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26 ~ 상의원첨정 겸비변사낭청


윤대 시행을 정례화하다.

○ 1월 열린 제75차 주좌에서 중 · 단기 사업과 윤대 정례화 등을 안건으로 윤대를 청하기로 조정의 중의를 모았다. 이에 2월 5일 비변사에서 16일 윤대 시행을 청하니, 계청대로 진행하도록 하교하였다.

○ 16일 열린 제161차 윤대에서 유사당상이 사업 진행의 필요성을 아뢰며 덧붙이기를,

“윤대 정례화의 경우 정기적인 시행을 청하며 구체적인 횟수 등을 논의하고자 하였습니다. 주좌에서는 분기에 한 번 시행하고, 윤대를 시행하는 달에는 주좌를 시행하지 않도록 하는 안이 많은 동의를 얻었습니다. 이 경우, 1, 4, 7, 11월 1일에 시행하고 다음 윤대는 7월 1일로 예정하는 것이 어떤가 아룁니다.”

하니, 상께서 윤대를 1월, 4월, 7월, 10월에 시행하는 것으로 정례화하였다. 사업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으나 세제상정에 준하는 체계 마련을 검토하는 것으로 정리하였다.


대마도주의 서계에 답하다.

○ 3월 17일 대마도주 평의신(平義新:소 요시아키)이 가로(家老) 하도일랑(賀島一郞:가시마 이치로)과 봉행(奉行) 도산강기(陶山康騎:스야마 야스키)를 보내어 예조의 장관에게 보내는 서계를 전달하였는데, 19일 충청감영에서 접수하여 예조로 이첩한 것을 예조에서 절목에 따라 비변사에 보고하였다. 【원문과 예조 번역을 병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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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국(日本國) 대마주태수(對馬州太守) 습유(拾遺) 평의신은 조선국(朝鮮國) 예조장관(禮曹長官)께 글을 올립니다.

東萊 草梁에 있었던 和館을 다시 설치하여 兩國 사이에 厚한 隣誼를 다질 수 있도록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 일은 本國의 지시에 의한 것입니다. 이를 특별히 저에게 명하여 성실하게 보고하게 하였기에 家老 賀島一郞과 奉行 陶山康騎을 파견하여 이 뜻을 대신 전달합니다.
동래(東萊) 초량(草梁)에 있었던 화관(和館:왜관)을 다시 설치하여 양국(兩國) 사이에 후(厚)한 인의(隣誼)를 다질 수 있도록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이 일은 본국(本國:일본)의 지시에 의한 것입니다. 이를 특별히 저에게 명하여 성실하게 보고하게 하였기에 가로 하도일랑과 봉행 도산강기를 파견하여 이 뜻을 대신 전달합니다.

환히 살펴 주시기를 바랍니다. 不備禮합니다.
환히 살펴 주시기를 바랍니다. 불비례(不備禮)합니다.

令和6年 3月 對馬州太守 拾遺 平義新
영화6년(令和6年:레이와 6년, 개국633년) 3월 대마주태수 습유 평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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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변사에서 논의를 거쳐 20일 계본을 올렸는데, 서계 원문을 누락하니 다시 계하도록 하교하였다. 22일 재차 계하니 그 대략에,

“예조에서 서계를 비변사에 올리며 의견을 내기를, 지난 개국626년 대마도주가 궁성에 방화한 죄인의 송환을 약속한 뒤로 아무 연락이 없었으므로, 죄인을 송환하거나 그간의 경과에 대한 설명 없이는 논의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節要 제2권】 이에 따라 비변사에서는 논의를 진행하였는데, 예조의 의견에 더하여 본조 영토를 침략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은 뒤에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었습니다. 하니 이러한 취지로 예조 수장 명의의 서계를 작성하도록 하시어 차왜(差倭)로 하여금 전달하게 하심이 어떠하겠습니까.

또한, 현재 왜관이 없어 접객의 전례를 엄격하게 따르기 어려우니, 충주목사가 주관하여 경상감영 객사에서 임시로 접대하도록 하심이 어떠하겠습니까.”

하니, 24일 전교하기를,

“훗날 실록을 위해서라도 외교 사안은 원문이 보고되어야 한다. 비변사에서 계청한 내용이 타당하니, 죄인 송환 및 양국 우호에 관한 경위, 계획 등의 의견을 먼저 묻는 것이 좋겠다. 이러한 내용을 담아 예조에서 답서 초안을 마련해 보도록 하라.

예전에는 왜국 사신이 왜관에서 멀리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에 접견, 문서 접수 등 일선 외교를 동래도호부에서 담당하였고 초량에 따로 객사를 마련하여 숙배하게 하였다. 이번에 그들이 그러한 사례에 준하여 영남에 머물며 감영에 서계를 올린 것으로 짐작되는데, 객사에 의례하는 단계를 넘어 숙소로 삼게 하였던 전례가 있는지 모르겠다. 숙배할 뜻이 있다면 그렇게 진행하되, 숙식은 감영의 빈 공해(公)에 적절히 조처토록 하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하였다. 이에 유사당상이 숙식은 별개로 감영에서 적절히 마련해주도록 하고, 충주목사로 하여금 먼저 숙배할 뜻이 있는지 묻게 한 뒤, 숙배하면 객사에서 연회를 열어주도록 할 것을 청하니, 26일 전교하기를,

“외교 격식을 생각하면 중앙에서 접위관(接慰官)을 차송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겠으나, 왜관(倭館) 개설이 비록 저들 막부에서 명한 것이라고 하지만 서계를 가지고 온 이들이 대마주에서 출발한 소차왜(小差倭)이고 감영 소재지인 대구까지 이른 것도 전례를 벗어난 것이니 목사로 하여금 감영 객사에서 응접하게 하면 충분하겠다. 이견이 없으면 숙배례 진행 등을 예조 의견대로 진행하라.”

하였다. 이에 예조에서 『증정교린지(增正交隣志)』 등을 상고하여 숙배례 홀기를 마련하고 26일 충청감영으로 통보하였다. 4월 2일 충주목사 겸충주진병마첨절제사 황석이 왜사에게 숙배할 뜻이 있는지 물었는데, 왜사가 본국의 지시가 없었으므로 차후에 하겠다고 답하였다.

○ 3월 28일 예조에서 답서 초안을 작성해 올리니, 31일 재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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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국 예조참판 한명회 서신을 올림.
朝鮮國 禮曹參判 韓明檜 奉書

일본국 대마주태수 평의신공께
日本國 對馬州太守 平義新公閤下

조선의 예조참판 한명회가 일본의 대마주태수 평의신공에게 회답하여 아룁니다.
朝鮮の禮曹參判韓明檜が日本の對馬州太守平義新公閤下に回答して申しあげます。

일전에 귀국은 조선의 죄인인 채선실과 좌병좌를 검거 및 송환할 것을 약속 하였는데, 오래도록 연락이 없다가 이제 왜관의 복설을 논하니 가히 의아하게 여깁니다.
先日、貴國は朝鮮の罪人である蔡先實と左兵左を檢擧および送還することを約束しましたが、長い間連絡がなかったが、今や和館の復設を論じると、不思議に思います。

그간의 경위를 설명하고 죄인을 송환하지 아니한다면, 왜관을 설치하고 예물을 주고 받더라도 양국이 진정으로 우호를 다지기 어려울 것입니다.
これまでの經緯を說明し、罪人を送還しなければ、和館を設置して禮物をやり取りしても、兩國が本當に友好を固めるのは難しいでしょう。

또, 귀국이 조선과 이웃으로 선조로부터 오래도록 인의를 다져 왔는데, 왜관의 아름다운 전통이 끊어진 것은 귀국의 침략으로 인한 것입니다.
また、貴國が朝鮮と隣り合わせで、先祖から長い間隣誼を固めてきましたが、和館の美しい傳統が途絶えたのは貴國の侵略によるものです。

이러한 일의 재발을 방지하는 약속과, 양국의 우호를 증진하기 위한 귀국의 계획이 먼저 제시되어야 할 것입니다.
こうしたことの再發を防止する約束や、兩國の友好を增進するための貴國の計劃がまず提示されるべきでしょう。

이 두 가지를 살펴 주시어, 양국이 차후로 발전적인 관계로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この二つを見ていただき、兩國が今後發展的な關係に進むことができることを希望します。

갑진년 3월 모일
甲辰年 三月 某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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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15일 충청감영에서 답서를 전달하니, 5월 13일 태수의 지시라 하며 왜사가 답을 올렸고, 이를 23일 경상감영에서 접수하여 예조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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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관(和館:왜관)이 완공(完工)된 후(後), 관수(館守)를 파견(派遣)할 시(時)에 죄인(罪人)을 송환(送還)하고 선린(善隣)을 약속(約束)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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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5일 비변사에서 이와 같이 아뢰며 덧붙이기를,

“예조에서 첨부한 의견은, 아무 조치 없이 왜관의 복설만 요구하는 것이 마땅치 않으니, 최소한 죄인의 신병에 대한 확인과 선린에 대한 약속의 선행을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비변사에서 논의하니, 농번기에 공역을 진행하기 쉽지 않고, 상호 신뢰를 충분히 다지지 못한 상황이므로 예조의 의견이 타당하다는 데 중의를 모았습니다. 이같은 취지로 예조에서 답변하도록 하심이 어떠하겠습니까.”

하니, 10일 비답하기를,

“참판의 견해가 합당하니, 계본대로 답서를 마련해 보도록 하라.

만일 왜관 건설을 시작할 경우 소요 비용이나 공역이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숙종조에 처음 초량왜관을 만들 때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 것으로 알고 있다. 면적이나 건물의 규모에 따라 전체 비용과 공사 기간이 정해지겠지만, 공조에서 일단 왜관 건설에 대비하여 관련 자료 또는 계획을 검토해 보도록 하라.”

하였다. 16일 예조에서 답서를 작성해 올리니, 20일 속히 전달하도록 명하였다. 이날 경상감영에서 답서를 전달하니, 왜사가 이를 받아 떠났다.


신형관상병독대응공로비를 건립하다.

○ 신형관상병독(新型冠狀病毒)은 제2형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coronavirus 2), 임시 명칭 2019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2019 novel coronavirus)를 말한다. 신축년 12월에 한성부에서 종독(種毒:백신) 접종을 시행하며 사용한 용어가 정착되었다. 같은 달 경기도 급제 장지용이 상소를 올려, 방역 공로자에 대한 포상과 방해한 자에 대한 치죄 등을 포함하여 여러 대책을 아뢰었는데, 전교하기를,

“상소한 뜻을 잘 알았다. 포상이나 치죄에 관한 부분은 추후 논의하는 등의 관련 절차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논죄에 관한 사항은 필요에 따라 관계 관청에 고발토록 하라.”

하였다.

○ 4월 5일 급제 장지용이 재차 상소를 올리니 그 대략에,

“일전에 이야기한 코로나19 창궐사태, 즉 세계보건기구라는 만국공법에 의해 설립된 보건위생기구가 '팬데믹'이라 부른 대창궐사태는 지난 개국632년 5월 5일 그 창궐사태에 해당하는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라고 칭한 위기상황이 공식적으로 종결되었음이 선언되었고 이에 발맞춰 민국 정부도 5월 11일 관련 사태 수습을 정리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가 있으며 이를 6월 1일에 시행한 바가 있었습니다.

전하께서 신의 상소의 비답으로 "포상이나 치죄에 관한 부분은 추후 논의하는 등의 관련 절차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라고 내려왔었으며 또한 다시금 대전 예전 장려조를 살펴보니 "나라의 명예를 드높였거나 부모에게 효성스럽고 형제간에 우애가 있는 백성은 정기적으로 예조에서 합계하여 국왕에게 보고한다." 라 하였사온데 이제 정식으로 코로나19 이외에도 여럿 감염병 사태를 극복한 의사 · 간호사 · 과학자 들을 칭송하는 비석 등을 세우는 것이 옳다 판단되옵니다. 가칭 '감염병위기극복공로비' 등이라 칭하여 설치를 하여 신이 첫 소에서 언급한 바처럼 충청도 청주목에 세우는 것이 옳다 판단되옵니다.”

하니, 비변사에서 의견을 수렴해 보도록 비답하였다.

○ 4월 열린 제78차 주좌에서 논의하여, 17일 비변사에서 아뢰기를,

“신형관상병독(新型冠狀病毒: 코로나19)의 창궐로 많은 백성들이 목숨을 잃었으나, 민국의 의료인과 방역 인력 등을 비롯하여 온 백성이 노력한 결과로 슬기롭게 극복해냈습니다. 이제 사실상 창궐이 종료되고 백성들이 일상으로 복귀한 후로도 상당한 시간이 경과하였으니, 마땅히 공과를 살펴 포상과 치죄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다만 치죄에 대해서는 필요에 따라 고발을 통해 처리하라는 전교가 있었고, 지금 수사를 진행할 형조가 가동되고 있지 않은 만큼, 후일을 도모하여야겠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주좌에서는 공덕비 건립에 집중해서 논의하였습니다.

우선 건립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습니다. 건립의 대상은 '감염병 극복에 기여한 의료진과 방역 인력을 포함한 관계 공무원'으로 특정하였는데, 이들의 헌신과 공로가 없었더라면 더 많은 이들이 희생되었을 것입니다. 여러 해에 걸쳐 모든 백성이 관계된 사태인 만큼, 이를 진정시키고 공중 보건에 기여한 점은 특기할만합니다. 공덕비 명칭은 '신형관상병독대응공덕비'로 의견을 모았는데, 이는 방역과 치료를 포함한 감염병 대응의 전 과정을 포괄하고자 함입니다. 건립 장소로는 백성이 전에 상소한 뜻이 아름다우니, 민국의 질병관리청 위치에 따라 충청도 청주목(오송읍)으로 하고자 중론을 모았습니다. 공덕비를 이와 같은 취지와 내용으로 세워 공로자들을 치하하심이 어떠하겠습니까.”

하니, 전교하기를,

“좋은 날짜를 정해 비를 세우되, 비명은 공로비(功勞碑) 또는 공적비(功績碑)로 하는 것이 좋겠다. 일자를 의망할 때 이에 관한 의견을 다시 계하라. 여타 계한 내용은 잘 알았다.”

하였다. 예조에서 공덕, 공로, 공적 등의 뜻을 살펴, 22일 공로비가 마땅하다고 아뢰며 건립 주체는 조정 차원으로 하고 건립일은 5월 27일로 의망하니, 그대로 재가하였다.

○ 비변사 대행 공조에서 주관하여 건립 공역을 5월 21일부터 27일까지 7일간 진행하니, 백성 14인이 참여하여 의료진과 방역 인력 등의 공로를 칭송하였다.


유사당상 한명회의 가자(加資)

○ 8월 5일 비변사 합계로 하반기 정기포상에 대하여 아뢰었는데, 유사당상이 개국629년 1월부터 개국632년 5월분까지 비변사등록 41책을 찬술한 공로로 고려사 한 질과 은사 200냥을 상신하니, 10일 전교하기를,

“개국633년 정기 포상을 계본대로 재가한다. 다만 참판 한명회에 대한 치하는 잠시 보류하라.

참판이 비변사등록 찬술 등의 공로로 지금 품계에 오른 것이 지난 631년 3월이다. 【節要 제7권】 이후 2년 5개월간 조정 최선임 장관으로 여러 관청과 관원을 잘 통솔하고 이끌었을 뿐 아니라 연이어 등록 40여 권을 편찬하였으니 그 공적이 남다르다. 다만 서책 한두 권을 내려주는 것으로 그칠 일이 아니라고 여기니, 이조와 병조에서는 이에 관한 의견을 계하도록 하라.”

하였다. 이에 전조에서 논의하여 12일 합계를 올렸는데, 근정일급 특진장을 상신하며 가자에 대해서는 명을 따르겠다고 아뢰었다. 14일 비답하기를,

“이조, 병조의 양조합계(兩曹合啓)를 참작하여 참판에게 특진장을 수여하고 품계를 자헌으로 올린다. 지난번처럼 가자를 사양하는 차자가 올라오더라도 비답을 기다리지 말고 광복절이자 창국기념일인 15일자로 시행하며, 이조는 가자와 동시에 본조 판서에 명하라. 판서는 등록 찬술 등과 관련하여 소속 관원의 참여에 대해 따로 포상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가까운 계본, 계목 등을 통해 합당한 치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바란다.”

하였다.

○ 15일 예조판서 겸비변사제조 한명회가 계본을 올려 비변사등록 찬술에 관여한 군자감정 겸비변사낭청 이성필에게 인사 평점 가육점, 행사옹원주부 겸비변사낭청 강준영에게 가사점, 통훈대부 박세당에게 가삼점을 각각 내려 치하할 것을 청하며 덧붙이기를,

“고래(古來)로 성은(聖恩)을 입은 신하가 자신을 돌이켜보아 마땅한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일단 사양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 왔고 신 또한 그러한 글월을 몇 차례 올린 바 있습니다. 【節要 제7권】 신이 높은 지위에 있을수록 나날이 종사(宗社)에 짓는 죄만 늘어난다는 것을 어찌 모르겠습니까. 떨리고 두려운 마음뿐이나, 그러한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기 위해 전교가 예상되는 차자를 올려 성심(聖心)을 어지럽게 하는 일은 하지 않으려 하니 부디 해량(海諒)하여 주옵소서.

『논어집주(論語集註)』에 이르기를, "진실로 사양만 한다면 천하의 인재를 나아가게 할 수도, 천하의 선을 솔선할 수도 없다[苟辭之而已焉 則無以進天下之材 率天下之善]" 하였으니, 신은 그저 감읍(感泣)한 마음으로 성인의 말씀을 본받아 견마지로를 다하고자 합니다. 오늘날의 어려움은 첫째도 마지막도 사람에 있습니다. 신진 관원이 출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롭게 당상이 되어 조정을 이끌어갈 동량(棟梁)을 길러내는 것 또한 필요한 일일 것입니다. 이 같은 목적을 위해 당상의 문턱을 낮춘다기보다는 다양화할 필요가 있으며, 이미 지위와 명예가 지극한 관원들도 이를 지나치게 신성시하지 않고, 후진 양성에 힘써야 할 것입니다. 다행히 조정에 대한 공로가 오래 한결같은 관원들이 더러 있으니, 약간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오는 창국 제25주년에는 기대해 볼 바가 있을 것으로 여깁니다.”

하니, 20일 전교하기를,

“비변사 등록 편찬과 관련한 기여자에 대한 치하를 계본대로 재가한다. 조정 형편이 지금처럼 된 것이 이미 여러 해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형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판서를 비롯한 제신들의 노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 경로 또는 사업을 통해 안팎으로 미진한 부분이 보완되고, 그러한 과정에서 능력을 보인 신하들이 보다 중용될 것으로 기대한다.”

하였다.


세월호참사의사자공덕비를 건립하다.

○ 8월 25일 경상감영에서 예조로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여러 의사자를 기리고 위로하고자 각인의 공적을 조사하여 '세월호의사자위령비' 건립을 건의하였다. 이에 예조에서는 규례 검토와 논의를 거쳐, 직역별 대표자 3인을 선정하여 예조 차원의 공덕비를 건립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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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사 양승진(당시 57세): 교사 양승진은 참사 당시 제자들에게 구명조끼를 벗어주고 한 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다시 배 안으로 들어갔다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의사하였습니다.
- 학생 정차웅(당시 17세): 학생 정차웅은 아수라장이 된 선실에서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건네주었고, 물이 차 있는 선실에 갇혀 있는 친구들을 구하러 갔다가 의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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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11일 예조에서 비변사로 공문을 보내어 이와 같이 보고하며 설명하기를,

“의사자 각인에 대한 정문이 아니라 공덕비의 형식을 취한 것은, 구체적인 하나의 사건이며 각인의 공적이 뚜렷하기 때문입니다. 대표자 3인을 선정한 것은, 대상자가 많고 알려지지 않은 의사자가 있을 수도 있는 등 전원을 조사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였다. 이에 비변사에서 논의하였는데, 소방공덕비 외에 유사한 전례가 없다는 점을 들어 '해양 참사 희생자 및 의사자 추모비', '해양 참사 의사자 공덕비' 등의 대안도 제시되었으나 원안이 가장 적합하다는 방향으로 정리되었다.

○ 30일 유사당상이 이 같은 경과와 공적 내역 등을 아뢰며 덧붙이기를,

“상기한 3인 외에도 경상감영에서 조사한 16인: 세월호 사무장 양대홍, 아르바이트생 김기웅, 승무원 정현선, 안현영, 단원고 교감 강민규, 교사 남윤철, 이해봉, 고창석, 최혜정, 김응현, 박육근, 전수영, 유니나, 이지혜, 김초원, 학생 양온유의 공적 또한 비교할 수 없이 명명백백하며 만백성이 칭송하는 바입니다. 마땅히 기리는 바가 있어야 할 것으로 아룁니다.

장소는 마땅히 팽목항이 있는 전라도 진도군으로 청합니다.”

하니, 10월 5일 전교하기를,

“계본에서 정리한 내용이 합리적이고 사안 또한 마땅하니, 공덕비 설립을 원안대로 재가한다. 조성 공사 등을 공조와 협의하여 시행하라.”

하였다. 10월 열린 제193차 윤대에서 신형관상병독대응공로비의 전례에 준하는 절차에 따라 비변사 대행 공조 주관으로 공역을 진행하고자 아뢰니, 9일 비답하기를,

“공로비 건립 참여 과정에서 많은 백성들이 다시 예전 일에 관해 생각하고 감사하게 여기는 기회가 될 것으로 여긴다.”

하였다.

○ 비변사 대행 공조에서 주관하여 건립 공역을 10월 17일부터 23일까지 7일간 진행하니, 백성 10인이 참여하여 의사자들의 공덕을 기리고 넋을 위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