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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이 제신(諸臣)의 소(疏)를 모두 물리치고 거듭 기강을 강조하다.
- 신묘년, 2011('620), 9번째 기사
6월 26일에 사헌부지평 이수현이 아뢰기를,
“올 초에 김준호, 김민승, 윤호가 사망하였고, 신이 사헌부로 부임한 이후 통정대부 한유찬과 통훈대부 이진의 파직, 통훈대부 천어의 면직이 있었습니다. 얼마 후, 이에 충격을 느낀 통훈대부 이진과 어모장군 김진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였으며 일련의 사건들에 회의를 느낀 홍문관전한 이화가 사직을 청하였습니다. 이들이 그간 아조를 위해 노력한 충정에 비하여 허무하게 퇴장당하는 것을 보니, 훗날 신의 모습이 보이는 듯하여 두렵고 떨리는 마음뿐입니다. 간청하오니 하해와 같은 은혜로 모든 이들을 어루만지시어 이러한 일들이 다시금 일어나지 않도록 성은을 내려 주십시오.”
하니 답하기를,
“각자 처한 사정과 생각이 다른 것이 세상사이지만, 죽고 사는 것은 자기 정성에 달린 일이다. 물의를 일으켰으면 징계하는 것이 당연하고, 여러 차례 만류하여도 끝내 사직을 원한다면 위에서도 어찌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수행한 업무가 비슷한데 평정 결과가 다르면 불만이 제기되는 것처럼, 문제를 일으켰어도 문책이 없으면 무엇으로 조정을 기강을 확립하고 관원들에게 규례에 따른 직무 수행을 주문하겠는가. 잘못을 저질러 처분을 받은 것은 억울한 일이고, 그것을 방치했을 때 나라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은 알지 못하는가. 어느 정도 지위에 오르면 모든 것을 이룬 것으로 여겨 실직에서 물러나기를 자처하고, 조정의 화합과 후임 양성을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는 관원들의 행동은 상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니, 대체 무엇이 조정을 위하는 행동인지 생각해 보아야 할 때이다.”
하였다. 7월 2일에 봉상시첨정 임랑이 아뢰기를,
“최근 고위 관원들이 잇따라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진, 김진, 이화가 그러합니다. 이들은 오랫동안 전하를 곁에서 보필한 충신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조정과의 의(義)를 끊고 사망하니 이것이 과연 자기 정성에 달린 일이겠습니까. 그 외에 통정대부 한유찬의 파직, 첨지중추부사 박현철의 면직, 전군기시부정 김진의 사망 또한 궤가 같다 할 것입니다. 작금의 군신간의 의가 이 정도이니 어찌 조정 운영이 잘 되기만을 바랄 수 있겠습니까. 근래에 전하께서는 오랫동안 조정을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은 관원들을 내치려 하시니 아직도 많은 가르침이 필요한 신은 도대체 누구를 의지하며 누구에게 조언을 듣고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니 답하기를,
“일의 경과를 하나하나 차분하게 살펴보고 과인이 누차 강조하였던 것을 충분히 이해하였더라면 어떤 이유로 그러한 처분을 내렸던 것인지 능히 헤아릴 수 있을 것인데, 사태의 면면을 자세히 고찰한 후에 이러한 차자를 올리는 것인지 모르겠다. 형조정랑 이진을 파직한 것은 그가 사헌부에 소명한 대로 자의적 판단으로 어전에서 재가한 사안을 보류하였기 때문인데, 신하가 어명을 저지한 것이 파직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인가. 전한의 경우도 그러하다. 전한이 사직을 청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나 조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으므로 그 뜻을 만류하여 마지막으로 성균관의 소임을 맡기려 하였는데, 조정에 다시는 봉직할 마음이 없다고 하기에 그간의 남다른 처우를 한 번 상기시켜 당부하고자 한 것이다. 한유찬의 파직은 문관 인사를 어지럽힌 결과에 따른 당연한 징계이니, 파직에 다른 뜻이 없었음은 그 직전까지 형조, 공조 등으로의 체직에 대비하라 명한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토관직 사령을 방기한 것은 물론, 서경을 거치지 않고 인사를 단행하여 권한이 없는 자가 직함을 띠고 업무를 보게 된 상황이 되었으므로 행정 효력이 어지러워졌다. 이러한 행동에 책임을 묻는 징계가 없어서야 하겠는가. 박현철을 중추부에 명한 지 반년이 되어 면직한 것은, 동일한 대기 관직인 오위의 녹봉이나 근속 기간과 견주어 보면 그 전교를 부당한 것이라고 하겠는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을 두고 무슨 의도가 있는 것처럼 여기고 처신하는 것이 진정한 군신간의 의리는 아닐 것이다. 이처럼 다시 밝혀 유시(諭示)하였는데도 과인의 고심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어찌할 도리가 없다.”
하였다. 이때 사헌부지평 이수현, 군기시부정 이운, 봉상시첨정 임랑이 차례로 사직을 청하였으나 모두 허락하지 않았다. 또 동일에 생원 박민승이 소를 올려 아뢰기를,
“군주가 자신을 지칭하는 말인 과인은 과덕지인(寡德之人)의 준말입니다. 군주는 만인지상의 지엄한 자리에 있기 때문에 더욱더 자신을 근신하고 스스로 덕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칭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전하께서는 작금의 상황에도 신하들의 죽음과 사직을 모두 자기 정성에만 돌리시니 과연 앞으로 누가 조정에 출사하여 충심을 바치겠습니까.”
하니 비답하기를,
“원칙이 시행되는 곳이 도리가 행해지는 곳이고 도(道)가 거처하는 곳이다. 가까운 사람에게 폐가 되거나 남에게 좋지 못한 소리를 듣게 될까 염려하고 혹여 마음에 상처라도 줄까 두려워 평정을 공정하게 시행하지 못하고 징계나 탄핵 같은 행동을 주저하는 것이 도라면, 그러한 것은 조정이 아니라 가정(家庭)에서나 권장할 바이니 차라리 폐기하는 것이 낫다.”
하였다.
공조참의 겸성균관대사성 박연과 사헌부지평 이수현의 파직
- 신묘년, 2011('620), 10번째 기사
박연은 일찍이 종사제례절목 제정에 기여하였고 창덕궁 중건과 숭례문 중건에 참여하였으며, 지제교(知製敎)를 겸하여 장종 옥책문(玉冊文) 등을 찬술하는 등 많은 공적을 쌓았다. 그러나 갈수록 접속 체력이 떨어져 업무를 열정적으로 돌보지 못하였으며 신묘년(2011) 여름부터 조정 분위기가 갈수록 침체하니 그도 점차 회의(懷疑)에 빠지게 되었다.
박연은 7월 21일에 공조참의 겸성균관대사성에 임명되어 육조의 일익(一翼)과 성균관 운영의 큰 소임을 맡았으나 업무에 진척을 보지 못하여 10월 1일에 스스로 죄를 청하는 소를 올렸는데 그 대략에,
“신이 공조와 성균관에 부임한 지 몇 개월이 흘렀는데도, 공조는 시전과 모임에 대한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으며 성균관은 학기를 구성한 지 한 달이 지났음에도 유생이 태학의 문을 여닫지 못하고 있으니 모두 신의 잘못입니다. 아조에 대한 사랑으로 마음가짐을 다잡아 꾸준히 백성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아조가 흘러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을 해야 마땅합니다만, 현재 신은 그렇지 못하고 있으니 공조와 성균관이 이처럼 방치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신을 파직하시어 신하 됨이 무엇인지, 아조의 백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되새겨 주십시오.”
하니 비답하기를,
“소관 업무가 단순히 지체된 것을 넘어 방치된 형국이다. 살펴보니 지난 윤대(輪對)에는 참석하도 않았다. 지난 9월 윤대에서 성균관 운영에 대해 주의를 촉구한 적이 있는데, 사헌부는 무엇을 하고 있기에 이러한 일에 대해 계청 하나 없는 것인가. 참의 박연과 지평 이수현을 모두 파직한다.”
하였다.
김관의 평정 이의 제기 사건
- 신묘년, 2011('620), 11번째 기사
12월 5일에 자산군수 김관이 자신이 문관 평정에서 중점(中點)을 받은 것에 대하여 헌부에 이의를 제기하였으나 사헌부감찰 서민교는 이조좌랑 묵향의 평정 권한을 존중하여 이의 제기를 기각하였다. 그러자 12월 6일에 김관이 이에 불복하는 차자(箚子)를 올렸는데 의욕을 잃은 나머지 그 내용 중에 이르기를,
“이조의 주장이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만약 이조의 주장이 옳다면 신은 전하의 신하라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이 어찌 지금의 자리를 지킬 수 있겠사옵니까. 신을 파직하여 주십시오. 신은 이미 본조에서 생활할 믿음과 신의가 무너졌으니, 죽음으로 전하께 지은 이 불충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하고 여용 김세상에게 평안감영의 업무를 위임한 뒤, 자신의 문중인 천의명가에 유언을 남기기까지 하였다. 임금이 크게 노하며 비답하기를,
“한 차례 행사를 진행하고 토관과 분담하여 간찰을 발송한 것에 대해 반드시 상점을 매겨야 하는지, 상점과 중점 사이의 애매한 경계에서 이번은 중점을 취한 것인지, 아니면 중점이 적절하기에 그리 한 것인지 등은 평정 관원이 정한 기준과 판단에 달린 일이다. 또 평정은 절대 평가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관원 각자의 성과나 우열을 참작하여 상대 평가 방식이 가미될 수도 있는 일이다. 군수 본인도 이조에서 인사와 평정을 주관한 적이 있으니 그 처지를 모르지 않을 것인데, 이조에서 자체 기준에 따라 시행하고 사헌부에서 절차에 따라 결심한 내용에 승복할 수 없다고 이러한 내용의 차자를 올리는가. 사직과 사망으로 조정과 군부(君父)를 압박하는 이와 같은 행태는 한 치도 용납할 수 없다. 만일 부고가 조정에 전해지면 이조는 즉시 추탈하고 예조는 서훈을 취소하라.”
하였다. 7일에 사헌부감찰 서민교가 아뢰기를,
“비록 그가 감정이 격하여 죽음을 운운하기로서니 그것이 어찌 감히 진정으로 군부를 겁박하는 것이겠습니까. 단지 정한(情恨)이 북받쳐 오른 것입니다. 부디 전하의 사람을 내치지 마소서.”
하니 답하기를,
“토관에게 업무를 위임하고 문중에 유언을 남겼는데 과연 관례적인 수사에 불과한 것이었다고 하겠는가. 말이 받아들일 만하면 간결하게 요점만 말하더라도 채택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온갖 고사를 나열하더라도 불가한 것인데, 지금 군수의 언행은 그 정도를 넘었다. 사헌부의 계목(啓目)에 대한 전교가 내려지기도 전에 죽음을 배수진으로 한 차자를 올렸으니, 대체 무엇이 불충이라는 것이고 무엇을 위해 죄를 청한 것이며 무엇을 위해 죽는다는 것인가. 분골쇄신과 위민(爲民)을 말한 사은숙배의 다짐은 어디로 간 것인가. 임금이 한 신하의 죽음으로 인한 여파가 걱정되어 사헌부 계목을 물리칠 것이라고 여겼다면, 훗날의 폐단을 막기 위해서라도 그러한 행위가 분명한 오판임을 주지시키지 않을 수 없다.”
하였다. 8일에 김관이 죄를 청하는 소를 올려 아뢰기를,
“신이 어찌 감히 전하와 조정을 위협하며 겁박을 할 수 있겠습니까. 신은 그러한 마음을 먹은 적이 결단코 없습니다. 신이 전하께 간언을 드리기 위하여 올린 차자가 전하께서 생각하시기에 신하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이라면 어찌 신이 전하께 용서를 구하며 목숨을 구할 수 있겠사옵니까. 이 불충한 신하는 그 죗값을 다해야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다만 신은 가끔 관원 개인의 주관적인 생각이 모든 이들의 객관적인 생각을 넘어설 때, 그것으로 말미암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방지하고, 제도 및 법안을 정비하여 좀더 객관적으로 업무처리를 할 수 있도록 전하께 간청을 드린 것입니다.”
하니 비답하기를,
“한순간도 다른 마음이 없었다는 점은 이해해 달라고 하면서, 위에서 불편부당(不偏不黨)한 마음으로 정사에 임하는려는 것에 대해서는 도통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전교가 이러하고 저러함에 따라 과인이 얻을 이익이 한 치라도 있는가. 나라가 나라답게 하려는 것을 제외하면 과인이 대체 무엇을 위하여 처분하겠는가. 과인이 전관을 평정할 때에도 상점과 중점 사이의 경계 가운데 하나를 취하기 어려워, 업무를 행한 것이 한두 달에 걸쳐 일정하더라도 한 번은 중점, 한 번은 상점과 같이 번갈아 등급을 주는 식으로 하였는데, 예를 들면 이러한 것이 평정을 맡은 입장에서의 판단이고 결정이다. 평정관이 소신에 따라 평정한 결과가 중점인 것이 대체 얼마나 억울한 일이고 헌부에서 고찰하여 판정한 것에 얼마나 큰 하자가 있기에 그러한 차자가 있었던 것인가. 제도 개선에 뜻을 둔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이 무슨 생사를 걸 일이라고 그처럼 필사적으로 행동한 것인가. 수년 동안 관례대로 시행된 평정 제도가 그토록 문제라면 이조 관원으로 수개월 동안 있으면서는 어찌하여 바로잡을 틈이 없었는가.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한 번 생각해 보지 않고서는 지금의 상황을 헤아리기 어려울 것이다. 거듭 차자를 올려 죄를 청할 일이 아니니, 군수로서의 직무에 전념하라. 그것이 소임이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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