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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군참모중장 겸특파독립대장 안중근 의사 행장
大韓義軍參謀中將 兼特派獨立大將 安重根 義士 行狀
조선(朝鮮)의 독립운동사(獨立運動史)에 수 많은 지사(志士)들이 있었지만, 이와 같이 방대한 동양평화론(東洋平和論)을 주창(主唱)한 적은 일찍이 있지 아니하였다. 청일전쟁(淸日戰爭)이 극(極)에 달(達)하여 이미 동아시아(東亞細亞)의 기운(氣運)은 쇄할대로 쇄하였고 러일전쟁(露日戰爭)으로 서양(西洋)과 동양(東洋)이 서로 창을 겨누고 대적함이 이미 원수(怨讐)를 바라보듯 하였다. 동아시아(東亞細亞)의 제국주의(帝國主義)를 일제(日帝)가 차지할 그 쯤 동양평화론(東洋平和論)을 담대(膽大)하게 말씀하셨으나 진정한 동아시아(東亞細亞)를 넘어 세계(世界)의 지사(志士)라 그를 칭송하지 않을 수 없다.
공(公)은 1879년 9월 2일에 황해도(黃海道) 해주부(海州府) 수양산 아래 광석동 태어나셨다. 본관(本貫)은 순흥(順興)이며 부친(父親)인 안태훈과 모친(母親)인 배천조씨 사이에서 3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나셨다. 배에 점이 7개가 있다고 하여 북두칠성(北斗七星)의 기운에 감응(感應)하여 태어났다는 의미로 아명(兒名)을 응칠(應七)이라 하였다. 자라서도 이를 또한 자(字)로 쓰셨다. 어려서는 한학을 배우고 후에는 무술까지 익혀 모든 일에 열중하셨다. 문무(文武)를 고루 익혀야 한다는 공의 자세는 이미 어른 나이에 습득을 하셨으니 범상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공이 16세 되던 1894년에 김홍섭의 딸인 김아려와 결혼하셨다. 뒤에 2남 1녀를 두셨다. 당시 공은 황해도에서 동학(東學)을 빙자한 농민군(農民軍)이 일어났을 때 부친께서는 의병(義兵)을 일으켜 전투를 벌였고 공께서도 부친을 도와 큰 공을 세우셨다. 공은 붉은 옷을 입고 있어서 천강홍의장군(天降紅衣將軍)이라 불리었다. 동학군의 해주성 공격의 선봉장인 김구가 패전하여 피신하던 중 부친의 초청으로 함께 은거생활을 하기도 하였다. 이때에 공께서는 무예를 익히며 무인(武人)의 기상을 높이셨다. 아마 이등(伊藤)을 처단(處斷)하고자 하는 의기(意氣)는 동학(東學)에서의 기상(氣象)과 더불어 충천(衝天)하였으니 그 일면을 여기에서 엿볼 수 있었다.
공이 19세 되던 1897년에 부친을 따라 천주교에 발을 들여 놓으시고는 신식학문(新式學文)을 접하셨다. 천주교 신부에게서 프랑스어를 배웠으며 도마(多黙, Thomas)라는 세례명을 갖게 되었다. 공의 부친을 비롯하여 일가 친척과 마을 사람들이 세례를 받았는데 이때 청계동을 방문한 뮈텔 주교를 해주까지 수행하기도 하셨다. 공은 이때에 천주교 일에 상당히 헌신을 하셨다. 특히 황해도의 여러 지방을 다니면서 전교활동에 열중이셨다. 또한 공의 종교적 감응은 무법적인 일본인을 꾸짖어 승복시키기도 하였다. 공은 걸어가던 일본인이 말을 타고 가던 한국인을 강제로 끌어내리고 말을 탈취하려하자 크게 꾸짖어 도로 돌려보냈다는 일화는 상당히 유명하다.
공은 20세 초반 교회의 총대로 추대되어 교우들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데 주도적이셨다. 또한 한국의 교인들이 학문에 밝지 못하여 전도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자 서양의 수사회 가운데에서 박학한 사람들을 모아 대학을 설립하여 영재를 가르칠 것은 주교에게 건의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일이 쉽게 진척이 되지는 않았다. 이에 더하여 해서교안(海西敎案)을 수사하고자 파견된 사핵사(事劾使) 이응익이 천주교회의 중요한 인물들을 포박하여 가자 몇 달 동안 숨어지내기도 하였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공은 굴욕을 참고 꿋꿋하게 이겨 나가셨다.
정치사상과 독립정신을 드높이고 있던 공은 러일전쟁을 전후하여 일제의 한국에 대한 주권침탈의 의도가 서서히 드러나자 상해와 산동반도를 관찰하시며 나라의 어려움을 극복할 길을 구하나 우연히 만난 르각 신부의 권유로 교육의 발달, 사회의 확장, 민심의 단합, 실력의 양상 등 네 가지가 중요함을 깨달으나 부친이 재령에서 병사하시자 독립하는 날까지 굳은 맹세를 하고 이를 지키고자 하셨다.
공이 28세가 되던 1906년 4월 가족을 데리고 고향을 떠나 진남포로 이사하여 교육구국운동(救國敎育運動)에 몸을 던지시고 진남포(鎭南浦)에는 삼흥학교(三興學校)를, 그리고 프랑스 신부가 운영하던 돈의학교의 재정을 맡으시면서 2대 교장에 취임하시었다. 이 무렵 서우학회에 가입하여 학교운영 뿐만 아니라 지식인 사회 전반에 대한 공의 의지를 내비치셨다. 공의 교육활동은 곧 민권(民權) 사상의 형성으로 나타났으니 바로 백성들의 앎이 곧 힘이라는 생각이셨다. “독립문 밖을 지나면서 돌이켜 생각해보니 간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이와 같이 친구가 죄도 없이 감옥에 갇혀 벗어나지 못하고 겨울 날 차가운 옥 속에서 어찌 그 고생을 받는가 싶어서였다. 더구나 어느 날에나 저 같이 악한 정부를 한 주먹으로 두들겨 개혁한 뒤에, 난신적자를 쓸어버리고 당당한 문명독립국을 이루어 명쾌하게도 민권자유를 얻을 수 있겠는가 하고, 생각이 거기에서 미치자 피눈물이 솟아올라 참으로 발걸음을 옮겨 놓을 수가 없었다.”고 말씀하신 것도 모두 이에서 비롯되었으니 공의 면면을 읽을 수 있다.
이듬에 대구(大邱)에서 국채보상운동(國債報償運動)이 일어나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공도 이 운동에 적극 참여하시고 국채보상운동의 관서지부(關西支部)를 설치하여 수천여명의 선비들이 모인 평양(平壤)에서 의연금을 내도록 권유하고, 가족들의 패물까지 헌납하도록 하여 열성적으로 구국활동(救國活動)을 전개하셨다. 한편 이해 8월에 있었던 정미7조약(丁未七條約)으로 군대가 해산되는 수모를 겪게되자 공은 새로운 모색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서울을 떠나 부산(釜山)과 원산(元山)을 경우하여 해삼위(海蔘威-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여정을 계획하셨으나 중간에 발각되어 수포로 돌아가자 육로로 회령을 지나 북간도(北間島) 용정(龍井)에 도착하셨다. 용정촌(龍井村)을 중심으로 이 지역에서 애국계몽운동을 전개하려 하셨으나 이 지역에 일제 파출소가 설치되어 뜻을 이루지는 못하셨다.
공이 30세가 되던 1908년에 다수 한인(韓人)의 호응을 얻어 무기를 지원받는 등 국외 의병부대를 조직하여 총독을 김두성으로 하고 공은 참모중장(參謀中將)을 맡으셨다. 공은 군기를 수송하며 두만강 근처에 국내진입작전(國內進入作戰)을 도모하셨다. 그해 여름 공은 함경북도(咸鏡北道) 경흥(景興) 부근을 진공하여 수차례 승첩(勝捷)을 올리고 상당한 전과(戰果)를 올리셨다. 공은 만국공법(萬國公法)에 따라 포로를 석방하는 등의 제국주의(帝國主義) 침략 아래에서도 인권(人權)을 보여주는 등의 인간됨을 보이셨다. 공이 특히 관심을 가진 것은 한인사회의 교육과 사회조직의 건설이었다. 특히 기선(汽船)을 타고 흑룡강(黑龍江) 지역을 두루 살피셨다.
공께서는 이 당시 해조신문(海朝新聞)에 ‘인심(人心)을 결합(結合)하여 국권(國權)을 회복(回復)하자’는 내용의 글을 기고하시면서 이르시길, “대저 사람이 만물보다 귀하다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삼강오륜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세상에 처하되 첫째는 몸을 닦고 둘째는 집을 정돈하고 셋째는 나라를 보호하는 것이다. …… 자녀들을 교육하며 청년 자제들은 죽기를 결심하고 속히 우리 국권을 회복한 뒤에 태극기를 높이 들고 처자권속과 독립관에 서로 모여 일심단체로 육대주가 진동하도록 대한독립만세를 부를 것을 기약하자”고 하셨다. 공의 대한독립(大韓獨立)에 대한 인식(認識)이 단지 독립(獨立)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인생관(人生觀)이며 사람이 사는 마음가짐에 있음을 널리 말씀하신 것이다.
1909년 3월경 공은 연추하리(煙秋下里)에서 11명의 동지와 왼손가락을 끊어 피로 대한독립(大韓獨立)이라 쓰시고 만세를 외치며 천지(天地)에 맹세하고 조국(祖國)의 독립(獨立)과 동양평화(東洋平和)를 위해 헌신(獻身)하는 동의단지회(同義斷指會)를 결성(結成)하셨다. 공은 회장에 선임되어 모든 일을 주관하셨다. 이 해에 해조신문(海潮新聞)에 안응칠(安應七)이라는 필명(筆名)으로 인심(人心)을 단합(團合)하여 국권(國權)을 회복하는 방략(方略)에 대하여 논(論)하셨다. 10월 지역신문을 통해 이등박문(伊藤博文)이 하얼빈(哈爾濱)에 도착한다는 사실을 알게되어 공은 의거(義擧)를 결심하셨다.
공은 의거 직전 단지동맹과 장부처세가를 지어 자신의 의거결행 의지를 확고하게 결심하고 계셨다. 이등박물의 죄악 15개조가 일본인에 대한 경고였다면 장부처세가는 우리들 후손에게 남긴 안중근의 피에 맺힌 격동가였던 것이다. “장부가 세상에 처함에 그 뜻이 크도다. 때가 영웅을 지음이여 영웅이 때를 지으리로다. 천하를 응시함이여 어느 날에 업을 이루고, 동풍이 점점 차가오니 장사의 뜻이 뜨겁다. 분개히 한번 감이여 반드시 목적을 이루리로다. 쥐도록 이토여 어찌 즐겨 목숨을 비길고, 어찌 이에 이를줄을 헤아렸으리오 사세가 고연하도다. 동포, 동포여 속히 대업을 이룰지어라. 만세 만세여 대한독립이로다. 만세 만만세 대한동포로다” 그의 기상과 의기가 절절하니 어찌 그 뜻이 이루어지지 않았겠는가.
10월 21일 공과 우덕순(禹德淳)은 하얼빈으로 가는 중 유동하(劉東夏)와 합류하였다. 22일에 김성백(金成伯)의 집에 유숙하며 조도선(曺道先)을 찾아가 의거를 도모할 것을 결의했다. 24일이 다가오자 공은 하얼빈 정거장에 나아가 채가구역(蔡家溝驛)에서 러청(露淸) 열차가 바뀜을 알게되셨다. 25일 공은 의거(義擧)의 만전(萬全)을 위해 채가구를 의거의 한 장소로 삼아 우덕순과 조도선에게 맡기고 공은 하얼빈으로 돌아와 하얼빈역을 의거 장소로 삼았다. 26일에 채가구에서의 의거가 실패로 돌아갔다. 모든 것은 공의 손에 달려 있었다. 공은 오전 7시 경에 삼엄한 경비망을 뚫고 나아가 이등박문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9시 특별열차가 도착하자 의장대 앞으로 나아가 권총 3발을 발사하셨다. 공은 헌병에 체포되었으나 코리아 우라를 3번 외치셨다.
공은 10월 30일 일본 총영사관에서 심문을 받기 시작하여 11월 1일 여순감옥(旅順監獄)에 수감(收監)되셨다. 12월 중순에 공의 두 동생이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고 공의 변호에 대한 일과 천주교 신부를 초청하여 종부성사(終傅聖事)를 받는 일 등을 부탁하셨다. 한편 공은 자신의 자서전인 <안응칠역사(安應七歷史)>를 집필하기 시작하셨다. 이듬해 1월부터 일본의 강압적인 심리와 심문으로 진행되었다. 또한 일체 외국변호사가 허용되지 않아 단지 관선변호사만으로 변호를 받았다. 일본의 감시(監視)가 이와 같았다.
공은 그 와중에 옥중(獄中)에서 연필(鉛筆)로 작성(作成)한 한국인안응칠소회(韓國人安應七所懷)를 통해 공의 마지막 삶을 피력(披瀝)하였다. “하늘이 사람을 내어 세상이 모두 형제가 되었다. 각각 자유를 지켜 삶을 좋아하고 죽음을 싫어하는 것은 누구나 가진 본성이라 오늘날 세상 세람들은 의레히 문명한 시대라 일컫지마는 나는 홀로 그렇지 않은 것을 탄식한다. …… 슬프다. 천하대세를 멀리 걱정하는 청년들이 어찌 팔장만 끼고 아무런 방책도 없이 앉아서 죽기를 기다리는 것이 옳을가보냐. 그러므로 나는 생각다 못하여 하얼빈에서 총 한방으로 만인(萬人)이 보는 눈 앞에서 늙은 도적 이등의 죄악을 성토하여 뜻 있는 동양 청년들의 정신을 일깨운 것이다”고 하셨다.
2월 7일에 처음으로 재판이 진행되었다. 공은 “3년전부터 대한의군(大韓義軍) 참모중장(參謀中將)의 자격으로 이등(伊藤)을 포살(砲殺)코자 했으며, 이 의거(義擧)는 개인적인 원한(怨恨)이 아니라 한국(韓國)의 독립(獨立)과 동양평화(東洋平和)를 위해서 독립전쟁(獨立戰爭)의 일환(一環)으로 결행(決行)한 것이다”라고 진술하셨다. 또한 9일에는 이등박문죄악(伊藤博文罪惡) 15개조를 설명하다 중간에 중지당하시도 하셨다. 또한 공은 시종일관(始終一貫) 의연(毅然)한 자세를 취하시며 “이보다 더 극심한 형(刑)은 없느냐”고 재판을 조롱(嘲弄)하시도 하셨다. 3월 15일에 공은 자서전(自敍傳)을 탈고(脫稿)하시고 동양평화론(東洋平和論)을 집필(執筆)하기 시작하셨다. 그리고 변호사를 통해 유서(遺書) 6통과 뼈에 사무치는 동포(同胞)에게 고(告)하는 유언(遺言)을 전달하시고 26일 “나의 의거(義擧)는 동양평화(東洋平和)를 위해 결행(決行)한 것이므로 임형관리(任刑官吏)들도 앞으로 한일간(韓日間)에 화합(和合)하여 동양평화(東洋平和)에 이바지하기 바란다”는 마지막 말씀을 남기셨다.
공의 사형집행이 얼마남지 않은 시점에서 지은 그의 흔들림 없는 심경을 술회한 한시는 우리를 다시 되돌아 보게 하고도 남음이 있다. “마음 속에서 이별의 말은 계속되고 이별의 술잔이 손에 닿는 것이 더디기만 하다. 살아서는 오히려 생각하는 날이 있었는데 죽은 뒤에 어찌 저 홀로 가는 때를 견디어 내겠는가. 만난 인연이 오래오래 막혔다고 말하지 말아라. 평생에 오히려 근심 속에 기약하는 것이었을 것이나, 편지 한 장을 날려 천문에 도달하게 할 수가 있어 나의 사정을 호소하면 그대로 혼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남자가 차라리 죽을 지언정 바른 마음을 속일까 보냐. 판사 검사가 어찌 나의 속마음을 알까. 원수는 갚았고, 곧 외로운 혼은 땅에 떨어진다”.
공의 정신을 동아시아인들은 칭송해 마지 않았다. 중화민국 초대 임시총통을 지낸 손문(孫文)은 “공(公)은 삼한(三韓)을 덮고 이름은 만국(萬國)에 떨치나니 백세(百歲)의 삶은 아니나 죽어서 천추(千秋)에 드리우니 약한 나라 죄인(罪人)이요, 장한 나라 재상이라. 그래도 처지를 바꿔놓으니 이등(伊藤)이 죄인(罪人)되리”라고 송축시(頌祝詩)를 손수 지어 보냈다. 국내의 만해 한용운은 “만 섬의 끊는 피여. 열 말의 담력이여. 벼르고 벼른 기상 서릿발이 시퍼렇다. 별안간 벼락 치듯 천지를 뒤흔드니, 총탄이 쏟아지는데 늠름한 그대 모습이여”라고 찬미했다. 그러나 지금도 우리는 공(公)을 모시지 못하고 있다.
개국619년 9월 26일 통정대부 이조참의 겸행성균관사성 박연 삼가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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