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문관/봉교] 임오변척소(壬午辨斥疏)

국왕 () 07/01[02:05]
전사맹 서양갑이 시권(試券:과거 답안)에서 언급한 '그 근거를 더욱 탄탄히 한다.'는 문장에서 '탄탄'이라는 단어는 '평평하고 넓다'라는 의미로 쓰인 것이 아니라, '견고하고 굳다'의 의미로 쓰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만약 후자의 의미로 사용된 것이라면 이는 곧 '튼튼하다'라는 단어와 비교되는 의미로 사용된 것이다. 과인이 알기로, '튼튼하다'의 작은 의미인 '탄탄하다'라는 단어는 한자어가 아닌, 순우리말이므로 실제로 그러하다면 상소에서 지적한 것처럼 휘(諱)를 범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에 관하여는 더욱 상세히 고찰할 필요를 느끼니, 예조에서는 시권에서 언급된 단어의 본래 용도와 단어 '튼튼하다'의 작은말인 '탄탄하다'의 한자어 여부 등을 살펴 계본으로 아뢸 것이다. 관련된 처분은 그 이후에 내리도록 하겠다.

[경기도/적순부위] 반피휘소(反避諱疏)

국왕 ()   07/01[20:27]
스스로 관계된 일인데 자명상소(自明上疏:자신의 변호하는 상소)를 올리지 않고, 논죄 자체가 불가함을 주청하고 있으므로 처신에 외람됨이 지나치다. 다른 때에 상소한 것이라면 좋은 의견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직접 사건에 관계된 신분으로 이러한 상소를 올리니, 그 행동이 올바르다 할 수 없다. 비답하지 않겠으니, 그리 알라.

[예문관/봉교] 임오논법소(壬午論法疏)

국왕 () 07/06[01:52]
본 상소에 대하여는 별도로 전교를 내리도록 하겠으니, 그리 알라.

[경기도/선교랑] 금번 피휘 사건에 대하여

국왕 ()   07/06[01:59]
본 상소에 대하여는 별도로 전교를 내리도록 하겠으니, 그리 알라.

[국왕] 휘(諱)를 범하는 문제에 관하여

전사맹 서양갑의 시권(試券:과거 답안)에서 비롯된 피휘(避諱) 관련 상소는 근래에 보기 드믄 격렬한 논쟁이다. 이른바 시비(是非:옳고 그름)를 분명하게 가려야 할 사안인데, 조정 공론을 물어 시비를 정한다면 한 때나마 조정이 크게 분열될 소지가 있으므로, 대체로 이와 같은 민감한 사안은 군주가 직접 시시비비를 가릴 수밖에 없다.

본조가 비록 유학(儒學)을 근본으로 하고 있다고는 하나, 모든 것을 오로지 유교적 가치에 의거하여 판단하고 적용을 하겠는가. 예로부터 전해진 여러 제도와 풍속 가운데, 널리 본받아야 할 좋은 것들을 살펴 따르고, 반대로 시정해야 할 것들은 반드시 분별하여 타파해야 하는 것이 바로 본조가 지향해야 할 목표라 할 수 있다. 즉, 아름다운 풍속과 좋은 풍속, 그리고 그렇지 못한 인습을 구별하여 후세에 좋은 것만을 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분제를 철폐하고 남녀차별, 학력차별 등을 없애고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 것을 보면 대체로 그 뜻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임금의 휘(諱:이름)를 범하지 않는 것은 미풍(美風)인가 인습인가. 특히, 지금 이 시대에도 널리 권장해야 할 풍속인가 아닌가가 문제의 관건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봉교 최사강이나 사록 강자아가 지적한 바에 보다 일리가 있다. 이들이 상소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지금도 자신의 부모나 조부모, 집안 어른의 이름을 다른 사람에게 말할 때에는 직접 그 이름을 붙여 거론하지 않고 '홍 자(字), 길 자, 동 자를 쓰시는 분'이라는 식으로 돌려 말하는 것이 상례다. 반드시 그렇게 행하지는 않더라도, 집안에서 가르치고 학교에서 권장하는 바임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를 단지 유교적 문화라고 하여 서둘러 폐지해야 할 일인가를 생각해 보면, 그 결과는 더욱 명확해진다. 철저한 신분이나 위계질서를 강요하자는 것이 아니라, 어른을 공경하고 윗사람을 대우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유지하자는 것이니, 이를 통하여 염치를 아는 분위기를 장려할 수 있을 것이며, 세대간 구별이 문란해진 요즘 세태를 조금이나만 진정시키고 지연시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조선을 조선답게 하는 최소한의 규정이라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의 기휘(忌諱)나 피휘의 범위는 매우 넓어, 단순히 부모나 조상, 임금의 이름을 범하지 않는 것 뿐만 아니라, 시호나 존호에서부터 가까운 친우(親友:친한 벗)의 이름에까지 범하지 않았다. 보통 사람을 지칭하거나 부를 때라도 임금의 앞에서가 아니라면 그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호(號)나 자(字) 등을 정해 불렀으니, 이를 미루어 보면 그 광범위한 기휘나 피휘의 적용을 알 수 있다. 물론, 지금은 그와 같이 그대로 적용할 수 없으므로, 기휘나 피휘의 범위를 최소화시킬 필요가 있다. 또 법령으로 강제해야 할 것이 아니라, 사람이면 모두가 자연적으로 인지하고 실천할 수 있는 예법 또는 예식이 수준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라와 사회를 유지시키는 방책 가운데 예(禮)에 근거한 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 예를 지키면 본분을 알게 되고, 본분을 알게 되면 그에 걸맞는 행동을 하게 되며 일에 명분과 기강에 생기므로 따라서 나라가 유지된다. 때문에라도 예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다. 결론지어 말하자면, 휘를 범하지 않는 것은 모두가 지켜 고수해야 할 양속(良俗:좋은 풍속)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미 말한 바와 같이 그 범위를 한정하여 현재 임금의 한자 이름에 국한되게 하고, 그 이외의 기휘와 관련한 것은 각자가 생각하고 따라야 할 도리로 삼는다.

과인의 이름자는 흔하게 쓸 수 있는 글자가 아니므로, 피휘의 법를 적용한다 하여 지키는데 어려움이 있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 그로 인하여 지나치게 풍토가 경직된다거나 하지 하는 폐해도 없을 것이다. 만약 서양갑이 시권에서 휘를 범했다고 하더라도 무겁게 처벌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음에도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즉, 널리 알려지지 않아 백성들이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였으므로 이를 헤아리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예조에서는 과인의 휘와 관련한 바를 중외(中外:조정과 민간)에 널리 알려,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라.

예조의 계본에 따르면 전사맹 서양갑의 시권은 휘를 범한 것이 아니다. 과인의 판단도 그와 같으므로, 따라서 전사맹은 기휘와 관련하여 죄가 없다.

이번 일이 발생되게 된 원인은, 양자 모두가 휘를 범하는 문제에 관해 충분히 생각하지 못한 때문이다. 또 논쟁 과정에서 혐의를 증폭시켜 논쟁을 격렬하게 하고 상대방을 폄하하고 모욕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세밀한 뜻을 살피지 않고 경솔하게 상소를 올린 것은 최사강의 잘못이고, 스스로 혐의를 받은 처지에 다른 주장을 한 것은 서양갑의 잘못이며,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여 이치에 합당하지 않는 주장과 상대방을 폄하하는 상소를 올린 것은 유성민, 강자아 등의 잘못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문장이나 표현 등은 선비들 사이의 격론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것이므로, 논의와 논쟁을 장려하기 위해서라도 징계하고 처벌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치하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데, 이는 전정랑 이완의 주청이나 경상도 유생 이동진의 상소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래에 들어 이와 같은 논쟁을 겪지 못하였기 때문에 이와 같은 모습을 또 다시 기대하기 위함이다. 논의에 관계한 유성민, 강자아, 최사강, 서양갑의 근무일수를 15일 가산하고, 정재안의 근무일수를 5일 가산한다. 유생 이동진은 특지(特旨)를 내려 홍문관 또는 예문관의 관직을 제수하고자 하니, 이조와 예조에서는 마땅한 품계와 관직을 정해 아뢸 것이다.

더하여 말하면, 천하에 다시 없는 인재라 하더라도 일단 법과 예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였다면 비판을 받아야 한다. 인재 하나를 구하기 위해 나라의 기강이나 중대한 법령을 뒤로 하겠는가. 또 유별난 인재가 아닌, 조금의 능력도 없는 백성이 휘를 범하였더라면 혹자의 주장이 지금과 같았겠는가. 과인이 쉽게 결단하여 전교할 수 없는 이유도, 대개 조정에서 필요한 인재를 크게 아끼는 마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행여 전교나 비답으로 인해 크게 실망하거나 재야에 칩거하는 자가 생길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중대한 사안에 대하여는 조정을 먼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음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양측의 주장이 한 치의 물러섬 없이 첨예하게 대립하므로 과인이 여러 날을 고심하여 처분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본 전교를 듣고서 혹은 기뻐하고, 혹은 실망하는 자가 적지 않을 것이다. 모든 시비분별이 그렇하듯, 양시론과 양비론이 아니라면 다수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가 없다. 최근 들어 민국에서 양시론이나 양비론이 크게 유행하고 있는데,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또 기휘나 피휘 등과 관련한 사안은 모두가 옳거나 모두가 틀릴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 개국611년 7월 초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