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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의 허물을 벗듯>
뱀의 허물을 벗듯 뱀의 허물을 벗듯 사람의 속마음도 사람의 속마음도 점점 점점 변해간다. 변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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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홀>
아스팔트 도로 위를 인정사정없이 질주하는 자동차 그 곁 보도블록 위를 걸어 다니는 자전거 지나다니는 행인이며 강아지며 고양이. 평화로운 듯 한가한 듯 지나다니는데 천둥소리도 들리지도 번갯불이 번쩍이지도 않았는데 우르르 쾅쾅 천지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고 땅은 푸욱! 하고 내려앉기 시작한다. 사람들이며 동물들이며 자동차들은 우왕좌왕 마치 덫에 걸린 고라니며 멧돼지처럼 빠져나오기 위해 몸부림이라도 치련만 아무런 몸부림도 칠 새 없이 하염없이 꺼져가기만 한다.
깊이를 모르는 싱크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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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라는 진풍경>
콜록, 콜록! 여름 감기는 개도 안걸린다는데 코로나 덕분에 한여름에도 진풍경이 벌어진다.
기침 소리 듣고 어떤 사람은 오만상을 찡그리고 또 어떤 사람은 화들짝 놀라기도 한다. 자칫하다가는 코로나라는 덫에 걸리면 어쩌지 하는 눈초리로.
그래서일까. 지나가는 사람마다 모두들 흰 마스크 아니면 검은 마스크 무슨 신변에 위협을 받으셨나? 얼굴 전체를 무장하고 거리를 활보하는 진풍경.
자신의 얼굴을 마치 이슬람의 여인네들처럼 히잡으로 감추듯이 우리들 얼굴이 잘생기건 못생기건 개의치 않은 채로 나 자신을 숨긴다.
꼬리가 길면 밟히지나 않을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면 가려질까. 요지경 아닌 요지경이 되어버린 진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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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시에게>
티모시! 당신의 이름을 부르고 있노라면 그때 그 시간에 만났던 잊을 수 없는 사랑의 불꽃을 기억합니다. 당신의 그 다정다감(多情多感)했던 웃음소리며 목소리를 나는 기억합니다.
티모시! 당신은 대관절(大關節) 무엇이었을까요? 내게 있어 티모시 당신은 어떤 존재였나요?
티모시! 당신은 그날 그때 그 시간에 내게 속삭였더랬습니다. 나는 그대를 열렬히 사랑했노라고요.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 언제부터 저를 연모(戀慕)하였나요? 하고 물었지요. 그랬더니 티모시 당신의 호수 같이 맑고 투명한 눈망울을 쳐다보며 당신과 처음 만났던 그 순간. 이라고 그랬지요. 그때 내 가슴 깊이 무엇인가 철렁 내려간 느낌이 들더이다.
그러면서 티모시! 당신은 나를 와락 안고서는 내 유방(乳房)으로 당신의 얼굴을 파묻어와서는 당신의 그 달콤한 말로 감사하게도 당신의 품에 잠들게 되었다며 좋아했더랬죠. 순간 내 눈에서는 기쁨인지 희열(喜悅)인지 알 수 없는 감정이 솟아오르더이다. 그러더니, 당신은 정든 님을 마주하듯, 경건한 마음으로 신(神)을 대하듯 깊이를 모르는 허물들을 벗겼더랬습니다.
티모시! 겉잡을 수 없는 당신의 애욕(愛慾)에 나는 그만 당신의 허물을 벗겨드렸습니다.
아, 티모시! 당신과 나는 허물에서 갓 벗어난 기쁨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그 사랑의 끝은, 그 황홀(恍惚)의 끝은 쓰디쓴 맛이었지만.
티모시! 당신은 그, 다음 날 동이 틀 때 떠났습니다. 내 곁을 떠났습니다. 내 가슴 한복판에 사랑이라는 모닥불을 피워놓고, 야속(野俗)히도 떠났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멀리 떠나, 있더라도 티모시 당신이 세상에 자취를 감춘다, 할지라도 이 불꽃은 영원히 꺼지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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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운데에>
바닷가 한가운데 닥쳐오는 쓰나미 한복판에 나 혼자 외로이 서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 하는데 나는 그저 미처 피할 겨를도 없이 그저 쓰나미를 온몸으로 맞았다. 바다 내음과 함께 무의식의 심연의 한가운데에 접어든 뒤 깊은 어둠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 어둠을 이틀이고 나흘이고 헤매다 눈을 떴다. 다시 살아온 기쁨도 잠시 내 깊이를 알 수 없는 속에서 무언지 치밀어 올랐다. 울렁거리고 속이 매스껍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대놓고 우웩! 하고 토하니 바닷물이 내 온몸 구석구석에 잠겨 있었던 걸 알았다. 아, 이제 덤으로 살게 되었구나. 위안을 삼으며 그동안 묵힌 한을 묵묵히 토해내고 토해내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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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티모시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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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아전일록(全羅衙前日錄) 
탁관안(度官案) 권4 
제112차 소과 생진시 방목 
교육등록 제5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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