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上) 16년, 개국629(2020)년 경자(庚子)
○ 좌목(座目)
* 형조참의 겸비변사부제조 한명회 (유사당상) ~ 03.13
┖ 03.13 ~ 08.18 이조참의 겸비변사부제조
┖ 08.18 ~ 08.28 이조참판 겸비변사제조
┖ 08.28 ~ 12.28 예조참판 겸비변사제조
┖ 12.28 ~ 공조참판 겸비변사제조
* 통례원좌통례 겸비변사낭청실록청낭청 정예림 ~ 01.16
* 군기시정 겸비변사낭청실록청낭청 방인하 ~ 02.04
* 상서원정 겸비변사낭청 김지수 01.21 ~ 03.15
* 교서관판교 겸비변사낭청 홍봉한 04.03 ~ 08.28
┖ 08.28 ~ 12.28 상의원정 겸비변사낭청
실록청을 폐하다.
○ 기해년 12월 30일 동지중추부사 겸실록청총재관 서민교가 어전에 사직을 청하니, 상께서 재가하며 비변사에 후임을 인선하도록 하였다. 이에 비변사에서는 1월 6일 논의를 열어 공조참의 겸실록청당상 이운을 후임 총재관으로 인선하고자 하였으나, 참의가 이를 고사하고 12일 사직하였다.
○ 1월 16일 유사당상이 계본을 올려 통례원좌통례 겸비변사낭청실록청낭청 정예림을 선임 낭청으로 삼아 실록 찬술을 이어갈 것을 청하니, 16일 전교하기를,
“실록청 인사를 계청대로 재가한다. 비변사 겸직을 해제하여 실록청 장관 직책을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조처하라. 선임 낭청은 실록청 업무와 일정을 잘 알아서 조정하여, 모처럼 이룩한 도감의 사무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기 바란다. 실록이 얼마나 이른 시일 내에 얼마나 많이 간행되느냐 하는 것은 조금도 중요한 일이 아니다.”
하였다.
○ 2월 29일 실록청 선임 낭청 정예림이 어전에 사직을 청하니, 3월 4일 비답하기를,
“선임 낭청이 실록청의 수장이므로 사직차에 하교한다. 처한 사정을 잘 알았다. 상황이 나아지면 다시 중임을 감당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비변사는 실록청 인사 또는 운영에 관한 의견을 정해 올리도록 하라.”
하였다. 이에 3월 열린 제29차 주좌에서 유사당상이 다른 두 낭청의 의사를 조회하였으나 선임 낭청을 인선할 수 없었다. 인원 충당 또한 어려운 상황이므로, 실록청을 일단 폐하고 조정의 여력을 보존하는 것이 좋겠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13일 유사당상이 이와 같이 어전에 계하니, 실록청을 폐하였다.
○ 논한다. 이번 실록 찬술의 성과는 자세히 파악하기 어려우나, 초초(初草) 개국610년 6월 11일부터 8월 20일까지 7권 분량 작성, 중초(中草) 권30-35 6권 (8월 10일까지), 정초(正草) 4권, 미교정 정초본 권21-22 2권 검토 등이다. 개국614년 2월부터 6개월간 가동된 실록청에서 정초 9권을 작성하였으니 【창사 제33권】, 가동된 기간에 비한 성과가 그만 못지않다. 가용 인원이 모두 투입된 탓에 몇 사람의 이탈로 사업 전체가 좌초된 점은 뚜렷한 한계이며, 이후 실록청 복설 주장이 제기되기 더욱 어렵게 되었다. 다만 실록 찬술이 조정의 최고 숙원 사업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는 의의는 남았으니, 훗날을 기약할 뿐이다. 장종대왕의 재위는 약 41개월로, 실록이 완성된다면 총 122권 분량이다.
창국 제20주년을 준비하다.
○ 1월 25일 백관이 신년조하(新年朝賀)를 올리니, 28일 유사당상의 조하에 답하기를,
“참의 이하 여러 관원의 노력이 힘입은 바 크다. 올해 개국629년 8월이 본조(本朝) 창국(昌國) 제20주년이므로, 20주년 기념장을 신설하는 등의 준비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한 조치를 비변사에서 논의해 보도록 하라.”
하였다. 이에 2월 열린 제28차 주좌에서 관련 업무에 대해 논의하였는데, 1) 기장수여사목 개정 2) 백일장과 축하연 진행 등에 의견을 모으고, 증광시 시행은 시관 구성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였다.
○ 2월 예정되었던 소과가 3월로 미뤄졌다가, 관계 관청의 업무 지연으로 최종 보류되었다. 【3월 謄錄】 5월 열린 제31차 주좌에서 8월 별시를 목표로 관원 충원 등 조정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기로 중론을 모았다.
○ 6월 14일 비변사에서 기장수여사목 개정안을 마련해 검토하였다. 20일 유사당상이 이를 어전에 아뢰며, 백일장과 기념 연회 등을 청하고 덧붙이기를,
“금년에 아직 소과를 치르지 못하여 백성들의 과거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도 큰 상황입니다. 이에 제10주년, 제15주년의 전례에 따라 증광소과 및 증광대과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조정의 여력과 창국 제20주년의 의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별시를 시행할만 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이에 조정의 공론을 모아 8월 별시 시행을 청하며, 전하께서 과거를 친림하시는 것은 어떠한지에 대해서도 여쭙습니다.”
하니 28일 사목 개정을 재가하며 전교하기를,
“예년에 준해 백일장 행사를 진행하되, 20주년이므로 관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특별히 더할 사업이 있으면 시행을 검토해 보도록 하라. 별시 시행 역시 재가한다. 친림으로 하라. 또 고묘(告廟)에 대한 준비도 있어야 할 것이다. 시일이 남았지만 차질 없이 모든 일정이 소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 바란다.”
하였다. 이에 7월 열린 제33차 주좌에서 관련 사업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추가로 회방연 시행을 청하기로 결의하였다.
○ 7월 7일 병조참의 이운이 무관 인사에 대하여 계하였는데, 상께서 재가하며 유사당상을 대명(待命)하도록 했다. 10일 유사당상이 대명하니 전교하기를,
“부제조를 어전에 들라 명한 것은 창국기념일에 관해 말할 것이 있기 때문이다. 작년 오늘 즈음에 하문하여 실록청을 다시 열었던 것은 이번 기념일에 시행할 당상관 승진 대상자를 찾기 위함이었는데, 올해 3월경에 그 사업이 중단되었으므로 개별 관원의 공로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3개월여 기간 동안 실록 찬수가 진행되었으므로 성과가 분명 있을 것이니, 각 후보의 가자(加資) 여부를 논하는데 참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실록청 업무 정도를 기반으로 여기에 더해 각 해당 관원이 그간 쌓은 공적과 곧 진행할 포상 내역을 고려하면 마땅한 인물이 전혀 없지는 않으리라 여긴다. 비변사는 현직 세 당상과 양전(兩銓) 수장 등의 의견을 두루 살펴 당상 가자와 관련한 계본을 올리도록 하라. 또 가자에 국한하지 말고 특별히 탁용(擢用)할 종3품 이하 관원이나 등용할 인재가 있으면 아울러 계하도록 하라. 정기 포상 계본이 늦어지지 않도록 유의하는 것도 잊지 말라.”
하였다. 이에 실록청 당상을 지낸 병조참의 이운에게 각 관원의 실록청 기여도에 대한 의견을 요청하고, 12일 비변사에서 주관하여 현직 당상-양전(兩銓) 수장 연석회의를 진행하였다.
좌목(坐目) 가정대부 동지중추부사 서민교
통정대부 이조참의 겸비변사부제조 한명회(이조)
통정대부 파주목사 겸양주진관병마동첨절제사 이운
어모장군 군기시정 방인하(병조)
후보자 3인의 약력, 실록청 활동, 징계 내역 등을 검토하였는데, 파주목사 이운은 3인 모두 가자를 논할 만 하다는 의견, 유사당상 한명회는 현 조정 형편에 3인은 조심스럽고 1인 이내로 청하고 추후 기회를 더 만들자는 의견, 동지사 서민교는 언행과 평판 등도 살펴야 한다며 대체로 회의적인 의견을 내어 일치를 보지 못하였다.
○ 26일 유사당상이 논의를 정리하여 아뢰니, 28일 비답하기를,
“경력을 나열하는 것에 그치는 보고는 아전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말미에 의견을 적었지만 누가 어떤 이유로 이러저러한 의견을 말한 것인지조차 담겨 있지 않고 또다시 가능한 모든 수를 열거하였으니, 이처럼 두리뭉실한 계본을 어디에 쓰겠는가. 중론을 살펴 다시 계하라.
한 관원의 누적 평점이 유별하다. 나머지 두 관원과 비교할 때 현저하게 평점을 많이 쌓은 다른 관원이 있으면 비록 실록청에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특별히 논의에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대상자들이 특정 사업을 홀로 주관한 것이 아니라 관원으로 참여한 것이기에 형평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하였다. 이에 유사당상이 사과하고, 통훈대부 김시습에 대한 자료를 추가하여 논의를 이어갔으나 중론을 모으지 못하였다. 30일 유사당상이 파주목사 이운과 합치된 의견으로 통훈대부 김시습, 정예림 2인에 대한 가자를 청하며 덧붙이기를,
“한편, 동지중추부사 서민교는 다음과 같은 사유로 통훈대부 김시습을 포함, 네 후보자 모두 가자할만 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었습니다. 첫째는 어려운 시기에 묵묵히 조정을 지켰다는 것 외에 특이한 공로나 경력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점이며, 둘째는 정기포상의 의미가 퇴색되어 특별한 공적을 드러내는 지표의 하나로 보기 어렵다는 점, 셋째는 누구나 꾸준함만으로 가자된다면 당상의 무게가 담보될 수 없다는 점, 넷째는 후보자들의 언사와 행적이 본조 내에서 어떠하였는지 철저한 조사가 부족한 점 등입니다. 여기에 창국 20주년을 기념하고 관리들의 사기를 북돋으려는 뜻은 존중하지만, 감히 받들기 어렵다면서, “당상 가자 등으로 자축이나 하며 한때 즐기기 보다는, 지난 20년을 회고하면서 무엇이 부족했고 무슨 실책을 범했기에 이렇듯 근근히 명맥만 유지하게 되었는지 고민하고 숙고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신이 외람되지만 여기에 첨하여 아뢰고자합니다. 민교의 말이 참으로 충신의 것이나, 달라진 시대에는 달라진 기준이 있는 것입니다. 본조와 같은 형태의 인터넷 커뮤니티는 민국에서는 이미 대부분 자취를 감추었으며, 지금과 같은 상황은 뭔가 부족하거나 누군가의 실책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시대의 흐름입니다. 오히려 지금 집중해야 하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정을 가지고 활동을 지속하는 관원들을 어떻게 붙잡을 것이며, 또 어떻게 하면 관원들의 업무가 민국에서의 일상과 조화를 이루게 하여, 명맥을 유지하는 와중에도 자그마한 성과를 지속적으로 낼 것인가 등입니다. 당상의 값어치를 이야기하지만 인사는 어디까지나 군주가 신하들을 다루는 수단의 하나이며, 그 목적 하에서만 비로소 무게를 가지는 것입니다. 활발하던 시기에 일천일을 근속하는 것과 지금 조정보다도 더 어려운 시기에 일천일을 근속하는 것을 과연 같게 볼 수 있겠습니까? 지금으로부터 일천일을 기다리면 시습이나 예림과 같은 이가 또 있어서 뭇사람들이 당상을 가벼이 여기게 되겠습니까? 과거에는 큰 사업을 주관하여 뚜렷한 성과를 보여야만 가자하는 시절도 있었으나, 지난 몇차례 가자에서 그러한 기준은 이미 변화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의견이 각축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또 장려할만한 일이지만, 중론을 모으고 또 아뢰는 신의 역량이 관원들의 열의에 한참 부족하여 또다시 중구난방인 계본이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지난 계본을 그르치고도 하해와 같은 성은으로 다시 기회를 얻었으나 성상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으니, 비변사의 수장으로서 마땅히 책임지는 모습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신의 죄가 중하지만 별시 업무까지만 마치면 모든 직에서 물러나고자 하니 윤허하여주십시오.”
하니 8월 3일 전교하기를,
“근속 경력을 유일한 근거로 가자하는 문제에 대한 폐단은 과인도 몇 차례 유시한 바 있으니, 동지사 서민교의 의견과 같은 염려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에 당상 가자에 대한 계본을 올리라 비변사에 명한 것은, 창국 제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사업의 하나로 실록청 재가를 허락하였을 정도로 조정 안팎에 여러 해 동안 경축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년간 봉직한 여러 관원의 노고를 치하하려는 마음에서 재가하고 하명하였던 것이니, 이러한 점에서는 부제조의 의견이 들어맞는다고 하겠다. 죄를 청할 일이 아니므로 마지막까지 소임을 다하리라 믿는다. 가자에 관한 건은 기념교서에서 명하겠다.”
하였다.
○ 7월 16일 예조에서 창국공신 치제(致祭)를 추가적으로 진행하기로 하였다. 21일 유사당상이 고묘례 헌관 차정, 기념 행사 진행, 별시 준비 등에 대해 아뢰니, 상께서 고묘를 15일 친림으로 준비하도록 하고 특별히 직첩을 환급할 대상이 있는지 선별하도록 명하였다. 이에 비변사에서 전조의 의견을 물었는데, 이조에서는 급제 박현철과 정병욱 2인을, 병조에서는 대상이 없다고 회신하였다. 박현철은 개국621년 조문 거부 사건 【하곡기술 제26권】, 정병욱은 개국627년 강의 도용 사건으로 삭탈된 바 있다. 8월 열린 제38차 주좌에서 급제 최준과 장지용에 대한 의론이 있었으나, 환급 대상에 추가되지는 않았다. 【하곡기술 제26권】 7일 유사당상이 이와 같이 아뢰니, 상께서 15일에 환급하도록 하였다.
창국 제20주년을 기념하다.
○ 8일부터 16일까지 읍내 행사장에서 "지나온 20년, 앞으로 20년"이라는 제목으로 체험 수기, 비전 제시 등에 대한 백일장을 진행하였다. 백성 16인이 참여하였는데, 한성부 백성 김시습이 최우수상을, 백성 김지수와 한명회가 우수상을 수상하였다. 최우수 수기의 대략에,
“때로는 사화에 버금가는 풍파가 일기도 하고, 민심이 요동치는 변고가 일어나기도 하는 와중에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조민과 새로 입적하는 신규 사조민들. 그들이 모두 어우러지고 부대끼고 하면서 사조가 묵묵히 그 맥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다보니 문득, 사조만의 세계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저의 역할을 찾을 수 있었답니다. 자신의 역할이 있을 수 있는 공간. 사이버상의 공간에 이런 공간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놀라웠습니다.”
하였다.
○ 14일 상께서 종묘에 나아가 고묘제례를 행하였다. 대축관은 이조참의 겸비변사부제조 한명회, 고묘유사는 교서관판교 겸비변사낭청 홍봉한, 아헌관은 행군자감첨정 정제두, 종헌관은 행교서관별좌 박세당이 수행했다.
○ 15일 경복궁 근정전에서 창국 제20주년 기념교서를 반포하였다. 전교하기를,
“창국 제20주년을 맞이하여 이르노라.
올해는 본조가 창국(昌國)한 지 2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선왕(先王)께서 개국609년 8월 이날에 종묘에 나아가 열성조의 신위 앞에 다짐하여 고(告)하시고 팔도에 교서를 반포한 후 과거(科擧)를 설행하시니, 이후 여러 해 동안 많은 신하가 등용되어 국사(國事)를 감당하였으므로 곧 나라가 다시 반듯한 규모를 갖추게 되었다.
그로부터 20년의 시간이 흘렀다.
과인이 세제(世弟)로 책봉된 직후 장종대왕의 유교(遺敎)를 받들어 보위에 올라 열성의 계대(繼代)를 잇게 되었는데 그것이 벌써 16년 전의 일이다. 능력이 바람에 미치지 못하여 부침을 거듭하다 지난 625년 2월의 반야(半夜) 하교를 거쳐 오늘날 조정이 이처럼 쇠퇴한 모습을 보이게 되었으니, 실로 조종(祖宗)을 떳떳하게 뵐 길이 없고 뭇 백성 앞에 고개를 들기 어려운 지경이라 하겠다.
비록 이처럼 지금 안팎의 형편이 예전만 같지 못하여 겨우 조정의 형세만 갖추고 있는 실정이라고는 하나, 아직 종묘사직(宗廟社稷)의 기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은 창국공신을 비롯한 선열(先烈)의 뜻이 강토를 비추고 있는 것과 동시에 조정을 위하는 신민(臣民)의 마음이 아직 흩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각 관아에서 맡은 직분을 끝까지 다한 전현직 관원의 노고가 종사(宗社)를 지탱하고 있는 든든한 기반임은 물론이다.
오랜만의 경사스러운 날을 맞이하여, 내외의 여러 노력에 보답하기 위한 은전(恩典)을 시행한다.
一. 종3품 이하 현직(現職) 관원 가운데 평정으로 승진한 경력이 있는 자는 품계를 한 자급 올려주도록 하라.
一. 조정에 기여한 여러 공로를 살펴 특별히 문관 행사직 정예림(鄭藝林), 무관 행사직 김시습(金時習) 두 관원을 당상으로 올린다.
一. 궐내 기념 연회와 경기감영 빈관(賓館) 기념 연회에 참석한 관원과 백성에게 각 50냥을 은사금(恩賜金)으로 더해 지급하라.”
하였다. 이조에서 문관 인사 등에 대하여 계목을 올려 아뢰며 가자된 관원들을 어전에 불러 하고 싶은 말을 아뢸 수 있도록 청하니, 연회 일정이 종료된 후 수정전에 들도록 명하였다.
○ 경복궁 경회루에서 조정 연회를 여니, 임시로 사령한 관원을 포함하여 15인이 참석하였다. 상께서도 들러 이르기를,
“오늘 이처럼 경회루에서 여러 관원이 관복을 입고 참석하여 즐기는 모습을 보니, 다시 예전의 창성했던 조정을 보는 듯하다. 문자 그대로 '경회(慶會)'라 하겠다. 경기빈관 연회와 함께 17일까지 잔치를 계속하도록 하고, 예조에서는 연회 참석자 명단을 고묘 명단 등과 아울러 정서(正書)해 두도록 하라.”
하였다. 경기감영 빈관에서 열린 연회에는 백성 19인이 참석하였다. 21일까지 7일간 시행된 별시에는 응시자가 없었다.
○ 17일 유사당상 한명회와 파주목사 이운의 회방연이 각각 열렸다. 두 당상이 어전에 사은하자, 각각 가자하여 가선대부로 올렸다.
윤대 시행과 상소 봉입을 재개하다.
○ 17일 첨지중추부사 김시습이 수정전에 입시하여 감회를 아뢰며 비변사 체제를 거둘 것을 청하니, 비답하기를,
“과인이 이미 망팔(望八)에 들었으니, 비변사 체제를 거두는 것은 조정 안팎의 여러 상황을 참작할 때 실로 단행하기 어려운 일이다. 발언에 담긴 첨지사의 간절한 마음을 헤아릴 수 있으므로 향후 정사에 조금이나마 그 뜻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
중추부가 육조거리에 있지만 한가한 관청인지라 관직에 임명되어도 실제 등청하는 이가 많지 않으니, 대청을 비롯한 경내 건물이 쇠락을 면치 못하고 있을 것 같다. 공조에서는 도성 안 여러 관아 가운데 보수해야 할 곳이 있는지를 살펴 중수, 보수 등을 검토해 보도록 하라.”
하였다. 18일에는 첨지중추부사 정예림이 수정전에 입시하여 감회를 아뢰며 상소 봉입, 차자 출납과 윤대 재개, 과거 정기 시행, 성균관 개청 등을 청하니, 비답하기를,
“옛날 만언봉사(萬言封事)가 아마도 이러한 모습일 것이다. 첨지사가 몇 가지 사안을 나열하며 자세히 말하였으나, 반야 당시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많지 않고, 오늘날 조정과 예전의 조정이 같지 않으므로 계청한 사안을 한 번에 모두 시행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들 사안에 대한 의견을 비국에 하문하면 대체로 어떤 내용의 주청이 올라올지 예상되는 바가 있지만, 조정에서 하는 일에는 절차와 명분이 있어야 하므로 먼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비변사에서는 첨지사가 말한 내용과 관련한 의견을 말해 보도록 하라. 감당할 수 있는 것부터 차례대로 도모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기에 묻는 것이다.”
하였다. 이에 비변사에서 21일 논의를 거쳐 22일 아뢰기를,
“어명을 받들어 첨지중추부사 정예림의 계청에 대한 비변사의 의견을 아뢰고자 합니다. 계청한 사안을 한 번에 모두 시행할 수 없다 하심이 지당하니, 이는 그중에서도 성균관에 당하는 것인줄로 아룁니다. 학식과 덕망이 있는 교임을 선임하고, 유생을 모집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으니 당장 감당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다른 계청들이 가납(嘉納)된다면 조정의 공론을 모아 조만간에 다시 논의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과거에 대하여 아룁니다. 신이 이전에도 계한 바가 있듯이 무엇보다도 정기적인 시행이 중요할 것입니다. 조정의 여력이 이 정도로 유지된다면 소과 연 2~3회, 대과 연 1회까지는 업무를 감당할만 합니다. 별시에 응시자가 없어 아뢰옵기 면구스러우나 응시자가 없어도 괜찮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정해진 달에 정해진 과거가 시행될 것이라는 믿음을 백성들에게 줄 수 있다면, 소과와 대과를 차근차근 준비하는 이들이 점차로 생겨날 것입니다.
윤대(輪對)에 대하여 아룁니다. 이에 대해서는 첨지사의 계청이 한 자(字)도 버릴 것이 없으니, 신은 그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 대해 아뢸 뿐입니다. 주좌(籌坐)는 지금과 같이 월 1회 시행하되, 윤대가 있는 달에는 시행하지 않아도 무방합니다. 윤대는 최대 매월, 최소 격월로 시행함이 마땅하나, 부득이하면 분기(4개월)당 1회까지는 조정할만 합니다. 이를 위해 이조와 병조에서 이미 협의를 끝낸 인사안이 있으니, 이 자리를 빌어 승정원 인사만 먼저 의망하고자 합니다. 행훈련원주부 김신을 겸가주서에 명하시어 승정원 사무를 감당케하심이 어떠하겠습니까.
마지막으로 상소와 차자(箚子)에 대하여 아룁니다. 상소와 차자의 출납(出納) 재개는 신이 복귀하며 청한 바이기도 하며, 만백성과 문무백관이 한 뜻으로 바라마지 않는 일입니다. 다스림의 요체는 백성의 신망을 얻는 것[民信之]이니, 언로(言路)를 여는 것이 그 첫째가 됩니다. 반드시 해야하는 일에 관해 어찌 여력이 있는지를 셈하겠나이까. 이치가 이러하니, 역사에 영원히 적신(賊臣)으로 기록되기를 바라지 않고서는 조금이라도 타협하는 안을 내지 못할 것입니다. 하여 상소와 차자의 출납 완전 재개를 청합니다.
다만, 성후(聖候)가 감당하실 수 있는지 우려되오니, 만분지일(萬分之一)로 가납치 않으실 경우를 대비해 신이 죄를 청하며 감히 대안(代案)을 정해 올립니다. 관원들은 윤대를 통한 의견 개진이 가능하니 차자를 출납치 않고, 윤대에 참석치 않는 관원 및 일반 백성들이 상소를 올리면 월 1회 승정원 관원이 그 대략을 정리하여 계하며, 비답은 각각에 대해 내리지 않고 관보(官報)를 통해 일괄 공개하는 것입니다. 대안을 택하실 경우 반드시 1년 정도의 유효기간을 명시하여, 만료될 시에 다시 논의해 수준을 조정하도록 하심이 마땅한 줄로 아룁니다.
신등이 미처 살피지 못한 부분이 있어 윤허하지 않으신다면, 어려운 부분을 말씀해주시고 다시 안을 정해올리도록 명하여주십시오. 군주와 정사를 흥정하듯 하는 것이 신자(臣子)된 도리는 아니나, 천금(千金)같은 기회를 붙들고자 함이니 부디 통촉하여주십시오.”
하니, 전교하기를,
“윤대를 비변사의 계청에 의해 열면 어떠하겠는가. 계청하고 논의해야 할 사안이 있어야 실효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만일 윤대가 장기간 시행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특별한 안건이 없더라도 비변사에서 내외의 상황을 참작하여 개회를 청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별다른 이견이 없으면 이를 적용하고, 주좌 자리에서 의견을 수렴하여 다음 달 안에 한 차례 열릴 수 있도록 하라.
상소는 승정원이 특정한 시기를 가리지 말고 그때그때 봉입하게 하라. 윤대 미참여 관원의 차자는 소속 관청을 통해 국사에 관한 의견을 개진하는 길이 있기 때문에 아직은 재개를 허락하지 않는다. 대과, 소과, 성균관 등에 관한 건은 비변사에 의견에 따르겠다.”
하였다. 23일 전조에서 행훈련원주부 김신을 겸승정원가주서에 의망하였는데, 상께서 두 첨지사 중 한 명이 승정원을 감당할 수 있는지 조회하도록 하였다. 이에 조회하여 30일 아뢰니, 첨지사 정예림을 승정원동부승지 겸경연참찬관으로 삼고 소관 사무의 범위, 주기 등을 모두 재량에 맡겼다.
○ 9월 열린 제35차 주좌에서 유사당상이 공지하기를,
“작일 승정원 관원이 사령되었으니 상소 봉입이 재개된 것으로, 4년여만의 일입니다. 뜻깊은 일일 뿐더러,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아 모르는 백성들이 있을까 하여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언급합니다.”
하며, 윤대를 청하는 일과 과거 시행월을 확정하는 일 등을 논의하였다.
정기 천거 제도를 시행하다.
○ 9월 8일 비변사에서 윤대 시행 등에 대하여 어전에 계목을 올려 아뢰기를,
“지난 전교를 받들어 제35차 주좌에서 조정의 중론을 모아 이달 16일 윤대 개회를 청합니다. 아울러 의제로는 창국 제20주년을 맞아 조정이 나아가야할 바에 대한 각급 관원의 의견을 듣는 것과 성균관 재개 여부, 출사자 확충 방안을 청합니다.
또한, 과거 정기 시행의 세부에 대해서도 논의 결과를 아룁니다. 지난 8월에 별시를 진행하였으니, 앞으로 별명(別命)이 없는 한 매년 8월에 대과, 2, 5, 11월에 소과를 진행하도록 명하여주심이 어떠하겠습니까.”
하니, 11일 전교하기를,
“계한 바를 잘 알았다. 윤대를 오는 16일에 시행하고, 과거 시행은 일단 비변사에서 계청한 일정에 맞춰 추진하는 것으로 결정한다.”
하였다. 이에 16일 제189차 윤대가 열렸는데, 약 4년 7개월 만이다. 【節要 제1권】 승정원에 명하여 그동안 청사에 보관해 두었던 상소를 차례대로 봉입하도록 하였다. 행사복시부정 정제두가 출사자가 없는 문제를 아뢰며 천거와 과거 문무 분리 시행을 건의하니, 상께서 이에 대한 의견을 구하였다. 과거 문무 분리 시행에는 관원들이 대체로 동의하였고, 천거에 대해서는 동부승지 정예림이 이전(吏典)의 처벌 조항에 관한 우려를 제기하였다. 이에 예조참판 한명회가 《대전통편(大典通編)》과 《속대전(續大典)》을 상고하여 천거된 자가 장오(贓汚:부정부패)·패상(敗常:강상을 범함)의 죄를 범했을 때로 제한하여 해석할 것을 아뢰니, 그대로 따랐다. 또 비답하기를,
“비변사에서 주관하여 정병, 관속, 훈장 등으로 일정 기간 복무, 근속, 강의한 인원에 대하여 정기적으로 천거 발탁을 검토하는 등의 제도를 마련해 보도록 하라.”
하고 윤대를 마쳤다.
○ 10월 열린 제36차 주좌에서 논의하여 22일 어전에 아뢰니, 매월 초 정병, 관속, 훈장 등으로 2개월 이상 복무, 근속, 강의한 인원을 대상으로, 비변사를 주체로 천거하는 지금의 정기 천거 제도가 마련되었다. 12월 1일에는 정기 천거 제도를 포함한 비변사운영절목 개정안을 올렸는데, 상께서 절목을 고칠 필요는 없겠다고 하교하였다.
참알 제도를 정비하다.
○ 10월 8일 예조에서 수요조사를 바탕으로 성균관 재개가 시기상조임을 아뢰니, 12일 전교하기를,
“별도로 하문하니, 지금처럼 조정이 평온한 상태에서 사람들이 옛날 시대를 체험할 수 있도록 참알(參謁)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경국대전(經國大典)의 조문처럼 의정부, 이조 또는 병조, 그리고 소속 조(曹)에 참알케 하는 것이다. 의정부가 가동하지 않을 때에는 비변사에서 그 지위를 대신하면 되겠다. 이와 관련하여 비국에서 관계 관청 또는 관원에게 의견을 수렴해 보도록 하라.”
하였다. 제36차 주좌에서 《경국대전》과 《국조보감》 등을 상고하며 논의하였는데, 번거로움에 대한 우려가 있었고, 제한적으로 시행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현행 유지가 중론이었다. 22일 이와 같이 아뢰니, 비답하기를,
“관직에 처음 임명되거나 지방관으로 처음 나아가게 된 경우에 한해서는 폭넓게 참알하는 것으로 시행하라. 이미 경험을 쌓은 관원들이 당부하고 격려할 말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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