그곳의 백성들과 나누었던 교감을 잊지 못하옵니다.
미력한 신이 전하의 신임을 받는 관리라는 광영을 얻게 되었으니, 참으로 성은이 망극한 일이옵니다. 하오나 전하, 신이 다시 외직으로 나아가 다시 한번 백척간두의 이북 황무지 땅에 섰었던 그 시절의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하오니, 부디 신의 체직을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오는 6월 둘째주에 외직에 자리가 난다고 하니 신이 다시 외직으로 나가고자 하옵니다. 전하께서 미력한 소신의 간청을 들어주시온다면, 신은 참으로 백골난망일 것이옵니다.
삼가 하교를 기다립니다.
개국613년 5월 31일
형조 정랑 신 서양갑
 국왕 06/01[15:43]
아뢴 바는 알겠으나, 현재론 윤허할 수 없다. 과인이 중요한 시기에 헌부(憲府)의 공백을 감수하며 정랑을 형조로 보낸 것은, 업무수행능력을 상실한 형조를 수습하고 앞으로 형조를 통솔할 수장급 관리를 시급히 양성하고자 함이었다. 헌데, 이러한 목적이 실현되기도 전에 정랑의 체직을 윤허한다면 형조의 앞날은 어찌 되겠는가. 일전에 박좌랑이 올린 계본을 접해보니 아직은 갈 길이 먼 듯하다. |
행형조정랑 서양갑이 사직 상소를 올렸다. <613.06.02>
[형조/정랑] <차자> 사직소
형조 정랑 신 서양갑, 삼가 전하께 사직소를 올립니다.
신은 출사 이후로 경관직에 오래 있었던 적이 없사옵니다. 경관에서의 일상이 천성에 거슬려 늘 뜻에 맞지 않았으니 이런 신이 경관직에 더 있다한들 없는 것보다 못할 것이옵니다.
이번에 전하께서 신의 체직을 윤허치 않으시며 그 연유가 형조의 앞날을 걱정하기 때문이라 하시니 신은 더더욱 조정에서 전하를 보필하지 못함을 깨닫고 물러나고자 하옵니다.
전하께서는 어찌하여 백성의 생활, 지방의 부흥보다도 형조의 앞날을 먼저 생각하시어 아직은 갈길이 멀다 하시옵니다. 신은 그 먼길을 전하를 보필하며 함께 갈 수 없사옵니다. 조정이 부흥해 본들 이미 백성들의 삶과는 멀어진 현실이거늘, 무슨 보람이 있겠사옵니까?
조정의 유품자들이 현 팔도의 유효 호구수의 대부분인 것은 조정의 중흥만을 우선적으로 여겨왔던 정책의 병폐이옵니다. 이제 신은 이런 병폐를 깨닫고 관리의 모든 특권을 버리고 백성으로 돌아가려 하옵니다. 신의 즐거움은 오직 산과 들을 벗삼으로 노니는 것이니, 팔도를 노닐며 아조의 모든 터전을 누리고자 하옵니다.
이제 신은 조정에서 대의를 펼치는 것보다 더 큰 길을 가고자 하옵니다. 부디 신의 사직을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별호 석선(石仙)을 가진 자, 신은 애초에 조정에 발을 담지 못하는 체질이었사옵니다.
전하께서 신의 이러한 뜻을 통촉하여 주시온다면, 모든 홍복이 전하께 있을 것이옵니다.
삼가 하교를 기다립니다.
개국613년 6월 2일
형조 정랑 신 서양갑
국왕 06/03[21:55]
사직을 윤허한다. |
좌참찬 이휘가 서양갑을 탄핵하였다. <613.06.02>
[의정부/좌참찬] <차자> 형조정랑 사직에 대하여 형조정랑 서양갑의 사직소와 관련하여 아룁니다.
신 의정부 좌참찬 하빈군 이휘, 서양갑의 사직소와 관련하여 아룁니다.
무릇 신하라 함은 그 주군을 알기를 하늘과 같이 알 것이며, 그 진퇴가 온전히 군주에 달려 있음은 고래로 역사를 바라볼 때에 그 사실이 이미 증명된 것이옵니다. 이미 한 나라에 태어나, 출사를 결심하였다면, 이미 내 몸이 아니요, 만인지상 군주의 몸임을 만천하에 고한 것과 다름없으니, 이는 신료된 자들로서의 의무와 다름없습니다.
헌데, 작금에 이르러, 중신들의 잇단 사망이 문제가 되고 있고, 그 무책임함이 만인의 지탄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형조정랑 서양갑이 자신의 뜻이 관철되지 않자, 방자한 사직소를 전하께 올림을 그냥 두고 넘어간다면, 어찌 종사의 엄함을 내외에 경계할 수 있겠습니까? 양갑이 경관직에 오래 있은 적이 없다하며 아뢰기를 경관에서의 일상이 천성에 거슬려 늘 뜻에 맞지 않았으니 이런 신이 경관직에 더 있다한들 없는 것보다 못할 것이라 하였으니, 이는 무슨 말입니까? 경관과 외관이 모두 종사를 보존하기 위한 것인데, 신하가 임금의 뜻에 거슬려 스스로 경관직과 외관직을 구분하여 선별함으로 관직에 임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전하께서 형조의 앞날을 심려하시어, 양갑의 체직을 윤허하지 않으셨는데, 이를 성은으로 알아 더욱 형조를 바로 세우는 결심을 하지 않고, 도리어 전하를 보필하지 못한다 하며, 물러나고자 하니 어찌 신하의 도리를 다한다 하겠습니까? 스스로 이르기를, 전하께서 명하신 먼 길을 보필하면서 갈 수 없다하니, 어찌 신하로써 군주에게 입에 담을 만한 말이겠습니까?
또한 조정이 부흥하면 마땅히 백성에게 좋은 것인데, 이르기를 백성의 삶과 이미 동떨어졌다 하니, 이는 장군의 반열까지 오른 조정의 중신으로 스스로 조정을 불신함이 아니겠습니까? 조정의 유품자들이, 팔도 유효인구의 대부분임을 그는 일컬어 병폐라 하였습니다. 그럼 일할 만한 인재들이 조정에 봉직하지 않고, 산과 들을 벗삼아 노니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이라는 것이옵니까? 사조의 특성 상 조정의 신료와 백성들의 구분이 분명할 정도로 입조의 인구가 많은 것도 아닌데, 어찌 현실과 동떨어진 말로 전하께 성려를 끼쳐드리는 것이 아닌지, 신은 알지 못할 일입니다.
그가 스스로 조정에 몸을 담지 못할 자라 하였는데, 외관직은 조정이 아니고, 과연 무엇이란 말입니까? 스스로 금번 외국인 범죄자의 처벌과 관련하여, 전하께서 자신이 원하는 비답을 내리지 않음을 마음에 품고, 전하께서 임명하시고, 스스로 부임한 형조의 수장직을 기피하고, 외관직을 청하다 이마저 윤허하지 않으시매, 이제와서 사직소를 올리며, 스스로 지금껏 모신 군주를 능멸함에 이르르니, 어찌 그 죄가 가볍다 하겠습니까? 이와 같은사직소가 과연 장군의 반열에 이르른 자가 주군께 올릴 글인지 신은 알지 못하겠습니다. 신하로서 주군을 보필하며 가지 못하겠다 하였으니, 이는 마땅히 죄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서양갑의 사직을 윤허하시옵소서. 그가 더 이상 신하이기를 거부하였으니, 더 이상 경관이든 외관이든 그를 전하 곁에 두실 일이 아닙니다. 마침 좌랑으로 박영효가 건재하니, 형조의 직무를 능히 감당하고도 남을 것이옵고, 미약한 사안들은 감영에서 자체적으로 처결토록 하시면 될 일입니다.
서양갑의 사직을 윤허하시고, 그를 엄중히 문책하시옵소서. 이는 작금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망하고, 사직하는 현 조정의 잘못된 풍토를 바로 잡기 위해서라도 필수 불가결한 것이옵니다.
삼가 물러가 하교를 기다립니다.
개국613년 6월 2일
의정부 좌참찬 하빈군 신 이휘
국왕 06/03[22:06]
아뢴 바를 알겠소. 이후에 적절한 조처를 내리겠소. |
대사간 이완이 서양갑을 탄핵하였다. <613.06.02>
[사간원/대사간] <차자> 서양갑의 사직소에 대하여 사간원 대사간 신 덕수군 이완, 삼가 아뢰나이다.
앞서 의정부 좌참찬이 아뢴 바와 같이 형조 정랑 서양갑의 행태는 괴씸하기 짝이 없나이다. 상께서 내리신 직임을 성실히 수행하기는 커녕 상께서 내리신 하교가 자신의 뜻하는 바와 다르다하여 외관직을 청하였다가 이제는 사직을 청하니 그 책임감이 어디에 있으며, 주상전하와 본 조정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만하다 하겠습니다.
선대왕께서 하교하시길 (개국612년 12월 18일자) 4품관 이상은 이조나 예조, 병조, 형조와 같은 주요 관청의 수장직을 2개월 이상 무리 없이 수행한 후에라야 비로소 오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 하교하신 바 있나이다. 물론 양갑이 4품에 오른 이후에 내려진 전교이기는 하나 이미 정3품 당하에 이른 양갑의 경우 단 한차례 그것도 한달 열흘 형조 수장의 업무를 수행한 것을 제외하고 육조의 수장직을 한번도 겪어 보지 않아 그 능력이 4품관 이상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고 볼 수 없으며, 그 행실 마저 바르지 못하니 이를 내버려 두어서는 조정의 질서가 서지 않을 뿐아니라 최근 잦은 관리 사망의 잘못된 풍토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이는 바람직한 일이라 할 수 없나이다.
하여 전 실록청 총재관 통정대부 양지원, 전 헌부 감찰 김도민의 예를 비추어, 파직, 문외송출하고, 추가로 품계를 내리며 불서용에 처하여 그 벌을 엄히 다스리는 것이 마땅할 것이라 여겨지나이다.
삼가 하교를 기다리나이다.
개국613년 6월 2일
사간원 대사간 신 덕수군 이완
국왕 06/03[22:09]
아뢴 바를 알겠다. 이후에 적절한 조처를 내리겠다. |
진사 이덕무가 이휘, 이완이 조정 대신의 체모를 잃었다고 비난하였다. <613.06.05>
[충청도/진사] 전정랑 서양갑 문제에 대해 아룁니다 군주가 백성에게 벼슬을 내리는 일은 그야말로 특별한 은전(恩典)이니, 신하된 자로서는 실로 감히 청하여 아뢸 수 없는 일이고 다만 전하께서 크게 결단하신 후 명을 내리시기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나 평소 뜻한 바가 따로 있거나 일신상의 사유가 있음으로 말미암아 당사자가 어명을 받들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니, 조정에서 벼슬을 제수한다고 하여 그대로 시행되지 않는 것은 대개 그 때문입니다. 소신의 경우가 바로 그와 같고 전정랑 서양갑의 경우가 또한 그와 같습니다.
전행형조정랑 서양갑(徐羊甲)은 본래부터 외관(外官) 수령에 뜻을 두었다고 스스로 말하고 있으니 경관(京官)과는 맞지 않는 인물입니다. 동헌(東軒)에서 머물며 백성들과 근친하기를 원하여 전하께 주청을 올렸으나 그것이 가납되지 않았으므로 현재 관직에서 물러나고자 사직소를 올린 것인데, 이를 두고 논죄와 파직, 문외출송(門外黜送), 불서용(不敍用) 등이 언급되는 이유를 소신은 알지 못하겠습니다.
전정랑의 사직소에 방자한 내용이 있는 것이 사실이므로 파직을 청하는 것이 틀린 일은 아닙니다만, 어찌 그와 같은 말로 격렬하게 핍박하는 것입니까. 논죄를 주청하는 글 가운데 '전하께서 자신이 원하는 비답을 내리지 않음을 마음에 품었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는 한낱 추측에 불과한 것입니다. 전정랑 서양갑이 비록 관직은 정5품 정랑에 불과하나 품계는 명색이 정3품 대부(大夫)이니, 설령 그와 같은 의문이 있더라도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것이 중신(重臣)을 대우하는 도리입니다. 적임자가 아니라면 그 지위가 낮을 때 제어했어야지, 이미 하대부(下大夫)가 되었는데 대우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대부 이상은 벌을 줄 때에도 먼저 소명하는 말을 듣고서 한다고 하는데, 억측을 사실로 단정하여 그와 같이 말할 수 있겠습니까. 만약 무고(誣告)라면 반좌율(反坐律)을 적용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벼슬을 내리는 것이 성은(聖恩)인 것은 분명하지만, 마음이 없는 곳에 임명하여 그대로 두는 것과 마음이 일치하는 곳에 임명하여 뜻을 펼치도록 하는 것을 서로 비교하면 어느 쪽이 보다 큰 성은이겠습니까. 끝내 조금이라도 경관직에 마음이 없다면 외관직으로 체직을 윤허하는 것이 그래도 조금은 나을 것입니다. '체직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 곧 성은이니 그대로 알고 봉명(奉命)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것에 그토록 충실하여 조정 기강이 흐트러지는 현실은 외면한 채 높은 관직을 계속 유지하는 것입니까. 특히 대사간은 차마 그 자리에 있기 어려운 자입니다. 전하께서 '고심 끝내 내린 정치적 결단'이라고 하셨지만, 그로 인해 조정의 기강이 파탄나게 되었습니다.
전하께서 내리신 비답 가운데 '장차 대사간의 직무를 바르게 수행하라는 권고'라는 문장이 있는데, 이 비답을 근거로 삼는다면 앞으로 임명하지 못할 관직이 조정 어디에 있겠습니까. 씻지 못할 죄를 저질렀더라도 이 말을 단서로 하여 사헌부에 임명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대간사(臺諫事)를 정치적으로 하셨으니, 결국에는 지금과 같은 차자가 있게 되었습니다. 논죄해야 할 자를 파직하고, 파직해야 할 자를 면직하고, 면직해야 할 자를 체직하고, 체직해야 할 자를 치하하고, 단순 치하해야 할 자를 크게 포상하셨으니, 나라에 기강이 있기를 바라겠습니까. 인사와 형정(刑政)을 엄격하게 시행하는 것은 조정의 기강을 세워 종묘사직이 만세에 영원토록 이어지게 하기 때문이지, 때에 따라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 혹은 어떤 자를 처벌하기 위해서 적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조정 대신(大臣)의 거취는 실로 어려운 것인데, 좌참찬 이휘(李輝), 대사간 이완(李浣) 등은 이미 그 체모(體貌)를 잃었습니다. 자리만 채우고 있는 다른 신하들의 근무 태만은 그대로 둔 채 이번 일에만 극렬하게 관계하였으니 공평무사한 기준을 적용하지 못하였습니다. 혹은 자신과 관련된 일에는 허물을 뉘우치거나 그만두려 하지 않고 사건의 일면만을 본 채 남을 크게 헐뜯는 사설을 늘어 놓았으니, 대신으로서의 체모가 없는 것입니다. 재상(宰相)이라 하더라도 혐의가 있거나 논박을 당하게 되면 일단 물러나 대죄(待罪)해야 하는 것인데, 조정 형편상 이런 것까지는 바랄 수 없다고 하더라도, 어찌 감히 이로써 아뢸 수 있겠습니까. 금번 문제의 본질을 살펴 엄중하게 처분하시어, 추후로는 이와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내외(內外)에 경계하시기 바랍니다.
업드려 원하건대, 상소를 윤허하여 주신다면 실로 다행이겠습니다.
개국613년 6월 5일
충청도 진사 이덕무 올림 |
형조좌랑 박영효(朴英孝)가 서양갑을 선처해 주기를 청하였다.. <613.06.05>
[형조/좌랑] <차자> 전형조 정랑 서양갑에 대하여
형조 좌랑 신 박영효, 서양갑에 대하여 외직임명 주청을 올립니다.
전하, 전 형조 정랑 양갑이 최근 일련의 관리 급사 등에 충격을 받아 일시적으로 마음의 중심을 잃어 전하께 불충하였사오나, 양갑의 마음은 항상 주상전하께 충성하고 나라의 안위를 걱정하니 이런 신하를 버리기 아깝다고 생각하옵니다.
전하께서 이미 사직을 윤허하셨으니 양갑이 바라는 외직에 기용하여 그를 쓰신다면 반드시 지방의 부흥에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하옵니다.
사조가 그어느때보다 어려움에 처해있으나 창업이래 항상 그래왔던것처럼 꾸준히 인내를 가지고 앞으로 정진한다면 계속 종사를 이어나갈 수 있고, 유효인구의 증가와 함께 활성화도 도모할 수가 있을 것이옵니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처럼 사조도 면면히 이어질 것으로 신은 생각하옵니다. 삼가 주상전하께서 양갑에게 은전을 베푸신다면 실로 다행이겠습니다.
삼가 하교를 기다립니다.
개국613년 6월 5일
형조 좌랑 신 박영효 |
대사간 이완이 사직 상소를 올렸다. <613.06.05>
[사간원/대사간] <차자> 자명 및 사직소
사간원 대사간 신 덕수군 이완, 삼가 아뢰나이다.
금일 충청도 진사 이덕무가 상께 올린 상소를 살펴보니 스스로 부끄럽고 지금까지 부족한 힘이나마 조정을 위해 힘쓴 보람이 눈녹듯 사라지는 듯하여 안타깝고 허탈하여 사직코자 하나이다.
신이 조정에 입사하여 숱한 관직을 거쳐 오늘날 흔히들 말하는 조정 중신의 반열에 올랐사온데, 그간 나름대로 노력하였으나 여러차례 업무처리의 오류를 겪은 바도 있도 부족한 체력으로 말미암아 업무의 처리를 늦춘 경우도 있다 할 것이나, 그저 큰 대과없이 무난히 오늘날에 이르렀사온데,
맡은 바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관직만을 찾아 어려움은 뒤로 하고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여 관직생활함을 탓하고 이를 벌하고자 한 것이 무엇이 그리 잘못되었사온지, 신은 이해하기가 어렵나이다. 의정부 좌참찬과 신 등 흔히 조정의 중신들 중에서 과연 어떤 관리가 그러한 행동을 해 왔었는지 아직까지 신은 보지 못했나이다. 앞서 신이 아뢴 전 정랑 서양갑의 경우는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가고자 전하께옵서 맡기신 직임을 저버리고 자리를 물러난 대표적인 경우라 할 수 있사온데, 이를 처벌하지 않는 다면 앞으로 양전에서 시행하는 관직사령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하여 직임을 바꾸어달라던가 부임하지 않는다던가 부임하자 마자 사직하는 등의 경우에 있어 이를 어찌 막을 수 있겠나이까.
하옵고 충청도 진사 이덕무가 "혹은 자신과 관련된 일에는 허물을 뉘우치거나 그만두려 하지 않고 사건의 일면만을 본 채 남을 크게 헐뜯는 사설을 늘어 놓았으니, 대신으로서의 체모가 없는 것입니다. 재상(宰相)이라 하더라도 혐의가 있거나 논박을 당하게 되면 일단 물러나 대죄(待罪)해야 하는 것인데, 조정 형편상 이런 것까지는 바랄 수 없다고 하더라도, 어찌 감히 이로써 아뢸 수 있겠습니까" 라고 아뢰었는데, 신이 스스로의 허물이 있어 간하기를 삼가한다면 이 또한 직임을 방기하는 것인데 이는 또 어찌 하겠나이까. 덕무가 아뢴대로 대신으로서 체모를 잃고 논박당하였으니 물러나 대죄를 청하며 스스로 사직하여고 자오니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전하, 본 조정에는 많은 백성들이 있나이다. 전하, 그 능력이 부족하나 맡은바 직임에 충실하고자 노력하는 자가 있는 반면에 자신은 아무런 책임도 의무도 지지 않고, 스스로 고고한양 말만하기를 좋아하는 이들이 있나이다. 조정 대신들 논박하여 그 직무를 정지시키기를 원하고 대신들의 체모에 손상주기를 원하면서 자신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않으려 하니 이런 무책임한데가 어느 하늘아래 있겠사옵나이까. 이러한 자가 본조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이며, 본 조정을 얼마나 바르게 이끌어 나갈 수 있겠나이까. 어찌 본다면 대신들을 음해하고 그 체모를 상하게 하여 자신을 높이려 하는 것이니 그 옳고 그름을 바르게 살펴 무책임한 탄핵이나 음해를 하는자는 이를 적절히 경계하심이 가할 줄로 아뢰옵나이다.
삼가 하교를 기다리나이다.
개국 613년 6월 5일
사간원 대사간 신 덕수군 이완 |
좌참찬 이휘가 사직 상소를 올렸다. <613.06.06>
[의정부/좌참찬] <차자> 사직소 및 이덕무 등용 신 의정부 좌참찬 하빈군 이휘, 충청도 진사 이덕무의 상소에 대하여 차자를 올립니다.
예로부터 선비는 학문과 덕행을 고루 갖추어야 하며, 그 아는 바를 입으로만 떠들지 말고, 온 몸을 들어 행동으로 옮겨야 참된 선비라 하였습니다. 또한 의를 위해 목숨을 버리고, 예의와 염치를 알아야 한다고도 하였습니다. 오늘 이덕무가 신과 대사간 덕수군을 향하여 체모를 잃은 대신으로 통렬히 비난하는 상소를 올렸습니다. 이덕무가 조정에 무슨 공헌이 있는지 알 길이 없으나, 어찌 되었든 조정의 수장으로 탄핵을 받은 바 되었으니, 오늘 자로 의정부 좌참찬 직에서 물러나, 향리로 낙향하고자 하옵니다. 신이 조정에서 오를만큼 올랐고, 더 이상 이 자리에 있어봤자, 그저 자리를 보존하는데 급급하다는 이야기만을 들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덕무가 아뢴대로, 그나마 남아 있는 체모를 다 잃기 전에 조금이라도 보존코자 하는 것이니,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신은 이 차자를 올리고 난 연후, 황해로 낙향하여 전하의 준엄한 문책을 기다리겠습니다.
신이 물러나기전에 하나를 아뢰옵니다.
전하께서는 분명히 이덕무를 들어 쓰셔야 하옵니다. 그 자가 아뢰는 바, 하나 하나를 살펴보건데, 현재 조정의 모든 하는 일들이 마뜩하지 않은 자입니다. 신이 오래도록 조정에 있어 보건데, 작금의 조정 현실이 신 등이 할 수 있는 최선인 바, 이덕무가 원하는 바대로 되기는 상당히 어려운 것입니다. 따라서 조정의 개혁을 위해서라도 신 등과 같은 창국공신들이 대거 물러나고, 이덕무와 같은 사류들이 조정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어야 할 것입니다. 전하께서는 이덕무를 입궐시키시어, 그에 합당한 관직을 내리시어 그가 꿈꾸는 조정의 풍토를 개선하시옵소서. 비록 이덕무가 예조의 천거는 고사하였으나, 전하의 부름심은 고사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가 그것으 고사한다면, 오로지 입으로만 먹고 사는 자이니, 어찌 스스로를 선비라 칭하겠습니까? 조정에 봉직하지 않으면서, 밤 놔라, 대추 놔라 하는 간섭 따위는 산골 촌 농사꾼도 능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가 전하께서 덕수군을 대사간에 임명하심을 두고 조정의 기강이 파탄난다고 하였으니, 스스로가 조정을 바꿀 뜻이 없고서야 어찌 그런 상소를 전하께 올렸겠습니까? 그러니 전하께서 친히 부르시면 이덕무가 출사를 할 것이고, 그가 고사한다면 그는 선비가 아닌 소인배요, 간섭하기를 좋아하고, 나서기를 좋아하는 천성을 가진 것을 스스로 드러내는 꼴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이덕무는 전하의 부름심을 거절하지 않고, 뜻을 세워 조정에 출사할 것입니다. 마땅히 전하께서는 그를 불러 쓰시옵소서.
신은 이제 향리로 내려가 전하를 엄한 처벌을 대기코져 하옵니다. 옥체 보중하시옵소서.
개국613년 6월 6일
의정부 좌참찬 하빈군 신 이휘
국왕 06/06[12:35]
조정에 분란이 잇따르고, 사망하거나 사직하는 관리가 끊이질 않으니 참으로 통탄스럽다. 능력과 자질이 크게 부족한 과인이 감히 용상(龍床)에 올랐기에 이러한 사태가 초래되는 듯 하다. 종사(宗社:종묘와 사직)의 앞날을 위해서라도, 빠른 시일 내에 과인이 용퇴(勇退:물러남)를 결단하겠다. 참찬을 비롯한 문무백관들은 소속 관청에서 과인의 영(令)을 대기하라. |
전정랑 서양갑이 죄를 청하는 상소를 올렸다. <613.06.07>
[함경도/어모장군] 오직 신을 벌하소서 전하, 함경도 어모장군 신 서양갑, 일련의 사태들에 대하여 전하께 간절히 청하옵니다.
전하께서는 부디 신만을 벌하시고 모든 조정을 제자리로 돌리시옵소서. 금번 사태의 발단은 신이 방자한 사직소를 올렸기 때문이었사오니, 이 모든 난국이 신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옵니다. 전하께서는 좌참찬과 대사간의 뜻을 받아들여 신의 사직을 윤허하시고는 따로 조처를 취하시겠다고 하셨사옵니다. 전하께서는 부디 그 적절한 조처를 오직 신에게 내리시옵고, 다른 이들의 허물은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지금 조정이 시끄러운 것은 조야의 불협화음 때문이옵니다. 진사 이덕무의 상소가 조정의 고굉들을 비난하는 내용이었사오나 양약고구(良藥苦口), 충언역이(忠言逆耳)의 진리를 한번만 고찰해 보았더라면, 상소를 올린 자를 두고, 몇몇 신료들이 그의 주벌을 청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옵니다. 진사 이덕무가 조정의 허물에 대하여 비판하는 상소를 올린 일이 한 두번이 아니옵고 그 때마다 전하께서 그의 주청을 대체적으로 가납하셨던 일을 살펴보면 이덕무가 그간 악의를 가지고 조정에 상소를 올렸던 것은 아닐 것이온데, 조정에서는 그를 두고 논쟁 속에 사사(賜死)를 언급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어찌 이것이 온전한 조정의 모습이라 할 수 있겠사옵니까? 더구나 지금의 시국은 전하의 복귀가 우선이지 누구를 먼저 탓하고 죄를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옵니다.
전하, 우선 용퇴 어의를 거두시고 다시금 정사를 돌보시옵소서. 대행대왕의 치세에서도 조정에는 분란이 있었으며, 사망 사직 하는 관리들이 적지 않았사온데, 대행대왕께서는 끝내 사직을 지키시어 전하께 소중한 국정을 맡기셨사옵니다. 전하께서는 그러한 대행대왕의 대업을 선뜻 내던지지 마시옵소서. 전하께서 용퇴 어의를 거두시오면, 오직 이번 사태의 발단인 신만을 벌하시옵고, 다른 모든 자들의 죄는 사하여 주시옵소서.
신은 바로 좌참찬이 아뢴대로 대행대왕 시절에 양위 운운하던 불충한 자이옵니다. 이런 신이 무슨 명분으로 더 이상 전하를 바라보며 조정에 은전을 바라겠나이까? 이번 사태에 관한 모든 악은 신에게 있사오니, 부디 용퇴 어의를 거두시고 신을 벌하시옵소서.
다시 한 번 주청드리옵니다. 전하께서는 오직 신만을 벌하시옵소서. 다른 관리나 백성들은 죄가 없사옵니다. 오직 신 만이 죄인이옵니다. 신은 일찍이 대행대왕께 양위를 주청드렸사오며, 오늘날 전하의 심기를 크게 어지럽힌 난신이옵니다.
전하께서 신의 죄를 가볍게 처리 하셨기에 사태가 지금에 이르렀사옵니다. 부디 신을 삭탈관직하시고, 임금의 뜻에 반하는 자에 대한 경종을 울리소서.
전하께서 다시금 성군의 도를 이어나가실 수만 있다면 신이 어찌 죽음을 마다하겠나이까?
부디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전하.
개국 613년 6월 7일
함경도 어모장군 신 서양갑 |
좌참찬 이휘, 수한성부참군 김현유(金賢柳), 행전라도검률 장운익(張雲翼), 이조참의 정재안(鄭宰安), 행이조좌랑 박상진(朴商鎭), 예조참판 이동진(李東珍), 행예조좌랑 조병옥(趙炳玉)이 용퇴 어의를 거두라는 차자(箚子)를 올렸다. <613.06.06~613.06.07>
형조좌랑 박영효가 진사 이덕무의 치죄를 청하였다. <613.06.07>
상이 용퇴 어의를 거두고 각각에게 처분을 내렸다. <613.06.08>
[형조/좌랑] <차자> 진사 이덕무에 대하여 형조 좌랑 박영효, 최근 이덕무의 거듭된 상소에 따른 조정안밖의 파문에 대하여 조사하고자 하오니 윤허하여 주시기 바라옵니다.
이덕무는 근일 전 형조 정랑 서양갑의 사직소와 그에 비롯된 논쟁에서 여러가지 상소를 올려 가뜩이나 어려움에 처한 사조를 위태롭게 하였는 바, 그의 잘못은 아무리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하더라도 전하의 심기를 불편케하고 급기야는 전하께서 용퇴를 말씀하시는 등 차마 신 등으로서는 받잡기 민망한 사태에 이르게 하고서는 아직까지 죄를 청하는 차자 한번 없이 계속 자신의 주장만을 강요하니, 형조를 맡은 자로서 사조의 안녕과 사직의 보존을 위하여서 이를 더이상 두고 볼 수 없사옵니다.
창국대전 형전에 "정사와 관련하여 불온한 언행을 한 자에 대해서는 국왕에게 보고하고 사실을 조사한다."고 하였고 또한, " * 국왕에게 저촉되고 만약 매우 어지러운 언행을 한 경우에는 사형 또는 형옥 30일 이상에 처한다.“ 고 하였으니, 우선 덕무를 충청관아에서 신병을 확보하도록 조처코자 하옵니다.
이 기회에 상소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방자하고 무분별한 상소의 남용에 대하여는 일벌백계의 본보기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하옵니다. 그리고 더이상 조정이 시끄럽지않고 나라가 평안할 수 있도록 상께서 중심을 잡아주시길 감히 청하옵니다.
삼가 하교를 기다립니다.
개국 613년 6월 7일
승의랑 형조 좌랑 신 박영효
국왕 06/08[12:20]
온 신민(臣民:관리와 백성)이 상호 격려하고 협력하여 불철주야(不撤晝夜)로 노력을 경주하여도 나라의 흥복(興復:부흥)이 힘든 현실인데, 사소한 문제로 국력(國力)을 소진하는 일이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가산(佳山:최사강)까지 급히 상경하여 청하니, 과인의 용퇴 전교를 거두도록 하겠다.
금번 사태와 관련하여 어전에 올라 온 사직소를 모두 반려하며, 폐일언(蔽一言)하고 전교한다.
- 이달 12일에 대사간 덕수군 이완(李浣)을 행홍문관 부제학으로 체직하고 선무랑 성혼(成渾)을 수사간원 정언으로 삼으니, 덕수군은 체직 전에 사간원 업무를 교육하라.
- 금일, 정3품 어모장군 서양갑(徐羊甲)을 종3품 건공장군으로 내리고, 경상도 대구도호부사(大邱都護府使) 겸 대구병마첨절제사(大邱兵馬僉節制使)로 삼는다.
- 진사 이덕무(李德武)의 논죄를 윤허하지 않는다. 다만, 상소문 출납을 일시 금(禁:금지)한다.
- 금일, 승정원 주서 조광윤(趙匡胤)을 파직하고, 불서용(不敍用:재임용을 금지함)에 처한다.
- 금일, 무공랑 장운익(張雲翼)을 승정원 주서로 삼으니, 전우승지 이동진(李東珍)은 승정원 업무를 교육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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