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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에 황보현을 일길찬에 추숭하였다. 그리고 잡찬에 현도웅을, 문무시관에 각각, 유씨조와 권공에게 명하도록 했다. 또 중대성우상에 권진, 좌우사정에 각각 권공과 최○○에게 명했다. 재위 15년 급벌찬에 최병도, 서손상에 장대인, 집사부전대등 장춘, 상대등 김○○, 태대형에 천목한, 상장에 천종, 청정대부에 지생곤, 정토장군에 마교후가 명해졌고, 선조성좌평장사 강씨조, 선조성우평장사 양씨조, 선조성 시중에 염길, 중대성시중에 초난홍, 중대성좌상시에 백○○으로 명했다. 그리고 이듬해에 중대성 우상시에 향임, 중대성 간의에 향보서, 중대성 내사에 중대성우상시와 겸직인 향임이 맡았다. 중대성 조고에 안동설씨, 그리고 중대성 사인 오씨조가 명받았다. 재위 19년 신공왕에 봉해진 궁공이 선조성 우상에 명받았다. 이는 기미부인의 후일을 기약한 왕의 선택이기도 했다. 이때 기미부인은 신료들의 반발에 구애받지 않고 무리수를 두어 섭정을 도모하고 나선 까닭이 바로 이러한 연유였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왕은 이 대표적인 보수주의자를 무시한 채 궁봉을 대대로에 명함에 따라 기미부인을 사사토록 명하게 되자, “나는 죄가 없도다!” 하며 결백함을 주장하니, 내관들을 시키어 왕이 죽이고야 말았다. 자산공에 봉해진 궁석은 이듬해에 좌사정 좌윤에 궁서자를 그 다음해에 좌사정 우윤에 명하니 다시금 궁씨 집안에 조정을 장악토록 독려하였다. 재위 24년에 태자태부를 궁영양으로 하여금 맡게 하고, 우사정 좌윤에 고소중, 우사정 우윤에 고구진을 명하니, 이듬해에 왕이 죽어 태자로 하여금 후사를 잇도록 하였다. 그에 따라 민향왕후 길씨가 태황태후에 봉해지고, 그 아래에 후궁 출신이었던 조씨가 상궁(尙宮)으로 나앉았다. 천화부인 현씨는 황태후에 봉해지자 후궁 출신이었던 송씨와 이씨를 상궁으로 삼았다. 그러나 명진왕후 장씨와 소덕궁주 정씨가 공동으로 태후 자리에 앉았다. 이에 인부대신으로 고중, 의부대신 고선, 예부대신 고숭, 지부대신에 고길순, 신부대신에 고성운, 충부대신으로 정백호가 임명되었다. 문적원감사에 정백, 문적감경에 정구, 일도도사에 옥철시, 이도도사에 옥철서, 삼도도사에 옥구선, 사도도사에 옥성, 오도도사에 옥색, 육도도사에 길지, 총리참의에 황보제, 소중정에 황보일후에 명했다. 이에 왕이 친히 군사를 거느린 채 바다에 배를 지어 타고, 저 멀리 동녘 땅으로 정벌을 나섰다. 오늘날 아메리카 대륙이었다. 이 머나먼 미지의 땅에 이름하기를 청구국이라 명하니 신하들이 일제히 만세를 외쳤다. 다음에 다시 동녘으로 나아가 서로 향하니 이곳이 지금의 북아프리카라 한다. 이곳도 정벌하여 이름하니 이 이름이 신시라 일컬었다. 마지막으로 다시 남녘으로 정벌하니 이 땅의 이름을 대인국이라 일컬으니 훗날의 인(仁)이라는 나라가 생기는 어원이 생겨난 경위라고 선사국기에서 적고 있다. 다시 동으로 나아가니 지금의 페르시아, 즉 이란이라는 곳에 이르러 독로한이라 일컬었다. 이듬해에 왕비를 순강왕의 딸로 맞이하니 이 왕후를 곧 신공왕후라 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은 아니었다. 만향왕후 길씨의 상궁들이 그녀를 두고 투기하였다. 이에 신공왕후는 궁씨 집안을 불러들여 만향왕후와 그 상궁 조씨를 사사하는 것을 시작으로 천화부인 현씨의 상궁인 송씨와 이씨를 죽였다. 밀종대왕의 후궁이었던 남궁씨는 절에 나아가 생애를 마감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신공왕후가 친히 절에 납시니 이를 기특하게 여겨 절 이름을 소동사라 일컬었다. 세 명의 태후가 자리해 있게 되었다. 천화부인 현씨는 천화태황태후로, 소덕궁주는 ‘궁주’라는 칭호를 버린 채 소덕황태후로 봉해지고 명진왕후는 명진태후에 올랐다. 뒤이어 영양공주가 시집을 가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세 태후가 백주라는 이의 부인으로 시집을 보내고, 뒤이어 안화공주를 임씨조의 부인으로 보내었다. 뒤이어 안령공주를 여규상의 부인으로 보내니 이 세 대신은 황송스러운 듯 고마움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임금의 의중을 파악한 한 대신이, “참으로 나라가 바로 설 징조인가 봅니다.” 며 왕에게 칭송하니 백성들 또한 칭송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더라. 그러나 천화왕후가 죽고, 소덕궁주마저 죽자, 조정서는 이들을 모실 능을 정하는데 다투느라고 시신을 방치해두었다. 그러자 왕이 이에 격노하여 모처의 강가에 불로 살라 강가에 뿌리었다. 그러자 오랫동안 왕위에 있었던 보왕55세가 서거하자, 슬하에 신공왕후의 품에 몸을 담가 낳은 태자와 양나공주와 그리고 부나공주가 있었다. 바로 이들이 선왕의 상주가 되어 명복을 빌고 태자가 왕위에 오름과 동시에 두 공주는 절인 소덕사에 가 머리를 깎고 속세와의 연을 끊었다. 부친의 극락왕생을 비는 까닭이다. 뒤에 궁덕의 딸을 왕비로 삼은 왕은 그녀를 덕사왕후라 일컫고 부인으로 하여금 민초들에게 좋은 모범을 보이도록 하였다. 그리고 그 장인인 궁덕에게 궁내대신선조성간의상가총리참판겸총리판서로 명하였다. 그러나 재위 2년에 태자를 얻고서 재위 12년에 그를 왕위에 옹립시키고자 했으나 둘째아들이 태어나면서 고뇌를 하게 되자, 이를 근심으로 바라본 명진태후가 졸하였다. 신공왕후가 태황태후에 앉고, 덕사왕후는 황태후에 앉게 되었다. 하지만 덕사왕후를 슬하에 오사공주와 큰아들과 작은아들이 있었다. 특히 큰아들의 경우에 자신의 아우를 왕위에 옹립할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자 덕사태후가 그 뜻을 기특히 생각하여, 큰아들을 관덕군에 봉하고, 작은아들을 정식으로 즉위시키었다. 그리고는 궁석의 딸을 불러들여 왕비로 맞이했다. 그러나 재위 25년에 왕이 궁석의 딸을 희사왕후라 칭하여 만백성의 어버이라 일컫게 하고 자신이 지켜보는 앞에서 임종하니, 태자인 태원궁이 왕위에 오르게 되었다. 진작부터 현덕구의 딸을 얻어내어 태자비가 된 까닭으로 자연스레 왕비에 올랐다. 태황태후 신공왕후가 이듬해에 승하하고, 덕사왕후도 죽으니, 관덕군은 왕실의 절인 소덕사로 걸음하여 중이 되니 오사공주가 왕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재위 5년에 덕사왕후가 죽고, 재위 11년에 태자를 얻었으나 불구가 될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그리고 양나공주와 부나공주가 죽었다. 그 뒤 박일이 관직에서 물러나기를 청하였다. 그러나 왕이 이에 거절을 하였다. 그러자 그 근심이 병이 되어 얼마 되지 못하여 죽음을 맞이했다. 그러자 왕이 총리판서로 추숭하였다. 뒤이어 고소중과 고구진, 고주중이 잇따라 죽었다. 게다가 민씨 문중에서 옥구의 딸이 죽고야 말았다는 부고가 전해지자 백성들 사이에서는 무슨 징조가 난 것이 아닌가 하고 심히 의심했다고 했다. 다음해에 봉열이 죽었다. 그 뒤에 왕은 똑같이 역시 박일의 예에 따라 총리판서로 추숭하였다. 그리하여 총리판서를 혁파할 것을 선언하였다. 봉씨의 집안은 자연히 쇠락해져 저 멀리 벽촌(僻村)으로 넘어가 후학양성에 힘썼다. 뒤이어 왕은 후궁을 맞이하였다. 바로 궁덕희라는 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궁서자의 딸로 본래 성질이 좋다고 할 만한 행적은 없었다. 즉 왕비에 대한 투기심을 더욱 강한 탓이었다. 그러한 연유로 말미암아 왕은 폐비(廢妃)로 삼아 유폐하여 죽이니, 궁서자에게 신경을 쓰지 말라고 일렀다. 태자가 장성하자 왕은 재위 26년에 성명왕으로 명명하여 왕과 동등한 관계를 성립시켰다. 태자가 불구가 되었다고는 하나 그리 심한 불구는 아니었다. 단지 다리만 절뚝거릴 뿐이었다. 이에 대신들은 만세를 외치며 태자가 왕재(王才)임을 크게 기뻐하였다. 하여 재위 31년 왕이 붕어하면서 태자에게 선위하니 조부의 시호를 융왕이라 칭하여 1세로 봉하고, 선왕을 융왕2세로 봉하였다. 재위 2년에 왕비를 셋이나 두게 되었다. 구민오의 딸을 정비(正妃)로 삼아 감덕왕후라 일컫고, 초난홍의 딸을 맞이하여 안도왕후라 하였다. 뒤이어 오사공주가 양녀로 들인 백실이라는 이를 후궁으로 삼게 했다. 하지만 감덕왕후가 돌연히 죽고, 안도왕후가 정식 왕비가 되었다. 안도왕후와의 금슬이 돈독한 탓에 태자와 계림공주(桂林公主), 그리고 웅진공주, 한양공주, 전주공주(全州公主)를 슬하에 두었다. 특히 계림공주는 궁봉의 후처로 들어가고, 웅진공주는 향보서의 아내로 보냈다고 하는데 향보서는 석공우의 아들이고, 한양공주는 설덕수의 아내로, 전주공주는 이유덕의 부인으로 들어갔다. 한데 그 아들 가노이씨가 있는 것을 알고 있던 공주는 자신의 친아들처럼 대해왔다. 그러한 까닭으로 사대부(士大夫) 부인들로부터 본보기가 되었다. 재위 16년 희사왕후가 죽고, 덕융왕후가 죽자, 백실이 스스로 목을 매달아 죽으려다 소덕사로 들어갔다. 이때 소덕사는 성의 북부에 자리해 있는 산에다 절을 지었는데 왕궁으로 옮겨와 왕실로부터 많은 재정적 지원을 받게 되었다. 이후 왕이 태자가 장성한 것을 이유로, 백실의 남동생인 백설(白雪)을 맞이해 그 딸을 태자비로 주었다. 하지만 왕이 이에 달가워하지 않자, 함열남궁씨의 딸을 취하여 태손(太孫)을 낳았다. 이듬해에 정백이 죽고, 고선과 고숭이 차례로 죽었다. 또 다음해에는 온씨 집안의 유일한 당주(當主)였던 온시후가 죽고, 황보씨 집안에 황보중이 죽었다. 특히 온씨 집안은 향반으로 나아가 후진양성에 힘쓰게 되었다. 재위 22년 왕이 병들어 태자로 하여금 왕위를 물려주었다. 그리고 이틀 뒤 죽었다. 오사공주와 관덕군이 죽었다. 삼일 상을 치르고 태자가 왕위에 오르니 이이가 융왕4세다. 왕이 어명을 내려 백실을 자진케 하여 죽게 하였다. 처음에는 반항을 보이게 되자 왕이 직접 나아가 사약을 먹였다. 그리고 죽고 말았다. 이에 안도태후가 정비를 두 부인 사이에서 뽑아내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태자를 생산한 함열남궁씨의 딸을 정실로 삼았다. 이후 재위 5년에 왕비를 연일왕후라 이르고, 태자가 장성한 것을 보고 왕은 백설의 아들 백화의 딸을 태자비로 맞이했다. 그 2년 뒤인 재위 7년, 태손을 보았다. 재위 19년 태손이 백화의 아들 백일의 딸을 태손의 부인으로 맞이하게 되었다. 이후 안도왕후가 왕으로 하여금 태자에게 선위하고 상왕으로 앉게 하였다. 그러한 뒤 자신은 태황태후로 연일왕후가 황태후로 앉았다. 하지만 그 뒤 백씨 집안이 집권하려 들자 궁씨 일가가 반기를 들어 보수파(保守派)를 형성하게 되었다. 하지만 온건파(穩健派)에 속한 백씨 집안과 이런 그들의 태도에 대해 큰 반기를 들게 되었다. 이에 상왕은 뒷전이고 융왕5세는 신하들의 당쟁(黨爭)에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였다. 하지만 남궁씨 가문에서 반기를 들자 즉시로 백설의 딸이 죽임을 당하는 비운을 겪고야 말았다. 이에 순강왕 궁모를 수장으로 삼은 보수파가 본격적으로 주도하기에 이르렀다. 또, 온건파에서는 백주를 수장으로 삼아 보수파를 ‘늙은이 괴수(魁首)’라 하여 경멸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재위 4년, 보수파와 온건파의 간부를 각각 관직에 몸 담그게 하였다. 궁내대신에 박조원, 선조성 간의 박처선을 필두로 상가에 조고형, 사정부경 이성덕, 사정부좌 이대로, 마가 구서징, 제가 구중, 정당성 대내상 남궁현후, 국학박사에 온건파인 백일, 백주, 백설, 백화를 명하였다. 재위 6년 박사에 보수파인 남궁일남과 제후 길송, 우가 고길순, 호군 고성운, 일길찬 정구, 잡찬 함열공 궁덕, 문관시관에 순강왕 궁씨, 중중정에 자산공 궁석을 명하였다. 재위 7년에 보수파에서 궁서자가 대아찬에, 중대성좌평장사 황보제, 중대성우평장사 권공, 총리참판 장대인, 선조성 좌상에 장춘, 선조성조고 호빈, 선조성사인 호성기, 선조성 좌상시 향국, 선조성 우상시 공씨조, 선조성 내사 석씨조, 대각간 공강, 선조성 우상 석공우, 좌사정 좌윤 남웅희, 중대성 간의 남기옥, 중대성 조고 민구종, 중대성 사인 민옥숭이 배출했다. 재위 10년에 태자가 태어나자, 보수파인 손씨조가 중대성시중에, 중대성좌상시에 손철은, 중대성우상시 송씨조, 선조성좌평장사 송진, 선조성우평장사 송지, 선조성시중 옥철시, 양가에 옥철서, 대형에 옥구선, 조부부령 옥성, 청정대부정토장군에 옥색을 명하였다. 이듬해에 황보제가 죽으니 죽기 직전에 황보일후에게, ‘당에 얽매이지 말라.’ 고 신신당부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의 집안이 몰락하게 되는 길을 택한 지도 모르던 황보일후는 말을 듣지 못하였다. 재위 13년에 온건파인 이유덕이 건국대신에 명받은 것을 시작으로, 집사부전대등에 가노이씨, 상대등에 구민오, 태대형 함열남궁씨, 상장에 초난홍, 우사정에 길지, 급벌찬 길덕, 서손상 길○○, 무관시관 안인귀, 중대성우상 안득, 좌사정에 안혁진, 문적감경 안혁규, 중대성 내사 설덕수, 외교부상에 안동설씨, 계략부상에 정백호가 명받았다. 재위 14년에 대대로에 온건파인 궁봉이, 문적원감사 궁영양, 소중정에 권○○, 사정부령 황보일후, 저가 권진, 육도도사 권궁, 총리참의 천목한, 사도도사 천종, 오도도사 지생곤, 이도도사 마교후, 삼도도사 향보서, 충부대신 향임, 일도도사 남무화, 지부대신인 나씨조, 나각하가 각각 명을 받았다. 같은 해 연말에 신부대신에 온건파 현도웅과 현덕구가 각각 명을 받았다. 의부대신에 온건파 최○○, 예부대신에 최병도와 여규상을 앉히고, 우사정우윤 임씨조, 인부대신에 도방수, 좌사정 우윤 도복길, 태자태부에 조색을 명하였다. 이듬해에 온건파에서 태자태부인 조색, 우사정 좌윤 염○○이 추천을 받았다. 이윽고 상왕이 죽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융왕5세는 신하들을 이간질시키기에 이른다. 그것은 곧 보수파를 향한 무모한 도박이었다. 우선 군사들을 풀어내어 궁씨 집안에 가택수색(家宅搜索)을 하도록 명하였다. “네 이놈들! 누가 이집을 뒤지라 했느냐!” 이렇게 함열공이 소리를 치자, 군사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를 끌고 가니 궁씨 남자들이 모두다 포승(捕繩)에 묶인 채 구중궁궐(九重宮闕)을 향하였다. 그 뒤 박조원과 박처선이 끌려가고, 이성덕과 이대로도 끌려갔다. 특히 무엇보다 놀란 것은 박처선의 부인인 원양공주였다. 원양공주는 지아비가 영문도 모르게 끌려가자 태황태후에게 다가가 이런 부탁을 하였다. “내가 비록 왕가 출신이라 하나 한낱 지아비에게 무슨 죄목이 있기에 이리 문전박대를 한단 말이오!” 그러나 태황태후는 이미 병중에 있었으므로 하소연을 들을 겨를이 없었다. 태황태후 안도왕후는 황태후 연일왕후와 태후 백화의 딸과 왕비 백일의 딸을 불러내어 이렇게 일렀다. ‘무슨 업보를 지었기에 피바람이 분단 말이냐.’ 하며 절규하며 죽으니, 왕궁이 온통 눈물바다가 되었다. 계림공주는 궁봉에게 온건파에 몸 담그도록 독려한 탓에 목숨을 지킬 수 있었고, 웅진공주와 한양공주, 전주공주가 모두 온건파의 수장으로 있었던 탓에 생존할 수 있었다. 이후 태황태후의 말을 듣던 왕이 함열공의 일가만을 대대적으로 숙청하였다. 대신, 궁봉의 부자가 그대로 생존하게 하였다. 또, 옥씨 집안에서도 피바람이 불어 옥철시, 옥철서, 옥구선, 옥성, 옥색을 죽이기에 이르렀다. 박조원과 박처선은 선처(善處)해주었다. 뒤이어 황보일후가 한때 보수파에 지지했으나 온건파로 넘어갔다. 옥씨 집안사람들이 일제히 향반으로 나앉았다. 그리고 고길순과 고성운도 왕실의 일원이면서 궁씨 집안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처형하였다. 고씨도 역시 왕족의 예에서 벗어나 향반으로 격하(格下)시켰다. 뒤에 재위 17년 남궁현후와 남궁일남이 스스로 자진해 죽었다. 그 뒤를 이어 정구도 죽었다. 향국이 죽었다. 향국은 병들어서 죽었다. 이후 자손들에게 각기 다르게 독립하여 살도록 하였다. 뒤이어 황보일후가 죽었다. 권공과 장대인이 죽었다. 그리고 공씨조가 자수하여 처형당하였다. 이후 아들 공강도 죽었다. 공강에게 자식이 있었다. 한데 이 공강의 자손들이 공씨 집안을 형성하여 중국으로 나아갔다. 이이가 훗날 공자(孔子)라는 이의 조상이 되기에 이른다. 뒤이어 민구종이 처형되었다. 그러자 부인 남희는 목을 매달아 죽었고, 남웅희는 고모의 시신을 수습, 장례를 치르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그 타깃이 남웅희에게 넘어가 왕의 미움을 받았다. 그가 처형되는 과정에서, “부디 진정한 성군이 되십시오!” 하며 으름장을 놓으니 왕이 격노하여 거세(去勢)하게 하여 죽였다. 남무화는 그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아 실성하다가 향반으로 나앉았다. 남기옥은 목을 매달아 죽었고, 나씨조는 아들 나각하를 이끌고 왕의 부하로 나앉았다. 이듬해에 조고형은 병들어 죽었다. 그리고 이성덕, 이대로도 병나서 죽었다. 마침내 조씨 집안이 향반에 나앉게 되었다. 구서징과 구중은 그 자손인 구민오에게 재산을 물려주고서 자진해 죽었다. 그 아들 구○○이 왕의 비서로 일하고 있었다. 결국 왕이 폭군이 되어 정신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궁궐에서 거닐 때 저만치서 피어난 진달래꽃을 보고 핏빛으로 착각하여 칼을 휘둘러 온 궁궐이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를 근심하던 연일태후가 죽고, 온건파에서 태자를 융왕6세에 봉하여 놓고 전왕을 폐하였다. 이후 백화의 딸을 태후로 삼아 일양태후에 봉하였다. 뒤이어 융왕6세의 왕비 백일의 딸이 백홍(白虹)의 딸을 태자비로 맞이했다. 이듬해에 왕이 죽자, 백화의 딸은 자진해서 죽었다. 융왕6세가 상왕에 앉고, 태자 융왕7세가 왕위에 올랐다. 왕위에 오르고 이듬해에 태자를 낳았다. 재위 16년 태자가 장성하자 백영의 딸을 황태자비(皇太子妃)로 맞이했다. 뒤이어 큰 아이를 낳았다. 그 아이가 태어나자 와은 태손에 봉하게 했다. 태황태후인 백일의 딸이 여한이 없다고 하고 편히 죽었다. 이듬해에 융왕6세가 붕어하였다. 보수파에는 박조원과 박처선, 구서징, 구중, 길송, 장춘, 호빈, 호성기, 공씨조, 석씨조, 석공우, 민옥숭, 손씨조, 손철은, 송씨조, 송진, 송지가 살아있었다. 그 중에서 박조원이 보수파의 수장으로 앉았다. 하지만 박조원이 병들어 죽자, 고스란히 수장 자리에 박처선을 앉게 했다. 한데 그는 장춘에게 수장 직을 주고, 벼슬을 버린 채 부인 원양공주와 재야에 살다가 박처선이 죽자, 부인 원양공주가 스스로 목을 매달아 죽었다. 이후 박씨 집안이 향반으로 나앉았다. 다음해에 장춘이 죽었는데 병사(病死)했다더라. 2년 뒤에 호씨 집안에 있는 호빈과 호성기가 모두 역모에 가담하였다는 이유로 처형당하여, 호씨 일가가 모두 향반에 나앉았다. 이렇게 일망타진하게 보수파가 무산될 징조가 일어났다. 융왕7세가 즉위하여, 두 당에 대한 통합(統合)을 청하였으나 보수 세력의 반발에 좌절되고 말았다. 그는 백홍의 딸 사이에 태자만을 낳았다. 그리고 태자가 장성하자 백영의 딸을 태자비로 맞이했으나 병세가 악화가 되므로 이내 붕어했다. 뒤이어 융왕8세는 태자비 사이에 태손을 셋이나 두었다. 맏이는 태자로, 둘째는 딸로 인현공주(仁賢公主)에, 작은딸은 의현공주라 일컬으니, 그는 재위 14년에 인현공주를 염씨조에게, 의현공주를 송진의 아들 송씨부에게 각각 시집보내었다. 특히 의현공주가 아들을 생산했다는 소식을 듣고서 기뻐한 나머지 특산물을 바치게 하여 공주에게 다 주도록 하였다. 융왕9세가 태자 자리에서 벗어나 왕위에 오르면서, 태자비인 강화봉씨의 딸을 소평왕후에 봉하였다. 태자는 경주온씨의 딸인 일덕왕후를 배필로 삼고, 태손은 또 왕비를 둘을 두었다. 첫 부인으로 임모의 딸은 현비(賢妃)를 삼았고, 다음은 여명의 딸을 의란왕후에 봉해 배필로 삼았다. 하지만 이 태손은 자식을 얻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고태수 때부터 맺은 혈맹(血盟)의 관계로 왕족의 예우를 갖고 있다는 조건 하에 고씨 집안에서 들여와, 황손(皇孫)으로 입적했다. 융왕9세는 보수당에 대한 으름장만 놓고 별다른 활동을 못한 채 붕어하고, 태황태후에 오른 백홍의 딸이 황상(皇上)으로 하여금 폐위시키고 사사했다. 이를 두고 보수당이, “여자가 정사에 간여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라고 하여 덕의공주의 예를 들었다. 뒤이어 백영의 딸이 죽자 백홍의 딸을 태후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융왕10세가 즉위하였는데, 보수당의 수장 격인 구서징을 죽이고, 구중과 길송을 극변(極邊)에 유배를 보내다가 구중과 길송을 비밀리에 죽이고, 공씨네 집안도 멸문지화를 당하여 공씨조가 죽임을 당했다. 공강이 죽은 것을 참척의 고통으로 생각하다가 끝끝내 한사코 죽기를 거절하였다. 또 뒤이어 석씨조가 죽었으니, 석씨조의 아들 석공우가 자식에게 본성(本姓)을 ‘향’으로 하여 이름을 보서(寶書)라 함으로써 죽장에 삿갓을 쓴 채 방랑하다 백성들에게 눈 밖이 나 돌부리에 맞은 채 죽음을 맞이했다. 왕은 향보서에게 천거하도록 명했으나 이를 거절하였다. “민옥숭은 황명(皇命)을 받들라!” 옥숭이 직접 나아가니 민씨네 집에서는 아녀자의 울부짖음이 구슬펐다. ‘아, 하늘도 무심하구나!’ 하며 황명에 죽임을 당했다. 그야말로 고립무원(孤立無援)이었다. ‘어허!’ 하며 손씨조는 손사래를 친다. 관원이 칼을 꺼내고서 그를 처치한다. 손씨조가 그렇게 죽임을 당하고, 송씨조도 죽임을 당하였다. 뒤이어 송진이 죽임을 당하고, 손자 송지도 죽임을 당했다. 의현공주에 의탁하던 송씨부 만이 살아남았다. ‘네 이놈―! 집안을 말아먹을 테냐―!’ 반역자의 집안은 줄줄이 낙향(落鄕)하였다. 또, 백홍의 딸도 덩달아 죽었다. 졸지에 태후가 되어버린 소평태후는 일덕태후와 함께 공동으로 섭정을 하였다. 하지만 융왕11세가 죽고 융왕12세가 즉위하자, 새 국면을 맞이했다. 보수파의 유일한 대신 손철은에 대해 왕은 궁궐에 드나들게 하여 내관(內官)이 되도록 하였다. 이에 감사하다는 듯 손철은은 그저 눈물을 보였을 뿐이었다. 뒤이어 손철은의 아들 손모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보좌토록 하게 되었다. 특히 손모는 아버지와 달리 중도파에 속하였으므로 나름대로 왕 또한 기대하고 있는 눈치였다. 재위 5년 손철은의 죽음과 동시에 보수파, 아니 보수당이 와해(瓦解)가 되었다. 이제 사실상 온건파 정권이 들어선 것이다. 온건파 안에서도 어김없이 분열이 일어났다. 곧 강화봉씨를 필두로 한 소위 봉당과 이유덕을 필두로 한 이당이 바로 그것이다. 봉당은 중립적 요소를, 이당은 보수적 요소를 지니고 있는 양상을 드러내주었다. 뒤에 재위 12년, 재위 2년에 태어난 태자가 성장하기 시작하자 이에 기뻐하여 왕이 친히 대대적으로 관리들을 등용하였다. 궁내대신에 봉당 강화봉씨, 선조성간의에 봉당 백홍, 상가에 봉당 백영, 샂어부경에 봉당 염씨조, 사정부좌에 봉당 송씨부, 마가에 봉당 송성덕, 제가에 봉당 경주온씨, 정당성대내상에 봉당 임모, 국학박사에 봉당의 여명, 장조숭, 장동, 길윤상, 궁서신이 명을 받았다. 그리고 박사에 봉당 정국, 제후에 봉당 안신(安信), 우가에 봉당 여남주, 호군에 봉당 민안, 일길찬에 봉당 조서준, 잡찬에 봉당 천가사, 문과시관에 봉당의 권강국이 명을 받았다. 또 중중정에 봉당 온어가 명을 받았다. 그 뒤 대아찬에 이다으이 수장인 이유덕이 명을 받았다. 그리고 이유덕의 아들 가노이씨가 중대성 좌평장사에, 같은 당인 구민오가 중대성 우평장사, 총리참판에 함열 남궁씨, 선조성 좌상에 초난홍이, 선조성조고에 길지가, 선조성 사인에 길덕이 명을 받았다. 왕비의 탄신(誕辰)이 있자 왕은 이를 기념하여 선조성 좌상시에 길○○을, 선조성 우상시에 안인귀가 명을 받았다. 선조성 내사에 안득이 명을 받았다. 대각간에 안혁진이 명을 받았다. 선조성우상에 안혁규가 명을 받았다. 좌사정좌윤에 설덕수, 중대성간의에 안동설씨가, 중대성조고에 정백호가, 중대성사인에 궁봉이 명을 받았다. 중대성 시중에 궁영양이 명을 받았다. 중대성 좌상시에 권○○이, 중대성 우상시에 권진이 명을 받았다. 선조성 좌평장사에 권국, 선조성우평장사 천목한, 선조성시중 천종, 양가 지생곤, 대형 마교후, 조부부령 향보서, 청정대부 향임, 정토장군 남무화, 건국대신 나씨조가 명을 받았다. 재위 20년 태손을 보면서 왕이 상왕에 올랐다. 태자는 융왕11세로 즉위하였으나 왕이 섭정을 청함에 따라 정사를 다스려보지도 못한 채 죽었더라. 대신에 부인을 둘 두었다. 먼저 맞이한 임모의 자식은 난산으로 죽어, 현비로 추숭되고, 의란왕후 여씨만 살아남았다. 의란태후 여씨는 여명의 딸로 자식을 두지 못하였다. 그 대신에 태상왕에 의지해서 양자 하나를 얻어놓고 태자로 내세우니, 곧바로 그를 왕위에 올렸다. 융왕 12세가 즉위하고, 집사부 전대등에 나각하를 필두로, 상대등 현도웅, 태대형 현덕구, 상장 최○○, 우사정 최병도, 급벌찬 여규상, 서손상 임씨조, 무과시관에 도방수를 두었다. 이듬해 초 정국의 딸을 왕비로 맞이하지만, 2년 뒤에 죽어 순비라 일컬었다. 숙비로 봉해진 안신의 딸이 태자를 생산했다. 이를 기념해서 왕은 문적감경에 조색을 명해, 그 동안에 미루었던 역대 선왕들에 대한 기록을 실록에 올리도록 명하였다. 중대성 내사에 염○○, 대로에 백설, 소형에 백화, 외교부상에 박일이 내정되었다. 그러나 재위 17년 왕이 죽고, 융왕13세가 즉위하면서 역시 선왕의 기록까지도 실록에 올리도록 하였다. 그리고 왕비를 여남주의 딸로 맞이하나, 재위 3년에 양자로 들여 태자로 삼으니, 재위 18년에 왕이 서거하여 살아있는 왕비를 소현왕후라 일컬었다. 융왕14세와 정을 통하여 태자를 생산했다. 재위 10년에 태후인 소현왕후가 죽자, 왕은 민안의 딸을 태자비로 삼았다. 이에 따라 계략부상에 봉당의 손모가 내정된 것을 필두로 대대로 김도서, 문적원감사 김강서, 소중성 김사상, 사정부령 김염, 저가에 김소, 육도도사에 이동, 총리참의에 신교빈, 사도도사에 정사소, 오도도사에 정씨조, 이도도사 천우서, 삼도도사에 천씨조, 충부대신에 천미소, 일도도사 천사가 명을 받았다. 재위 18년에 왕이 죽고, 태자가 왕위에 올랐다. 선왕의 기록을 그대로 적으라고 명하였다. 재위 2년에 왕비가 태자를 생산하고, 재위 12년에 조서준의 딸을 태자비로 삼아 나라의 국본을 바로 잡았다. 뒤이어 천연을 지부대신에 명한 것을 시작으로, 신부대신 임연산, 의부대신 온진, 예부대신 온동호, 우사정 우윤 온강, 인부대신에 온소홍, 좌사정 우윤에 온길순, 태자태부에 장서시, 우사정 우윤에 장인이 내정되었다. 재위 21년까지 백성들 사이에 태평성대라 일컬을 정도로 왕의 내정이 더욱 탄탄대로에 접어들어서야 죽고, 융왕16세가 즉위하여 역시 태평성대를 누리다 재위 17년에 죽었다. 그러나 융왕17세가 즉위할 무렵에 백성들이 갑작스럽게 궁핍해지자 왕이 이당이 역모를 꾀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어 초난홍을 필두로 이당의 무리들을 잡아오게 했다. 그리고는 초난홍과 길지, 길덕, 길○○이 처형되었다. “전하, 전하의 어진 마음을 바로 잡으시옵소서!” 이들의 죄목은 백성들의 일용할 곡식들을 훔쳤다는 혐의였다. 이를 두고 길지는 죄가 없다고 반문하였으나 곧바로 죽임을 당하였다. 이 때문에 왕은 길씨 집안을 몰락시켜 재산을 수탈하였다. 뒤이어 정백호가 죽고, 천목한과 천종이 죽자, 천종의 부인 선산공주가 약을 먹고 죽었다. 이에 지생곤과 마교후가 주나라로 망명하였으나 그 후손의 밀고로 주나라에 쳐들어온 선사국 군사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뒤이어 남무화가, 이듬해에 나씨조가 처형되었다. 재위 7년 소현왕후 여씨와 조서준의 딸이 목을 매달아 자결했다. 왕의 실정에 의해서였다. 자신의 모후인 조서준의 딸로 하여금 명숙왕후라 일컫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으나, 왕비 하덕왕후와 그 아비 천가사의 계략에 의해 왕의 손으로 현도웅, 최○○, 최병도가 죽임을 당하고, 재위 19년에는 태자를 음해했다는 이유를 들어 도방수, 도복길 부자와 조색, 염○○이 죽임을 당했다. 이러한 일이 있은 뒤 왕은 눈이 멀어 소경이 되었다. 이후 태자를 선위하여 자신은 자살했다. 뒤이어 왕의 폭정을 부추겼다는 이유로 하덕왕후를 죽인 권강국이 태자, 아니 왕의 장인이 되어 실권을 장악했다. 뒤이어 천가사를 죽이니 다시금 끝이 났다. 융왕18세가 즉위한 지 5년에 권강국의 딸인 왕비가 태자를 생산하자, 왕은 덕자공이라 칭하게 하여 공자(公子)라 일러 부르게 했다. 뒤에 재위 15년에 온어의 딸을 후궁으로 맞이해 덕비(德妃)로 맞이하니 왕비를 대신해서 보모(保姆) 노릇을 하였다. 온씨 집안이 본래 명문집안인지라 학식이 두터운 것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이대로 유지만 되면 자식도 생산하는 법이지만 뱃속에서 자식을 잃고 이듬해에 왕비가 죽으니 왕이 크게 슬퍼하여 덕원왕후라 추숭하였다. 재위 21년에 왕이 죽자 덕비 온씨가 태후에 오르고, 융왕19세가 마침내 즉위했다. 왕비는 김도서의 딸과 이동의 딸을 두었다. 한데 정비인 김도서의 딸을 왕후의 예를 따르지 않고, 궁의 구석진 곳에서 일생을 보내기도 했다. 하여 연비로 봉해진 이씨가 낳은 자손에 의해 왕위를 잇게 되었다. 물론 정비 사이에서 아들이 태어났으나 아들이 태자 자리에 오르지 않겠다는 이유로 천송군에 봉작(封爵)을 받았다. 그러나 재위 20년에 신료들이 천송군에게 왕위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통에 왕의 근심은 날로 더해만 갔다. 이에 김도서의 딸과 이동의 딸을 불러내어 이렇게 말했다. “나는 천송군과 작은아들을 두었소. 헌데 대신들이 나를 두고 맏아들이 왕위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네그려.” 연비 이씨는 욕심이 과한 까닭에 아니된다고 고집을 하여 하는 수 없이 김도서의 딸이 한 발 더 물러났다. 그 뒤에 연비는 안라(安羅)라는 딸을 낳았으니 왕이 그녀의 투기심을 두고 크게 대노하여 가까이 하지 않았다. 이를 근심하던 태후 온씨가 죽고, 이듬해에 왕이 죽으니, 천송군은 부인인 여명의 딸과 궁에서 벗어나 평범하게 백성의 한 사람으로서 살게 되었다. 이 두 사람 사이에 난 이가 바로 융왕29세로 즉위하게 되는 것이다. 김도서의 딸은 천송군 내외를 그렇게 보내고 나서 재위 23년에 병들어 죽었다. 이렇게 연비의 아들인 태자가 즉위하니 융왕20세이다. 그 뒤 문한비(文翰妃)라 봉해진 신교빈의 딸과 정사소의 딸인 도연부인(陶然夫人)을 맞이했다. 왕은 신교빈의 딸과의 사이에 연하공주(燕賀公主)가 태어나고, 왕자인 연하수아(燕賀秀雅)가 태어났는데 옥씨 집안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라더라. 뒤이어 도연부인 사이에서도 아들을 낳았으므로 연사군이라 봉하여 후사를 단단히 두었다. 그리고 태후에 오른 연비 이씨는 신하들의 반발로 인해 어머니를 죽이는 불효를 저지르고야 만다. 그리고 안라는 목을 졸라 죽이게 하니, 왕실의 후환은 사라진 셈이다. 천송군의 집에다 일용할 양식을 하인들로 하여금 이 집에 베풀게 할 것을 청하여 어머니가 저지른 죗값을 치렀다. 그리고 천송군의 자식을 왕실의 적통(嫡統)으로 인정하도록 하니, 천송군이 무릎을 꿇으며, ‘하해와 같은 은혜를 어이 갚으오리까.’ 눈물을 보였다. 이듬해 소리 소문도 없이 초야에 내려간 양씨조와 강씨조가 왕의 부름을 받고 궁에 돌아왔다. 궁에 돌아와 왕이 두 사람의 앞에 나아가 무릎을 꿇었다. “나는 왕도(王道)가 부족하여 그대들에게 무릎을 꿇고자 함이오.” 그러다 두 사람이 당황하여 이렇게 말했다. “전하께서는 어지신 분이시옵니다. 헌데 어찌하여 자신을 낮추신단 말입니까.” 그러자 왕이 말했다. “나는 신료들 다투는 모습이 보기 싫소이다.” 그러는 즉시 양씨조와 강씨조는 신료들의 기강을 바로 잡기 위해 도감(都監)을 설치하여 서리(署理)에 임명되어 우선 이당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정의를 바로잡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발각된 이들은 이유덕, 가노이씨, 구민오, 함열남궁씨, 안인귀, 안득, 안혁규, 안동설씨, 설덕수, 궁봉, 궁영양, 권○○, 권진, 권궁이었다. “이는 있을 수 없소이다!” 이들은 끌려가 왕명으로 죽임을 당했다. 그들의 집안도 수색하여 재산들을 빼앗아 백성들에게 나누어주었다. 그들의 집에 있는 아녀자들은 모두 향반으로 나앉았다. 그리고 도감에서 서리로 앉은 두 재상이 남궁숭과 남궁검 부자, 박소산, 황보인(皇甫仁), 초대건, 노술, 조신정, 동방길과 동방진, 그리고 동방석 일가와, 향소우, 성중, 서수복, 백대소와 백성지, 백사이 부자, 황봉수, 안기진과 안덕중 부자, 봉인호, 옥경과 옥신 부자, 도정하, 유양소, 호지, 오남, 민송주와 민덕주 형제와 그 후손인 민조순, 그리고 심씨조를 모두 불러내어 도감의 일원으로 일하게 했다. 뒤이어 임씨조와 백주, 그리고 백설과 백화, 백일을 잡아들여 백성들의 삶을 착취한 죄목이 확정되어 처형되었다. 그리고 재위 5년 향보서와 향임, 그리고 나각하와 현덕구, 여규상도 도감에 잡히어 죄목이 확정되었다는 이유로 모두 처형되었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안혁진은 왕의 내관(內官)으로 곁에서 보좌를 해주었다. 뒤이어 그 토벌의 타깃이 봉당에까지 나아갔다.
= 7 =
그럼에도 융왕20세는 재위 16년에 연사군에게 보위를 주어 죽음을 맞이했다. 이에 강씨조와 양씨조가 다음을 기약해야만 했다. 뒤이어 정사소의 딸인 도연부인이 태후로 올랐다. 그리고 문한비는 황태후로 봉해졌다. 그리고 궁내대신에 궁서신을 내정하고, 길윤상에게 선조성 간의로 명을 내렸다. 태자의 부인을 두 명으로 두게 했다. 우선 천우서의 딸을 맞이해놓고 정실로 삼았다. 그리고 뒤이어 임연산의 딸을 측실(側室)로 맞이하게 하고는 상가에 장동을, 그리고 사정부경에 장조숭을 명하였다. 뒤이어 장인을 사정부좌에 마가에 장서시, 제가에 온길수를, 정당성대내상에 온소홍, 국학박사에 남궁검, 박소산, 황보인, 초대건을 명하였다. 박사에 강화봉씨, 제후에 백홍, 우가에 온강, 호군에 온동호, 선조성좌상시에 온진, 선조성우상시에 임연산, 선조성내사에 천연, 대각간에 천사, 선조성좌상에 천미소, 선조성조교에 천씨조, 선조성사인에 천우서, 중대성좌평장사에 정씨조, 중대성우평장사에 정사소, 총리참판에 신교빈, 중중정에 이동, 대아찬에 김소, 일갈찬에 김염을 명했다. 문한비가 죽고, 다음해에 도연부인이 죽었다. 이에 왕은 재위 15년에 태자를 책봉하여 태자의 부인을 온진의 딸로 맞이했다. 그러나 태자가 아우인 아소군(我所君)에게 왕위계승권을 주고서 스스로 물러나 소무태자(昭武太子)로 남았다. 그러나 그런 뒤에 바로 죽고 말았다. 재위 26년에 왕은 죽기 직전에 잡찬에 김사상, 문과시관에 김강서, 무과시관에 김도서, 중대성 우상에 손모, 좌사정에 온어, 우사정에 권강국, 급벌찬에 조서준, 서손상에 민안, 집사부 전대등에 여남주, 상대등에 안신이 명을 받았다. 그리고 태대형에 정국, 상장에 여명, 청정대부에 임모, 정토장군에 경주온씨, 건국대신에 송성덕, 양가에 송씨부, 대형에 염씨조, 조부부령에 백영을 명받았다. 왕이 이윽고 아소군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죽자, 양씨조가 선조성좌평장사우평장사시중우상겸중대성시중좌상시우상시간의조고사인에 명을 받았다. 그리고 그에 더 얹어 좌사정좌윤우윤과 태자태부우사정좌윤우윤, 그리고 인부대신의부대신예부대신지부대신신부대신충부대신과 일도도사에 올랐다. 이엡 불만을 품은 봉당이 이를 두고 시샘하듯 탄핵하라는 청을 내리니, 왕이 곧바로 즉위하자마자 양씨조에게 근신(謹身)을 하라는 명을 내렸다. 이후 왕은 선조성좌평장사에 천송군을 명하는 것을 시작으로 선조성우평장사에 안라, 그리고 선조성시중에 연하수아를 명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형인 소무태자도 중대성시중에 명하였다. 하여 백선익의 딸을 왕비로 맞이해 선안왕후라 칭하였다. 또 슬하에 태자 시절부터 얻은 보덕군과 월안군을 두어 각각 중대성좌상시와 중대성우상시에 명을 내렸다. 또 월안군이 강씨조의 딸을 부인으로 맞이했다는 이유로 강씨조를 이도삼도사도오도육도도사겸총리참의소중정사정부령저가대대로문적감사감겸중대성내사에 명을 받았다. 그리고 다음에 대로겸소형겸외교부상겸계략부상에 명을 받았다. 그러나 강씨조의 딸 사이에 공주 하나만을 두었다. 이를 두고 왕이 격노하여 김강서의 딸을 맞이하였다. 그녀를 두고 승순왕후(承順王后)라 일컬어 아들을 셋이나 두었다. 태손(太孫)을 많이 둔 셈이었다. 하여 왕의 성질이 급하여 이도도사에 오가군(五家君), 삼도도사에 서가군(書家君)이, 사도도사에 작구군(雀口君)으로 명을 내렸다. 재위 23년에 왕이 죽자, 융왕23세가 즉위하였다. 그리고 줄줄이 태후들이 죽자, 강씨조의 딸로 하여금 왕비를 폐하고 김강서의 딸을 정비로 삼았다. 강안공주는 죽임을 당하였다. 그리하여 왕은 작구군으로 하여금 태자로 삼게 하여 양씨조의 작은딸을 왕비로 삼았다. 큰딸은 평민 집안에 시집을 보냈고, 작은딸이 왕의 씨를 받아 태자를 생산했다. 이 아기가 장차 자라나 사덕태자(四德太子)라 칭함을 받았다. 그러나 사덕태자가 왕위에 오를 자질이 아니라고 말하는 예언을 듣고 장서시의 딸을 후궁으로 삼아 태자를 다시 생산했다. 그리고 뒤이어 서덕공주와 아덕태자가 생산되자 왕이 사덕태자로 하여금 군으로 내려깎아 오도도사로 명하였고, 아덕태자도 역시 군으로 깎아 육도도사에 명하였다. 재위 17년 왕이 죽고 융왕25세가 즉위했다. 그리하여 왕비를 길윤상의 딸로 맞이해 안도비(安堵妃)로 삼았다. 그러나 왕이 돈안왕후라는 칭호를 내림에 따라 정비로 삼았다. 슬하에 태자를 하나만 두고 재위 17년에 죽고 말았다. 융왕26세가 즉위하고 장인의 딸인 문치왕후(文致王后)와의 사이에 자식을 두고자 했으나 양자를 두었다. 양자는 공교롭게도 설주군이라는 왕족의 자식이니 이 아이를 가져다 왕실에 입적하게 하고 부친인 설주군에게 총리참의를 맡게 했다. 그런데 이듬해에 바로 죽음을 맞으면서 총리참의는 사실상 혁파가 되었다. 그리고 장인이 왕을 죽이면서 양자인 양자인 설주군의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니 융왕27세이다. 융왕27세는 왕비를 궁서신의 딸로 맞이하게 되고 신공왕후(神功王后)라 칭하게 했다. 그리고 슬하에 산송대군을 두어 소중정에 명하였다. 또 방씨 성을 가진 이가 양씨조에게 천거되어 ‘방씨조’라 하였다. 그에게 왕이 태자비로 삼는 조건으로 사정부령에 명을 내렸으나 왕비에게 자식이 없었다. 그리고 후궁으로 손모의 딸을 맞이했으나 역시 자식이 없었다. 그런 까닭에 천송군의 자식을 양자로 입적했다. 이에 천송군은 저가에 명을 받았다. 그리고 대대로와 문적감사에 안혁진이 명을 받았다. 이듬해에 강씨조에게 문적감경겸중대성내사대로소형외교부상계략부상에 명을 내렸다. 왕이 재위한 지 19년에 죽고, 산송대군이 왕위에 올라 왕비를 맞이하고 자신의 아우인 금실공주를 폐하여 절간에 머물게 하고 손씨조의 딸을 신숭왕후(信崇王后)로 봉하였다. 그리고 손씨조의 딸로 하여금 천송군의 아들을 양자로 들이도록 명을 내리니 왕비가 이를 받아들여 태자로 앉혔다. 방씨조의 딸은 즉위하자마자 곧바로 죽음으로써 왕비의 예를 갖출 수 없었다. 재위 12년에 왕이 죽고, 태자가 융왕29세로 즉위했다. 왕비는 부씨조의 딸을 맞아 그로부터 2년 뒤에 아들을 얻자 안동군(安東君)으로 봉하게 하여 정비로 봉하고자 했으나 병들어서 죽었고, 남궁숭의 딸을 계비로 삼았다. 이후 재위 6년에 왕은 직접 교서(敎書)를 내려 봉당과 양씨조, 강씨조의 당쟁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화합하고자 한다는 취지를 내비쳤다. 그러자 양씨조와 강씨조의 품행에 문제가 된다며 상소하기 시작하여 차차로 이 두 사람의 파직을 청하였다. 그러자 왕은 흔쾌히 승낙하여 도감을 혁파하고 양씨조와 강씨조를 죽였다. 양씨조와 강씨조 일가는 몰락당하지 않았지만 벼슬길이 막혀 누대(累代)에 걸쳐서야 벼슬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뿐이다. 재위 24년에 왕이 죽고 태자가 왕위에 오르니 왕비로 안씨부의 딸을 맞이했다. 안씨부는 벼슬길을 마다한 채 은거하고 있던 안혁규의 딸이었다. 안인귀는 부귀영화를 누리어 죽고, 안득이 병을 얻어 몸져누웠다. “댁의 큰 어른께서는 어떻게 지내시는지.” 남궁숭의 안부에 안기진은 말했다. “우리 증조부께서는 은거하시다가 지치셔서 몸져누우신 것뿐입니다. 지금은 정정하게 버티시지만 얼마 오래가지 못할 성싶습니다.” 그의 예상대로 큰 어른인 안득이 죽었다. 뒤이어 안혁진도 병들어 죽고, 안혁규도 죽었다. 안신은 아들인 기진에게 재산을 물려주게 하고 몸만 나와 불가에 귀의했다. 이유덕이 병들어서 죽고, 안덕공주도 죽었다. 재위 2년에 태자를 생산함에 따라 양씨조와 강씨조에 의해서 기를 펴지 못한 봉당에 재건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두 재상의 박해로 죽음을 맞이했다는 기록을 지우기로 했다. 일종의 생존본능이었으리라. 정치에 소외당한 처절한 복수였으리라. 인과응보라 했던가. 아무튼 이를 실행하듯 왕이 친히 관직을 개편했다. 중대성 간의에 가노이씨를 명함을 시작으로 중대성 조고에 구민오, 좌사정좌윤에 구○○, 좌사정우윤 안신, 중대성사인 함열남궁씨, 선조성우상 설덕수, 태자태부 안동설씨, 우사정좌윤 정국, 우사정 우윤 궁봉, 인부대신 궁영양, 의부대신 지생곤, 예부대신 마교후, 지부대신 천○○, 신부대신에 천가사, 충부대신에 향보서, 일도도사 향임 등이 명을 받았다. 왕은 재위 22년에 붕어하고, 후궁이자 박소산의 딸인 연허왕비의 소생인 태자가 왕위에 오르니 안씨부의 딸은 태후에 오르지 못하여 즉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죽고, 박소산의 딸만이 태후에 올랐다. 남궁숭의 딸인 태황태후가 병을 얻어 죽었다. 융왕31세로 왕위에 오른 태자는 김염의 딸을 왕비로 맞아 수복귀비(壽福貴妃)에 봉하니 그와의 사이에서, 재위 2년부터 금사공주를 생산한 것을 시적으로 재위 5년에 금주공주, 재위 7년에 금심공주, 재위 9년에 태자를 낳았다. 재위 17년에 태자로 하여금 왕위를 물려주고 상왕에 올랐다. 위의 태후들은 모두 죽었다. 수복귀비가 태후에 올라 금사공주는 연일공주의 자식에게 시집을 보내고, 금주공주도 역시 방일공주의 자식에게 시집을 보내었다. 그리고 금심공주는 온동호의 배필(配匹)로 시집을 보내었다. 융왕32세가 즉위함에 따라 태후는 황보인을 불러들여 그에게 딸로 하여금 왕비로 삼겠다는 의지를 표했다. 그러자 왕이 이를 받아들여서 황보인의 딸을 세중왕후로 봉하도록 하여 왕비의 예로 대하였다. 그와의 사이에 두 딸을 두었다. 쌍둥이다. 그들을 궁주(宮主)로 봉하여 절에 들어가 살게 했다. 뒤이어 궁모의 손녀를 후궁으로 맞이하여 연도비로 삼았다. 그러고도 태자를 보지 못하다 초대건의 딸을 왕비로 맞이하니 자식을 셋이나 두었다. 재위 6년에 장남을 태자로 삼았으나 재위 8년에 둘째아들이 얻으면서 무산되었다. 그리고 재위 9년에 또 아들이 태어나자 왕은 재위 20년에 태자에 옹립하고자 그 세 아들을 불러내었다. 그런데 아들들 중에 셋째 아들이 태자로서 배가 맞음을 알고 왕이 흔쾌히 셋째 아들을 태자로 명하니 큰아들과 둘째아들은 모두 각각 서화군(瑞花君), 월화군(月華君)으로 명하였다. 이후 재위 29년에 왕이 태자에게 왕위를 선위하도록 하고는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하여 태자가 왕위에 올라 융왕33세로 칭하게 했다. 수복귀비는 이듬해에 병으로 죽었다. 이후 세중왕후가 태황태후에 오르면서 왕의 모후인 초대건의 딸을 언덕왕비에 오르게 했다. 연도비는 재위 10년에 병이 나 죽고 말았다. 이후 노술의 딸을 왕비로 삼았으나 태자를 보지 못하고 김소의 딸로 하여금 후궁으로 삼아 아들을 낳으니 태자로 책봉되었다. 재위 17년 노술의 딸에게 안남왕후(安南王后)라 일컫게 하고, 김소의 딸을 송덕왕후(頌德王后)로 봉하였다. 재위 20년에 총리참판에 구민오와 설덕수를 앉히어 그동안의 혼란스러운 국정을 돌보도록 명하였다. 그리고는 왕이 공식적으로 혁파토록 하니, 신하들이 이를 받아들였다. 다음에 함열남궁씨를 중중정에 명하였다. 이 역시도 혁파하였다. 대아찬에 정국, 일길찬에 궁봉, 궁영양, 지생곤, 마교후를 차례로 벼슬을 지내도록 하였다. 특히 일길찬의 관제도 폐지하였다. 뒤이어 잡찬에 천○○과 향보서를 명하고 이를 혁파하였다. 그리고 급벌찬에 나각하, 남무화, 민안, 손철은, 송씨부를 차례로 앉히고 이 역시도 혁파하였다. 소중정도 역시 혁파 대상이 되었는데 백주, 백설, 백화, 백일이 대를 이어서 벼슬을 하였다. 인부대신에 남궁숭, 의부대신에 남궁검, 예부대신에 박소산이 명을 받았다. 재위 23년 지부대신에 황보인, 신부대신에 초대건이 명을 받았다. 특히 왕이 친히 신부대신을 혁파하였다. 그리고 같은 해 구월에는 태자비를 조신정의 딸로 점(占)하여 세손을 보았다. 이를 기하여 왕은 태자의 장인인 조신정을 노술과 내정을 다스리도록 명을 내리고 더불어 문적원감사에 차례로 명을 내렸다. 문적원감사 이 역시도 왕이 직접 혁파하도록 명하였다. 그리고 융왕33세가 죽으면서 태자가 왕위에 올랐다. 융왕34세는 왕비를 단화왕후(端華王后)로 봉하고 구씨 집안의 ○○의 딸을 태자비를 맞이했다. 이를 기념하여 문적감경에 동방길, 중대성 내사에 동방진, 대로에 동방석, 소형에 향소우, 외교부상에 성중, 계략부상에 서수복이 명을 받았다. 하지만 구○○는 패덕(悖德)한 성품 때문에 다른 궁궐의 구석진 전각으로 감금되었다. 뒤이어 이씨 집안에 ○○의 딸을 계비로 삼았다. 하여 계비의 몸에서 태손을 보았는데 융왕34세가 재위 16년 동안을 다스리다 병들어 죽자, 융왕35세가 즉위하였다. 그러나 왕이 재위 20년 동안을 다스리다 죽자, 왕비들은 태후의 예를 받지 않았다. 하여 융왕36세는 동방길과 동방진, 향소우에게 딸들을 요구하여 왕비로 취하나 오직 향소우의 딸에게만 왕비의 예를 갖추어 남상왕후라 하였다. 하여 왕이 태자를 보는 즉시로 동방길의 딸과 동방진의 딸을 죽이기에 이르렀다. 재위 24년에 태자가 장성함을 이유로 왕은 자리에서 물러나 상왕에 앉았다. 이듬해에 죽으니 금상(今上)은 융왕37세로 즉위하였다. 융왕37세는 왕비를 성중의 딸로 맞이했으나 열두 달에 태자를 생산하고서 바로 죽었다. 뒤이어 재위 30년에 왕이 죽고, 태자가 융왕38세로 왕위에 오르더니 왕비를 얻어 재위 2년에 태자를 생산했다. 그러나 이 역시도 곧바로 죽었다. 재위 26년에 왕이 죽어, 태자가 융왕39세로 왕위에 올라, 온소홍의 딸을 왕비로 삼았다. 그러나 재위 10년에 태자를 생산하고 왕비가 바로 죽었다. 그리하여 재위 26년에 태자가 장성하여 왕위를 물려주고 죽으니, 태자가 곧 융왕40세로 왕위에 올랐다. 융왕40세는 왕비를 두 사람이나 두었는데 우선 온상기의 딸과 서수복의 딸을 두었다. 하지만 온상기의 딸은 태어나자마자 곧바로 죽고, 서수복의 딸이 백도공주(白桃公主)와 태자를 생산하면서 왕은 재위 32년에 죽었다. 같은 해에 구민오가 죽고, 구○○이 죽었다. 태자가 융왕41세로 왕위에 오르자마자 함열남궁씨가 죽었다. 뒤이어 설덕수가 죽었다. 한양공주가 죽은 지 이틀 뒤의 일이었다. 정국도 병들어 죽어 자손들에게 향반(鄕班)으로 있도록 했다. 궁봉도 죽었다. 계림공주가 죽은 지 5달 뒤의 일이다. 나각하도 죽었다. 남무화도 죽었다. 손철은도 죽었다. 여규상도 죽었다. 임씨조가 죽었다. 안화공주가 죽은 지 6개월 뒤의 일이다. 강화봉씨가 죽었다. 염씨조가 죽었다. 경주온씨가 죽었다. 백주가 죽었다. 영양공주가 죽은 지 5년 뒤의 일이다. 융왕41세는 왕비를 온길수의 딸과 장조숭의 딸로 맞이했다. 이 두 왕비 사이에 각각 1남 1녀 씩을 두었는데 온길수의 자식들이 모두 태어나자마자 죽었으므로 장조숭의 딸이 태자와 하란공주(夏卵公主)를 두었다. 재위를 34년 동안 있으면서 태자를 백대소의 딸과 혼인토록 하니, 그 자식들인 백성지와 백사이의 집권으로 이어졌다. 백대소가 실권을 잡으면서 궁내대신에 남궁숭을 앉히는 것을 시작으로, 선조성간의에 남궁강, 상가에 박소산, 사정부경에 황보인, 사정부좌에 초대건, 마가에 노술, 제가에 조신정, 정당성대내상에 동방길, 박사에 동방석, 제후에 향소우, 우가에 성중, 호군에 서수복을 명하였다. 그리고 자신은 선조성좌상시에 앉았다. 뒤이어 백성지와 백사이로 하여금 각각 선조성에 있는 우상시와 내사에 내정시켰다. 뒤이어 대각간에 황봉수, 선조성좌상에 안기진, 선조성조고에 안덕중, 선조성사인에 봉인호, 중대성좌평장사에 옥경, 중대성우평장사에 옥신, 대아찬에 도정하, 문과시관에 유양소, 무과시관에 호지, 중대성우상에 오남, 좌사정에 민송주, 우사정에 민덕주, 서손상에 민조순이 명을 받았다. 왕이 이윽고 승하(昇遐)하자, 태자가 융왕42세로 즉위하였다. 왕비인 백대소의 딸인 대송왕후(大松王后)라 일컬으니 슬하에 태자 시절부터 낳은 세손이 있었으나 병들어 일찍 죽고, 둘째로 얻은 태자가 바로 유일한 혈육이다. 태자 시절부터 정사를 다스리고자 마음을 먹었으나 왕위에 오르고부터 전적으로 백대소에게 의지하는 경향을 보였다. 태후가 이를 근심하여 생을 마감했다. 재위를 20년 하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 여생을 보내다 생을 마쳤다. 태자가 왕위에 올라 융왕43세라 칭하였다. 왕비는 백성지의 딸인 성덕왕후(聖德王后)다. 그들은 슬하에 아들 하나와 딸 하나를 두었다. 맏이는 태자에 올랐고 딸은 공주에 봉해져 융구공주를 두었다. 하지만 왕도 역시 선왕에 따라서 34년을 재위에 있다가 태자로 하여금 왕위를 물려주는 동시에 궁에서 벗어나 여생을 마쳤다. 향보서가 병을 얻어 죽은 뒤 웅진공주가 병을 얻었다. 웅진공주가 병을 얻어 며느리의 극진한 보살핌에도 불구하고 6년 뒤에 세상을 떠났다. 뒤이어 융왕44세는 재위ㅏ 9년에 왕비인 백사이의 딸, 안덕왕후 사이에 태어난 융왕45세를 선위하고 생을 마감했다. 그리고 딸인 서노공주로 하여금 순장하도록 명하니, 그 명령을 거역할 길이 없어 선사국에 생존하고 있는 미혼인 공주들을 모조리 끌어들여 순장하고야 말았다. 융왕45세는 왕비를 황봉수의 딸을 맞이하고 강이왕후라 하여 태자를 보았다. 뒤에 왕이 재위 25년을 다스리다가 안기진의 딸을 태자비로 맞이하여 태자와 짝을 지어준 뒤 죽었다. 왕이 즉위한 뒤 2년에 향임이 죽었다. 향임이 죽은 뒤 조정은 차차로 정화되어갔다. 임씨 일가에 안화공주가 죽었다. 왕이 안화공주에게 제(祭)를 올리도록 하고 왕과 동등하게 대우하였다. 재위 19년에 이르러 왕이 죽자, 융왕47세로 태자가 왕위에 올랐다. 왕비는 봉인호의 딸로 요덕왕후(要德王后)라 하였는데 왕비가 실덕(失德)한 까닭이라 하였다. 뒤이어 태자를 생산하니 훗날 예언자(豫言者)가, ‘대궐에 피바람이 불 것이다’고 말한 까닭으로 조정에서는 이 선지자의 말에 현혹하지 못하고 목을 쳤다. 융왕47세가 재위 34년을 하고서 죽으니, 뒤이어 융왕48세로 태자가 즉위하였다. 태자가 정비인 옥경의 딸에게서 세 명의 공주를 두었다. 공주들의 이름은 각각 영선(嶺扇), 구례, 영주라 하였다. 하지만 정비인 옥경의 딸이 아이를 다시 잉태(孕胎)하였으나 유산하고서 혹악(酷惡)해지기 시작했다. 이때가 재위 2년의 일이다. 그러한 까닭으로 왕은 그녀에게 수사왕후(愁思王后)로 예를 다했다. 이후 왕은 옥신의 딸을 계비로 삼았다. 그의 사이에서 아들 둘을 두었는데 왕은 재위 14년에 이르러서야 태자를 왕위에 옹립시키고 자신은 병들어 죽었다. 태자가 융왕49세로 왕위에 올랐으나 병약하여 얼마 지나지 않아 죽고 말았다. 하여 남궁검이 선왕의 아우를 옹립시키니 이이가 융왕50세이다. 왕비는 남궁검의 딸로 맞이하여 효성왕후(孝成王后)라 봉하였다. 선왕의 정비인 수사왕후를 태황태후에 자신의 모후인 효정왕후(孝貞王后)를 황태후로 봉하였다. 영선공주와 구례공주, 그리고 영주공주는 선왕이 죽자, 목을 매달아 죽었다. 이에 참척의 고통을 겪은 태황태후가 대노하자 왕이 맞서서 옥경을 사사하였다. 그러나 태자를 융왕51세로 왕위에 옹립시키어 놓고 상왕을 폐위시켜 죽었다. 옥경의 딸인 태황태후가 섭정을 하였으니 왕비는 도정하의 딸인 소우왕후로 맞이했다. 소우왕후의 사이에 태자가 태어났다. 재위 5년의 일이다. 더 있다 재위 19년에 태자가 장성함에 따라 황태자비로 유양소의 딸을 맞이했다. 이후 왕이 죽으니, 태자가 융왕52세가 즉위했다. 왕비로 책봉된 유양소의 딸에게 유화왕후(柳花王后)로 봉했다. 슬하에 아들을 세 형제로 두었는데 융왕52세가 상왕에 올라 첫째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었으나 폭정을 일삼았다. 그리하여 첫째 아들을 죽이고, 둘째 아들 역시 같은 악행으로 말미암아 죽이자 왕비가 이혼을 하고자 했다가 죽임을 당할 뻔하였다. 그리하여 셋째 아들이 왕위에 올라 장동의 딸을 왕비로 삼았다. 심씨조를 집사부 전대등에 명한 것으로 시작하여, 상대등에 초대건, 태대형에 노술, 상장에 김소, 청정대부에 조신정, 정토장군에 성중, 건국대신에 온강, 양가에 온소홍, 대형에 온상기, 조부부령에 서수복, 선조성좌평장사에 온길수, 선조성우평장사에 장조숭, 선조성시중에 백대소, 중대성시중에 백성지, 중대성좌상시에 백사이, 중대성우상시에 황봉수, 중대성간의에 안기진, 중대성조고에 봉인호 등이 명을 받았다. 태후가 병을 얻자, 왕은 중대성 사인에 옥경을 명하도록 한 것을 시작으로, 선조성우상에 옥신, 좌사정좌윤에 남궁검, 좌사정 우윤에 장동, 태자태부에 동방석, 우사정좌윤에 호지, 우사정우윤에 정씨조를 내정하고 뒤이어 이를 뒤에 인부대신에 오씨조를 내정한 것을 시작으로 의부대신 천씨조, 예부대신에 천미소가 명을 받았다. 다음으로 지부대신에 천사를, 충부대신에 천연이 내정되었다. 일도도사에 민송주, 이도도사에 민덕주, 삼도도사에 민조순이 명을 받으니 왕이 이들에게 동등하게 인재를 등용함으로써 화를 멈추게 하려는 왕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왕이 붕어하면서 태자에게 왕위가 전해지자 신하들은 융왕56세로 즉위하였다. 왕비로 동방석의 딸을 맞이했는데, 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단 이유로 폐위시켜 경소비(京所妃)로 낮추자 죽었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행방이 묘연하였다. 뒤이어 호지의 딸을 계비로 맞이해 이듬해에 태자를 보았다. 그러다 재위 31년에 이르러서 태자가 장성하자 왕이 선위하여 붕어하고 융왕57세로 즉위하였다. 그러나 이를 시샘하던 경소비가 스스로 별궁(別宮)을 지어 그곳에 기거하다가 고씨 왕실의 양자를 들여 왕위계승을 차지하려 하였다. 결국 사병을 거느린 경소부가 반란을 일으켜 왕을 폐하여 죽이니, 그 양자가 융왕58세로 즉위하였다. 그러나 왕이 후사를 보지 못하는 성불구(性不具)라는 어의의 말을 들은 경소태후(京所太后)가 그를 죽이는 즉시 왕을 폐하려 하자, 호지의 딸인 귀태후가 이를 반대하여 왕으로 하여금 고태수의 직계(直系) 혈통에서 양자를 들이도록 하였다. 고태수와 동등하게 왕실의 일족으로 남고자 하는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경소태후는 이로 인해 병을 얻어 이듬해에 죽었다. 왕은 기다렸다는 듯이 양자를 태자로 앉히어 왕위를 물려주고 스스로 자결하니 융왕59세가 즉위하면서 귀태후가 섭정을 하였다. 섭정하는 내내 왕비를 구하는 와중에 왕족인 고○○의 딸을 왕비로 간택하였는데 이 고○○은 선왕의 혈통인 전왕실의 왕족 출신인데 이 사람의 딸이 왕비 자리에 올랐으니 왕은 태후보다는 고○○을 의지하는 빈도(頻度)가 매우 잦았다. 그리고 왕비를 강동왕후로 칭하여 그 슬하에 지손공주와 천손공주, 그리고 태자를 두었다. 절도(絶島)로 건너가 왕족들이 반란을 일으키고자 다른 곳으로 옮겨가 나라를 세우니, 을나왕이라고 하였다. 왕조가 분리된 것인즉 분조(分朝)로 일어난 것이다. 을나왕이 태자로 삼은 이가 훗날 건왕이 되었다. 절도는 탐라(耽羅)라는 연호로서 독자적 국가로 자리를 잡았다. 이 소식을 들은 융왕59세는 처음에 반역죄로 그 일가를 몰살시키려고 했으나 신하들의 완강한 반대로 하는 수없이 정벌은 포기하였다. 그리고 그 대신에 을나왕이 죽어 건왕이 즉위하자 왕비로 자신의 큰딸을 건왕에게 시집을 보내었다. 뒤이어 천손공주가 심씨조의 부인으로 보내었다. 뒤이어 왕은 유화(宥和)의 대책으로 심씨조를 사도도사에 명하고 고건왕의 신하인 양을나를 오도도사로 명을 내리고, 육도도사에 정씨조를, 사정부령에 역시 고건왕의 신하 오씨조, 저가에 천씨조를 명하였다. 뒤이어 대대로에 천미소, 문적감경에 천사, 중대성내사에 천연을 명하였다. 뒤이어 왕은 태자에게 왕위를 선위하여 죽고, 융왕60세로 태자가 즉위했다. 왕비를 양을나의 누이로 맞이하여 아들 백호(白虎)를 낳았으나 열일곱에 양가(良家)의 여식을 범하여 사내아이를 낳아 놓고 여섯 달 만에 죽었다. 왕이 참척을 겪고 그 모후가 되는 양을나의 누이를 죽였다. 양을나는 본래 양씨조의 아들이었다. 그러나 건왕의 신하가 된 것은 건왕의 부왕으로부터 부름이 있어서였다고 국기(國記)에서 기록하고 있다. 이어 재위 13년에 계비를 정씨조의 딸로 맞이했다. 계비로 봉해진 정씨조의 딸은 태자를 낳으면서 16년 동안 근검절약(勤儉節約)하여 태자를 직접 왕의 도리를 가르치기도 했다. 이에 왕이 놀라 그 비법을 물으니, “저는 그다지 비방은 없사옵니다. 단지.” 하면서, “제 조상이 되시는 정백호라는 분이 남기신 이 서적이 있을 뿐이옵니다.” 정백호라는 이는 조정에 있으면서 여러 사건을 보고 들은 것을 자신의 학문으로 갈고닦은 지식으로 엮어낸 책이었다. 이 책은 무제(無題)였으나 왕은 이를 천구문이라 하였다. 이 책은 대대로 태자로 하여금 읽히는 교과서로 이루어졌다. 이 천구문은 왕이 병환을 얻으면서, “백성들에게 천구문을 널리 반포(頒布)토록 하라.” 하여 신하들은 백성들에게 널리 보편적으로 읽히도록 했다. 이를 감명받은 오씨조의 딸은 아버지에게, “저 왕비가 되고 싶습니다.” 하자 처음에 반대하던 오씨조가 천구문을 보이는 딸을 보고, “이것은 쓸데가 없는 책이니라.” 하며 으름장을 놓자, “쓸데가 없는 책이라고 하셨습니까? 저는 이를 보완하고 싶은 제 소망을 이루는 방법이 오직 왕비가 되는 것이 아니겠나이까?” 하여 태자의 왕비로 간택하기 위해 신료들로 하여금 그들 딸을 불러들이도록 하니 그 대목에서 오씨조의 딸도 같이 간택령이 내려졌던 터였기에 하는 수없이 궁궐로 데리고 갔다. 그런데 예상대로 왕비인 정씨부인에게 딸은 간택이 되었다. 하여 계비정씨가 왕에게 이 사실을 고하자 병환에 있던 융왕60세가 여한이 없다하여 죽고, 태자가 즉위하였다. 그리고 그 즉시로 왕비를 천길왕후로 봉해졌다. 재위 3년에 태자를 생산하였다. 그리고 재위 17년에 태자가 장성하자 융왕61세는 14년 동안 상왕으로 있으면서 태자를 왕위에 앉히고 섭정하였다. 그리하여 융왕61세의 모후인 계비정씨가 죽었다. 융왕62세의 붕어로 참척을 겪은 융왕61세는 손자에게 왕위를 주고 돌연히 숨을 거두었다. 융왕62세로 즉위한 태자는 천씨조의 딸을 왕비로 삼아 한덕왕후에 봉해졌다. 그러나 재위 1년에 태자를 생산하여 태자가 여섯 살 때 천미소의 막내딸을 간택하였는데 그녀가 덕이 깊다고 천덕왕후(天德王后)라 하였다. 재위 26년에 태자가 장성하자 왕이 선위하여 죽었다. 이에 태자는 융왕63세로 즉위하니 천덕왕후와 동등한 왕권을 나누어가지고 재위 2년에 태자를 낳아 여섯 살에 천사의 막내딸을 태자비로 삼아 안덕왕후에 봉했다. 재위 18년에 왕이 태손을 보았다. 재위 34년에 왕이 죽고 태자가 왕위에 올라 융왕64세로 즉위하고, 태손은 태자에 올랐다. 뒤이어 태자비를 간택하였다. 이에 태자비는 천연의 딸로 자덕왕후라는 이름으로 불려졌다. 하지만 재위 24년에 별다른 성과를 얻어내지 못하고 죽어 태자가 왕위에 올라 융왕65세로 즉위하였다. 왕이 즉위하자마자 국구(國舅)인 천연이 정국의 죽음과 궁영양의 죽음을 지켜보았다. 뒤이어 민안도 재위 2년에 죽음을 맞이했다. 송씨부와 안화공주, 온어도 잇달아 죽고 말았다. 이때 민송주가 아비가 죽임을 당했다는 소문에 의해 천연에 대해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비록 같은 당이라 했지만 당 안에 내분이 일어났다. 왕이 죽기 직전 주나라가 새로 영신(迎新)하였다 하여 주나라 태조가 사신단을 보내었다. 이에 태자가 왕을 대신하여 영접(迎接)을 베푸니 주나라의 사신단 대표가 병들어 누운 왕을 알현했다. 이 즉시로 원로대신들이 반발하기에 이르렀다. “금상의 병이 위중하신데 어찌하여 미개한 나라의 사신이 알현을 청한단 말이오. 누운 사람에게 도리어 예를 갖추지 않아야한다는 말을 듣지 않았소!” 이를 대표하던 지생곤이 이 연설을 끝으로 병을 얻어 죽고 말았다. 뒤이어 마교후도 병을 얻어 죽었다. 그리고 천○○이 관직을 버리고 은거(隱居)하다가 죽었다. 천가사가 어버이를 여읜 지 5년이 지나서 목을 매달아 죽으니, 민씨 집안이 들고 일어난다는 이유가 바로 이러하다. 여명이 병을 얻어 죽었다. 여남주도 병을 얻어 죽으니 왕이 이들에게 추숭토록 하고자 했으나 신하들이 반대를 하자 군사에게 명을 내려 이들을 죽이었다. 이에 왕은 여남주를 대아찬에 추숭하여 그 관직을 혁파하고, 여명도 인부대신으로 추숭하여 역시 그 관직을 혁파하였다. 뒤이어 백설이 죽고, 이듬해에 백화가, 그 다음해에 백일이 죽었다. 안동설씨도 사직하여 은거하다 죽었다. 가노이씨도 죽고, 안신도 죽었다. 의현공주가 죽으면서 송성덕도 죽었다. 그 사위가 되는 경주온씨도 자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임종하였다. 임모가 병들어 죽었다. 왕이 신료들의 잇따른 죽음을 보고 무엇보다 근심하여 정신이 해이(解弛)해져 실정을 일삼았다. 이때 기다렸다는 듯이 민송주가 왕을 폐하여 죽이고, 그 장인인 천연을 반역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처형시켰다. 다른 신료들은 이를 계기로 민송주에게 국구의 예를 다했다. 그 즉시로 태자가 왕위에 오르니 융왕66세이다. 이때 왕위에 오른 융왕66세는 민송주의 딸을 왕비로 맞이해 왕후의 휘호(徽號)로 민덕(民德)이라 하였으니, 낡은 것은 버리고 새로운 것을 들이는 송구영신(送舊迎新)의 결과를 맞이하는 계기를 얻은 것이다. 즉위한 지 2년에 조서준이 죽었다. 이때 왕이 직접 조서준의 상중에 문상을 가서 절을 하였다. 이후 재위 5년에 태자를 얻어 재위 14년에 태자비를 간택하여 민덕주의 딸을 맞이했다. 하지만 재위 25년에 왕은 태손을 얻어 39년에 죽으니, 민덕주의 딸은 지애왕후(至愛王后)로 봉해져 왕의 즉위와 동시에 왕비의 자리에 앉았다. 왕은 동시에 융왕67세로 즉위했다. 권강국과 백홍, 백영이 병들어 죽었다. 재위 5년에 태자를 보았고 뒤이어 구파(舊派)의 유일한 사람이었던 송성덕마저 죽으니 실세가 봉당과 이당을 초월한 중립(中立)정당이 생존하였다. 그러나 민씨 일가, 즉 민송주와 덕주 형제, 그리고 민조순이 천연을 시작으로 해서 죽이기 시작했다. 남궁숭과 남궁검 부자를 시작으로 박소산을 죽인데 이어, 초대건이 죽임을 당했다. 그러던 찰나에 왕이 죽고, 민씨 일가가 몸 담근 당(黨)마저 소멸되어 모든 신료들이 죽음을 맞이했다. 하루아침에 몰락한 반가에서는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를 두고 백성들이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하루아침 부귀영화가 졸지에 죽을 쑤었더라.
백성들의 이 노래가사에 더욱 대노하여 백성들을 죽이려고 한, 사리사욕에 치장하느라 분주하게 있다가 자신의 손에 죽임을 당한 동료들에게 시달림을 당하던 민덕주가 죽자 왕이 태자를 융왕68세로 왕위에 옹립시켜 왕비를 민조순의 딸로 맞이했다. 부친인 민덕주의 뒤를 이은 민조순이 주나라 태조의 화친을 청하는 칙서가 오자 왕의 권한으로 바로 파기시키고자 했다. 하여 주나라 태조가 나서서 타이르고자 물어보았다. “어찌하여 우리와 화친을 하지 않소이까?” 이에 민조순이 결정적으로, “네놈의 나라는 한낱 오랑캐의 나라이고 미개하기 짝이 없는 나라니라.” 고 말한 것이 화근이 되어 태조 광무제(光武帝)가 세상을 뜨니, 태자가 이를 대노하여 선사국을 침략할 준비를 서둘렀다. 이 소식을 들은 민조순은 서둘러 내정을 다스렸다.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재위 27년에 민조순이 죽고, 안덕중이 실권을 장악할 때, 융왕68세가 상왕의 자리에 앉았다. 이듬해에 태후가 죽었다. 태후의 졸기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조덕태후 민씨는 그 아비에 그 자식이라. 어찌하여 실권에 눈이 멀어 왕권을 유린하였던가. 가소롭구나. 슬프구나. 태자를 눈앞에 두어 다른 사내의 뒤를 쫓아 왕실을 유린하려 하였던가.
그리하여 조덕왕후라 일컬었다. 이윽고 왕이 융왕69세로 친정하여 정사를 다스리니, 신하들도 이 마당에 하나씩 자리를 떠 죽음을 맞이했다. 신하라고는 오직 안덕중 뿐이었다. 그러나 이에 불만을 품은 신하 하나가 주나라로 망명하는 바람에 침입을 해왔다. 그러자 백성들이 혼비백산하여 달아나, 그 국토가 쇠하였다. 이에 왕이 주나라와 강화를 체결하여, 태자비를 주나라의 공주로 맞이하게 하나 이에 안덕중이 반발하였다. “한낱 오랑캐의 핏덩어리와 섞을 순 없사옵니다.” 이에 주나라의 태조가 반발하여 그를 죽이니, 뒤에 선사국은 주나라의 조공국이 되는 불행을 자초했다. 이를 근심하던 왕은 재위 14년에 붕어했다. 뒤이어 태자가 융왕70세로 왕위에 오를 때다. 이에 기다렸다는 듯이 주나라 태조가 자신이 막내 여식을 왕비로 맞이해 이듬해에 태자를 낳았다. 그러나 산고에 시달린 공주가 돌연히 죽었다. 재위 17년에 태자비를 맞이해 놓고 재위 19년이 되던 해에 붕어하니, 태자가 융왕71세로 왕위에 올랐다. 자신의 모후인 왕후를 주왕후, 또는 태조왕후라 일컫고 자신의 왕비를 주궁주라 하여 더 올리어 태주궁주라 칭하니, 이는 곧 주나라의 제후국으로 대해 달라는 왕의 염원이었을 것이다. 본래 왕이 정사에 관심이 없던 탓으로 말미암아 왕실에서는 큰 근심거리를 제공했다. 하여 재위 8년에 왕비가 태자를 생산했으니 곧바로 죽고, 이듬해에 안덕중의 딸인 소진왕태후가 죽었다. 뒤이어 재위 19년에 왕이 돌연히 죽었다. 그리하여 융왕72세로 태자가 왕위에 올랐다. 신료들은 모두 주나라의 신하들이었다. 제후국의 대우치고는 너무나 보잘 것 없었다. 왕비로는 태조의 아들 의구의 딸이 올랐다. 이듬해에 주나라 태조가 죽고, 희의구가 왕위에 오르니, 재위 5년에 왕비가 자연스레 태자를 낳았으나, 곧바로 죽어 후주왕후(後周王后)라 일컬어 왕후의 예를 따르도록 했다. 하지만 왕의 의견에 신하가 반발하여 따르지 않기로 했다가 태자가 신하들을 겁박하여 그리하도록 하였다. 재위 17년에 왕이 죽자, 융왕73세가 즉위하였다. 왕비로 주나라 의구의 둘째 딸인 리이공주가 명을 받았다. 이에 왕이 크게 분노하여 리이공주를 별궁에 짓게 해 가두고 그 뒤 십 년이 넘어가도록 방치하다 왕비가 태자를 생산하자 곧바로 죽이고 말았다. 재위 24년 왕이 붕어하자 태자가 융왕74세로 즉위했다. 선왕의 예에 따라 앙비의 첩지를 받은 의구의 막내딸 리실공주로 하여금 별궁에 가두게 했다. 은밀하게 별궁에 왕이 자주 드나들어 공주를 유린하여 아이를 낳으니, 그 죄의 씨앗으로 말미암아 내리 쌍둥이를 셋이나 두어 여섯 형제를 두었다. 이때 재위 17년이다. 그 뒤 재위 30년에 리실공주를 죽이고, 바로 왕도 스스로 자결했다. 이에 백성들 사이에 주나라가 선사국 영토를 강탈하여 다닌다는 풍문이 떠돌았다. 한편 이 소문이 주나라 조정에 나아가자 작년에 죽은 의구의 아들인 휴왕이 친히 나서서 선사국의 왕을 섭정하였다. 융왕75세가 반발하여 죽임을 당하고, 융왕76세는 독살을 당하고, 융왕77세는 피살되고, 융왕78세도 역시 피살되었다. 융왕79세는 섭정을 이유로 죽임을 당했다. 이에 왕실의 유일한 혈육인 융왕80세를 왕위에 올리고, 자신의 딸을 왕비로 맞이했다. 재위 5년에 휴왕이 죽어, 그 아들 희림이 즉위하니, 선왕의 이름을 여신이라 하였다. 그리고 스스로를 천자라 일컬었다. 왕비가 뒤에 태자를 생산하자 감축하여 휴왕이 자신의 갓난 딸을 선사왕실에 바쳐 돌보도록 했다. 그리고 재위 20년에 왕이 죽고, 동시에 왕비는 주나라의 희림의 딸을 맞이해, 만가왕후라 칭하였다. 만가왕후라 함은 선사국이 만가의 상징이니, 국모로서 선사국에 잘 다스림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휴왕의 딸인 인목왕후는 태후에 올랐으나 병이 들어 죽고, 융왕81세가 태후의 장례를 독려하였으나 신하들이 들고 일어나 재위 19년에 죽고 말았다. 만가왕후가 태후에 오르는 것을 신하들이 거부하여 왕대비라 일컬었다. 이에 만가왕대비는 이를 수용하고 자신의 아들을 융왕82세가 즉위하였다. 왕비는 주나라 환왕 희림의 둘째 딸이었다. 재위 2년에 태자를 생산해, 이듬해에 죽고, 왕이 직접 키웠다. 주나라 환왕은 병이 들어 죽었다. 주나라 희타가 즉위하여 장왕이라 하였다. 재위 23년 융왕82세가 죽고, 태자가 융왕83세가 즉위하였다. 또한 주나라의 공주를 어김없이 선사국의 왕비로 책봉하여 구중궁궐을 보내니 신하들은 모두 반기를 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태자가 태어나고, 왕은 정사를 게을리 했다. 재위 28년에 왕이 죽고, 융왕84세가 즉위하니, 이때 주나라 장왕이 자신의 막내딸을 왕비로 책봉하여 선사국으로 보냈다. 재위 2년에 장왕이 급작스럽게 서거하여, 장례를 후하게 치렀다. 그 뒤 재위 5년에 희타의 딸인 태후가 죽자, 백성들로 하여금 저자에서 시신을 저잣거리에 버려 유린하게 하니, 주나라 사신이 이를 보고 놀라 조정에 고하나, 끝내 무산되었다. 재위 7년에 태자를 생산하여 재위 19년에 왕이 죽었다. 그러자 태자가 옥산수(玉山水)라는 이에게 섭정을 맡겼다. 태자의 모후인 장왕의 막내딸이 순장되어 묻히었는데, 이 자리를 보던 주나라 장왕 아들 혜왕 희랑이 끝끝내 오열하였다. 누이의, “이놈들아! 이놈들아!” 하는 소리 때문이었다. 이렇듯 땅을 묻히는 풍습은 주나라의 공주를 왕비로 맞이한 선사국 왕실의 풍습처럼 여겨졌다. 이에 섭정에 오른 옥산수는 자신의 딸을 왕비로 삼아 중덕왕후(中德王后)라 일컬으니 천하의 만세가 하늘을 찔렀다. 융왕88세가 즉위하였다. 이때 주나라 혜왕이 자신의 막내딸을 왕비로 맞이하도록 강요하였다. 그러한 연유로 왕은 억지로 왕비를 맞이했고, 결국 태자를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신료들은 끝끝내 반발하게 되었고, 혜왕은 태자를 선위한 뒤 상왕에 앉았다. 그러나 왕이 공교롭게도 선사국으로 끌려가는 바람에 상왕이 독살당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에 왕은 폐왕(廢王) 희퇴의 딸을 왕비로 맞이했다. 하지만 같은 해에 태자를 생산하자마자 왕비가 급작스럽게 세상을 뜨더니 재위 12년에 이르러 주 왕실에서 반란이 일어나 폐주가 된 채 죽임을 당하는 비운을 낳게 되었다. 그리하여 융왕89세는 상와으로 앉아 태자로 하여금 선위하여 왕위를 잇게 했다. 그는 왕이 친정할 때까지 권력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이때 태황태후가 된 혜왕의 막내딸이 순장(殉葬)되어 비운을 맞이했다. 또 상왕인 그가 희퇴의 딸을 시호(諡號)하길, 삭덕왕후라 일컬었다. 또, 융왕90세가 주혜왕이 복위되는 것을 감축하여 사신으로 하여금 조공토록 독려하였다. 하지만 혜왕이 융왕90세로 하여금 후처에게서 얻은 여식을 왕비로 맞이하게 했다. 그래서 그 사이에 태자를 생산하여 융왕89세는 병들어 죽고, 왕이 직접 친정하기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융왕90세가 태자에게 선위를 한 뒤 주나라 양왕의 딸을 왕비로 맞이하도록 하였다. 그 이듬해에 융왕90세가 죽고, 융왕91세가 즉위하였다. 웃전의 어른들이 없는 것을 무엇보다 한탄한 이는 곧 융왕91세였다. 주나라 혜왕이 죽고, 폐왕도 죽었다. 그렇다면 주혜왕의 서녀(庶女)인 태후의 경우는 어떠한가. 소리 소문도 없이 행방도 묘연한 채 좀체 소식을 알 수 없다가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오랑캐의 딸은 하나같이 제 명을 타고나지 않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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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역사 
전기 
태학 
정병욱
고향집 제5권
전체 241
탁관안(度官案) 권4 
티모시에게 
제112차 소과 생진시 방목 
교육등록 제5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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