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로 입고하고자 하는 두 해 분량의 등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개국627(2018)년 7월-개국628(2019)년 12월 18권 목록)

형식이나 내용 등에 의문점이나 개선점이 있다면 무엇이든 하문 또는 하명하여 주십시오. 재차 살펴 작성해 올리겠습니다. 입고를 윤허하여주시면 신들이 한차례 더 검수(檢收)해 입고하고 결과를 아뢰도록 하겠습니다. 그 뒤로는 자체적으로 여력에 따라 작성하여 입고하고 그 내역을 사후(事後) 보고하는, 승정원일기의 편찬 절차를 따르면 될 줄로 아룁니다.”

하니, 24일 전교하기를,

“제조가 주도하여 승정원일기와 같은 비변사등록을 기록하였으니, 이는 조정을 위해 하나의 지표를 완수한 것이다. 훗날 관원들이 이러한 기록을 참고하면 보다 자세하게 과거의 일을 상고할 수 있고 관련 행정에 참고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 날에 걸쳐 읽어 보았는데, 그대로 입고하여도 되리라 생각한다.

이러한 기록에 대해 말하자면, 지난 개국623년 2월에 지방관 일기류에 관해 계본을 올리라 하명하고 비답한 바가 있었다. 당시 그러한 행적을 남긴 관원들에 대해 별도로 치하한 바가 있었는지 기억이 희미하다. 또 이후에 각 관청에 입겨된 찬술 기록도 있을 것이니, 비변사에서 이러한 제반 사정을 살펴 일기류 목록, 찬자 명단, 내용과 분량을 참작한 포상 여부 등에 대한 의견을 계하도록 하라.

이조, 병조에서는 승정원일기 찬술에 따르는 혜택에 견주어 이번 비변사등록 찬술 사업과 관련한 의견을 계하라.”

하였다.

○ 3월 2일 전조에서 논의를 거쳐 유사당상 한명회에게 근정이급 보국장, 교정에 관여한 관원 중 前낭청 홍봉한에 한하여 인사 평점 가사점을 포상을 청하니, 8일 비답하기를,

“동지중추부사 한명회가 당상에 오른 것이 개국623년이니, 8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또 회방(回榜) 가자로 종2품에 오른 지 1년 반이 지났으며, 조정 각 관청을 이끄는 비국(備局)의 장관으로 근속한 것이 어느덧 4년이다. 그동안 백관(百官)을 잘 통솔하였을 뿐 아니라 이제 비변사등록이라는 하나의 사업을 개척하여 좋은 성과를 보였으니, 계본에서 청한 것처럼 치하하고 포상하는 것이 마땅하겠다. 이급 보국장을 수여하고 이에 더해 특별히 품계를 한 자급 올려 가정(嘉靖)으로 한다. 이달 16일에 시행하고, 이하 관원에 대한 치하 역시 계본대로 시행하라.”

하였다.

○ 21일 비변사에서 지방관 일기류 및 중앙관청 등록류에 대한 광범위한 전수 조사를 거쳐, 아뢰기를 그 대략에,

“이러한 기록이 장려할만한 것이나 관원들의 부담을 고려할 때 필수적인 업무는 아닌 만큼, 추가적인 노력에 대해서 포상이 이루어져야 마땅하다는 것이 비변사의 중론이었습니다. 하여 조사된 내용 중 명시적인 포상이 없었던 분량에 대해 동일하게 평균 1책당 1점의 기준을 적용하여 포상하고, 차후로는 정기포상 시기마다 작성내역을 조사하도록 하여 어명을 받아 가산하도록 하심이 어떠하겠습니까? 다만 남용의 우려가 있으니 월에 1점 이내로 제한할 것을 또한 청합니다.”

하고 당하관 이하 대상자들에 대한 포상을 청하니 【2-3월 謄錄】, 30일 전교하기를,

“조사 결과를 잘 알았다. 계청대로 평점을 가산하고 적용하되, 지금 계본에서 제외한 당상관에 대하여는 정기 포상에서 물품 등을 내려 치하할 수 있도록 조처하라. 또 별다른 실효나 목적이 없는 등록 편찬은 자제토록 권고해야 할 것이다.”

하였다. 이에 하반기 정기포상에서 당상 대상자들에게 인사 평점 2점을 물품, 2점을 초과하는 평점을 은사 100냥에 상당하여 포상하였다.


차자 출납을 재개하다.

○ 3월 9일 동지중추부사 겸비변사제조 한명회가 차자를 올려 가자를 사양하였는데 그 대략에,

“신이 사양하는 것은 비단 신 개인의 부족함 때문만은 아닙니다. 조정을 다시 정상화하겠다는 포부로 관직에 나아왔고, 일부 성과도 있었으나 여전히 요원(遙遠)한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정의 중신이라면 신진 관원을 길러내고, 후배 관원들이 공적을 쌓아 당상관이 되어 다시 조정을 이끌 수 있도록 기반을 다져야 마땅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신은 단독으로 사업을 진행하여 허명(虛名)을 더했으니, 이제 개인의 영달(榮達)을 위하여 조정의 현실을 외면하였다는 혐의를 벗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신이 이번에 비국등록을 편찬하며 처음 비국에 부임했을 때를 돌아보니, 비변사 내부 논의에서나 주좌에서 신의 의견에 논박(論駁)하는 관원이 많이 있었고 새로운 사업을 제안하는 일도 적지 않았습니다. 오늘날의 조정에는 그러한 의기(意氣)가 부족하다 할 것이니, 이게 어찌 관원들의 부족함 때문이겠습니까. 신이 분수에 넘치는 자리에 오래 있다보니, 형식과 절차에 있어서나 사업의 내용에 있어서 신의 의견이 지나치게 권위를 가지게 된 탓이며,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언로(言路)가 자유로이 통하지 않는 조정에서 출사한 신진 관원들이 그러한 전통을 경험해보지 못한 탓입니다.

지난 창국 제20주년을 맞아 두 관원이 가자되었을 때, 승정원우부승지 겸경연참찬관 정예림의 계청에 대하여 비변사의 의견을 아뢴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 내려진 차자에 대한 처분 이후 1년 반이 지났으니, 재론(再論)할 때가 된 줄로 아룁니다. 그간 윤대와 주좌, 상소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차자 출납이 완전 재개되더라도 어느 정도 빈도로 올라올지 능히 어림이 되며, 비변사 논의를 통해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도 감히 짐작하는 바가 있습니다.”

하니, 15일 비답하기를,

“비록 조정 사무가 예전만 못하다고 하나,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4년 동안 백관을 이끄는 직책을 감당한 것은 작은 일이 아니다. 그러한 점을 충분히 참작하여 하교하였던 것이므로 다시 사양치 말라.

제조의 계청에 따라 차자 출납을 허락한다. 다만 비변사, 이조, 병조, 도감 등의 수장을 제외한 관원의 사직차는 종전처럼 비답을 기다리지 말고 즉시 적용하라.”

하였다. 차자 출납의 재개는 병신년 2월 이후 약 6년만이다. 【節要 제1권】

○ 4월 열린 제54차 주좌에서 유사당상이 차자 출납 재개를 안내하며 덧붙이기를,

“관원 여러분께서는 적극 활용하시되 불요불급한 사안에 남발하여 어심을 어지럽히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소속 관원이 수장과 협의 없이 차자를 올리지 않도록 계도하여주시고, 연명으로 올리고자 할 때는 반드시 실제 작성한 관원이 등록하시기 바랍니다. 조정 전반에 관한 의견이 있다면 주좌에 제기하여 윤대를 열어보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하였다. 이후 처음 올라온 차자는 8월 18일 승문원판교 박세당이 병조의 품계 환급 업무의 절차적 하자를 지적한 차자이며, 이에 따라 24일 병조 장관을 논핵(論劾)하는 행선공감첨정 김신의 차자 등이 뒤를 이었다. 비변사 체제 이후 출사한 신진 관원들의 의기가 일정 부분 관성적으로 돌아가던 조정에 경종(警鐘)을 울렸다고 하겠다.


왕세자사부빈객상견례를 거행하다.

○ 신축년 9월 15일 경기도 과의교위 김신이 상소를 올려 시강원 운영, 사면, 모임 활성화, 정기 천거 제도 보완 등에 대해 두루 아뢰니, 18일 비답하기를 그 대략에,

“당시 시강원 운영이 여의치 못하여 중단되었는데, 관원 규모가 예전과 다른 지금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비변사, 예조 등에서 춘방, 계방 등의 가동에 관해 살펴 의견을 계하도록 하라.” 【춘방(春坊)은 세자시강원, 계방(桂坊)은 세자익위사의 이칭이다.】

하였다. 10월 6일에 비변사에서 계본을 올려, 예조참판 한명회와 한성부좌윤 서민교가 참여 의사를 표하였으나 세자익위사 참여가 가능한 무관을 찾지 못하였다며, 다음 해 초에 재론할 것을 청하니, 22일 전교하기를,

“계한 바를 잘 알았다. 영조 연간에 담헌 홍대용(洪大容) 같은 인물은 계방이면서 서연의 강학에 참여하였으니, 익위사라고 해서 시위 사무만 감당하였던 것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이 문제는 내년 초에 다시 검토하는 것으로 하라.”

하였다.

○ 임인년 3월 6일에 유사당상이 계본을 올려, 유사당상 한명회, 동지중추부사 서민교, 절충장군 김시습, 행병조정랑 김신 4인을 각각 행세자시강원보덕, 겸세자시강원좌부빈객, 행세자익위사좌익위, 겸세자익위사우익위에 의망하여 왕세자 서연을 진행하고자 청하니, 15일 비답하기를,

“현재 실무를 맡고 있지 않은 동지사 서민교, 前첨지 김시습을 각각 겸우부빈백, 첨지사 겸좌익위에 명한다. 동지사가 이미 한 차례 시강원의 보덕으로 규례를 마련한바 있으므로 주어진 직임을 알아서 잘 수행할 것으로 믿는다.”

하였다.

○ 4월 25일 동지중추부사 겸세자시강원우부빈객 서민교가 아뢰기를,

“왕세자여사부빈객상견례(王世子與師傅賓客相見禮)는 왕세자가 세자시강원의 사ㆍ부ㆍ빈객 및 서연관을 처음 접견하여 상견례를 행하는 의식입니다. 의식의 절차는 오례의(五禮儀)와 열성조의 사례를 두루 참조하였는데, 부족함이 없을 수 없으므로 다만 엎드려 하비(下批)를 기다립니다. 본조에 사ㆍ부ㆍ빈객이 없고 신 또한 겸관이고, 옛 의식과 절차를 그대로 쓸 수는 없어서 동궁의 격은 높이고 신들의 예는 낮추었습니다.

상견례 장소는 동궁전의 정당(正堂)인 계조당(繼照堂)이 어떠하겠습니까.

의식의 규모를 갖추기 위하여 임시로 참례가 가능한 관원을 겸직으로 차정하여 차출하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식순을 주관하는 인의(引儀) 1원(員)을 두어 임시로 차출함이 어떻겠습니까. 서연관은 2~3원을 둠이 적절할 듯 합니다. 신이 이미 겸직으로 서연관을 맡고 있으니, 6품 이상의 문신 2인을 더 차정할 수 있도록 윤허하여 주시기를 청합니다. 익위관은 춘방(春坊)이 아니나, 시립(侍立)하는 이가 없어서는 안되므로 1원을 두어 익위사 관원을 차정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교가 있은 후에 관계 부서와 협의하고자 합니다.

서연진강의(書筵進講儀), 서연회강의(書筵會講儀)에 관하여서는 상견례를 마친 후에 차차 준비하여 계하고자 합니다.”

하니, 5월 2일 하교하기를,

“조정 안팎의 형편도 참작하지 않을 수 없으니, 익위사에서 참석하면 서연 인원은 충분하다고 여긴다. 계본대로 의례를 준비하고 본직이든 겸직이든 인의 1원을 임시 차출하는 것은 이조와 협의토록 하라.”

하였다. 이에 11일 이조에서 군자감정 겸봉상시정 박세당의 겸직을 통례원인의로 임시 변경하도록 의망하니, 재가하였다.

○ 6월 2일 우부빈객 서민교가 거행 일자를 삼망하니, 상께서 23일로 재가하였다. 예정일 전일에 우부빈객이 계조당(繼照堂)에 의장(儀仗)을 설비하고자 하였으나 문서 작성 권한이 없어, 일정을 미루고 장소는 수정전(修政殿) 또는 집옥재(集玉齋)로 변경할 것을 청하였다. 상께서 7월 4일로 명하고 장소는 그대로 진행하도록 하였다.

○ 7월 4일 동궁전 계조당에서 왕세자사부빈객상견례(王世子師傅賓客相見禮)를 거행하였다. 세자와 군자감정 겸통례원인의 박세당, 동지중추부사 겸세자시강원우부빈객 서민교, 첨지중추부사 겸세자익위사좌익위 김시습이 참여하였다. 인의가 식순을 주관하고, 세자와 서연관 · 익위관이 서로 예를 갖추고 절하는 의례를 마치고서 세자가 하답(下答)하기를,

“무더운 날에 의례가 진행되어 여러 관원의 노고가 많았습니다.”

하였다. 다음날 시강원에서 결과를 아뢰니, 10일 비답하기를,

“시행 결과를 잘 알았다. 관계 관원의 노고가 매우 크다. 정기 포상에 반영될 수 있도록 조처하고, 익위사와 더불어 실질적인 서연 강의 진행에 다시 한번 노력하기를 바란다.”

하였다. 하반기 정기포상에서 승문원판교 박세당에게 인의 업무 수행의 공로를 포함하여 근정삼급 진충장을 수여하였고, 우부빈객 서민교에게 충무공전서 한 질, 좌익위 김시습에게 징비록 한 질을 각각 하사하였다.


낭청 여다준의 졸기(卒記)

○ 10월 16일 행이조정랑 겸비변사낭청 여다준이 졸하였다. 여다준(呂茶晙)은 한성부 북부인이며 본관은 함양, 호는 치영(治寧)이다. 개국629년 입조하여 11월 훈련원에 입대하였다. 소과 입격자 천거로 12월 8일 출사하여, 승문원저작 겸중부참봉, 호조좌랑 겸비변사낭청, 경기도도사 등을 거쳐 개국631년 6월 대부의 반열에 올랐다. 여러 관청에서 업무를 원활히 처결하여 문관 포상에 상 · 하반기 모두 추천을 받는 등 안팎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으나, 봉렬대부 행이조정랑 겸비변사낭청을 지내다가 10월 16일 돌연 사망하니, 승훈랑으로 강등되었다. 【政案】

○ 18일 유사당상이 저자에 나와 소회를 밝혔는데 그 대략에,

“신진 관원들에게 조정 업무란 어떤 의미인지를 자주 고민하게 됩니다. 오래 계셨던 분들은 그간 쌓아온 애정과 책임감으로 반복되는 업무를 수행해내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물론 신진 분들의 애정과 책임감이 어떠하다 이렇게 어림짐작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제 관직 생활을 돌이켜보면, 다른 분들과 합심하여 제도를 바꾸고,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등 효용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수 있는 경험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기회와 도움을 넘치도록 받아 지금에 이르렀는데, 조정의 사정을 핑계로, 일신상의 이유를 핑계로 받은만큼 베풀지 못한 것 같아 항상 죄송합니다.

그럼에도 남은 사람들은 할 수 있는 속도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지요. 모쪼록 다들 오래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이 모였다가 어느 순간 홀연히 떠나는 그런 일에 익숙해질만큼 충분히 오래 활동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아쉬움이 남네요. 연이 닿으면 언제 어디서든 또 뵐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하였다. 【사론(史論)을 갈음하여 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