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조선왕조

ㆍ작성자	박준혁
ㆍ작성일	개국633(2024)년 12월 2일 (월) 23:33 [자시(子時):삼경(三更)]
ㆍ문서분류	문집
ㆍ설명	산천(山穿)의 가을 시집
ㆍ저작	박준혁

ㆍ추천: 0 ㆍ열람: 161

천고마비(天高馬肥)

=폭설과 함께 찾아온 입동(立冬)=
가을의 사진 속 떨어져 있는 나를 3번 주워 가을에게, 나를 던져드리옵니다.
불사의 힘을 쏟아 당신의 빨간 갑옷에 겨우 미끄러진 내 손바닥 자국을 남겨봐요.
주위에는 다 녹지 못한 얼음덩어리들이 매끄럽고 적확하게 붙어 있답니다.
가을에 읽으라고 쓴 시들이 아니라서 전부 가을에 썼습니다. 모두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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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가을 같더라>

님은 언제 오시나
나는 기다리네.

언제 오시나
언제 오시나
항상 설레발 치면 오지 아니하시고
님이 지나가실때만 깨달는 나는

마음속의 기다림이
언제까지일지 몰라
혹여 이미 지나가신 겐지
아닌지 모를 뿐이라.

님은 언제 오시나
나는 기다리네.

기다릴때는 오신 줄 모르고
지나가시면 차가운 바람과
은은한 향기를 남기고 가시는 님은

마치 가을 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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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지학(志學)의 추억>

미소를 띄우고
새까만 창 밖을 내다보곤 했다

어느순간 어둑한 하늘에서
파란빛 대조가 일어났다

조는 친구들 머리는 책상을 박고
웃던 난 잠깨지 않게 창틀을 걷었다

빗소리는 청량하고
살갗은 차니 기분 좋아라!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전기 모터로...

선생님의 목소리 울림을
피해, 웅크려 책장을 넘겼다

논어의 뜻은 깊구나!
가슴 속에서 외치곤 했다

비 오던 가을날
교실 뒤편에서 호박씨 까던

내 지학(志學)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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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장 글제: 난파된 노래가 해안에 가득했다.

<아우라지강>

아우라지 아우라지 아우라지강
아리 아리 아라리

정선에서 온 놈이 있었는데
지 고향서 부르던 노래 하나를 가져왔어

세찬 물줄기 굽이굽이 강변따라 휘몰아치는데
그 모습이 관동팔경 못지 않다더라

며칠 되지도 않아서 우리 중
따라부르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니까.

대구서 온 놈 목포서 온 놈
제 뼈 분지르면서도 끈질기게 부르더라

천리 떨어진 아무 강 아무 폭포
그곳으로 부치는 돈 봉투를 접었을때

아우라지 아우라지 아우라지강
아리 아리 아라리

그 전날 바보같이 굴러떨어져서
나 빼고만 나갔는데 말이야

하늘도 무심하시지

늘상 내가 반대했어 월척과는 별개로
암초 투성이라고. 모르는 사람 없었는데

아직도 탁주 하나 뿌리려 홀로 나서면
넘실대는 파도에서 각자의 아우라지가 들려와

아우라지 아우라지 아우라지강
아리 아리 아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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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짙은 안개와 어둠이 밀려오며 내 발끝에서부터 세상이 검게 물든다
내가 어둠일까 내 발이 어둠일까 알 수 없겠지
분명한건 곧 비가 오겠네 한창 세상이 물에 잠기고 나면
나 그 때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려나 흘러가려나 버젓히 그 자리를 지키려나 알 수 없겠지

물에 불은 나무토막, 그 위로 또 비가 내린다.

제가 지피던 것이 물이 아니었나요? 불을 마시다 눈을 감았어요.
다 마시니 기분이 달라졌는데요. 피가 사방으로 튀어야 덜 아프다고 했다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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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당신을 돌려보내고>

우는 당신을 돌려보내고
나는 이 골목을 걷습니다.
여기 이 골목 참 근사한데요

저기 저 밝은 달도 있고
저기 저 검은 고양이도 있네요.

풀리지 않은 실타래도 구르고
찾지 못한 옛적의 누군가도 있네요.

어라 저기 저 낭자한 것이 피인가요?
아니라면 도대체 뭐란 말인데요

몸을 가누지 못하는 당신이 보여요
왠지 나도 모르게 나도 모르게
나도
같은 아픔이 있었으면 했어서

나보고 착한 사람이라 하셨죠?
미안해요 정말

우는 당신을 돌려보내고
나는 이 골목을 걷습니다.
여기 이 골목 참 근사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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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자야 내일의 나에게 좋을걸요?>

어서 자야 내일의 나에게 좋을걸요?
주말이라는 핑계는 어제치였잖아요.

미치도록 그리워서 그런데요
그 작품상의 감흥이 아니라 그걸 보던 세월이 말예요.

아무개 드라마를 볼적의 내 친구들이요
아무개 웹툰을 좋아하던 그 이가요.

어서 자야 내일의 나에게 좋을걸요?
주말이라는 핑계는 어제치였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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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소중한 여보야>

바다가 소중한 여보야
그거 나 주오.

키위 하나를 주고
키위 하나를 받게 되었소
내가.

키위를 다 준다면
마음을 다 준다면
그땐 사라져 버리게 되겠소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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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엔 해룡이 살았습니다>

우리 학교엔 해룡이 살았습니다
본 세월만 해도 꼬박 3년인데요

판게아때는 놀기가 재밌었어
인간의 언어로 되어있어서

올해부터 나 착하게 살기로 했어
결과라는 건 니네들게 아니라고

다같이 하나에 이름을 둘에
불안하니까 하는거야 불안하니까

하나 가져갈때마다 백원이라고
착각을 하는데 니들이 날 거치는거야

그걸 아직도 깨달지 못했냐
이야 넌 입술에도 점이 있구나

교실 뒤편에 불우이웃 저금통을
언제 사람이 될래 언제 응

우리 학교엔 해룡이 살았습니다
본 세월만 해도 꼬박 3년인데요

이건 명백한 사실입니다
무수히 많은 사람을 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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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는건가요?>

뜻을 숨겨둔 난해함은 그 저의가 간파당하기 쉬운 법이죠
전 그와 같은 길을 걸으면서도 갓길로 새는 일종의 '실수'를 즐겨요

강공,
무운을 빕니다!
따라서,
グッドバイ!

저는 일어를 모르는걸요?
저도 마찬가지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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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로 멋 부리는 자들 속에서>

이럴 때일수록 낙천이 필요한 법임다!
다들 우울에 너무 취해있지 마시구요.

네? 저요? 제가요? 아 아까 하품을 해서 말임다!
네? 저요? 제가요? 아 이것도 좀 있으면 멎겠지요!

이럴 때일수록 낙천이 필요한 법임다!
다들 우울에 너무 취해있지 마시구요.

*

선생님 머릿속에서 댕- 댕- 미소가 울려요
낙천 속의 피가 솟구쳐 말이 나오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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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레놀>

부서지는 얼음물이 가득한데
아직도 기억하고 있대요
제목을 잘못 지었군요

집 돌아가기가 두려워
B상가 약방에 내려선
빨간색 종이를 샀습니다

외투 주머니 속에서
따뜻하게 굴리다
파란 글씨에 던졌습니다

내일은 날도 그리 좋을텐데
도서관에나 가볼까요
읽던 책을 끝마쳐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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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발면>

걱정하지 마세요!
사발면은 안 부는걸요

5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고

같은 사발면
그때 표지를 덧그렸다

같은 사발면
덮어놓고 보면 불어있다

밀가루를 삼키는건지
목메임을 삼키는건지

문득 그런 말이 들려와서

걱정하지 마세요!
사발면은 안 부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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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현악반>

5층 철문안에 들어가보면
언제나 그 사람들이 있습니다

호른과 섹소폰이 어우러져
강원도의 민요를 노래해요

한 많은 이 세상
야속한 님아

창 밖에 보이는 풍경도
빨갛고 노랗고

뒤늦게 올라와 옆에서
피아노 치는 친구도 있고

계절과 사람이 어우러져
세월이 두려워졌습니다

그래서.
뛰쳐나와 버렸어요.

그 아름다운 순간을.
찰나에 고이 간직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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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론(山穿論)=
-조휴(朝休) 김애당 작-

산천의 시는 해학적이며
초현실을 뛰논다
산천의 시는 과거 속에서
생명력을 찾는다
산천의 시는 웃음 속에서
한풀이를 삼킨다
그렇기에 산천의 시들은
한국적 놀이터다
누구도 마냥 가볍기로만
읽을 수 없는 시다

http://www.1392.org/bbs?books: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